아포칼립스 시작 전 나홀로 튜토리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디자이너R
작품등록일 :
2024.08.28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6
추천수 :
28
글자수 :
117,481

작성
24.09.12 22:05
조회
57
추천
2
글자
17쪽

튜토리얼 End (1)

DUMMY

튜토리얼 End (1)




지독하게 끈질겼던 큰 쥐새끼.

“좀. 뒤ㅡ져!”

ㅡ 이, 인간! 인-가아안!


푸-욱

이 정도로 끈질겼으니, 충분히 셀 만했다. 쥐새끼가 가진 생존에 대한 집착이 완전하게 바스러질 때까지, 몇 번이나 화살을 아가리에 쑤셔 박았다.


누군가 본다면, 광기가 서린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부족할 정도였다.


[튜토리얼 파트4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

:


[추가 : 네스슬렉 망각의 사제]

[망각의 사제 굴두르 처치.]

:

:


큰 놈의 피가 튀자, 옷에서 연기가 일었다. 민혁은 황급히 상의를 벗어 던졌다.

‘ 산성인가.’


한 발짝 물러선 민혁의 눈동자가 한곳에 머물렀다.

‘ 후···우.’


듀터가 보고 싶어 했던 보석.


여자들이 보석에 매료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그냥, 사치품일 뿐이고 남과 비교하고 자신을 한껏 더 뽐내는 치장 품에 불과했을 터인데···.


분명히 그랬을 터인데.

이건 좀 다르다.


사치? 치장? 그거와는 거리가 멀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보물?


맞다.


시대를 대표하는 보물이라고 하면, 바로 납득된다.


이건 그래야만 했다.

루비와 비슷하게 생긴 보석인데, 그 중심에 자리한 핵에는 불빛이 무언가에 공명하듯 깜빡였다.


손으로 빼내려다 산이 튈까, 화살을 틈에 끼워서 천천히 빼냈다.


바닥을 구른 보석은 흠집 하나나 있지 않았다. 표면으로 액체가 흘러 바닥을 적셨다.


때 묻지 않은 매끄러운 표면 안에 비치는 신비로운 불꽃이 어서 집으라며 유혹하듯 자신을 뽐냈다. 민혁은 참지 못하고 가죽장갑을 한 겹 덧씌우고 들어 올렸다.


집자마자 손바닥이 화염으로 휩싸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혀 뜨겁지 않았다.


‘ 뭐지?’

[무스펠헤임의 불씨를 습득.]

[불씨가 몸에 흡수됩니다.]

[불 저항이 증가했습니다.]


불의 기운을 감싼 보석이 순식간에 빛을 잃어갔다. 그 보석은 금방까지만 해도 영롱히 빛을 냈는데 이젠, 단순한 광석으로 보일 지경이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광석 말이다.


민혁은 잠시 당황하다 빛을 잃은 보석을 쥐고 듀터에게 다가갔다.


그를 살릴 수 없었다.

다만, 그를 좀 더 알 수 있었다.


“듀터···. 이야기는 잘 들었다.”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충은 하나쯤 있었을 것이다. 그걸 견뎌내고 자신의 인생을 회피하지 않고 나아간 사람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했다.


‘ 고통스러웠을 텐데···.’

그의 입가에서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민혁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바라봤다.


여태껏, 듀터로부터 느낀 바가 많았다. 민혁은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듀터의 손에 보석을 쥐여주자, 매끄러웠던 표면이 힘을 잃고 바스러졌다. 가루가 되며, 내려앉은 저 보석과 듀터의 상황이 참으로 절묘했다.


띵ㅡ

[보상 측정이 완료됐습니다.]

:

:

[특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액티브 스킬이 부여됩니다.]


‘ 스킬?’

[보상 : 리플렉트 쉴드]

┃⦁효과: 일정 데미지를 흡수. ┃

┃흡수한 데미지 일부분을 다음┃

┃공격에 가증한다. ┃


[공격력이 증가했습니다. +5]

[방어력이 증가했습니다. +10]

[리더십이 올랐습니다. +15]

[정신력이 올랐습니다. +15]

[체력이 증가했습니다. +5]

[민첩이 증가했습니다. +3]

[지력이 증가했습니다. +5]


‘ 지력? 이건 첨 보는데··· 일단.’


