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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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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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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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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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DUMMY

단리세가 가주전.


이른 아침.

문앞에 놓여있던 한 물건으로 인해, 가주전 내부엔 숨막힐 듯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


단리세가의 가주.

단리환중의 앞엔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상자였다.


하지만 그 안에 내용물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상자 안의 내용물.

기괴하게 혀가 축 늘어져 있는 수급. 목만 남은 단리명의 시체를 물끄러미 보던 단리환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싹 다 죽었다?”


“···예.”


상자를 가져온 수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무덤으로 갔던 인원 열 넷 중. 복귀한 인원은 고작 넷 이라고 합니다.”


“그 넷이 남궁과 백호검문이고.”


“···예.”


툭, 툭,


단리환중이 책상을 나지막이 두드렸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마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


다시금 침묵이 찾아왔다.


툭, 툭,


숨 막힐 듯한 그 침묵 속.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울려 퍼진 것이 얼마나 지났을까.


닫혀있던 단리환중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주작비문과 회심문. 그 두 곳은 처리할 때까진 계획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복귀한 인원 중, 그들은 없었으니. 그럴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이후에 변수가 발생했다는 소리다.”


“예. 그리고 그 변수는 십중팔구···”


“남궁혁. 그놈일 테고.”


단리환중과 수하는 마치 무덤 안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진지 아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안에서 벌어진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대화.


“오판이었나.”


가문의 자제가 죽었음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지극히 이성적이었다.

볼품없는 수급. 처참한 몰골로 돌아온 아들을 보는 단리환중의 눈은 아비의 것이 아니었다.


“충분하다 생각했다. 단리명. 첫째만큼은 아니나, 이놈도 뛰어난 축에 속했으니 말이다.”


“공자님과 같이 간 이들도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일류 턱걸이엔 발을 걸친 이들이었지요.”


“그래. 하지만 남궁혁은 버젓이 살아나왔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느냐?”


“······”


“절정. 놈이 고작 스물이라는 나이에 그 경지에 발을 들였다는 의미겠지.”


스물에 절정.

여태껏 천재라 불린 자들 중, 스물이라는 나이에 절정에 오른 이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 고금제일인을 꼽을 때, 손꼽히는 세 사람.

그들을 제외하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변수였습니다.”


“아니, 우리의 실수다.”


단리환중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와룡공자(臥龍公子). 희대의 천재라 불리던 놈이, 갑작스럽게 그리 모습을 감췄다면, 그 이유에 대해 다시금 한번 생각해 봤어야 했다. 십여 년 동안 잠잠하니, 내심 이 나도 그 소문을 거짓부렁 취급해 버린 것이지.”


“······”


“그 오만함이 꽤나 큰 손해를 불러왔구나.”


“하지만···, 문을 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거라 생각하느냐?”


단리환중의 시선이 단리명의 수급으로 향했다.


“남궁혁, 그놈이 내게 이걸 보낸 이유가 뭐라 생각하느냐?”


“······”


단리환중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축 늘어진 목 부분. 그곳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그가 슬며시 치웠다.


그러자, 흰 살가죽 위에 무언가로 지진듯한 흔적이 드러났다.


待.


기다림을 의미하는 글자.

그것을 본 단리환중이 피식- 웃었다.


“놈은 애초에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순순히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지.”


“하지만 어떻게···!”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지.”


스윽,


가주가 지진 듯한 상처 위를 스윽- 훑었다.


파지직-!


뇌기(雷氣).

인간이 다룰 수 없다고 전해지는 그 기운의 잔재를 본 단리환중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남궁혁.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 * *











한편, 그 시각.


단리환중과 그의 수하가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무렵.


그들을 그렇게 만든 남궁혁.


쿠궁-!!


“···후우”


그는 이제 막 무덤을 벗어나고 있었다.

낡은 문. 그 문 너머 다시금 밖으로 나온 그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힘드네.”


남궁혁의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당연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 그 몸으로 연이어 무리를 했다.


물론,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과거, 전 회차들에 비해서도 몸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뇌기(雷氣)란 말 그대로 인간이 다룰 수 없는 힘이었다.

이 체질을 고치고,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는 이상. 힘을 쓰면 쓸수록 몸에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년 동안의 준비.

최소한의 몸을 만들어 둔 덕에 저번처럼 픽- 쓰러질 일은 없다는 것?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선 빠른 속도로 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몸을 고치며, 적의 수를 망가뜨리는 것.

그것을 동시에 해야 했다.


그렇기에 이번 무덤 행을 무리해서라도 온 것이었다.

이번 무덤 행. 앞으로의 일을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선 필수였으니까.


남궁혁이 슬며시 허리춤을 쳐다봤다.


“창천검(蒼天劍).”



--------------------------


【창천검(蒼天劍)】


신선(神仙)이 자신의 힘을 담아둔 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


--------------------------


이번 무덤 행에서 반드시 얻어야만 했던 것이다.

짤막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전 회차. 99회차 때 경험으로 남궁혁은 알고 있었다.

이 검, 창천검은 뇌기를 사용할 때마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준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지는 모른다.


이 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 검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이가 무덤의 주인.


남궁세가를 세운 초대 가주. 창천무신(蒼天武神)이라는 것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물론, 전 회차 때 단리명. 그놈이 사용하긴 했으나, 설명에 적혀있는 대로 그놈은 제대로 쓰지 못했다.


검이 가진 능력을 십 분지 일도 이끌어 내지 못했으니까.


뭐, 그 얘기는 이쯤하고.


처음엔 의아했다.


창천무신.

가문의 선조이긴 하나 남겨진 기록이 별로 없는 분이시다.


