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세리즌
작품등록일 :
2024.09.02 03:20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00,399
추천수 :
1,735
글자수 :
102,321

작성
24.09.11 15:34
조회
5,225
추천
100
글자
12쪽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1화

DUMMY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정우와 최지아가 도착하기 3분 전.

에이엠의 대표 강기찬은 앉아 있지를 못하고 내내 대표실을 배회했다.

주술이라도 외우듯 연신 혼잣말을 내뱉는 그에게 황재국이 한숨을 내뱉었다.


“진정 좀 하세요. 그래도 명색이 대표인데 차분하고 의연한 자세로 미팅에 임해야죠.”

“의연은 개뿔. 최지아야, 최지아. 최지아가 누군지 몰라? 너 같으면 진정이 되겠냐?”

“알죠. 근데 아직은 무슨 얘길 나눌지 모르잖아요. 확답을 준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거 아니냐. 정우 말론 시나리오는 마음에 든다고 했다는데, 어떤 조건을 내세울지는 모르는 거니까. 후우, 미치겠네 정말.”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그가 황재국의 맞은편에 앉았다.

황재국을 빤히 쳐다보며 불안한 어투로 물었다.


“지금 최지아 몸값이 얼마지? 엄청나겠지?”

“당연하죠. 청룡에서 여우주연상 받은 게 바로 엊그젠데. 전 아직도 의문이라니까요? 대체 최지아가 이 작품에 왜 관심을 보이는지.”

“이 자식이. 우리 작품이 뭐 어때서?! 시나리오 좋지, 투자 빵빵해서 도중에 엎어질 일 없지. 그거면 된 거 아냐?”

“그 말이 아니라요. 어쨌거나 땜빵으로 들어오는 거잖아요. 이미 들어온 시나리오만 몇 년 치는 될 건데. 거기다 광고에, 화보에, 인터뷰랑 방송 출연 제의까지. 그걸 다 마다하고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흐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대체 뭘까요? 혹시 출연료로 말도 안 되는 액수를 부르려는 걸까요?”


그 말에 일순 심각한 표정이 되는 강기찬.

확실히 지금으로썬 그게 가장 유력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도 최고의 몸값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무조건 이쪽이 을일 수밖엔 없으니까.

이미 촬영은 시작됐고 기존의 배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홍보 기사까지 다 나간 마당에 하루라도 빨리 교체 소식을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 언제 불륜 사건이 터지더라도 작품엔 일절 영향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걸 대체할 배우가 최지아라니.

이건 영화 인생에 다신 안 올 절호의 기회였다.


“뭐가 됐건 무조건 맞춰주자고. 내가 아버지한테 무릎을 꿇어서라도 어떻게든 돈은 마련해 올 거니까.”


그때, 대표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난 강기찬이 단숨에 달려 나가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아이고, 우리 최 배우님 오셨습니까. 하하.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일전에 한 번 뵌 적 있죠? 강 대표님 사무실에서.”

“이야, 그걸 기억합니까? 그게 벌써 4년도 더 된 일인데. 제가 강 대표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거든요. 그놈 따라서 나도 제작사를 차린 거라. 하하.”

“역시 사람 인연은 어떻게 될지 모르나 봐요. 이렇게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감사는요. 누가 해야할 소리를. 일단 앉으시죠.”


최지아를 따라 정우도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일부러 상석 자리는 비워둔 채 강기찬과 황재국, 그리고 최지아와 정우가 나란히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킁킁. 뭐지? 차 방향제 냄샌가?’


다른 이들이 사담을 나누고 있을 때, 황재국이 혼자만 코를 벌렁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맞은 편에서 똑같은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닌데? 이건 방향제가 아니라 샴푸 냄새 같은데...... 왜 둘한테서 똑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이른 오전 시간엔 원래 샴푸나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나기 마련이다.

다른 직원들에게서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아까 대표실에 나란히 들어올 때도 그렇고 이상하게 둘에게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야...... 기분 탓이겠지? 내가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 황재국이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진짜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저 우연히 같은 브랜드의 샴푸를 쓴 것일 뿐일 거다.


