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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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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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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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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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4화

DUMMY


정우가 돌아가고 난 최지아의 집.

작은 조명 하나를 켜두고 최지아가 대본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7번째 필모그래피가 될 작품.

시나리오, 배역, 투자 상황까지 모든 조건이 좋아 흔쾌히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작품이긴 했지만, 정우의 노력에 그녀 또한 마음이 움직인 것이었다.

만약 그가 거절 이후로 포기했다면 이런 상황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을 텐데.

거기다 본인의 연예계 생활 또한 큰 위기를 맞이했을 거고.

지금의 이 모든 건 그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야...... 분명 평범해 보이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대화를 나눠봐도 평범한 사람 같았다.

겨우 며칠밖에 겪어보진 않았지만 막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한 거였다.

왜 자꾸만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지.


“그 사람이 아니면 왜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제작사까지 직접 찾아가 자신을 케어해달라고 했다.

그게 유일한 계약 조건이라고.

사실 매니저는 얼마든 구하려면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엠블럼 소속은 못 믿겠지만 그쪽이 아니라도 프리랜서의 형태는 넘쳐나니까.

실제로 새 소속사를 구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취하는 방식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그녀는 정우를 고집했다.

말은 제작 PD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매니저나 다름없는 역할이었다.

눈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거의 모든 순간을 붙어있어야만 하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엔 그 외에 다른 사람은 믿지 못할 것 같았다.


“게다가 우연이긴 해도 자꾸만 엮인단 말이지? 나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엄마야 딸이 빨리 시집을 갔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행동할 수는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외모며 말투며 성격까지, 확실히 호감 상이기는 했으니까.

더군다나 엄마를 대하는 걸 보면 예의나 붙임성도 훌륭한 것 같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상한 우연이 계속되고 있다.

엄마가 산 집이 그가 세입자로 있는 집이었고 하필이면 그 시기도 계약서에 사인을 한 직후였다.

그게 계기가 되어 이젠 한집에서 살게 되기까지 했고.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기묘한 일들이었다.


“혹시 이게 운명이라는 걸까? 말로만 듣던 그런.....?”


연애, 사랑 그런 건 책이나 드라마, 혹은 대사로만 익힌 그녀였다.

인연과 운명은 일생에 딱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도 했고.

물론 종소리가 들린다거나 그 사람에게서 엄청난 아우라 같은 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계속 스며드는 기분이다.

뭐랄까, 엄마가 자꾸 ‘한 서방, 한 서방’ 부를 때면 진짜로 자신의 남편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남들은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을 겪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엔 없을 거다.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도 모자라 엄마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겠나?

자신도 사람이고 여잔데.

더군다나 이제 막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기도 했고.


“진짜 운명이면 어떡하지? 놓치면 안 될 텐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괜히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껏 그녀가 연애를 안 한 건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연예계란 곳이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로만 넘쳐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겪은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며,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연예계란 곳이었다.

그 끝이 바로 구승학이었고.

그런 곳에서 최정상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일 외엔 아무것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

적어도 이 바닥에서 자신이 만난 부류 중엔 사적 감정을 섞고 싶은 사람은 전무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깬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쫄쫄이 복장을 하고 자신이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으로.


만약 그가 진짜 운명적 상대라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꾹 눌러만 왔을 뿐, 자신도 사랑에 대한 갈망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그래, 엄마가 늘 그랬었지. 진정한 신여성은 먼저 다가갈 줄 알아야 한다고.”


그 말과 함께 펼쳤던 대본을 도로 덮는 최지아.

그리고 인터넷을 켜 비장한 표정으로 검색어를 입력했다.


-남자 꼬시는 법.



*


“으아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우가 로비로 들어섰다.

어제 집에 가자마자 포장 박스에 짐들을 넣고 새벽 늦게까지 이사 준비에 매진한 탓이었다.

계약 기간은 이미 끝났으니 빨리 빼주는 게 예의니까.

그 덕에 이제 이삿짐센터만 부르면 되기는 하는데, 그것도 일이었다.

아무리 서울에서 경기도라지만 반나절은 필요할 거고, 그러려면 자신도 시간을 빼야 하니까.

문제는 돌아가는 사정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는 거였다.

바로 어제 송수아에게 터진 사건 때문에.


“오늘 최 감독이 온다고 했으니까 뭔가 답이 나오겠지.”


한재아 건은 제작사에서 수습을 한 만큼 송수아 건은 최경수 감독이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온 문자를 보니 최 감독이 직접 제작사로 오겠다고 했다.