보상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스킬도 그런데 스탯의 증가 폭도 그랬다.


만약 스탯이 100이라는 수치가 최고치면 ‘ 앞으로 괴물들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쉽게 해소하기 힘들었다.


민혁은 듀터의 시신을 수습해서 신전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단 한 마리의 네스슬렉도 발견하지 못해, 오히려 불안하기만 했다.


무수한 고대 금화들. 아티펙트.

이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용병들. 아쉽게도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었다. 노잣돈으로 챙겨갈 수 있으면, 사후세계에서 길이라도 잃지 않을 텐데.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확실히 꿈속의 세상이라 물욕이 들지 않았을 이유가 제일 클지도.


현실에서 저런, 일확천금이라면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조차 현실에서 빚에 허덕였으니.


‘ 내 잣대로 저들을 판단할 수 없어. 그래도···.’

민혁은 적절하게 쌓여있던 보물을 치워내고 빈 곳을 만들었다. 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정도면 너도 만족하겠지?”


듀터를 묻었다.

그 위에 금화로 가득 덮었다.


“친우여···.”


쪼-르르

민혁은 그 위로 술을 뿌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발아래를 한참이나 쳐다보다 발걸음을 뗐다.


손에 들린 대형 가죽 자루에 금화를 쓸어 담았다. 이 조잡한 자루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조정했다.


‘ 아티팩트는···.’


저걸 가져가 봐야 출처 알 수 없는 물건들인데 과연 처분이나 될까? 오히려 잡혀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금화도 쉽게 처분 할 수 없을 것인데. 더구나 영주의 감시는?


돌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돌아가서도 문제였다.


민혁은 잠시, 고민하다 또 다른 가죽 자루에 좋아 보이는 것만 쓸어 담고 금화 자루 옆에 대충 던졌다.


지쳤다. 쉬고 싶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길 염원했다.


꿈과 현실 세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반전한다. 이건, 아직 추측에 불과했지만,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었다.


그렇다면, 그걸 안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 일단, 자자.’

민혁은 금화더미 위로 몸을 날렸다.


챠ㅡ르르르

그 위로 몸을 몇 바퀴 뒹굴다 민혁은 눈을 감았다. 평생 살고 보니 별 경험을 다 한다. 옛 영화에서나 나오던 구두쇠 부자가 돈더미에서 수영하는 걸 보긴 했었는데···.


자신이 해 볼 줄이야.

이게 꿈이 아니라면

호의호식도 평생 보장될 텐데.



▶▶



“과장님. 과장님?”

“아ㅡ아. 지아 씨.”


민혁은 일어나서 지아를 맞이했다. 저도 모르게 몰입한 탓에, 미팅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평소였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실수였다. 그만큼, 어제의 꿈이 준 충격은 강렬했다.


지아는 민혁이 챙겨 온 원단 스와치를 보며 이리 저리 비교해 봤다.


“음···. 과장님 컬러가 아무래도 연하게 나온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가방을 재빠르게 뒤지며, 북을 하나 꺼내더니 펼쳤다. 예쁘게 잘라놓은 원단 자재 카드 세 종류를 나열했다. 숙련된 조교의 솜씨였다.


“이게 최선입니다. 여기서 골라보시죠.”


최대한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선택권을 줄여 빠른 선택을 유도하고 개발 시간을 더 킵한다. 이게 민혁의 영업 스킬이었다.


민혁은 납기라는 것에 인질이 잡혀 생산 퀄리티가 낮아지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


사실, 납기가 길다고 모든 상품이 제대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여러 생산자가 묶여있는 거만큼, 일자가 여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유리한 건 사실이었다.


디자이너의 셀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개발 기간을 까먹고 납기에 쫓기다 모든 스케줄이 빠그라지는 그런 경우를 너무너무 많이 봐왔던 민혁이다.


