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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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작품등록일 :
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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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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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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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틀.


화월. 그녀와 약속한지 이틀이 지났을 무렵.


“······”


남궁혁은 구화루 꼭대기 층.

화월이 머무르라고 내어준 방 안에서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깐 이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화월을 만나고 난 직후.

남궁혁은 계속해서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화월의 행동. 그건 곰곰이 생각해 봐도 의문투성이였다.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리고 대가를 이미 받았다?’


하오문은 대가, 즉 조건만 맞으면 이유를 묻지 않고 상대에게 정보를 내준다.

하지만 자신은 대가를 건넨 적이 없었다.


이번 거래로 지불할 대가는 미래였다.

단리세가. 그들이 곧 지워질 거라는 미래 말이다.


물론, 믿고 말고는 그녀의 자유였다,

전적으로 그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화월이라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줄타기는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줄타기고 나발이고. 그 조건을 제안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아주 흔쾌히, 마치 자신이 내걸 조건이 뭔지 다 아는 것처럼 말이다.


‘······’


남궁혁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틀 내내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러니 내가 당신을 찾아온 거야.’


모든 회차를 통틀어 유일하게 속을 알 수 없었던 여인.

지금 그녀에 대한 생각을 더 하는 건 손해였다.

이틀. 그 정도면 충분히 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녀에게 부탁한 정보였다.


남궁혁이 세차고 고개를 털었다. 잡생각을 날려 보낸 그가 창밖을 쳐다봤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창밖에 보이는 하늘이 붉었다.

슬슬 약속했던 시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월은 약속 시간을 무조건 지킬 것이다.

그 말인즉슨, 곧 기다렸던 소식이 손에 들어온다는 소리였다.


그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똑- 똑-


누군가가 그가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들어오시죠.”


끼익-


허락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조심스레 열리는 문 너머.


“이틀만이네요.”


직접 찾아온 화월을 본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지.’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주. 지부장의 위치가 얼마나 바쁜지 대강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틀 전 보인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사람을 보내는 게 아닌, 직접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여지없이 맞아 떨어졌다.


“놀라지 않네요?”


화월이 싱긋- 웃었다.

이내 그녀가 덩그러니 놓인 책상 옆. 의자에 사뿐히 앉으며 말했다.


“제가 올 줄 예상하고 계셨나 봐요.”


“대강은.”


서로를 마주본 두 사람이 피식- 웃었다.

인사치레는 여기까지였다.


“말씀하신 것들이에요.”


두 사람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루주가 가져온 서류를 남궁혁을 향해 내밀었다.


텁,


두꺼운 서류 뭉치.

그것을 받아든 남궁혁이 곧장 그것들을 읽어 내려갔다.


-단리세가, 그들의 사업체···


-그들이 지닌 표국···


단리세가에 대한 평범한 정보들이었다.

다만, 그 깊이가 남달랐다.


‘역시 하오문인가.’


서류엔 그들이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가문의 인원 중 누군가가 어디를 나갔다가 왔는지, 그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런 방면에선 하오문을 따라올 세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많은 정보 속 제일 원했던 정보는 없었다.


‘소호. 그곳에 관한 정보는 없다.’


단리세가와 함께 부탁한 정보.

소호에 관한 정보가 서류에 적혀 있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이 한 부탁을 까먹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두 가지였다. 이상한 낌새를 찾지 못했거나, 일부러 숨기고 있거나.


‘후자다.’


전자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화월은 알고도 숨기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직접 물어볼 수밖에.

남궁혁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며 싱긋- 웃고 있는 화월과 눈이 마주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호(巢湖)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건 어떻게 됐습니까?”


“그거요? 음, 아쉽게도 못찾았어요.”


화월의 목소리에서 미안함이 느껴졌다.

부탁한 것을 찾아주지 못해 그런 걸로 보였다.

하지만.


스윽,


대답과 동시에 그녀가 머리를 살며시 쓸어 넘긴 순간.


‘알고 있네.’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화월 또한 무언가 실수했다는 듯이 멈칫했다.


저 머리를 쓸어 넘기는 버릇.

저건 그녀가 거짓말을 할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었으니까.


“이왕 알려주기로 했으면, 다 알려주시죠.”


“······후우,”


화월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아셔야 할까요?”


“예.”


“말 안 해준다고 해도, 무작정 찾아가시겠죠?”


“잘 알고 계시네.”


“······”


화월의 두 눈이 순식간에 깊게 가라앉았다.

면사 너머, 남궁혁을 보는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죽을 수도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지 않는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압니다.”


“그 몸, 그 상태로는 아직 무리에요.”


“알아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건가요?”


“예.”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데요?”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그가 화월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신기해, 마치, 정말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거 같지 않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하고, 딱딱 진행되는 대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 편한 대화.


이건 마치, 정말 전 회차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지금의 그녀와, 전 회차의 그녀는 같되, 다른 사람이었다.


“이유가 당신에게 중요합니까? 하오문은 고객에게 이유를 묻지 않을 텐데요.”


“······”


맞는 말이었다.

