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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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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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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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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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2화

DUMMY


정우는 죽기 직전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특별한 능력을 처음 알게 됐던 순간을.


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아버지가 자신을 서재로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 내민 건 오래된 통장 하나였다.


“이게 뭐예요, 아버지?”

“유산이다. 자식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으니 너한테 주고 가야지.”

“유산이요? 갑자기 무슨......”


백 세 시대에 벌써 유산을 물려주기엔 너무 이른 나이셨다.

아직 환갑도 되지 않은 나이였으니까.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가 정우의 손에 통장을 꼭 쥐여주었다.


“이제 갈 날이 얼마 안 남아서 미리 정리를 해두려고 해. 남은 시간 편하게 보내다 가려고.”

“갑자게 그게 무슨 소리세요 아버지. 이렇게 정정하신데 가긴 어딜 가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지.”

“난 살 만큼 살았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살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지.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냈으니 말이야.”

“아버지.”

“잘 들어라 정우야. 나도 너와 똑같은 순간이 있었다. 그땐 나도 할아버지 말을 듣지 않았었지. 하지만 결국엔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온단다. 반드시.”


당최 무슨 얘길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뭘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순간이란 건 뭘 얘기하는 건지.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골프 얘기로 한창 신이 나 있었으면서.

그런 정우에게 아버지가 충격적인 얘길 꺼내왔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특별한 능력이 이어져 오고 있단다. 남들보다 한 번의 인생을 더 살 수 있는 능력이지.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란다, 정우야.”

“네?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아버지?”

“물론 원하는 순간으로 정확히 돌아가는 건 아니더구나. 난 대학을 졸업한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내가 눈을 떴을 땐 군대였어. 하필이면 자대 배치를 받은 날이라 어찌나 끔찍하던지. 다시 겪어도 그 지랄맞은 선임 놈들은 당최 적응이 안 되더구나.”

“......”

“아직은 무슨 얘기인가 싶지? 하지만 너에게도 반드시 오게 될 순간이란다. 누구나 인생에 후회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때가 되면 너도 이 애비 말을 떠올리게 될 거야.”


그러면 안 되지만 아버지가 정말로 아프신가 싶었다.

몸이 아닌 머리가.

그렇지 않고선 너무나도 황당무계한 얘기들뿐이었으니까.


“얼마 되지는 않지만 네게 주려고 모아온 돈 들이다. 내 두 번째 인생은 돈에 연연하지를 않아서 액수가 그리 크지는 않아. 뭐, 어차피 이것도 네가 새 인생을 살게 된다면 다 쓸모없어지겠지만.”

“...... 아니, 아버지.”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한번 살아봐라. 어느 삶이든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 않겠니? 첫 번째든 두 번째든, 모두 네가 살아온 발자취가 될 테니까.”


온화한 미소와 함께 아버지가 정우에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

그런 뒤 정우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아. 내가 할아버지에게 받은 쪽지를 그대로 전달하니 너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단다. 지금의 삶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말이야.”


그후 아버지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정우는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한 달 뒤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원인은 교통사고였다.

그날 아침 집을 나서며 아버지는 정우에게 딱 한 마디를 남겼다.


“사실 아빠는 결혼을 두 번 했단다.”



*


마지막 기억은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던 순간이었다.

기억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정말로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돌리고 싶던 ‘그 순간’으로.


“프랑스 상파뉴의 오랜 역사가 담긴 와인입니다. 루이 15세 즉위 30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것이죠. 오늘같이 특별한 날 이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지난 생엔 죽음의 장치였던 한강이 이젠 멋진 야경과 함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장소는 고층 스카이라운지.

한 병에 수백만 원도 넘는 와인을 따라주고 종업원이 인사와 함께 멀어졌다.

그리고 맞은 편엔 잔을 든 채 웃고 있는 이세련이 있었다.


“자기야,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이 우리가 만난 지 일 년째 되는 날이다?”


4년 전으로 돌아왔는데도 이날의 기억만은 또렷했다.

만난 지 일 주년 기념으로 평생 잊지 못할 식사 자리를 가졌으니까.

이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게 됐었다.


“자기를 만나고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잖아. 만약 그때 자기를 못 만났다면 이런 삶은 꿈도 못 꿨을 텐데.”


이 당시 정우는 영화 제작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라 불릴 만큼 영화를 보는 일이 너무 좋아 결국 평생의 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가게 된 연극 공연에서 처음 이세련을 보게 된 것.

그때 이후로 이세련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나 솔직히 그때 자기가 대기실까지 찾아왔을 때 은근 기대했던 거 알아? 키도 크고 외모까지 괜찮은 남자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니까.”

“......”

“근데 웬걸? 갑자기 오디션 볼 생각 없냐길래 김이 팍 샜잖아. 나 혼자 무슨 생각을 했나 싶어서.”


와인 잔을 흔들며 이세련이 피식 웃었다.


“근데, 그게 내 인생을 바꿔놓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덩달아 이렇게 멋진 남자까지 얻게 되고.”


요염한 눈빛으로 그녀가 정우를 지긋이 바라봤다.


