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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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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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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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전투 (2)

DUMMY

어둑시니.

어둠이 탄생시킨 공포.

바라보고 있으면 점점 그 어둠이 커져, 사람을 해한다는 요괴.


금돼지.

욕심에서 태어난 공포.

식인과 겁탈을 즐긴다는, 상스럽고 천박한 요괴.


모두 현 퇴마계(退魔界)에서 1급 요괴로 분류되며, 그 강함은 자세히 밝혀진 바 없다.

과거 특급 퇴마사 한 명이 전투 중에 금돼지에 의해 살해당했었다는 정보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 특급 퇴마사를 죽인 전적이 있는 금돼지를 비롯해, 어둑시니도 함께 전이안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열쇠다···. 열쇠구나···!! 근데 여자가 아니네···. 쳇, 좀 아쉬운데.”


“네 욕정 따위보다 훨씬 귀한 거야. 기뻐하라고.”


여유가 넘치는 두 1급 요괴.

반면에 전이안의 목은 사막처럼 빠르게 건조해졌다.


‘1급 요괴. 그것도 두 명이나···. 그보다, 열쇠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새로운 의문점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전이안은 상대 몰래 소매 속에 숨겨둔 참새에 마력(魔力)을 불어넣었다.

서울 전역에 있는 모든 퇴마사에게 이 긴급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


“잠깐만. 밑장빼기냐?”


눈을 깜빡하지도 않았다.

줄곧 금돼지와 어둑시니를 응시하고 있었던 전이안이다.

그러나, 금돼지는 어느새 전이안 바로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참새를 품은 그의 오른 손목을 붙잡은 채로.


“동네방네 소문냈다간 팔 한 짝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금돼지.

그는 전이안이 품고 있던 참새를 가차 없이 빼앗아, 손으로 짓뭉개버렸다.


“또 이 참새군. 꼴도 보기 싫은 거.”


“금돼지, 너무 흥분하진 마. 귀중한 열쇠니까 큰 손상이 가서는 안 돼.”


껄렁이는 태도의 금돼지를 나무라는 어둑시니.

이에 구시렁대는 금돼지.

확실히 본인들의 강함을 알고 있는지, 그 여유는 감히 오만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오만함은 전이안에게 기회를 주었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사(巳).”


전이안의 왼손에서 뻗쳐나간 두 마리의 거대한 요괴 뱀.

하나는 바로 옆에 있던 금돼지를, 또 다른 하나는 정면에 있던 어둑시니를 빠르게 덮쳤다.

전이안은 그 틈에 광장에서 빠져나고자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새를 소환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1급 요괴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다.


“무염지욕(無厭之慾)!!”


순간, 주변의 지면이 금빛으로 변하며 처음 보는 영역이 생겨났다.

금빛 영역의 끝에는 수많은 금색의 돼지머리가 영역 내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이 금색의 옥타곤은?’


“도망가려 해도 소용없다. 나를 기준으로 반경 100m는 내 영역이니까.”


살을 찢은 소리와 함께, 요괴 뱀의 사체를 뚫고 나오는 금돼지.

그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전이안을 비웃었다.


“무염지욕(無厭之慾). 내 요술(妖術)이다. 나를 포함해 금색으로 칠해진 영역 안에 갇힌 존재들은 영역 밖으로 나가게 될 시 즉시 사망~! 뭐, 어차피 영역 안에 있는 나는-”


전신에 금빛의 아우라가 생기기 시작하는 금돼지.

그의 코도 돼지코로 변하고, 상체에서 금색 털이 나기 시작하며 그의 상의도 찢어졌다.


“내가 씹어먹고 겁탈한 인간 놈들의 수만큼 마력(魔力)이 더해지니까 무적이나 다름없어-!!”


칠흑 같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을 향해 포효하는 금돼지.

인간 형태의 맹수가 있다면, 딱 지금의 금돼지와 같은 모습일 것처럼, 그의 자태는 치명적으로 위협적이었다.


“신났네.”


어느새 전이안이 소환했던 요괴 뱀의 몸 위에 서 있는 어둑시니.