“그나저나 얘길 듣고는 어찌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직접 제작사로 찾아오신다길래.”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계약이 우선이니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정말입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지아 씨가 그런 얘길 해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네요. 무려 흥행 불패의 아이콘께서.”

“무슨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늦게 합류한 만큼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서로 웃음을 주고받곤 있었지만 강기찬의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다.

계약이 진행되려면 이제부턴 중요한 얘기를 꺼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때 최지아가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


“계약 조건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실 텐데, 제 전 작품들과 똑같이만 맞춰주시면 돼요. 특별히 더 요구할 생각도 없고.”

“예? 전에 작품들과요? 아니...... 정말입니까?”

“그럼요. 이미 투자까지 다 진행된 상황이면 정해진 예산이 있다는 건데. 거기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는 없죠. 하루라도 빨리 촬영이 재개되는 게 우선인데.”

“아.”

“촬영은 딱 일주일 뒤에 들어가는 걸로 해주세요. 들으셨겠지만 당분간은 쉴 계획이었어서 관리를 안 하고 있었거든요. 대본도 외우고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할 것 같은데.”

“아이고, 일주일이면 저희 입장에선 너무 고맙죠! 그 이상이래도 무조건 맞춰드렸을 겁니다.”


가장 큰 산이었던 출연료 문제가 첫 단계부터 해결이 되자, 그 뒤는 아무것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대게 이런 상황에서 배우들은 어떻게든 몸값을 올리려고 하기 마련이다.

본인이 땜빵이 아님을 부각 시키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더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게 보통이니까.

그러나 최지아는 곤란할 얘기를 먼저 꺼내 제작사의 입장을 배려했다.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으니 당연히 몸값은 더 뛰었을 텐데.

이거야말로 주연 배우가 가져야 할 진짜 덕목이 아닌가!


‘역시 소문대로구만. 외모, 연기력, 인성까지 전부 다 갖춘 배우라더니. 정우 이놈, 진짜 큰일 해냈어. 아주 복덩이야, 복덩이. 으하하.’


최지아를 물고 온 정우에게 이번 분기 보너스를 지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특별 유급 휴가까지.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한 회사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자신의 월급을 다 준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가 않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는데요 대표님.”


속으로 싱글벙글하고 있던 때, 최지아가 조건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크게 끄덕이며 편하게 얘기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예, 말씀하세요. 최지아 씨.”

“작품 촬영 기간 동안 여기 한정우 씨가 저를 담당해 줄 수 있을까요? 현재 제가 매니저가 없어서.”


그 말에 일순 모두가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네? 정우를요? 그게 무슨?”

“아시겠지만 제가 곧 회사와의 계약이 만료되거든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엔 매니저 문제도 있어서요. 제 일거수일투족을 대표에게 보고하다 걸렸거든요. 불법 녹취도 서슴지 않고.”

“예? 매니저가요?”

“네. 그래서 새로운 회사와 계약하기 전까진 매니저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몇 달 동안 촬영장을 혼자 다닐 수는 없으니까. 가능할까요 대표님?”


강기찬과 황재국이 시선이 동시에 정우에게로 쏠렸다.

사전에 얘기가 된 거냐는 물음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기에 정우는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한정우 씨한테 받은 명함을 보니까 직책이 제작 PD로 적혀 있더라고요? 제작 PD의 역할이 그런 거 아닌가요? 촬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전반적으로 케어하는 사람.”

“아, 예. 그렇기는 하죠.”

“저는 주연 배우고 촬영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테니까 케어를 부탁드린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다른 스케줄이 있거나 한 건 아니니까.”

“흐음.”

“무리한 조건일까요?”


이걸 무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그녀의 말처럼 제작 PD의 역할이 딱 그런 거기는 했으니까.

촬영 기간 동안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필요로 하는 건 뭐든 다 해결해 주는 게 바로 제작사의 일이었다.

다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라 살짝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뇨, 그렇다기보단......”

