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회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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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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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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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지독한 함정

DUMMY

이틀 뒤.


바스락,


초목들이 우거진 숲속.

왠지 모르게 물기가 가득한 그곳.


“분명 이 근처일 텐데.”


소호 근방에 도착한 남궁혁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물비린내.

축축한 물기. 우거진 초목들.


이 모든 것들은 전 회차에 발견한 놈들이 남긴 기록 속에 장소와 완전히 일치했다.

화령이 알려준 장소도 이곳이었다.


그 말인즉슨, 잘못 오지는 않았다는 건데,


“···흠,”


하지만 벌써 반 시진째, 주위만 뱅뱅 돌고 있었다.

마을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찾아온 것인가?’


긴가민가했다.

직접 와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러했다.


말했듯, 이 소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게 된 건 전 회차였다.

그전까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조차 못했다.


그만큼 놈들은 치밀했다.

놈들에 대해 깊게 파고들다 우연히 발견한 기록이 아니었더라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거다.


아수라교(阿修羅敎).


치밀한 놈들이 중원에 심어둔 재앙의 씨앗.

그것이 피어나기 전에, 제거해야 했다.


남궁혁이 슬며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


기록 속.

실험의 마지막 날은 보름달이 뜬 밤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남궁혁의 눈에 비친 달의 모양은 몹시 둥글었다.


“숨었다면, 찾는 수밖에.”


아수라교.

애초에 치밀하고, 치밀한 놈들이 대놓고 일을 벌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환영진이 펼쳐져 있을 거라고는 대강 예상했지.”


예상한 상황.

무작정, 대뜸 이곳을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남궁혁이 슬며시 두 눈을 감았다.


솨아아아-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

자연스러웠지만, 어딘가 이상한 그 흐름.


“찾았다.”


그 일정하지 않은 흐름을 찾아낸 남궁혁이 씨익- 웃었다.

저기였다.


스릉-,


남궁혁이 허리춤에 걸려있던 창천검을 뽑았다.


창천검(蒼天劍).


이것을 얻으려고 무리했던 이유.

그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숨은 놈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바로 이렇게.”


파지직-!


창천검(蒼天劍).


창천검은 말했듯, 단순한 검이 아니었다.

신선의 힘이 담긴 이 검의 효능은 단순히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감당해주는 것만이 아니었다.


삿된 것을 정화시키는 힘.

그것이 창천검에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인즉슨,


“꼭꼭 숨어라···”


환영진.

아수라교가 펼친 그것은 자신의 앞에서 무의미하다는 소리였다.


백색의 검기가 둘러진 창천검.

남궁혁이 씨익- 웃으며 그것을 그대로 휘둘렀다.


“머리카락 보일라.”


그 순간.


쩌저저적-!!!


분명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갈라졌다.

그리고 이내.


쨍그랑-!


무언가 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공간이 부서졌고.

그 너머, 남궁혁이 그토록 찾던 마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음?”


하지만 드러난 마을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다.


타닥, 타닥,


무언가가 휩쓸고 간 듯, 마을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군데군데 타다만 잿더미들과 꺼지지 않은 불꽃들이 즐비했다.


또한 지나치게 썰렁했다.

사람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텅 비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텅빈 그곳 군데군데 검을 찬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누가 봐도 무인(武人)임을 알 수 있는 시체.


그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은 남궁혁에게 몹시 익숙한 것이었다.


“은천(隱天).”


은천(隱天).

그들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한다. 아수라교와 마찬가지로 음지에 숨어있던 세력이었다.


적이 아니라는 것.

그들 또한 아수라교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 그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 말인즉슨.

그 은천의 소속된 자가 이리 시체로 변해있다는 소리는, 맞게는 찾아왔다는 소리였다.


은천이 있는 곳에 곧 아수라교가 있다는 소리니까.


다만,


“좀 늦은 거 같군.”


콰아아아앙-!!


조금은 늦은 거 같았다.

인근.

근처에서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 이건 누가 봐도 아수라교와 은천이 부딪히고 있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번쩍-!


남궁혁의 몸이 순식간에 한 줄기 섬광으로 화했다.


섬광으로 화한 빛줄기.


그 빛줄기가 향한 곳은 소음이 들려온 곳이었다.










