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검게빛남
작품등록일 :
2024.08.30 11:31
최근연재일 :
2024.09.18 13: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0,357
추천수 :
323
글자수 :
109,335

작성
24.09.13 15:15
조회
790
추천
12
글자
12쪽

15.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거예요.

DUMMY

“당신이 왜 여길···?”


남궁혁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당연했다.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건가요?”


화월(花月).

구화산 지부에 있어야 할 그녀가 왜 지금 이곳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여기는 자신의 가문.

남궁세가였다.


비록 가세가 많이 기울었다곤 하나,

그렇다고 외부인이 막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곳이라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 장소.

이곳은 가문 내에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문 외부.

근처에 똑- 떨어져 있는 장소라고 봐도 무방했다.


굳이 남궁혁이 가문 내부가 아닌, 외부에 따로 떨어져 나와 있는 이유.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체질 때문이었다.


체질이 발작한 이후.

체내에 있던 뇌기(雷氣)가 제멋대로 밖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기에 체질을 고칠 방법도 찾을 겸, 남에게 피해가 가기 전에 스스로를 이곳에 가뒀다.

그러니 주변에서 인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외부인이 막 찾아올 수 있는 곳이라는 건 아니었다.

더더욱 어려웠다. 일단 이곳으로 오기 위해선 반드시 남궁세가를 가로질러야 했다.


‘금화도 눈치채지 못했다라.’


그리고 언제나 근처에 금화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사실상 외부인의 출입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화월은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뭐, 이 여자라면 가능할 수도.’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뭘까,’


나무 위.

싱긋- 웃고 있는 화월을 보는 남궁혁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도대체 뭘까.’


처음 만났을 그때.

그때부터 든 의문. 그건 지금 더더욱 심해졌다.


“왜 그렇게 봐요?”


“···음? 제가 어떻게 봤다고 그러십니까?”


“되게 수상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런 적 없습니다.”


남궁혁이 피식- 웃었다.

이내 고개를 저은 그의 눈은 원래의 나른한 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그때 거래는 분명 끝났을 텐데요.”


“거래는 끝났죠. 근데 재미있는 소식이 있어서요.”


“재미있는 소식?”


“네.”


화월이 싱긋- 웃었다.


“단리세가가 움직였어요. 그것도 은밀히.”


“단리세가? 아직 그들의 뒤를 캐고 있는 겁니까?”


“뭐···, 뒤를 캐고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더 이상 그들에 대해 파고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남궁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화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당신은 단리세가의 모든 걸 원했잖아요?”


그랬다.

남궁혁은 단리세가의 모든 걸 원하긴 했다.


하지만, 그걸 원한 이유는 그저 전 회차들과 지금, 단리세가가 달라진 것이 없나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백번째 회차는 전 회차들과 명백히 달랐기에.

자신의 사소한 움직임으로 미래가 바뀌지 않았나 해서 한번 확인해 본 거였다.


그렇기에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이상, 더 이상 그들에 대해 파고들 필요는 없다. 이미 놈들에 대해선 이가 갈릴 정도로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화월에게 말할 순 없었다.


“그놈들, 자신들의 뒤를 캐고 다니는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남궁혁이 화월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마, 이 이상 파고들면, 단리세가 쪽에서도 분명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화월에게 좋은 쪽이 아닐 거다.


“아무리 하오문이라고 할지라도, 더 이상 파고들면 놈들의 마수(魔手)가 뻗칠 겁니다.”


마수(魔手).

단리세가는 하오문을 건들지 못한다.


하지만, 아수라교는 하오문을 건드릴 수 있다.

이 이상 파고들면, 지금 정체가 알려져서 좋을 게 없는 아수라교가 먼저 움직일 거다.


그렇기에 남궁혁은 화월이 더 이상 파고들지 않기를 바랐다.


“저 걱정하는 거예요?”


“······”


그래, 걱정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모를까, 아직 이 시간대에 그녀는 그들에게 대항하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말은 반대로 나왔다.