“물론 보수는 제 쪽에서도 지급하도록 할게요. 어떻게 보면 특별 업무인 셈이니까. 기존 월급에 3배 정도 더 드리면 괜찮을까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황재국.

입을 벌리고선 그가 최지아에게 물었다.


“혹시 그거 제가 하면 안 되겠습니까? 저도 같은 제작 PD 출신인데!”

“네?”

“으흠. 농담입니다.”


그녀의 눈빛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마는 황재국.

그 잠깐 사이에 눈빛에서 경멸을 봤다.

최지아가 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정우 씨가 아니었다면 제 연예계 생명도 장담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 작품을 택한 것도 있고요. 한정우 씨와 함께라면 온전히 작품에만 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어때요 한정우 씨는? 어쨌든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정우의 의견을 묻는 최지아.

아까 차에서 다른 식으로 갚을 길이 있을 거라더니.

그게 이런 식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제작사 일이라는 게 영화가 개봉을 할 때까진 사소한 것 하나하나 계속 신경을 써야 하니까.

그에 반해 최지아 한 명만 케어하는 거라면 업무 난이도는 훨씬 낮아질 터.

물론,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녀의 집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건 좀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음...... 제 생각은요.”


지잉-

지잉-


그때, 정우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무음으로 바꾸고 다시 말을 이으려는데, 강기찬이 통화부터 하고 오라고 손을 내저었다.


“받고 와. 무슨 전화일지 모르는데. 혹여나 기자한테 걸려 온걸 수도 있잖아.”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것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재아 사건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니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대표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런 뒤 액정화면을 쳐다보자 기자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네, 아주머니, 무슨 일로.”


그런데, 상대방이 꺼낸 얘기에 정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 아니, 갑자기 그러시면......”



*


“아이고, 진짜로 좋은 집 사시는 거예요! 지금은 좀 잠잠해도 시간 지나면 이 근방이 무조건 일 순위로 오를 겁니다. 주변에 없는 게 없어요!”

“그런 것 같네요. 빠르게 결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뭘. 시세보다 훨씬 더 처주셨는데! 안 그래도 곧 전세기간 만료라 또 2년 묶여있어야 하나 했는데. 매매가 되니 저도 속이 다 시원하네요! 오홍홍.”


방금 찍은 도장을 집어넣으며 집주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아직 임차인한테는 얘기를 못 했는데. 집 구할 때까지는 좀 기다려주실 수 있는 거죠?”

“음, 글쎄요. 가급적 서둘러주셨으면 좋겠는데.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

“아휴,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살고 있는 청년한테 제가 얘기는 오늘 바로 해둘게요. 그 친구도 보증금 올리는 것보다야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게 나을 거니까.”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모님이 참 미인이시네~ 새집에서 좋은 일 많이 생기길 바라겠습니다! 오홍홍.”


부동산을 나와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여인.

그녀의 손엔 매매 계약서가 들려 있었고, 내리쬐는 햇살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모든 일이 그녀의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 오후도 힘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9화 NEW +1 9시간 전 958 47 12쪽
1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8화 +2 24.09.18 2,444 73 11쪽
1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7화 +4 24.09.17 3,200 73 12쪽
1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6화 +9 24.09.16 3,758 78 12쪽
1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5화 +7 24.09.15 4,050 83 12쪽
1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4화 +7 24.09.14 4,323 72 11쪽
1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3화 +4 24.09.13 4,550 87 12쪽
1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2화 +10 24.09.12 5,082 99 12쪽
»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1화 +7 24.09.11 5,226 100 12쪽
10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0화 +4 24.09.10 5,431 99 11쪽
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9화 +7 24.09.09 5,476 108 13쪽
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8화 +3 24.09.08 5,663 90 12쪽
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7화 +6 24.09.07 6,134 85 12쪽
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6화 +6 24.09.06 6,419 92 11쪽
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5화 +1 24.09.05 6,753 107 12쪽
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4화 +2 24.09.04 7,161 103 11쪽
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4 24.09.03 7,645 116 12쪽
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2화 +8 24.09.02 7,849 123 12쪽
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1화 +6 24.09.02 8,278 10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