막아야 했다.


초보 디자이너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었다.

서지아정도의 막내 디자이너라면, 조련은 식은 죽 먹기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서지아의 표정은 볼만했다. 귀여웠다. 토끼가 앞에 놓인 여러 당근을 보고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 과장님.”

“네.”

“우리 다음 주, 품평회인 거 아시죠?”

“네. 스케줄표로 확인했죠.”

“그래서 시장조사 나갈까 봐요.”

“시장조사라···. 좋죠.”


지아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번에 밤 시장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아ㅡ. 그거요? 요새, 바빠서 계속 미뤘는데 오늘 잠깐 들리려고요.”


“진짜요!?”

그녀는 갑작스레 상체를 들썩였다.

이가 보일 정도로 기대에 찬 미소. 쏙 들어간 보조개는 덤이었다.


훅 치고 들어오는 서지아.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에 민혁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네.”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물론이죠.”


이걸 어떻게 거절할까.

그저 Yes 맨 할 수밖에.


낮을 대신한 밤이 한창일 때.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일반적이라면 깊게 잠이 들 시간.


그와 반대로 부단하게 노력하는 자들이 있다.


동대문 도매 시장.


이 시장은 어느 야시장보다 에너지가 넘쳤다. 젊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신의 일에 열중해 있는 그러한 모습이.


그것뿐일까?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된 일에 도전하며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그 평가는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민혁은 눈에 담기는 저 환경을 보곤 크게 자극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난 탓일까?


‘ 이제 그러기엔···.’


“장 과장님!”

민혁은 자신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등을 돌렸다.


분명, ‘ 오래 걸을 테니 편한 옷으로 입고 오세요.’라고 했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그녀가 신선한 민혁이다.


스터드가 가득 박힌 화려한 캡.

한쪽 어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화이트 보트넥 티셔츠. 몸매가 두드러지게 쫙 달라붙은 진의 조화로운 모습까지.


그녀의 워킹을 목도한 멕심 편집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박수를 치며 콜 사인을 냈을 정도다.


민혁은 갑자기 군 복무 시절. 멕심을 착각해, 커피로 사 온 후임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손을 가볍게 들며, 인사하자 지아가 쪼르르 걸어와 지척에서 멈춰 섰다.


“와! 과장님. 진짜 사람 많네요.”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순수한 어린아이같이 하나하나 눈에 담아가는 모습이란···.


‘ 천연···. 천성이네.’


그녀는 태생적으로 남에게 호감을 가게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게 꾸밈없는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저것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자들은 많았을 것이다.


‘ 나도 어릴 땐, 저랬었지.’


민혁과 서지아는 도매 시장을 돌아다니며, 트렌드를 구경하고 샘플을 샀다. 잠시 거리에 걸터앉아 음료로 갈증을 채우던 지아의 첫 소감은 놀라움이었다.


“옷 이쁜 거 진짜 많네요!”

“요새, 디자인 잘 뽑는 가게 많아졌죠. 오래전 일본 바이어 접객할 땐, 디자이너가 대놓고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 촌스러, 촌스러.’라는 말에 곤란했었던 적이 있었죠. 뭐 요새는 주구장창 한국에서 사입하지만요.”


“그럴 때도 있었나요?”

“네.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에서 패션으로 힙 했으니까요 일본이. 지금은 따라잡았죠. 일본은 패션이나 문화나 많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이런 틈을 노려서 일본 시장 공략하기엔 좋은 시기죠.”


“혹시, 한류 붐. 그거죠?”

“맞아요. 한류 덕을 보고 있죠. 저희 회사도 이번에 일본 진출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민혁과 지아는 잠시 쉬고 다시 시장을 순회했다.


지아랑 다니니,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여기 도매시장은 주 거래처를 제외하고 옅은 이미지를 가지는 게 좋다.


시장조사를 하러 온 것이라 주목받아봤자 좋을 게 없었다. 사업자로 ‘ 큰 손.’이면 모를까.