그의 외견에는 마땅한 변화는 없었다.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뱀의 위에 서 있었고, 뱀 또한 마땅한 외상 없이 쓰러져 있었다.


‘저거 또한 요술(妖術)이겠지. 하여튼, 이놈이고 저놈이고···.’


물러설 길이 사라진 전이안.

참새마저 잃었고, 금돼지의 무염지욕(無厭之慾)에 갇혀버린 이상, 이 안에서 끝을 봐야 한다.


‘괜히 아저씨가 나를 이리로 보낸 게 아니구나.’


천천히 양손을 풀며 전투 태세를 갖추는 전이안.

그런 그를 바라보며 더욱 거세게 흥분하는 금돼지.


“녀석의 몸이 목적이다, 금돼지. 시체를 온전히 남겨야 해, 먹지 말고.”


“알고 있다고-!! 넌 그 빌어먹을 년에게 전달할 시체들이나 운반해! 열쇠는 내가 두들겨 팰 거니까!”


“진작에 2급, 3급 요괴 놈들을 시켜 운반 중이야. 주변 일대에 매복도 시켜놓았고. 열쇠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 무조건 성공시키자.”


“오냐~!!!”


짐승 같은 괴성과 함께 전이안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금돼지.

이전보다 더욱 빨라진 그의 속도는 당연히 전이안의 눈으로 좇기에 버거웠다.


- 쿠웅


금돼지의 주먹 한 방에, 반응할 새도 없이 멀리 날아가는 전이안.

멈출 줄 모르고 날아가던 전이안의 몸은 어느새 무염지욕(無厭之慾)의 경계에까지 도달했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벽(壁)···!’


찰나의 순간, 전이안은 자신의 등 뒤로 벽을 생성하여 영역의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일을 막았다.


“커헉-.”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는 전이안.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 가슴팍과 목을 유린했다.


‘···이게 1급 요괴.’


2급 요괴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

단순 체술(體術)마저도 퇴마사의 한계를 초월한 금돼지의 돌진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전이안 본인의 눈만으로는 말이다.


‘우선 뭐가 보여야 반격하든 하지.’


피로 얼룩진 손에서 생성되는 검은 공간.

그 안에서, 달과 같이 둥근 무언가가 하늘 위로 잽싸게 떠올랐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안(眼).”


검붉은색의 거대한 눈이 하늘 위로에 자리 잡았다.

금돼지는 그 눈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이내 전이안을 비꼬며 깔깔 웃었다.


“크하하하~!! 멍청한 새끼~!! 공격할 거면 나를 공격해야지, 하늘에 눈 하나 띄워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뭘 어쩌긴···. 눈으로 좇아야지.”


“인간의 몸으로 이 몸의 움직임을 좇겠다고~? 어디 한번 해 봐-!!”


다시금 바위 같은 주먹과 함께 돌진하는 전이안.

그러나, 이번에는 보였다.

하늘로 띄운 눈과 전이안의 시각이 공명하여 이전보다 잘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금돼지의 속도나 힘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일단 보인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 후욱


금돼지의 주먹을 피하는 데에 성공한 전이안.

순간, 당황해하는 금돼지를 뒤로하고, 전이안은 기회를 틈타 열 손가락과 두 손바닥에 술식(術式)을 준비하였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쇄(鎖), 공(蚣).”


- 촤라락


굵은 쇠사슬과 지네들로 인해 묶여버린 금돼지의 몸.

물론, 그의 괴력이라면 단숨에 속박을 무력화할 수 있으나, 그건 전이안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전이안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인(刃).”


- 푸욱


전이안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칼날.

그 칼날은 묶여있던 금돼지의 상체를 관통했다.


“크윽-. 한낱 열쇠 주제에-”


큰 출혈에도 담담하게 혀를 차며 몸에 힘을 주는 금돼지.

그러자, 자기를 속박하던 쇠사슬과 지네, 그리고 몸을 꿰뚫은 칼날까지 모두 힘없이 빠그라졌다.


“잔재주를 부리고 있어···. 뭐, 다 의미 없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흐르는 피를 대충 닦는 금돼지.

