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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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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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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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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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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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DUMMY


탁-


건물을 나온 정우는 대로변에 있는 아무 택시에 올라탔다.

기사님께 도착지를 알린 뒤 말없이 창가를 응시했다.


“...... 후.”


이별의 과정은 짧고도 명료했다.

한 번의 전화가 걸려 오긴 했지만 몇 번의 수화음만 울리다 끊겼을 뿐, 그 뒤로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예상한 일이었다.

워낙 자존심이 센 성격이라 이유를 묻거나 붙잡는 일 따윈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깔끔한 이별이 될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은 지난 생에 다 끝냈으니까.’


새로 살게 될 인생엔 조금의 공간도 내주고 싶지 않았다.

분노, 슬픔, 좌절, 실망.

그런 감정조차 사치라 생각했다.

죽기 직전, 이번 생은 절대 후회 없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었으니까.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그러기 위해선 지난 생의 기억들은 모조리 그곳에 던져두고 왔어야 했다.


‘일단 나부터 바뀌어야겠지.’


정우는 그저 물 흐르듯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게 인생의 모토였다.

너무 앞서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고 딱 중간만 유지하자는 마인드.

그래야 삶이 순탄하다고 믿어왔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백 퍼센트 활용할 계획이었다.

똑같은 삶을 다시 살게 됐는데 전개마저 똑같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남들에겐 없는 미래 정보, 오직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그 두 가지를 활용해 누구보다 앞서 나가는 인생을 살 계획이다.

그래야만 이번 생이 가치가 있고, 지난 생의 마지막 다짐 또한 지켜지는 거니까.


‘어쩌면 그게 조건부의 의미였을지도 모르고.’


그녀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건 맞지만, 자신에게도 잘못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더 나은,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녀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자신이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기에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4년이 지난 뒤에야 검은빛이 보였다는 건 그전까진 분명히 희망이 있었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그저 믿는다는 이유로 방관하기만 했고 결국 그런 결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그게 조건부의 의미라면 이젠 자신 또한 달라져야 할 것.

그래야 앞으로 맞이할 또 다른 인연은 적어도 그런 식으로 놓치진 않을 테니까.


“어이구? 오늘따라 어쩐 일로 길이 빵빵 뚫린대? 신호 한 번 안 받고 쌩쌩 달리는구만. 허허허.”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기사님이 엑셀에 힘껏 힘을 주었다.

앞을 바라보니 마침 사거리를 지나기 직전에 신호등의 불빛이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럴 땐 멈추는 게 아니라 빨리 지나가는 쪽을 택하는 게 맞는 법.

앞으로 살게 될 두 번째 인생도 이렇게 탄탄대로이길 바랐다.


부으응-



*


“좋은 아침입니다!”

“으응? 아침부터 목소리가 우렁차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그냥 파이팅하자는 의미죠. 월요일이기도 하니까. 왜요, 좀 과한가요?”

“아냐, 아냐. 좋아. 평소엔 매가리 없이 축 늘어져 있기만 해서 영 부실해 보였는데. 크크, 남자답고 좋은데?”


종이컵을 입에 물며 팀장 황재국이 정우의 위아래를 쓰윽 스캔했다.


“그러고 보니 옷이며 헤어스타일도 좀 바뀐 것 같네? 주말 동안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심경의 변화라...... 뭐, 없지는 않았죠?”

“잠깐, 잠깐. 내가 맞춰볼게! 그거 맞지? 내가 생각하는 그거.”

“그게 뭔데요?”

“아, 있잖아, 그거! 잔치국수 먹는 날. 맞지? 여자 친구랑 곧 일주년이라고 했으니까. 아니야?”


백프로 확신한다는 황재국에게 정우가 담담하게 답했다.


“일주년인 건 맞는데, 안타깝게도 그날 헤어졌네요. 국수는 드시고 싶으면 제가 사드릴게요.”

“컥. 뭐......? 아니, 왜? 프로포즈도 할 거라고 했었잖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팀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예식장 들어가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그 말이 딱 맞더라고요.”


한창 프로포즈 반지를 고민할 때 옆에서 계속 재를 뿌려댔던 황재국이다.