* * *









거대한 호숫가.





“대장님! 너무 많습니다!!”


새하얀 도복.

은천(隱天)이라는 글자가 가슴팍에 각인되어있는 옷을 입고 있는 사내가 누군각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알아, 임마.”


풍성하게 기른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사내.

꽤나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내가 앞을 보며 인상을 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 개새기들 진짜.”


앞에 가득한 사람들.

무표정한 얼굴. 삐걱거리는 움직임.


텅-!!


“검이 들지 않습니다!”


“검기가 아니면 벨 수도 없습니다! 대장!”


그리고 평범한 도검(刀劍)이 먹히지 않는 몸뚱어리.


강시(僵尸).


존재해서는 안 되는 마물을 본 사내.

걸치성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아, x 팔, 진짜, 너네 진짜 사람 새끼들 맞냐?”


아수라교(阿修羅敎).

이 미친놈들이 기어코 만들어서 안 되는 마물을 만들었다.


그것도, 평범한 양민들로 말이다.


“같은 피가 흐르니, 사람이 맞지 않겠느냐?”


“사람은 개뿔, 악귀도 네놈들 보단 덜 악(惡)할 거다.”


아수라교.

다시금 생각이 들지만, 정말 상종도 못 할 곳이었다.

반드시 없애야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당장 눈앞에 풀어나가야 할 난관이 산더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이대로 어영부영하다 죽을 테냐? 아니면···”


“······”


“이 불쌍한 양민들을 너희들 손으로 죽이고 살 방법을 찾을 것이냐?”


걸치성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저 빌어먹을 아수라교 놈들을 짓뭉개고 싶었다.

그러려면 놈의 말대로 강시로 변한 양민들을 뚫고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놈들이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장님!!”


곳곳에서 들려오는 수하들의 다급한 비명.

수하들을 살리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단 하나뿐이었다.


“···검기(劍氣). 검기 써.”


걸치성의 목소리가 호숫가 주변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은천 소속 무인들의 검에 영롱한 검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아수라교 사내가 씨익- 웃었다.


“또,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인가? 후후, 살릴 방법은 모색하지 않고, 바로 죽이려 하다니, 너희들도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다 하지 않았느냐.”


“강시(僵尸), 네놈들의 손에 그 마물이 되어버린 이상, 이지를 잃어버린 괴물이 되어버린 이상, 죽음만이 그들을 위한 길일 뿐이야.”


“후후-, 이지를 잃어버린 괴물이라···, 그럼, 이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괴물이 아닌 건가?”


“···뭐?”


걸치성은 순간,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웃고 있는 아수라교의 사내. 그는 마치 곧 벌어질 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내 아이···”


강시들 틈 속.

수십에 달하는 그 틈바구니를 뚫고 나온 한 중년 여인.

그 여인을 본 걸치성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내 아이는 어딨지요···?”


“이 개새끼들이 진짜!!”


푸른빛이 감도는 새하얀 피부.

경직된 근육의 움직임. 일반적인 강시와 똑같았다.


하지만, 중년 여인은 일반적인 강시가 아니었다.

말, 말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를 찾는 목소리에선 짙은 슬픔이 배어 나오고 있었으며, 걸치성을 보는 눈동자엔 명백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선을 넘을 셈이냐!! 네놈들은 도대체-!!”


“후후, 선이라니, 선 또한 인간이 그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 아닌가.”


“이 개새끼가-! 말이면···!”


“우리의 역작이지. 수년의 노고가 담긴 작품이야. 자, 어떻게 할 것이냐? 너는 과연 벨 수 있겠느냐? 이 불쌍한 여인을?”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아수라교의 사내.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데리고 왔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와 동시에.


“어, 엄마···”


한 아이가 전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조그마한 아이였다. 이제 겨우 예닐곱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이.


그 조그마한 아이가 중년 여인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진짜, 이 미친새끼들···”


한눈에 봐도 무슨 상황인지 눈에 그려졌다.


“자, 어떻게 할 것이냐? 너는 저 불쌍한 여인을 죽일 수 있겠느냐? 그것도 아이의 앞에서? 부모를?”


“······”


말 그대로 악취미였다.

