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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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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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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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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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그거면 충분합니다.

DUMMY

“···정말 어둡네요.”


들어온 무덤 내부는 온통 어둠으로 가득했다.

야명주는 물론이고, 내부를 밝혀줄 만한 횃불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야만 하는 장소였다.


“어두울 수밖에.”


“무덤이 오래돼서요?”


“아니.”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이내 그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금화의 귀에 속삭였다.


“이미 다 꿀꺽했을 테니까.”


“···꿀꺽?”


“그래.”


남궁혁이 흘깃- 앞을 쳐다봤다.

온통 어둠만이 가득했지만, 그의 눈엔 앞서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하하호호 걷고 있는 이들.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떠들고 있는 이들을 본 그가 씨익- 웃었다.


“이미 단리세가에서 챙길 건 다 챙기고 부른 걸 거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세요?”


“저길 봐라.”


남궁혁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금화의 시선이 절로 그곳으로 향했다.


“보이느냐?”


“움푹 파진 흔적들만 있는데요?”


“거길 자세히 봐.”


“······”


금화가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반짝거리는 부스러기?”


“벽면에 박혀 있던 걸 강제로 떼어내면 저런 흔적이 남는다.”


어두컴컴한 무덤 내부.

반짝거리는 부스러기를 남길만한 것. 그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야명주.”


“그래.”


“도련님의 말대로라면 이 벽면 전체에 야명주가 박혀 있었다는 소리인가요?”


“전체는 아닐지라도, 내부를 밝힐 정도는 됐겠지.”


“그런데 도련님은 어떻게 그 사실을···”


금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릴 때부터 봤던 남궁혁은 열 살 이후 밖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잘 알고 있을까?


“책엔 없는 게 없지.”


남궁혁이 능청스럽게 금화의 의문을 받아넘겼다.

책. 늘 보았던 남궁혁의 방이 온통 책으로 가득한 건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느끼기론 이런 건 책으로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역시 이상해.’


반년 전 이후.

딴 사람으로 변모한 듯한 남궁혁의 모습.

금화는 역시 남궁혁에게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러나 전처럼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시비의 역할은 참견이 아니다. 그저 주인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무덤의 주인이 생각보다 잘 나갔던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아마도?”


그때였다.

두 사람 앞에 걷고 있던 이들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양쪽으로 나뉜 갈림길.

단리명은 어떻게 하겠냐는 듯이 남궁혁을 쳐다봤다.


“저희 측에서 탐사를 끝낸 곳은 여기까지. 여기까지 오는 길에 존재하던 함정 같은 건 진즉 치운 상태였지만, 이 앞엔 어떠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태지요, 남궁 쪽에선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중한 물음.

남궁혁은 간단히 답했다.


“나눠서 가시죠.”


“흠, 나눠서 말입니까?”


“예.”


“그럼, 인원은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지, 흠···”


단리명이 고민된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그에 반면 남궁혁은 이번에도 별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가벼이 말했다.


“백호검문에 백호준이라 했던가? 저 양반이랑 호위만 우리 쪽으로 주고, 나머지는 그쪽에서 데려가시죠.”


“흠, 두 사람? 정말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쪽은 고작 넷, 저희 쪽은 열 인데요.”


네 명과 열 명.

큰 차이였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갈림길을 건너야 할 땐 더더욱.


하지만 남궁혁은 상관없었다.


‘이래야 네가 생각대로 움직일 테니까.’


남궁혁이 어정쩡하게 서 있는 백호준을 쳐다봤다.

누가 봐도 남궁혁을 어려워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럴만 했다.


단리명.

그자가 남궁혁의 손에 반병신이 될 때. 그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 백호준이었다.


그렇기에 백호준은 남궁혁의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혹시,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였다.


“그럼, 형제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나머지를 데리고 오른쪽 갈림길로 가겠습니다.”


남궁혁으로 인해, 순식간에 인원이 분배되자, 단리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쪽 갈림길로 향했다.


“무운을 빕니다. 형제여.”


이내 단리명과 그를 따르는 무리는 순식간에 오른쪽 갈림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역겨운 놈이야.’


남궁혁은 피식- 웃으며 단리명이 사라진 갈림길 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안이 아닌, 입구 쪽에 묻어 있는 조그마한 무언가로 향해 있었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핏방울.

그리고 군데군데 파져 있는 구멍들.


누가 봐도 함정이 발동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는 소리는, 이미 누군가가 저 안쪽으로 이미 가봤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십중팔구 단리세가 측일 테고.


단리명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스스로 오른쪽 갈림길로 향한 이유. 그 이유를 남궁혁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도 가지.”


다가올 상황을 위해, 남궁혁 또한 왼쪽 갈림길로 걸음을 옮겼고.

그의 뒤를 금화와 어정쩡하게 서 있던 백호준이 따랐다.








* * *









“근데 도련님.”


“음?”


“그렇게 막 나아가시면 위험하실 거 같은데···, 제가 앞장설게요.”


왼쪽 갈림길로 들어온 남궁혁 일행.

금화는 앞서 걷고 있는 남궁혁을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남궁혁의 걸음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무엇이 깔려있을지 모르는 길. 단리벽의 말대로 함정이 가득할 수도 있는 곳을 건너는 것 치곤 너무 무모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 알고 있으니까.’


어디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미 한 번 경험해 봤다.


게다가 녹슬지 않은 기관들의 소리.

오래된 무덤이라기엔, 지나치게 깨끗한 그 소리를 모르고 지나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나머지는 의아한 얼굴로 남궁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그러나, 남궁혁은 그 의문을 딱히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굳이?


그때였다.