먼저 유부남이 된 입장으로서 놀리고 싶기도 했고 또 너무 일찍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결혼과 죽음은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는 게 좋다고.

그런데 막상 헤어졌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자기, 괜찮은 거야......? 힘들면 오늘 하루 외근 좀 다녀올래? 나가서 바람도 쐬고 올 겸.”

“외근요?”

“아니면 뭐 반차도 좋고. 일단은 마음 추스르는 게 먼저지. 그거 꾹꾹 누르고만 있다간 병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화의 주제가 내내 결혼이었으니 황재국의 이런 반응도 당연했다.

아마도 정우가 실연당한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여자 친구가 누군지까지는 몰라도 반지를 준비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별을 고했을 리는 없으니까.

그런 황재국에게 정우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반차는 됐고요. 팀장님께 따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나한테? 뭔데? 설마 자기......”

“설마?”

“설마 그런 일로 사직서까지 쓰겠다는 건 아니지? 아냐, 아냐. 그런 생각은 옳지 않아.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잔데. 그러면 안 되지! 으음, 못써!”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일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래요. 아주 중요한 얘기라.”


일단 퇴사는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안 그래도 최근에 부쩍 퇴사자가 늘어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담배라도 하나 필 겸 두 사람은 건물 옥상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후우. 뭔데? 무슨 얘기길래 이렇게 뜸을 들여? 뭐 심각한 얘기야?”

“우리 이번에 들어간 영화 있잖아요. 제가 좀 이상한 얘기를 하나 들어서요.”

“이상한 얘기? 뭐?”


연기를 내뿜던 황재국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이미 크랭크인까지 들어간 마당에 나쁜 소식이 들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게,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한재아 씨 있잖아요? 제 지인이 얼마 전에 해외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한재아 씨를 봤다더라고요. 그런데 옆에 남자가 같이 있었다고.”

“남자? 그게 왜? 한창 젊은 나이에 연애도 하고 살 수 있는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그 남자가 이규만 감독이었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백상에서 상까지 받았던.”

“뭐?!”


너무 놀란 나머지 황재국의 손에 있던 담배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가 상황 파악이 된 듯 눈동자를 더 키우곤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이규만 감독이라고? 아니, 그 사람은 유부남이잖아?”

“그러니까요. 잘못 본 건가 싶어 몇 번이나 확인했대요. 근데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아서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혹시 그 두 사람이 이번에 같은 작품을 찍게 됐냐면서.”

“그럴 리가 있나. 한재아는 이번 작품에 꼼짝없이 반년은 묶여 있어야 하는데.”

“제 말이요. 아무래도 팩트체크를 제대로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거 나중에 터지면 우리까지 정말로 난리가 나는 거니까.”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황재국이 초조한 얼굴을 보였다.

만약 그 두 사람이 정말로 해외에서 밀회를 즐긴 게 사실이라면 이건 그야말로 시한폭탄이었기 때문이다.

톱 여배우와 유명 영화감독 간의 불륜.

이건 수습조차 불가능한 대형 사건이었다.


“너 이거 나 말고 누구한테 또 얘기한 적 있어? 네 지인은?”

“없어요. 저도 지인한테 일단은 함구하라고 했고요. 절대 다른 곳에 얘기할 친구는 아니에요.”

“오케이. 그럼 일단 이거 내가 대표님한테 보고할게. 네 말대로 기든 아니든 팩트 체크는 확실히 해야 할 사안이니까.”

“네, 팀장님.”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만약 진짜면 우리 난리 나는 거다? 알지?”

“네, 그럼요. 그래서 저도 듣자마자 바로 보고드리는 거고요.”

“하, 썅. 이놈의 제작사 일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네. 허구한 날 배우들 사고로 하차니. 젠장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황재국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정우는 그가 떨어뜨린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툭 던졌다.


사실 지인에게 들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애초에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내용만큼은 사실이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반년만 지나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천만 영화 감독의 열애설.

문제는 그 감독이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남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 백상 수상 소감에선 두 아이와 아내에게 영광을 돌리겠다고까지 했는데.

그런 그가 사실은 남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돼버렸었지.”