도매 시장을 잔뜩 둘러보며, 일정을 종료하고 나오는 그녀는 여전히 텐션이 높았다. 보통 이 정도 일정으로 빡빡하게 돌면, 대부분 여자애는 지치기 마련인데, 서지아는 체력이 좋았다.


민혁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지아는 아침 조깅과 저녁 운동을 병행한다고 했다. 어쩐지 저런 몸매라니. 출중한 외모에 부지런까지 이거 완전 반칙 아닌가?


“와 진짜 놀랐어요.”

“어떤 점에서요?”

“사람들도 많고 가게들도 진짜 많고.”


“그렇죠.”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진짜 다양하더라고요. 그런데, 독창성은 별로 없었어요.”


“왜 그리 느꼈나요?”

“이번 시즌 콜렉션이랑 비슷한 게 진짜 많더라고요.”

“맞아요. 대부분 카피죠. 여기 사람들 기막히게 카피 잘하죠. 잘 뽑고 잘 팔면 그게 실력이니까요.”


민혁의 말에 의문을 느낀 지아다. 그리고 그 말투엔 평소의 발랄함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면, 디자인 저작권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디자이너 입장으로써는 솔직히, 조금 불쾌해요.”


“문제는 많죠. 가끔 디자인 특허 침해로 신고당하고 벌금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내용 증명도 날아오고. 그런데, 해외 브랜드에선 일일이 잡기 힘들고 국내 브랜드에선 대응을 하는 편이죠.”


“그런가요? 왜요?”


“비슷하긴 해도 똑같진 않기 때문입니다. 원단을 좀 변경하고 디테일을 조금씩 수정하죠. 지퍼를 바꾼다든지, 포켓 모양을 변형하고 위치를 바꾼다던가. 단추도 바꾸고요. 그러면 다른 디자인인 겁니다.”


잠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 민혁의 말투는 단호했다. 냉정한 현실은 결국 이러한 것이라는 듯.


“그러한 세계죠. 그거도 잘못 카피하다 국내 브랜드한테 고소당해 벌금 왕창 물기도 하지만요. 우리는 그걸 저작권 장사라고도 합니다.”


“아···.”

“지아 씨.”

“네.”


민혁이 갑자기 멈춰서자, 지아도 덩달아 멈춰 서며 바라볼 뿐이다.


“지아 씨. 떡볶이 좋아하나요?”

“네! 엄청요-!”


얼마 걷지 않아 보이는 한 포차.


“여기가 진짜, 끝내 줍니다.”


분식 포차로 안내하며, 신나 하는 민혁의 모습에 지아는 저도 모르게 쿡쿡거리다 표정을 거뒀다.


“이모. 여기 떡볶이 2인분 순대 2인분 내장, 간 섞어서. 만두랑 튀김도 2인분씩이요.”


“와! 과장님 어떻게 다 먹으시려고?”

“충분합니다.”


지아와의 업계 이야기 2차전이 시작됐다.

“결국, 독창성이란 뭘까요?”


“그러게요. 창작자들의 궁극적인 고민 중 하나 아닐까요? 지아 씨도 아시다시피, 현대에서 구현될 디자인은 거의 다 나왔다고 봐야 하겠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국, 독창성이란 새로운 창작이 아닌, 기존의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또 다른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독창적이고 이 세상없었던 것이라 해도 결국, 파헤치면 과거에 한 번쯤 있었던 것이죠.”


“제 생각엔 그렇지 않아요. 그렇다면, 기존의 현대 창작가들은 구시대를 모방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잖아요. 독창은 존재해요.”


처음으로 서지아와 의견이 갈렸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건 1%도 안 되는 천재에만 허용된 영역 아닐까요?”


지아는 양 볼을 감싸고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의견에 심통이 난 말투다.


“과장님은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전 다분히 상업적인 의견입니다. 결국, 유행시키고 많이 팔리는 디자인이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년생일 때 좀 다르게 생각했던 적은 있죠.”