화월이 입을 꾹- 다물었다.


“······”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은 길지 않았다.


“위치만 알려 주시죠.”


“······소호를 중심으로 남서쪽. 호수와 인접한 자그마한 마을.”


“고맙습니다.”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그리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음에 다시 뵙죠.”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혁이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와 동시에 볼일을 끝낸 그가 미련 없이 방을 나섰다.


그에 반면 화월.


“······”


방안에 혼자 남은 그녀는 남궁혁이 나간 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엔 복잡미묘한 감정이 가득했다.











* * *








끼익-!


루주와의 대화 이후.

원하는 것을 들은 남궁혁은 빠르게 구화루를 벗어났다.


‘곧장 출발하자.’


그는 왠지 모르게 급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소호까지 최대한 빠르게 간다면 이틀에서 사흘 남짓.


창영에게 말했던 대로, 적어도 칠 주야 안으론 가문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출발 직전.


스윽,


남궁혁의 시선이 화월이 있는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과거, 그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당신, 만약 회귀하면, 제일 먼저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제일 먼저하고 싶은 일? 그야, 동생을 구하는 것이겠지.


-그건 늘 말했던 거고, 그다음은?


-그다음이라···. 그거뿐이지, 소호.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막는 것.


-어째서요? 그 일은 당신과 그리 연관이 없잖아요?


과거, 그녀도 지금과 같이 물었다.

어째서냐고,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답은 같다.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남궁(南宮).

그 이름을 짊어진 자로써,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세상엔 이유가 필요한 일도 있지만, 때론 이유가 필요 없는 일도 있지 않은가?

그저 해야만 하는 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런 일 말이다.


물론, 어줍짢은 협의지심만으로 가려는 건 아니었다.

그곳으로 반드시 가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소호에서 벌어지는 일. 그 일만 막으면, 훗날 놈들의 손에 죽을 이들의 숫자가 배 이상 줄어든다.’


아수라교(阿修羅敎).

99회차. 전 회차, 놈들을 끈질기게 파헤치다 알게 된 사건.


끈질기게 파헤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고 있을 이 사건은 훗날 거대한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안 되지.”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안 이상,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지 않겠는가?


놈들이 여태까지 치밀하게 굴었다면, 이제는 그렇게 둘 수 없다.


백번째 회귀.

그 수많은 회귀 속, 놈들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들은 반드시 깨부수고 말 거다.


그 시작이 단리세가였고.

소호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세상에서 감춰진 혈사였다.


단리세가 쪽 일.

무덤 쪽 일도 방해했으니, 이제 놈들의 계획을 부수러 갈 차례였다.


“자, 그럼 가볼까?”


남궁혁이 다시금 씨익- 웃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발을 박찼고.


그 순간.


파지직-!


“놈들의 계획을 방해하러.”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한 줄기 벼락이 번뜩였다.












* * *









한편, 그 시각.


솨아아아아-


자욱한 운무(雲霧).

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는 어느 한 동굴.


-끄아아아아아아악!!!!!


그 동굴 안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래서, 일의 진행 상황은?”


그 처절한 비명 속.

몸부림치는 이를 무덤덤하게 보며,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다 끝나긴 했습니다. 다만···”


“확인을 해봐야 한다?”


“예. 실험체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상급자로 보이는 이.

죽립을 푹- 눌러쓰고 있는 사내가 물끄러미,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쳐다봤다.


그때였다.


“제, 발! 제발 아이만은···!”


수척한 몰골의 한 중년 여인이 사내의 발에 매달렸다.

등 뒤엔 수많은 관들이 꽂혀 있었다.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그녀의 얼굴은 절박했다.


“······”


죽립 아래.

사내의 무심한 눈빛이 중년 여인에게 향했다.


“이 근방에, 은천(隱天) 놈들이 와 있다고 했던가.”


“예. 계속해서 저희를 찾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근방에 진 때문에 들킬 일은 없습니다.”


“열어줘라.”


“예?”


수하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열어주라고. 시험해볼 만한 놈들 필요하다지 않았느냐? 그놈들로 쓰면 되겠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계속해서 귀찮게 구는 놈들, 언젠가는 정리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중년 여인을 계속해서 내려다보던 사내의 입꼬리가 슬며시 휘어졌다.


“보고 싶구나, 과연, 자신의 손으로 제 아이를 죽인 부모는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구하러 온 자들이 속수무책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본 놈들의 얼굴이 어떠할지, 훗날 그 감정들이 실험체에 영향이 갈지, 궁금해졌다.”


“······”


악취미였다.

그렇기에 수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뒤로,


“안, 돼!!”


중년 여인.

일부러 정신을 온전히 남겨둔 실험체는 처절한 절규를 토해냈고.


“제, 발, 누, 가 우리 아이만, 아이만 제발···”


사내는 그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렇게 금세 시간은 흘러 이틀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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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천뢰제왕검법(天雷帝王劍法). 뇌우(雷雨) 24.09.11 868 15 12쪽
13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0 13 12쪽
»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7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999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3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3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0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1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4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48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2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798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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