“그럴 리가. 당신과 난 그저 거래관계에 불과합니다. 충고해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요?”


화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였다.


훅-


나뭇가지 위에 올라서 있던 그녀가 남궁혁 앞에 내려섰다.

마주 보게 된 두 사람.

면사 너머, 화월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 눈, 누가 봐도 걱정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


다시금,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

알 수 없는 감정. 숨겨뒀던 의문이 스물스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뭐냐,’


앞에 있는 화월에게서 왠지 모를 지독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이 익숙함은 전 회차에서 자신이 그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


저벅,


화월이 남궁혁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당신,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


화월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가 가까워질수록, 남궁혁, 그의 마음에 피어오른 기시감은 더더욱 심해졌다.


“당신, 원래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왜일까,

어째서, 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왜? 분명,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데 말이다.


사실, 마음속엔 이미 한 가지 가정이 들어서 있었다.

다만, 남궁혁은 그것을 부정할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툭,


어느덧 코앞에 멈춰 선 화월.

그녀가 환히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정말 불가능할까요?”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는 순간.

남궁혁의 두 눈은 이내 완전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과거의 기억이었다.


-회귀(回歸), 홀로 정해진 미래를 바꾸는 것. 그저 보기엔 달콤해 보이는데, 실상은 얼마나 외로울까요?


-만약, 당신의 그런 희생,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면, 적어도 그 외로움이 덜어지진 않을까요?


그녀의 목소리.

그때 자신을 위로해주던 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생생했다.


회귀(回歸).

죽으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그 말은 사실 쉽사리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은 말이었지.


하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었고, 믿었다.


-다음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면, 힘든 시간을 버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가령, 누군가가 당신의 지금 모습을 기억한다던가, 하는.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구요? 후후-, 저도 그래요.


-만약 그런 일이 정말 벌어진다면, 우리 알아볼 수 있는 표식같은 걸 만들까요? 가령···



그때였다.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거예요. 알죠?”


상념에 잠긴 남궁혁을 보고 싱긋- 웃은 화월.

그녀가 슬며시 면사를 들어 올렸다.


“원래 보여주는 거 싫어하는 거 알죠? 특별히, 당신에게만.”


그 행동은 두 사람에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큭,”


멍한 눈으로 화월을 보던 남궁혁이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


화월 또한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서로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월(月).”


“네.”


두 사람은 굳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지 않았다.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감당할 준비는 됐습니까?”


“언제든지.”


“위험할 겁니다.”


“알아요.”


“죽을 수도 있어요.”


“이미 한번 죽어봤는걸요.”


두 사람의 입꼬리가 동시에 휘어졌다.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씨익- 웃은 남궁혁이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화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장 움직일 생각 아니었어요?”


“어차피 단리세가 쪽에서 움직였다면서요? 급한 건 그쪽일 겁니다. 굳이 먼저 움직일 필요 없습니다.”


“음?”


“그러니, 월, 몸조심 해요. 물론,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구해주긴 할 테지만.”


화월에게 나직이 경고의 말을 남긴 남궁혁.

그는 그대로 두 눈을 감았고, 그런 그의 입가엔 한 줄기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한편. 그 시각.



안휘, 부양현에 위치한 단리세가.


“······”


여느 때처럼 쌓여있는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단리환중.


스윽, 스윽,


그의 붓 굴러가는 소리만이 고요한 집무실 내부에 울려퍼졌다.

조용했다. 그리고 어딘가 싸늘했다.


지나치게 넓은 집무실.

그 안에 단리환중, 그만이 홀로 있어서 그런 것일까? 공허하고 싸늘한 분위기만이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야, 여전히 바쁘시구만?”


분명, 단리환중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던 집무실 안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단리환중에겐 몹시 익숙한 것이었다.

단리환중의 고개가 슬며시 들렸다. 이내 그의 눈에 보이는 한 사람.


