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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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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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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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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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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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DUMMY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이 어딜까?


그건 바로 개방(丐幇)과 하오문(下午門)이었다.


양지의 개방.

음지의 하오문.


각기 찾는 이유는 다르지만, 정보가 필요한 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이 두 군데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개방을 선호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곳인가.”


남궁혁의 목적은 개방이 아니었다.

구화산(九華山). 황산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산. 그 인근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하하하하, 먹고 죽자고!!


-대낮인데 뭘 먹고 죽어 이 양반아!!


겉으로는 주루의 모습이나, 실상은 하오문 지부 앞에 도착한 남궁혁이 슬며시 현판을 올려다봤다.


구화루(九華樓).


“맞네.”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맞게 찾아온 거 같았다. 구화루라는 이름. 하오문이 운영하는 주루 중 한 곳의 이름이었다.


맞게 찾아온 것을 확신했다면, 머뭇거릴 필요는 없었다.


끼익-,


남궁혁이 슬며시 문을 열었다.

오래된 것처럼, 녹슨 경첩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띠링-!


자그마한 방울 소리가 주루 내부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


-그만 마시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신명 나게 술판을 벌일 뿐.

그 누구도 남궁혁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좋네.”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오히려 이런 게 좋았다. 과한 관심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거든.


‘자, 그럼···’


남궁혁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의자. 그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점소이.


툭, 툭,


그에게 다가간 남궁혁이 점소이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그러자, 점소이가 부스스 눈을 떴다.


“···으응? 손님이신가요?”


여전히 졸음기 가득한 눈.


“편하신 자리 앉으세요, 금방 먹거리 좀 가져다드릴 테니···”


손가락으로 대충 안쪽을 가리키는 모습은 도저히 장사를 하고 싶은 이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텁-!


“···어라?”


엉기적엉기적 주방으로 향하던 점소이.

그를 붙잡은 남궁혁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가장 하품(下品)의 술 다섯 병. 있나?”


“······”


점소이의 눈이 돌변했다.

방금 전, 졸음 가득한 모습은 거짓말이었던 듯이, 그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른 쪽 손님이셨군요.”


점소이가 슬며시 안쪽을 쳐다봤다.

여전히 사람들이 신명나게 떠들고 있는 것을 본 그가 남궁혁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따라오시지요.”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곧장 그곳으로 향하는 점소이의 뒤를 남궁혁이 따랐다.


그런 그의 입가엔 한 줄기 미소가 걸려 있었다.


‘편하네.’


굳이 개방을 찾지 않고, 하오문을 찾은 이유.

바로 이것이었다.


개방은 그 누구라도 속속들이 파악하려는 반면,


암어(暗語). 그것만 알고 있다면, 하오문은 상대방을 알려 하지 않는다. 그저 거래할 뿐.


그렇기에 아주 딱이었다.


‘찾아주마.’


단리세가.

그들을 치울 수 있는 명목. 그것을 샅샅이 찾기엔 이곳이 아주 딱이었다.


물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


그것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꼭대기층에 다다랐다.

꼭대기 층. 맨 끝 방에 멈춰선 점소이가 가리킨 문.


‘자, 가볼까.’


끼익-,


남궁혁은 망설임없이 그 문을 열었다.


‘거래를 하러.’













* * *













철컥-!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 온 남궁혁.

그를 반긴 건, 한 중년인이었다.


“어서 오시지요.”


차가운 인상.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인상을 지닌 그가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시지요.”


“······”


남궁혁은 아무런 말없이 중년인이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이 근방에서 처음 뵙는 분인데, 꽤나 멀리서 오신 거 같습니다.”


중년인.

하오문 구화산 지부의 지부장, 종리명이 덤덤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후릅-, 달그락-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행위.

하지만 그러면서도, 종리명은 끊임없이 남궁혁을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로 저희 하오문을 찾아주셨는지요?”


“······”


남궁혁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종리명은 방 안으로 들어온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남궁혁의 모습이 의아했다.


‘뭐지?’


하오문을 찾아온 이들은 보통 자신을 마주한 순간,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사내는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기만 할 뿐, 그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그것이 의아하고 이상했다.

그때였다.


“가짜 지부장 행세는 치우고, 진짜 데리고 오는 게 어떻습니까?”


여태껏 아무런 말 하지 않고 있던 남궁혁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열린 입에서 나온 말이 놀라웠다. 가짜 지부장 행세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종리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무슨 소리 하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궁혁은 피식- 웃었다.


“당신 지부장 아니잖습니까.”


“무례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하신다면, 더 이상 고객으로 응대하진 못할 겁니다.”


종리명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남궁혁은 확신했다.


그가 주변에 널린 곳들을 내버려두고, 굳이 밖으로 나와 이곳에 온 이유.

그건 단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내 얼굴을 모를 리가 없거든.”


99회차.

자신이 멸망에 닿기까지, 무수히 많은 도움을 준 여인.


시작은 이 자그마한 지부에서 시작했지만, 끝내 여인의 몸으로 정보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영역에 들어선 이.


