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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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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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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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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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DUMMY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어떻게 되었느냐.”


“어떤 것을 물으시는 건지···”


고급스러운 방안.

지나치게 깨끗한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궁세가 쪽에 건넨 제안. 그쪽이 받아들였더냐?”


“아,”


차가운 인상을 지닌 중년인의 말에, 수하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막 연락온 바에 의하면,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호오,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였구나. 남궁류. 그자라면 신중히 생각할 줄 알았거늘.”


중년인.

단리세가의 가주, 단리환중이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년 전,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이긴 했어도. 여전히 의심은 하고 있을 텐데, 신기하군.”


“아무래도 믿는 거 아니겠습니까?”


“믿는다?”


“예.”


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오늘 새벽, 남궁세가에서 마차 한 대가 은밀히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엔 그 소문만이 무성한 둘째 공자가 타고 있는 걸로 추측되지요.”


“예상대로 흘러가는군. 보낼 사람은 그 둘째밖에 없을 테니.”


“예. 그래도 혹시, 그냥 포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보낼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자신 있는 것이겠지.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이.”


단리환중이 피식- 웃었다.

그대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가 창밖을 흘깃- 쳐다봤다.


“와룡공자(臥龍公子). 가뜩이나 몰락하고 있던 남궁이 모든 걸 쏟아부으며 키운 존재라는 소문. 그 소문이 어느 정도 진실이라는 것을 반년 전에 알게 됐지 않았느냐?”


“···예.”


“쓸모없는 아들놈이, 그때는 유일하게 쓸모가 있는 순간이었다.”


“······”


냉혹한 말이었다.

지금도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을 쓸모없다고 말하는 단리환중의 모습은 부모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더 자라기 전에 치워야하지 않겠느냐? 물론, 무덤을 여는 열쇠로 쓰고 난 이후에 말이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대놓고 죽여도 정말 되겠는지요?”


“대놓고라···”


창밖.

남쪽, 황산이 있는 쪽을 바라보던 단리환중의 입꼬리가 서서히 휘어지기 시작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 게다가 그것이 무덤이라면 더더욱.”


“······”


“설령 의심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상관없다. ‘남궁혁’ 그놈만 죽는 게 아닐 테니까.”


“목격자는 없어야지요.”


“그래. 우리의 힘으로 무덤을 열 수만 있다면, 이리 귀찮게 안 해도 되건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좋은 셈이지. 후에 거슬릴 싹을 미리 자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예.”


죽음.

두 사람은 남궁혁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황산 행, 누구의 것인지 모를 무덤에서 남궁혁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짓임을 들키지 않을 것을 그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그쪽에서 소식이 오는 대로 곧장 알리도록.”


“알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세상에는 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 * *










“도련님, 도착했어요.”


이른 새벽에 출발했던 마차.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달리던 마차가 붉은 노을이 질 무렵에 드디어 멈춰 섰다.


거대한 산 입구였다.


황산(黃山)이었다.


중원 오악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 위용만큼은 오악과 버금간다고 알려진 산이었다.


'오악을 보고 나면 산을 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을 보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만큼, 까마득한 높이를 자랑하는 산이었고.


끼익-,


어느샌가 마차에서 나온 남궁혁은 앞에 펼쳐진 까마득한 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제 봐도 높네.’


도교의 성지라고 불리는 산.

먼 옛날, 황산파라 불린 신비로운 문파가 터를 잡았던 곳은 오랜만에 봐도 까마득하게 높았다.


그렇다고 높기만 한 건 아니었다.


“신비로워요.”


고작 산 입구일 뿐이지만, 뭔지 모를 신비로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금화는 두 눈을 반짝이며 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올라가자.”


“네!”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아마 이미 저쪽에선 도착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느긋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저벅,


두 사람이 솟아오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산길을 오르던 도중.

금화는 문득 든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도련님, 이곳에 와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음? 그럴 리가.”


그렇다면 더더욱 의문이었다.


“그런데 되게 망설임이 없으시네요. 길이 생각보다 복잡한데도.”


“지도가 있으니까.”


덤덤히 답한 남궁혁이 품에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출발 직전, 가주, 아버지인 남궁류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그렇군요?”


그 사실을 몰랐던 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의문이긴 했다. 아무리 지도가 있다고 한들, 처음 가는 길을 이리 손쉽게 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금화는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도련님이라면,’


체질을 고치기 이전, 가문을 일으킬 희대의 천재라고 불렸던 이.

반년 전부터 어딘가 달라진 그라면, 뭐 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이 유지된 채로,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에 드리웠던 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달이 대신하게 된 그때.


“여기군.”


두 사람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있던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드디어 왔군.”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우리가 기다린 시간이 얼만데···!”