상체에 대문짝만하게 생긴 그의 상처에서 흐르던 피가 천천히 멎더니 벌어진 상처에는 다시금 새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야, 너.”


말도 안 되는 치유 능력 앞에 입 밖으로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와 버린 전이안.

금돼지는 그런 전이안 앞에서 본인이 자랑스럽다는 듯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 영역 안에서 나는 무적이라고 했잖아~! 신체 능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처 하나 남기지 않는 치유력까지 보장받는다고~!! 이게 바로 내 요술, ‘무염지욕(無厭之慾)’이다-!!”


호탕한 웃음.

그 웃음은 상대하는 이에게 과한 절망감을 안겨줄 정도로 사악했다.


“난 다 원한다고~! 먹거리도, 여자도, 힘도, 그리고 영원한 육신도···!! 가질 수 있는 건 전부 가지고 싶다고~!! 그리고 이 영역 안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가능해!! 이 황금빛 세상은 나의 욕심 모든 것을 실현해 준다고~!!!”


그가 소리 높여 포효하는 사이, 칼날로 인해 뚫린 상처가 완전히 메꿔졌다.

그 절망스러운 광경을 본 전이안은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금돼지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벽 느끼는데, 열어볼까. 아저씨가 준 쪽지.’


하지만, 그 쪽지를 읽을 시간이 주어질 일은 단연코 없다.

다시금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하는 금돼지.

전이안은 아슬아슬하게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인 상대의 주먹과 발차기를 피해 가며 머리를 굴렸다.


‘단순 공격으로는 녀석을 끝장내지 못해.’


금돼지의 치유력.

그 치유력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한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간과해서 안 되는 또 하나의 사실.

바로 어둑시니의 존재.

녀석은 아직 조용하게 금돼지와 전이안의 전투를 관망하고 있지만, 언제 갑자기 참전할지 모른다.


상대는 둘, 전이안은 하나.

수가 맞아야 그나마 형평성이 맞다.


하지만 지원을 요청하자니 참새를 잃은 데다 금돼지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느라 바쁘다.

심지어 마땅한 수단도 없다.


‘일단은 시간부터 벌어야···.’


“왜 이렇게 잘 피하는 거야~?! 모기 새끼도 아니고~!”


신이 난 채로 계속해서 주먹을 휘두르는 금돼지.

어둑시니는 조용히 전이안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시선을 하늘 위로 옮겼다.

하늘 위에 떠 있는 검붉은 눈의 시선이 금돼지를 향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진짜 잔재주가 많은 열쇠네.”


어둑시니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갔다.


“금돼지, 잠깐 멈춰봐.”


“아?!”


어둑시니의 말에 급하게 공격을 멈추는 금돼지.

전이안을 숨 쉴 틈 없이 몰아세우던 공격이 급작스럽게 멈추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연스레 어둑시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전이안.


그것이 실수였다.

전이안은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간 어둑시니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이에 어둑시니는 바라던 바였다는 듯, 검은 얼굴 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상귀하천(上貴下賤).”


어둑시니와 전이안이 눈이 마주치자, 어둑시니의 작고 왜소했던 몸이 점점 크고 거대해졌다.

그가 서 있던 건물은 어느새 어둑시니의 의해 흔적도 없이 뭉개졌고, 그의 머리는 전이안이 공중에 띄운 눈에 닿을 지경으로 높아졌다.


“이걸로 잔재주는 끝.”


전이안의 눈을 손가락으로 짓눌러 터뜨린 어둑시니.

어둑시니는 달빛마저 가리며 전이안을 내려다보았다.

상황을 이해한 듯, 금돼지 또한 전이안을 크게 비웃었다.


‘······진퇴양난이네.’


말이 없어진 전이안.

이제야 제대로 실감 됐다.

서울의, 이 땅의 현 주인이 누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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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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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증명 NEW 17시간 전 2 0 11쪽
18 벽화마을 전투 (5) 24.09.18 5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7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6 0 12쪽
»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8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7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9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8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9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9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9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10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9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1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1 0 12쪽
4 퇴마사 24.09.04 11 0 13쪽
3 처형식 24.09.03 11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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