그녀가 지부장으로 있는 곳이 이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말이 없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내가 시기를 착각했나 싶었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건, 지금으로부터 오육 년 뒤.

오육 년이라는 시간이 앞당겨진 만큼, 그녀가 아직 이곳의 지부장이 되지 않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곰곰이 기억을 뒤집어, 생각해낸 과거의 기억.


-당신···, 당신이 정말 회귀자라면···, 다음이 마지막 회귀라면, 제일 먼저 날 찾아와 줘요.


-왜냐구요? 그럼 기쁠 거 같으니까. 그 수많은 회귀 속. 내가 당신의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되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러니, 날 찾아와요. 세상에 나오기 전, 난 항상 당신을 만났던 그곳에 있을 테니.


-혹시 모르잖아요? 당신이 회귀(回歸)를 겪는 것처럼, 나도 당신을 기억할 수 있을지.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도.

웃으며 자신을 찾아오라는 농을 건넸던 그녀.


그녀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세상에 나오기 전엔 이곳에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게 맞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왜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이 지부장.

아니, 지부장으로 위장한 중년인은 자신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게 일반적이었다.

자신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열 살 무렵이 마지막.


그 이후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물론, 단리목을 제압할 때, 잠깐 얼굴이 드러나긴 했으나. 그건 근처에 있던 자들만 흘깃- 봤을 뿐이었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과거 그녀는 자신을 만나기 전에도, 자신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남궁혁이 피식- 웃으며,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정보를 관리하는 자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면 안 되는 법.’


“정보를 관리하는 자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면 안 되는 법.’


‘드러난 과거로, 미래를 추측하는 것 또한, 정보를 다루는 제가 해야 할 일이죠. 그러니, 당신의 얼굴을 모르는 게 말이 안 되지 않겠어요?’


“드러난 과거로, 미래를 추측하는 것 또한, 정보를 다루는 제가 해야 할 일···”


그때였다.


“그러니, 당신의 얼굴을 지부장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맞겠죠.”


남궁혁이 하려던 말을, 문밖에 누군가가 가로챘다.

자연스레 남궁혁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철컥-!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열리는 문 너머.


또각,


“남궁세가의 둘째. 남궁혁.”


들어오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본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맞죠?”


여인.

하오문 구화산 지부의 진정한 지부장. 화월.


스윽,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얼굴은 남궁혁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비록, 면사를 쓰고 있었으나, 보이는 입가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

자신이 찾아온 그녀였다.


“맞습니다.”


지부장 행세를 하던 종리명이 화월의 뒤에 공손히 시립했다.

그 말인즉슨, 이제 진정한 시작이라는 소리였다.


그녀를 만난 건 반갑고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화월.

그녀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 하오문에서도 이단아라 불리는 그녀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선 그녀의 흥미를 사야 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럴 자신이 없다면 올 생각도 안 했다.


“그래서, 무슨 정보를 얻고 싶으신 걸까요?”


화월의 물음.

남궁혁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단리세가에 대한 모든 것.”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이라···”


“치부, 그들이 뭘 먹고 사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다.”


자, 이제 그녀가 할 말이 뭔지는 뻔하다.

대가. 그에 따른 대가를 원하겠지.


“음···”


화월이 나지막이 남궁혁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남궁혁은 자신이 가져온 대가. 그녀의 흥미를 끌만 한 것을 먼저 말하려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좋아요. 드리죠.”


“에?”


예상과는 다른 화월의 답에 남궁혁은 순간 벙쪘다.


“준다고?”


“네. 달라면서요?”


“······?”


이게 무슨 일이지?


“···대가, 대가는?”


분명, 정보에 따른 대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져온 대가를 듣기도 전에, 흔쾌히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아는 그녀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가요?”


화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그녀가 미소를 지었고.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화사한 미소.

화월의 말을 들은 남궁혁의 머릿속은 더더욱 복잡해졌다.


“당신, 얼마나 이곳에 머물 수 있죠?”


“······이틀. 길어야 사흘.”


“이틀, 이틀 안에 가져다 드릴게요. 그러니 푹 쉬고 계세요.”


화월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잠깐,”


남궁혁이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음? 왜요?”


“그럼 한 가지만 더, 혹시, 소호 근방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잠시 당황한 탓에, 모든 걸 말하지 못했다.

단리세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말한 소호 근방에 벌어지고 있는 일도 중요했다. 어쩌면 지금은 그게 본론이었다.


“···소호라,”


면사 너머, 화월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남궁혁을 빤히 보는 그녀의 눈은 어딘가 의미심장했다.


“······”


“······”


다시금 오가는 침묵.

이번에도 그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일단 알아보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그럼, 푹 쉬고 있으세요.”


철컥-!


화월이 그대로 방을 나섰다.

나가기 전, 그녀가 남궁혁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봤듯.


“······”


남궁혁 또한,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가 떠난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회귀 이후. 자신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그녀가 떠난 자리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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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8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4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5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2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2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5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50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801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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