아는 거라곤, 자신과 같이 벼락을 다룰 수 있다는 것과, 가문의 모든 무공을 만들었다는 것.

그 두 개뿐이었다.


어째서 그분이 가문이 아닌, 밖에다가 자신의 것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연처럼 자신에게 닿았는지. 그 이유는 100회차로 올 동안 한 번도 알아낸 적이 없었다.


아니, 알 수가 없었지.


‘전 회차에선 시간이 없었으니까.’


전 회차.

창천검을 얻은 것이 99회차 때가 처음이었다.


그 전엔 이 검의 존재도 몰랐다.

아마, 단리세가 쪽에서 아수라교에 넘겼겠지.


‘그리고 전 회차에서 창천검을 얻은 것도 지금으로부터 오육 년 뒤였고. 그땐 무덤이 아니라, 어딘가로 향하고 있던 단리명을 죽이고 빼앗은 거지.’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적어도 시간이 오육 년 앞당겨졌다.


적들의 계획을 망가뜨리며, 창천무신에 대한 것을 알아볼 시간 정도는 생겼다는 소리였다.


‘분명, 뭔가가 있어.’


창천무신.

인간의 몸으로 벼락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고 전해지는 이.

가문의 선조인 그의 흔적을 자신이 수습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거든.’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창천검과 창천무신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그거 말고도 무덤에서 가지고 나온 것도 있었으니까.


스윽,


다시금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남궁혁.

품속에서 빠져나온 그의 손엔 조그마한 병이 들려 있었다.


평범한 병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뭔지 안다면, 전 강호가 남궁혁에게 달려들 게 분명했다.


“공청석유.”


공청석유.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영약.

단 한 방울로 죽은 이도 되살릴 수 있다고 전해지는 천고의 영약이었다.


‘물론, 그건 좀 과장이긴 하다만.’


죽은 이를 되살릴 순 없어도. 그에 버금갈 만큼 엄청난 영약이라는 소리였다.

당장 취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취해선 안 된다.”


남궁혁은 그것을 그대로 품속에 집어넣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가 당장이라도 섭취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혁은 차가운 이성을 유지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먹였던 영약.

그것을 아직 다 소화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공청석유까지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뇌기가 아닌, 영약으로 몸이 펑- 터지겠지.’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선 안 된다.

나중에 섭취해도 늦지 않는다.


이번 무덤 행.

얻은 건, 공청석유와 창천검. 두 가지였다.


뭐, 짜잘한 영약들이나, 귀중한 물건들도 있었긴 했지만, 그건 이미 단리세가 측이 가져간 이후였다. 문밖에 있던 것들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이미 저 두 가지만으로 엄청난 이득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인가?”


남궁혁이 흘깃-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마, 지금쯤, 자신이 보낸 선물을 보고, 단리세가 측에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경계심도 올라갔겠지.

그러나 상관없었다. 애초에 의도한 바였다.


“최고의 상태, 만반의 준비 어디 한번 해봐.”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그 모든 것들이 통하지 않는 순간의 좌절감. 맛보게 해줄 테니.”


이제 자신 또한 그때를 위한 준비를 하러 가면 된다.

금화를 먼저 돌려보낸 이유.


의심 없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 시간을 활용하고, 놈들에 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제일 좋은 장소는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하오문(下五門). 오랜만에 가보겠군.”


하지만, 그곳으로 떠나기 전,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었다.


“이제 그만 나오시죠.”


남궁혁의 목소리가 산속에 나직이 울려 퍼졌다.

분명, 인기척 하나 없는 산속이었다.


그런데 누가 있다고, 갑자기 나오라는 것일까?

지나가는 산짐승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니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스륵,


언제부터 있었을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남궁혁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고 푸른 무복을 입은 사내.

가주의 그림자. 창영이었다.


“처음부터.”


“처음부터라,”


무뚝뚝한 창영의 눈에 일순 이채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빛은 금세 사라졌다.


“모시겠습니다. 돌아가시지요.”


의문. 궁금증.

그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로서 명을 따를 뿐이었다.


남궁류가 말한 대로, 남궁혁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

그것이 그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먼저 돌아가시죠.”


남궁혁은 창영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창영 또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주님의 뜻입니다. 아직 도련님의 몸···”


그때였다.


훅-!


남궁혁의 모습이 순식간에 창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저 애 아닙니다.”


그의 바로 뒤였다.


“······!!”


창영은 순간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놓쳤어?’


한순간이지만, 남궁혁의 움직임을 놓쳤다.

창영에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컸다.


‘······’


가문에서 수위에 드는 것이 자신이었다.

이런 자신이 예상치 못하게 움직임을 놓친 적. 단 한 번뿐이었다.


‘첫째 도련님.’


첫째.

현재, 중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린아(麒麟兒).

그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한 번이 추가 됐다.


“그러니, 안심하고 돌아가십쇼. 아버지껜 칠 주야 안으로 돌아간다고 대신 전해주시고.”


손을 흔들며 점점 멀어지는 남궁혁의 뒷모습.

그것을 보는 창영의 눈은 전과 달리 무감정하지 않았다.


“···남궁,”


기대감.

남궁혁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창영의 두 눈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다시금 피어오른 별. 찬란한 두 별로 인해 남궁이 다시 일어서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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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뇌인(雷人) 24.09.12 831 17 11쪽
14 13. 천뢰제왕검법(天雷帝王劍法). 뇌우(雷雨) 24.09.11 868 15 12쪽
13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1 13 12쪽
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7 17 11쪽
»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3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3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1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1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5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49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799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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