은천이 아수라교에 대해 잘 알고 있듯, 아수라교 또한 은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수라교 사내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은천이 그 어떠한 선택도 못할 걸 알기에,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평생을 후회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몹시 즐거웠다.


그때였다.


“엄, 마. 나야, 나···”


어느새 아이가 여인에게 다다랐다.

어미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은 물기로 가득했다.


아이의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 내 아이야···”


주르륵-


앞에 있는 아이를 보는 어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앞에 있는 것이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어미는 알았다.


하지만 어미의 의지를 몸은 듣지 않았다.


꽈악-!!


“어, 엄마···”


어미의 손이 아이의 목을 옥죄었다.

어미의 손에 목이 졸린 아이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어미의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주르륵-,


“아, 안돼-! 내, 내 아이··· 내 아이를 제발 살, 살려줘요···”


붉은 눈물.

어미의 마음을 보여주듯, 새빨간 눈물을 보며 아수라교 사내는 씨익- 웃었다.


“너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빠르게 선택해야 할 것이야.”


“······”


꽈악-!!


걸치성을 비롯한 은천 무인들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의 검에 피어오른 검기가, 그들의 마음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가 그런 그들의 죄책감을 부채질했다.


“엄마, 불쌍, 한 우리 엄마를··· 제발, 누가 구해주세요···”


어미의 손에 죽어가고 있음에도.

점점 강해지는 어미의 손아귀 힘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음에도.


아이는 간절히 바랐다.

자신의 목숨이 아닌,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어머니를 누군가 구해주기를.


어린아이는 자신의 목숨을 살피지 않았다.

그저, 어미가 살기를 바랄 뿐이었다.


꽈악-!


걸치성과 은천 무인들이 이빨을 꽉- 깨물었다.

간절한 아이의 바람. 그들은 아이의 바람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건 지독한 함정이었다.

아이의 앞에서 부모를 죽이거나, 부모가 아이를 죽이는 것을 두 눈 뜨고 보거나.


그 어느 것도 양자택일 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 은천의 성격을 알고 있는 아수라교가 파놓은 지독한 함정이었다.


그것을 아이라고 모를까?


“제, 발, 흐윽···”


아이는 총명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이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욕심을 내는 것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여인이 아이의 부모였기 때문이었고, 아이가 여인의 자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노예라도 될 게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으니···,’


아이는 바랐다.

자신이 어떻게 되도 좋으니, 제발 누가 자신들을 구원해주길.


그것이 욕심이라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아이는 바랐다.


“······”


“······”


전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우리의 걸작은, 이 의식을 통해 더더욱 완성될 것이야. 후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이의 웃음만이 전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무력감.


은천 무인들은 지독한 무력감과 죄책감.

그리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아이는 기도했다.


‘제가, 제가 죽어도 좋으니, 제발···’


그리고 마침내.


“내가 이래서 너희 같은···”


하늘에 아이의 간절한 바람이 닿았다.


번쩍-!!!


한 줄기 벼락.


콰가가가가강-!!


“개새끼들이 싫어.”


엄청난 빛.

눈부신 백색 빛을 품은 벼락이 전장에 그대로 내려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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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제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24.09.15 786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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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지독한 함정 24.09.10 893 13 12쪽
12 11. 해야 하는 일이니까. 24.09.09 955 13 11쪽
11 10. 대가라면 이미 받았어요. 24.09.08 988 17 11쪽
10 9.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인 거 같구나. 24.09.07 1,001 15 12쪽
9 8.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24.09.06 1,034 19 12쪽
8 7. 그거면 충분합니다. +1 24.09.05 1,045 15 12쪽
7 6. 내가 기다리라고 했냐? +2 24.09.04 1,045 17 11쪽
6 5. 황산에서 발견된 무덤. +3 24.09.03 1,122 16 10쪽
5 4. 준비 +1 24.09.02 1,082 18 10쪽
4 3. 버릇없는 놈을 훈계한 것뿐입니다. +1 24.09.01 1,126 19 10쪽
3 2. 남궁혁 +1 24.08.31 1,250 19 13쪽
2 1. 회귀(回歸) +1 24.08.30 1,414 15 11쪽
1 0. 서(序) +1 24.08.30 1,801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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