열 명이 조금 넘어 보이는 조촐한 인원이었다.

그 중, 밤임에도 눈에 훤히 뜨이는 붉은 무복을 입은 여인은 이제야 도착한 두 사람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흘깃- 쳐다본 남궁혁이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기다리라고 했나?”


“···뭐, 뭐요?”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고.”


“그게 무슨 태도···!”


“거기까지.”


곧장 언쟁이라도 벌일 것 같던 두 사람.

주작비문(朱雀匕文)의 여식, 적미령과 남궁혁 사이에 한 사내가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만나자마자 싸우지들 마시지요.”


끼어든 사내.

단리세가의 셋째. 단리명이 씨익- 웃으며 두 사람을 말렸다.


“···칫!”


그러자, 적미령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훽- 돌렸고.

남궁혁은 관심 없다는 듯이, 단리명을 쳐다봤다.


“몇 군데입니까?”


“남궁과 단리를 제외하면 세 군데를 불렀지요.”


단리명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차례대로 회심문. 주작비문, 백호검문. 안휘에 터를 잡고 있는 이들 위주로 불렀습니다.”


남궁혁이 모여있는 이들을 스윽- 훑었다.

다 한 번쯤은 들어본 문파였다. 남궁세가가 천천히 몰락하고,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가문들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회차든, 패기롭게 올라오던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지운 것처럼 말이다.


‘아직 미래가 달라지진 않았나 보군.’


오히려 이 세 명의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됐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미래가 아직까진 달라지지 않았다.


늦은 시점으로의 회귀.

그리고 빠른 성장 속도.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보아, 자그마한 행동으로도 변하는 게 미래였기에, 혹여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았다.


“그래서, 당장 들어가는 겁니까?”


“뭐,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단리명이 씨익- 웃었다.

그의 시선이 앞에 있는 낡은 문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근데, 이 무덤, 생각보다 별거 아닌 거면 시간 낭비, 인력 낭비 아닌가요? 그럼 여기까지 온 게 아까울 거 같은데.”


토라져 있던 적미령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랬다. 만약 단리세가가 아닌, 다른 곳이 이 무덤을 탐사해보자 제안했더라면, 아무도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의 무덤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덤.

굳이 적은 인원일지라도, 중요한 인원을 보내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왔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단리명 또한 그걸 알고 있었다.


“별거 아닌 건 아닐 겁니다.”


나지막이 답한 그의 손이 품속으로 향했다.

이내 품속에서 빠져나온 그의 손엔 둥근 환이 들려있었다.


남궁혁은 단번에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게 뭔가요?”


“음,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약입니다. 그것도 중품(中品)정도 되는 영약이지요.”


“······!!”


“중품이라 하면, 없어서 못 구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게 초반부에 있다? 안에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이 있을지 기대가 되지 않습니까?”


사람들의 눈에 탐욕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 누가 영약을 탐내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의아한 건 있었다.


백호검준의 자제. 백호준이 그것을 지적했다.


“근데 어째서 저희와 나누려는 겁니까? 단리세가라면 충분히···”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무덤. 영약이 굴러다니는 장소를 발견했다면 독식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단리세가는 같은 땅에 사는 이들에게 공유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슨 속셈일까?


“뭐, 천천히 탐사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무덤에 있는 게 뭔지, 누구의 무덤인지 알겠지요. 하지만, 굳이 저희가 독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땅 아래, 뭉쳐있는 우리가 더욱더 끈끈해진다면. 그것으로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모르는 지금. 저희 쪽에서는 굳이 인력을 더 투자할 필요도 없으니 좋기도 하지요.”


“···역시! 단리명 공자는···!”


적미령의 눈이 단번에 몽롱해졌다.

누가 봐도 반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남궁혁은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나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군.’


단리명의 말은 적절한 언사였다.

앞에 허울 좋은 말들, 믿기 어려운 말들을 늘여놓고, 뒤에 은근슬쩍 자신들이 무조건 적으로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는 걸 내놓으면,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 모여있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미 설득 당했다는 소리다.


‘괜히 저 나이에 안휘 제일 후기지수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지.’


명망(名望)과 언사(言辭)가 합쳐지니, 사람 몇몇 설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뭐, 남궁혁에게 이러한 것쯤은 별로 상관없었다.


“문은 이미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더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가 보실까요?”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


“좋아요!”


쿠구구궁-!!


앞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남궁혁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건 단리세가의 마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독식하기 위함도 컸다.


검(劍).

그리고 하나의 영약.


이번 회차엔 절대 놈들의 손에 들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귀찮게 빼앗을 필요 없이 말이다.


그렇기에.


“가자.”


사람들을 뒤따라 안으로 향하는 남궁혁의 입가엔 한 줄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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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3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4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1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1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5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50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800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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