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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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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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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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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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준비

DUMMY

4. 준비












“에고···,”


새하얀 침상 위.

몸을 일으킨 남궁혁이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밥 먹듯이 기절하는구먼.”


그리 많은 힘을 쓴 것도 아닌데 이리 픽픽 쓰러지면 곤란했다.

안전한 곳이여서 망정이지, 밖이었다면 눈도 뜨지 못했을 거다.


‘물론, 안전하니 힘을 쓴 거긴 하다만.’


남궁혁이 고개를 털었다.

조금이나마 두통이 가셨다.

이내 그가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인가.”


넓은 공간.

덩그러니 놓여있는 책상과 침상 하나. 그리고 그 두 가구를 제외하고 발 디딜 틈도 없는 방안의 풍경,


“맞네.”


누가 봐도 자신이 머물던 방의 모습이었다.

새삼 이제 보니 몹시 더러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것이 살려고 발악하던 흔적인데.


그리고 그 덕분에 방법을 찾았으니, 조금은 더러워도 된다.

조금이 아니긴 하지만.


뭐, 각설하고,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앞으로의 방향성.

그걸 생각해야만 했다.


“······”


일단 사고는 거하게 친 상황이었다.

단리목. 단리세가의 둘째를 그리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후폭풍이 좀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사리겠지만.’


그 후폭풍이 오는 건, 지금이 아니었다.

자신의 손속이 과했다고 하더라도, 단리목의 잘못은 명백했다.


말했듯,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죄였다.

입을 잘못 놀려서 죽는 이들도 수두룩 빽빽하니, 오히려 목숨을 건진 걸로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단리세가는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이 일을 잊을 리가 없었다.


‘반년.’


지금은 웅크리고 있는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건 반년 후였다.


반년.

육 개월 후에, 그들을 치워버릴 거다.


그것이 회귀하고 난 이후,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과제였다.


그렇다면 그들을 치워야 하는 이유는?


단리세가라 함은, 같은 정(正)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가문이 아닌가? 게다가 요근래엔 남궁세가의 위세를 뛰어넘어 안휘의 패자라고 불리는 가문을 왜 치워야 할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정(正)이 아니니까.’


애초에 그들은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자들이 아니었다.

중도(中道). 현재 그들은 겉으로나마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중립은 반년 후에 깨진다.


‘아수라교.’


아수라교(阿修羅敎).

머나먼 과거, 한 차례 중원을 피로 물들였던 이들.


현재 중원에선 언급마저 금기시된 그 단체가 세상으로 나오기 전, 먼저 밖으로 내보낸 것이 바로 단리세가였다.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먼 미래에 아수라교가 중원을 침공할 때, 포문을 여는 것이 그들이 될 것이다.


그러니, 치우는 게 당연히 마땅했다.


하지만 어떻게? 현재는 아수라교가 중원을 침공할 것이라는 걸 그 누구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단리세가를 치운다는 게 가능할까? 가능했다.


‘그러니 반년 후. 그때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몸을 만들고, 그리고 적어도 이단공엔 올라야 한다.’


그 반년 후,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단 몸을 만들어야 했다.

제 한 몸을 건사할 수 있는 몸을.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 뒤에 단리세가를 치우는 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간단했다.


“몸을 만든다.”


몸.

조금만 힘을 쓰면 픽픽 쓰러지는 이 몸을, 적어도 뇌기를 감당할 수 있게끔은 만들어놔야 했다.


삼단공(三段功).

그 단계에 이르러 몸이 재구성될 때까지는, 몸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일단,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했다.

그러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스륵,


남궁혁이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찌릿-!!


기다렸다는 듯이 몸 안에 있는 뇌기가 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익숙하다. 임마.”


이따위 뇌기가 주는 고통? 익숙했다.

눈앞에서 가족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 자신의 물렁한 선택으로 인해, 그들이 죽는 것과 멸망을 막지 못해 세상이 불에 타는 모습에 비하면, 모기 물린 것보다 가벼웠다.


그때였다.


“아, 맞다.”


방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열려고 하기 직전.

남궁혁은 그 움직임을 멈췄다. 그가 뒤를 돌아봤다.


반년 후. 일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선,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그의 시선이 누워있던 침상 옆. 자그마한 서탁 위로 향했다.


그곳엔 돌돌 말려 있는 서신 하나가 놓여있었다.


‘있네.’


저 안에 적혀있는 것.

그것이 자신의 예상과 완전히 똑같다면, 문제는 없었다.


저벅,


서탁 앞에 도착한 남궁혁이 그대로 서신을 집어 들어 펼쳤다.


촤륵-!


----------------------------------------


【신의 어르신께 연락이 왔다. 네가 약속했던 진맥을 받으러 오지 않아, 그분께서 직접오신다고 하더구나. 다만, 해야 하는 일이 있어 당장은 아니고, 반년 후. 육 개월 후에 가문에 직접 들르신다 하였다. 그러니 준비하고 있거라. 아, 그리고 말이다. 어르신께서 꼭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으셨다.】


---------------------------------------


아버지의 필체로 남긴 서신 뒤에, 겹쳐 있던 서신이 하나 있었다.