“지금도 궁금해. 대체 그때 나한테서 뭘 봤던 건지. 자기 눈빛에 엄청난 확신이 보였거든. 그 판단이 절대 틀리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말처럼 당시 정우는 이세련이 무조건 성공할 거라 믿었다.

개인적인 촉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확신이었다.

사실 그에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인연의 빛’을 보는 능력이었다.


“첫 작품이야 그렇다 쳐도 두 번째까지 성공했을 땐 나 진짜 확신을 가졌잖아. 이 남자, 평생 내 옆에 두고 살아야겠다고.”


인연의 빛.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관없이 꼭 필요한 상황에 갑자기 빛이 번지는 현상이었다.

그것을 처음 경험했을 때가 군대를 막 제대했을 땐데,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빛이 나는 복권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눈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아무리 비벼도 번짐 현상이 없어지질 않았으니까.

희한한 건 딱 거길 쳐다볼 때만 그랬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아 일단은 구입한 뒤 밖으로 나와 복권을 긁었다.

그러자, 정말로 말도 안 되게 당첨이 돼 있었다.

그것도 무려 1억 원이란 거액에.


더 놀란 건 그 뒤의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주인이 집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보자마자 바로 직감했다.

한창 집값이 폭등할 때라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는데, 하필이면 재계약 기간을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주인이 너무 큰 금액을 요구했다는 거다.

애초에 아버지가 남긴 유산도 거의 없었기에 그 돈을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때 정우의 손에 당첨 복권이 있었고 그날 정우는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남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을.


‘자주 나타났던 건 아니었지만.’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늘 승승장구 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가끔씩 튀어나와 꼭 결정적인 순간에만 도움을 주었으니까.

이세련을 처음 만났던 날도 그랬다.

이미 크랭크인까지 들어간 영화에서 주연 여배우가 사생활 이슈로 하차를 했고, 대체할 배우를 찾지 못해 제작사와 투자사 모두 난감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그때 이세련을 만난 것이다.

덩달아 그녀에게서 새어 나오던 노란 불빛까지 보게 된 거고.


‘그게 조건부였다는 걸 그땐 몰랐으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정우에게 보이는 빛의 색상은 총 세 가지였다.

검은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흡사 신호등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초록색은 반드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인연, 즉 직진을 해도 된다는 신호였다.

반대로 검은색은 악연을 뜻했으며, 그럴 때는 그냥 피해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애초에 검은 빛이 새어 나오는 사람에겐 가까이 가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문제는, 노란색이었다.

이게 조건부라는 걸 당시엔 알지 못했었다.

분명 이세련에게 처음 보았던 빛은 초록색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만날수록 그 빛은 점점 옅어졌고, 어느 순간부턴 노란색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결혼까지 약속한 상태였기에 그땐 그게 긍정의 의미인 줄 알았다.

이제 내 사람이 되었으니 당연히 빛도 바란 걸 거라고.

그러나, 노란색은 조건부 인연이었던 것이다.

상황에 따라 직진을 할지, 아니면 스탑할지를 정할 수 있는.

그걸 알게 된 건 결혼 후 4년이 지났을 때였다.

지방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세련에게서 갑자기 검은색 빛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탐정에게 의뢰를 했고 결과는 지난 생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기야......”


지금 생각해도 모든 게 의문이다.

왜 갑자기 그녀에게선 노란색 빛이 보였던 거고, 왜 조건부 인연으로 바뀌었던 건지.

그리고, 왜 4년이 지난 뒤에야 검은색 빛이 되었던 건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다는 건가?

악연이 아닌 진짜 인연으로?

애초에 결혼과 동시에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대체 뭘 할 수 있단 거지?

불륜 사실을 안 직후부터 모든 게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는데.


“짠! 나랑 결혼해 줄래?”


눈앞에서 이세련이 반지를 내밀었다.

지난 생과 똑같은 전개였다.

그때도 먼저 프로포즈를 했었으니까.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내밀며 먼저 청혼을 했던 그녀였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못 본 것 같네. 결혼 후엔 손가락에 끼고 있는걸.’


사실 이날 정우의 품에도 다른 프로포즈 반지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동시에 고백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둘도 없는 천생연분이라 생각했고, 그 뒤로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이세련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는 김성태였으니까.


“나한테 자기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 평생 내 옆에 두고 많이, 많이 사랑해 주고 싶어.”

“......”

“자기도 같은 마음이라면 이 반지 받아줄래?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상황인데도 완전히 다른 마음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묻고 싶다.

대체 왜 자신과 결혼을 하려고 했던 건지.

차라리 연애를 하며 바람을 폈다면 그렇게까지 충격이진 않았을 텐데.

이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난 생의 삶이었다.


드르륵.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정우가 이세련을 내려다봤다.

그 눈빛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미 복수는 끝났으니까.

열어둔 케이스를 닫으며 정우가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반지는 못 받을 것 같다.”

“...... 뭐?”

“이 반지의 주인은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담담한 음성으로 정우가 짧게 덧붙여 말했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시는 보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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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4화 +2 24.09.04 7,018 99 11쪽
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4 24.09.03 7,494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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