“여어. 오랜만이야.”


긴 머리를 대충 묶은 이.

얼굴을 가로지르는 큰 상처가 있는 사내를 보며 단리환중은 나직이 말했다.


“이리 찾아오지 말라 했을 텐데.”


“나도 귀찮게 찾아오고 싶지는 않다고? 그런데 어째?”


사내.

아수라교, 제일(第一) 선봉대 소속, 수천(水天)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 녀석이 시킨 일을 제대로 못 하는걸.”


“······”


단리환중이 아무런 말없이 수천을 쳐다봤다.

그럴수록 수천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이내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은 단리환중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변수가 생겼을 뿐이다. 머지않아 처리할 생각이다.”


“그렇겠지. 철저한 네 성격상, 반드시 처리하긴 하겠지. 그런데, 아쉽게도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말이야.”


“···시간?”


“그래.”


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거든. 단리세가, 아니 우리의 뒤를 캐고 다니는 하오문의 날파리와, 본래 우리가 회수했어야 할, 검(劍). 그걸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해 오라고.”


“······”


“대장이 화가 좀 많이 났어. 검을 뺏긴 것도 모자라, 실험 막바지였던 강시 쪽, 한 군데도 초토화 되어 버렸으니까. 큭큭,”


“···그놈이 한 거라는 증거는 없다.”


“증거? 있던데?”


수천이 씨익- 웃었다.

이내 그는 허공에다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렸다. 그 모양은 마치 하나의 벼락처럼 보였다.


“뇌기(雷氣). 아직 미약하긴 한데, 그 기운의 잔재는 분명 남궁(南宮)의 것이었거든.”


“······”


“도대체 우리가 수백 년에 걸쳐서 없애버린 걸, 복원시킨 건지는 모르겠는데, 알잖아? 남궁이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그러니 대장도 빨리 지워버리는 게 낫다 싶은 거지.”


“그래서 네놈이 온 거다?”


“그래. 당분간은 네 가문 행세 좀 한다? 그놈 잡을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이리 급하게 움직였다간, 들킬 수도 있다.”


“여차하면, 대장이 그냥 버리라고 하더라.”


“···버려? 이 가문을?”


“정확히는, 사도천 쪽에 붙으라고 하던데, 어차피 단리세가, 이도저도 아닌 쪽이었잖아? 사도천 쪽도 영역을 넓히고 싶어 하니, 사고쳐도 안 받아주진 않을 걸.”


“······”


단리환중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내 그가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후우···,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골치가 아파졌군.”


“그러니까 말이야. 그럼, 할 얘기는 다 했으니 간다.”


수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리고 일은 곧장 시작할 거니까, 알아두고.”


나지막이 말을 남긴 그의 신형이 단리환중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고.


“······쯧,”


집무실에 홀로 남은 단리환중.

그가 혀를 차는 소리만이 내부에 나직이 울려퍼졌다.





그렇게 금세 나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궁세가 회귀공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3: 23분 / 19화 일부분이 수정됐습니다. 24.09.17 19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9.09 42 0 -
공지 (수정) 매일 13시 20분에 뵙겠습니다. 24.09.03 626 0 -
21 20. 남궁린(南宮麟). NEW 5시간 전 283 12 13쪽
20 19. 잘 봐라. 이게 네가 나아가야 할 길이니. 24.09.17 601 15 13쪽
19 18. 뭐해요? 안 잡아가고? 24.09.16 689 12 14쪽
18 17. 제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24.09.15 786 14 10쪽
17 16. 용봉지회요? 거길 왜 갑니까? 24.09.14 743 14 10쪽
» 15.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거예요. 24.09.13 791 12 12쪽
15 14. 뇌인(雷人) 24.09.12 831 17 11쪽
14 13. 천뢰제왕검법(天雷帝王劍法). 뇌우(雷雨) 24.09.11 870 15 12쪽
13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1 13 12쪽
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7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3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4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3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1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1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5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50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800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