회귀 후 첫 임무로 이 일을 택한 건 자신의 밥줄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년 뒤엔 영화 후반부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즉, 모든 촬영이 끝이 나고 이제 개봉만을 앞둔 상황이 된다는 것.

그런데 주연 여배우가 불륜을 저질렀으니 그 영화가 정상적으로 개봉을 할 수 있었겠나.

잠잠해질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 영화는 몇 년 뒤에야 겨우 개봉을 하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 그 자체였다.

아무리 자르고 잘라도 주연 여배우의 비중이 50% 이상인데, 그런 영화를 누가 보려고 했겠나.

결국 손익분기점은커녕 처참한 흥행스코어를 기록했고 정우의 제작사는 한순간에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처음으로 제작뿐 아니라 투자까지 겸하게 됐었는데, 한 번의 실패로 빚더미에 나앉은 것이다.

당연히 정우도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돼버렸고.

아직은 이 일에 애정이 있는 만큼 일단은 회사부터 살리고 볼 생각이었다.


“앞으로 바빠지겠네. 눈코 뜰 새 없이.”



*


몇 시간 뒤 정우의 제작사 ‘에이엠’은 난리가 났다.

정우의 말이 전부 사실인 걸로 판명이 났기 때문이다.

대표 강기찬이 급하게 황재국과 정우를 소환했다.


“한재아가 전부 실토했어. 나중에 사실인 걸로 판명 나면 위약금 수십 배를 물 거라고 하니까 순순히 털어놓더라. 둘이서 해외여행 간 것도 맞고 단순한 사이도 아니라고.”

“하, 미친. 아니, 대체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을 만났대요? 것도 애가 둘이나 딸린 남자를?”

“알 게 뭐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일단은 수습부터 해야지 우리는.”


맞는 말이었다.

이미 크랭크인까지 진행된 마당에 지금으로썬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밖엔 답이 없었다.

이미 촬영된 분량은 날리고 다시 배우를 섭외해 그 자리를 채우는 것밖에는.

그런 상황에서 대표 강기찬과 황재국의 시선이 동시에 정우에게로 쏠렸다.


“야, 정우야. 뭐 방법이 없겠냐?”

“방법요?”

“아, 왜. 네가 저번에도 이런 상황에서 이세련 프로필 들고 왔었잖냐. 그 덕에 망할 뻔했던 영화 기사회생해서 손익분기점까지 넘겼었고. 이번에도 묘한 수가 없겠냐 이 말이야.”

“아.”


결과적으로 정우에겐 쓴 기억이 되었지만, 회사 입장에선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정우의 사람 보는 안목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투자자들도 캐스팅 관련한 일엔 웬만하면 개입을 안 하는 편이었고.

그런 두 사람의 간절하고도 기대 섞인 눈빛에 정우는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그럼 저 외근 좀 보내주세요. 한번 찾아볼게요.”

“지금? 어, 그래, 그래. 다녀와. 뭐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하고! 알겠지?”

“필요한 거요?”

“어, 뭐든 얘기해. 다 들어줄 테니까.”


다 들어준다는 대표의 말에 정우는 고민했다.

그러다 곧 떠오르는 게 있어 씩 웃으며 답했다.


“그럼 대표님 차 키랑 법인 카드 좀 써도 될까요? 왠지 그 차를 타고 나가면 일이 술술 풀릴 것도 같은데......”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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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9 ch******..
    작성일
    24.09.17 14:37
    No. 1

    근데 회귀할걸 알고 있으면 주식이나 로또번호는 안외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JohandAr..
    작성일
    24.09.18 15:08
    No. 2

    불륜 당한 사람들이 자책하면서 자신에게서도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거 정말 올바르지 않은 마음가짐임. 그런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문제 생기는 경우 많음. 불륜을 저지르는 년놈들은 그냥 딱 그 정도 인간들이라 저지르는 거임. 상대가 어떠하든 불륜 안하는 사람들은 절대 안함. 괜히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으려 하지 마셈. 인생 2회차에 이 정도의 깨달음은 갖고 가야 맞지 않나 싶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4.09.18 21:17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천외천마검
    작성일
    24.09.18 21:55
    No. 4

    남자끼리 자기라는 말도 쓰나요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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