“그게 뭐예요?”


“왜 대중은 촌스러움에 열광하는가? 대중은 바보인가? 분명히 가치 있는 상품은 따로 있는데, 왜 그것에 대한 본질을 알아보지 못 하지? 라는 식으로요.”


“극단적이군요.”


“네. 뭐, 결국 소비자를 욕해봐야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죠. 그리고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뒤쳐질 수밖에 없죠.”


“슬프네요.”

언제나 발랄했던 그녀의 한 면이 우울해 보일 정도다.


“결국, 생산자가 팔리지 않는 상품으로 승부 본다면, 배를 곯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그런 사람에게 투자를 하지 않을 거고요.”


민혁은 그리 말하면서, 소금에 순대를 찍어 먹더니 목소리를 올렸다.


“이모. 여기 쌈장 좀 주세요!”

“장 과장님. 순대엔 소금 아닌가요?”


놀란 눈의 서지아는 다른 사람에게서도 익히 봤던 반응이다.


“부산 출신이라서요. 거기서는 쌈장입니다. 하하.”


“과장님. 전 그래도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잃는다면 AI랑 뭐가 다를까요?”


서지아는 최근 치고 올라오는 AI기술에 위화감을 느낄 정도였다. AI에 대한 기술은 의류 업계에도 큰 파장을 줄 정도였다.


“맞습니다. 자신만의 색깔. 그리고 낭만이 있으면 좋겠죠. 그래서 양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 쌈장처럼?”


쌈장을 듬뿍 찍어 순대를 먹는 민혁의 모습에 지아는 거북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고집이 있어야지요. 그런 낭만이 없다면, 세상 얼마나 식상하겠습니까. 중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는 거죠.”


지아는 진지하게 민혁의 말을 새겨들었다. ‘ 초심을 잃지 않되, 충분히 대중성을 의식한다. 그리고 개성 또한 잃지 않는다.’ 이것이 창작자의 과업 아닐까 하는 물음을 마음속에 던져놓았다. 언젠간 성장한 자신이 그것을 풀어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주인아주머니가 한참 듣다가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오래전부터, 과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민혁 속 이미지가 깨졌다.


“이게 저희 가게에서 추구하는 고집이에요. 서비스요.”


어묵 서비스가 나왔다.

민혁은 지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소주를 시켰다.


역시, 이 집의 떡볶이 맛은 보통 내공이 아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법 치는 아주머니였다. 장사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 맛있다.’

이것은 민혁과 지아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시작 전 나홀로 튜토리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오후 23:05분에 글 올라갑니다. 24.09.06 72 0 -
18 튜토리얼 End (5) NEW 1시간 전 11 0 14쪽
17 튜토리얼 End (4) 24.09.17 31 1 17쪽
16 튜토리얼 End (3) +1 24.09.16 35 2 14쪽
15 튜토리얼 End (2) +1 24.09.15 48 2 14쪽
» 튜토리얼 End (1) +1 24.09.12 58 2 17쪽
13 반복되는 사망회귀 (8) 24.09.11 58 2 15쪽
12 반복되는 사망회귀 (7) 24.09.10 60 2 14쪽
11 반복되는 사망회귀 (6) 24.09.09 66 2 15쪽
10 반복되는 사망회귀 (5) 24.09.07 74 2 15쪽
9 반복되는 사망회귀 (4) 24.09.06 77 2 15쪽
8 반복되는 사망회귀 (3) 24.09.05 85 1 15쪽
7 반복되는 사망회귀 (2) 24.09.04 87 1 13쪽
6 반복되는 사망회귀 (1) 24.09.04 99 2 13쪽
5 이건 꿈이 아니다. (5) 24.09.03 114 2 14쪽
4 이건 꿈이 아니다. (4) 24.09.03 131 1 12쪽
3 이건 꿈이 아니다. (3) 24.09.02 132 1 14쪽
2 이건 꿈이 아니다. (2) 24.09.02 166 2 14쪽
1 이건 꿈이 아니다. (1) +3 24.09.02 243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