남궁혁은 그것을 그대로 펼쳤다. 이내.


------------------------------------


【꼬맹이, 감히 약속을 어겨? 반년 후에 보자. 버릇을 고쳐놓을 테니.】


-화종명


-----------------------------------


화종명.


신의에 이름이 적힌 서신을 본 남궁혁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큭, 하하하”


필체만 봐도 어르신이 얼마나 길길이 날뛸지 예상됐다.

당연했다. 원래도 바쁜 양반, 어르신께 한 번이라도 진맥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자가 아마 성 하나를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런 양반의 시간을 뺏어버렸으니, 약 오를만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뭐, 죽이든 말든, 알아서 하십쇼 어르신, 오기만 하면 되니까.”


남궁혁은 서신을 그대로 접었다.

그것을 다시금 본래의 자리에 내려놓은 그는 곧장 방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끼익-


밖으로 향하는 그의 입꼬리는 휘어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훌쩍 흘러, 남궁혁이 회귀하고 난 이후,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 *








반년 후.


겨울의 끝자락.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임에도.

끝이 다가오기에 투정이라도 부리듯, 바람이 서늘한 날.


툭,


“······후욱-!”


한 사내가 텅 빈 장원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윗옷을 탈의하고 있는 사내.


화아악-!


이 서늘한 바람에도 채 식지 않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그의 몸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깔끔했다.


뚝, 뚝,


땀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몸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오밀조밀한 근육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최적의 몸인 듯 보였다.


적어도 수 년은 단련해야 나오는 몸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내가 몸을 단련하기 시작한 것이 고작 육 개월이라는 것을 안다면, 모든 사람들은 까무러칠 게 분명했다.


육 개월만에 저런 몸을 만들었다고? 모두가 의심을 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가능했다.

그게 남궁혁이라면 말이다.


꽈악-,


“이제 좀 원하는 대로 움직이네.”


반년.

그 짧은 시간 안에, 최소한의 몸을 만든 남궁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럽진 않았다.

전 회차 때 만든 육체에는 한참이나 못 미쳤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최선이었다.


어떻게 이리 짧은 시간 안에 그는 이러한 몸을 만들 수 있었을까? 간단했다.


파지직-!


그의 몸 주위를 감돌고 있는 백색의 벼락.

몸 안에 깃들어 있는 뇌기가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몸 안을 휘젓는 뇌기가 끊임없이 근육을 자극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살기 위해 먹었던 영약 또한 그것에 더해 빛을 발했다.


“후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은 남궁혁이 작은 숨을 내쉬었다.

이내 그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


【이름 : 남궁혁 】


【나이 : 20 】


【성격 : 혼돈 선(善)】


【체질 : 뇌운지체(雷雲肢體)】


【특성 : 회귀공자(回歸公子)】


【무공 :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이단공(二段功) 상(上)】


---------------------------------


허공에 떠 있는 활자들.

그 활자들 중, 남궁혁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은 무공 쪽이었다.


“이단공이라,”


반년만에 이단공(二段功). 백색의 경지에 이르렀다.


흑색(黑色)의 경지. 벼락(雷)과 인간(人)이 서로를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백색(白色)의 경지, 인간(人)이 벼락(雷)을 몸에 받아들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말이 되지 않는 속도였다.

전 회차 때, 이 경지에 이른 것이 아마, 지금으로부터 오육 년 뒤였을 거다.

그런데 스물도 채 넘지 않은 이 시기에 이단공에 이른 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건, 당연히 특성.

회귀공자 때문이었다.


--------------------


【진화형 특성 : 회귀공자(回歸公子) 】


【현재 효과 : 회귀 전, 익혔던 것들에 대한 습득 속도가 빨라집니다.】


--------------------


익히면 익힐수록, 이 특성이 정말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쉬웠다.


“삼단공은 역시 무리였나.”


삼단공(三段功).


적색(赤色)의 경지. 인간(人)이 벼락(雷)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이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물론, 다가올 미래를 아는 만큼, 지금의 성취도 만족할 순 없었다.

그러나 말했듯,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왜냐고? 이제 곧 그 시간일 테니까.


그때였다.


“도련님.”


열려 있는 문 너머, 한 여인이 조심스레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금화였다.


평상시라면 이 시간에 절대 찾아오지 않을 아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어기고 찾아왔다면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가주님이 급히 찾으십니다.”


반년.

그 기다림의 끝을 알리는 때가 왔다.


‘드디어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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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제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24.09.15 786 14 10쪽
17 16. 용봉지회요? 거길 왜 갑니까? 24.09.14 743 14 10쪽
16 15.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거예요. 24.09.13 791 12 12쪽
15 14. 뇌인(雷人) 24.09.12 832 17 11쪽
14 13. 천뢰제왕검법(天雷帝王劍法). 뇌우(雷雨) 24.09.11 870 15 12쪽
13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1 13 12쪽
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7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4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5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1 16 10쪽
» 4. 준비 +1 24.09.02 1,082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5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50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800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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