툭,


앞서 걷던 남궁혁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뒤따르던 세 사람 또한 자연스레 걸음을 멈췄고. 그런 그들의 앞엔 문 하나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건···”


크기가 그리 크진 않았다.

대충 성인 두 명을 합쳐놓은 듯한 높이의 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건, 문의 크기가 아니었다.

문에 새겨진 글귀였다.


【창천(蒼天)의 뇌운(雷雲). 그 자격을 갖춘 이의 피만이 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니.】


“창천의 뇌운···?”


남궁혁을 제외한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천의 뇌운.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혁은 아니었다.


씨익-,


‘두 번째네.’


전 회차.

이미 이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는 남궁혁은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준비를 할 차례였다.


“자···”


문을 보고 있던 남궁혁이 슬며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번쩍-!!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세 사람 앞에서 사라졌고.

그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곳은.


“······!!”


백호준과 그의 호위 앞이었다.

백호준은 갑작스레 거리를 좁힌 남궁혁의 모습에 크게 놀랐다.


그러나 곧 벌어진 상황은, 모두의 머리를 굳게 만들었다.


푸욱-!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가죽을 꿰뚫는 소리.

그것이 나지막이 울림과 동시에.


“쿨럭-!”


백호준이 돌연 피를 토했다.

그랬다. 자그마한 단검. 남궁혁의 손에 들려 있는 그 단검이 백호준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왜···, 갑자기 왜···”


백호준은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방금까지, 같이 길을 걷던 동료가, 왜 제 가슴팍에 단검을···?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돌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굳었던 이들.

백호준을 따라온 호위가 일그러진 얼굴로 남궁혁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감히!!!”


그러나, 그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텁-!


“꺼헉-!”


순식간에 목을 붙잡힌 그는 허공에 뜬 채로 발버둥 쳤고.

찰나의 순간, 남궁혁은 백호준과 그의 호위를 제압했다.


“이게! 이게 갑자기 무슨! 도련님-!!”


금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아니었다. 갑자기 공격이라니?


하지만, 남궁혁은 덤덤했다.


“백호준. 살고 싶지?”


“···그, 게 무슨.”


“살고 싶으면, 옆에서 죽은 척하고 있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말이야. 그래야만 안심한 놈이 알아서 술술 불 거거든.”


“······?”


“아프긴 할 거야. 근데 치료하면 전혀 지장 없을 테니, 걱정 말고···”


그리 말한 남궁혁이 백호준과 호위를 그대로 구석에 던졌다.


털썩-!!


“귀식대법. 펼칠 줄 아는 거 아니까, 죽은 듯이, 잠시만 조용히 있으라고.”


귀식대법.

말 그대로, 잠시나마 죽음으로 위장할 수 있는 대법 중 하나.

그것을 펼치라고 말한 뒤, 남궁혁은 금화를 흘깃- 쳐다봤다.


“······”


방금 전까지 굳어 있던 금화의 표정이 더욱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시비의 본분.

주인이 하는 일이라면, 의문을 가지지 않고 따른다.


챙-!


금화가 검을 뽑아 들었다.


푸욱-!


그리곤 머뭇거림없이 뽑아든 검으로 제 몸을 해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저희 둘만 멀쩡하면 안 되겠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남궁혁은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적어도 그것을 따라줘야만 했다.


“···미안해.”


“···믿겠습니다. 도련님.”


털썩,


금화가 그대로 문 앞에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다다다다닷-!!


누군가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

그것이 문앞에 가득 울려퍼지고, 그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욱, 후욱-!”


피투성이인 한 사내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왔군,’


피투성이의 사내.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이가 온 것을 본 남궁혁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건 찰나였다.


“어째서 그런 꼴로···”


남궁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피투성이 사내를 쳐다봤다.

그 목소리에 피투성이 사내. 단리명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함정, 함정에 당했습니다···!”


그랬다.

지금 보니, 단리명은 혼자였다. 게다가 이리 피투성이라는 뜻은.


“···당신만 살아남은 겁니까?”


“···예. 모두가 절 살리려다, 그만, 크흑-!”


단리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남궁혁의 눈엔 보였다.


스윽,


단리명.

그는 비통한 척, 눈을 가리며, 백호준과 금화, 그리고 호위를 순식간에 훑어봤다.


그리고 그들이 마찬가지로 피투성이인 채로 쓰러져 있는 걸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움직이는 것이 남궁혁의 눈에 선명히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금세 다시금 비통한 표정을 지은 단리명이 남궁혁에게 물었다.


“저분들도 다 함정에···?”


“···예, 마찬가지로 저를 살리기 위해···”


남궁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숙인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들려올 말을.


“······모두의 희생.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 방법이···”


“제가 압니다.”


단리명이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이내 그가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남궁혁에게 말했다.


“혹시 부축을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남궁혁이 단리명에게 다가갔다.

이내 어깨를 부축한 그가 단리명을 이끌고 문앞으로 향했다.


툭,


금세 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

문을 올려다보던 남궁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단리명에게 물었다.


“그래서 방법은?”


“방법이라···”


그때였다.

불편한 듯, 다리를 끌던 단리명.


그가 돌연 몸을 꼿꼿이 세웠다.


“방법은 간단하지요.”


이내.

옆에 서 있는 남궁혁. 그를 쳐다봄과 동시에 단리명이 씨익- 웃었고.


“당신의 피.”


번쩍-!!!


한 줄기 섬광이 남궁혁을 덮쳤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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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제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24.09.15 78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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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뇌인(雷人) 24.09.12 830 17 11쪽
14 13. 천뢰제왕검법(天雷帝王劍法). 뇌우(雷雨) 24.09.11 868 15 12쪽
13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0 13 12쪽
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4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7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999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3 19 12쪽
»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3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0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0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4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48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2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79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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