그 말은 뭔가 해결책이 있다는 뜻일 거고 이번 일도 어떻게든 수습은 될 거라는 것.

그래도 명색이 감독인데, 주조연급 배우 하나는 캐스팅할 수 있겠지.

아무래도 주연들보다는 후보군이 많은 게 사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정우가 제작사로 들어섰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셨어요 대리님? 아침부터 눈이 퀭하네요?”

“말도 마세요. 어제 밤새도록 이사 준비하느라 겨우 두 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오늘은 내내 이 상태일 거라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어머 이사하세요? 어디로요?”

“서울에서 경기도로 쫓겨납니다. 아무래도 종종 지각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미리 연락 주시면 제가 겉옷 하나 의자 위에 걸쳐둘게요. 지각한 거 아무도 모르도록!”

“오, 그럼 땡큐죠. 대신 그날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걸로?”


웃으며 자리에 앉는 정우에게 여직원이 커피를 건넸다.


“이거 탕비실에 새로 사 놓은 건데 한잔 쭉 들이키세요. 미팅 들어가기 전에.”

“미팅요?”

“한 대리님도 들어가시는 거 아니에요? 아까부터 최 감독님 와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 말에 대표실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정우.

그가 온다는 거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일찍 올 줄은 몰랐다.

아직 시간이 9시밖엔 안 됐는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최 감독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정우가 여직원에게 물었다.


“근데 저 옆에 머리 긴 사람은 누구예요? 우리 직원인가?”

“에에? 직원이라뇨? 이세련 씨잖아요. 그새 까먹으신 거예요?”

“...... 누구라고요?”

“이세련 씨요, 이세련 씨. 아까 최 감독님이랑 같이 오셨어요. 얼핏 듣기론 이번 작품도 같이 하기로 했다는 것 같던데? 송수아 씨 대신해서?”


여직원의 얘기에 정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건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기 때문이다.


“잠깐만요, 미애 씨.”


옷매무새를 정리할 틈도 없이 곧바로 대표실로 직행하는 정우.

노크를 한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한 대리 왔어? 일찍 왔네?”

“아, 네. 최 감독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응, 최 감독도 방금 왔어. 이리와 앉아. 세련 씨랑도 인사하고.”


거짓말이길 바랐는데 진짜로 이세련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대체 왜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설마 진짜로 송수아를 대신해서 이번 작품에 참여를 한다는 건가?


“오랜만이네요 한정우 씨? 한 2주 만에 보는 건가?”

“2주? 두 사람이 언제 또 본 적이 있었나? 2주면 얼마 안 됐잖아?”

“그냥 개인적으로 본 거예요. 지나가다 우연히.”

“아~ 난 또. 둘이 뭐 무슨 사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 크크.”


두 사람을 제외하곤 그들의 관계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1년을 만났지만 어디에도 알리지는 않았었으니까.

이별 뒤엔 그걸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었고.

그렇게 끝낸 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있어도 자신이 피하면 그만이라고 여겼었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날 줄이야.


“뭐해? 안 앉고.”


대표의 얘기에 정우도 일단은 자리에 착석했다.

그런 뒤 최 감독에게 물었다.


“이세련 씨가 참여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오면서 직원들한테 듣기는 했는데.”

“후후, 맞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안 그래도 어제 뉴스 보고 혈압이 치솟았는데 그때 마침 세련 씨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캐스팅 관련해서 좀 볼 수 있겠냐고.”


그렇게 말하며 이세련을 힐긋 쳐다보는 최 감독.

얼굴에 미소가 만개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번 작품에 이어서 이번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는 겁니다. 뉴스 보고 바로 연락하는 거라고. 마침 스케줄이 비어서 가능할 것 같다고 말이죠.”

“송수아 씨 역할을요?”

“예. 저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는데, 이미 회사에까지 얘기를 다 해놨다고 하더라고요? 주연보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고.”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지난 작품으로 주연 배우로서 한방에 자리매김을 했는데, 그다음 차기작으로 바로 주조연급으로 내려오는 선택을 하다니.

이 바닥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정우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이세련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10년 넘게 연극판에만 있던 사람이니까요. 배역이 중요하지 비중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연극할 땐 1인 다역도 밥 먹듯이 했는데.”

“......”

“저번 작품으로 저를 한방에 스타로 만들어주셨으니까 저도 그에 대한 보답은 해야죠? 제가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속을 모르겠다.

이미 헤어진 마당에 굳이 왜 자신의 제작사에서 하는 작품에 참여하려고 하는 건지.

지난 생에도 오로지 주연급만 고집했던 그녀였는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왜 계속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야?’


회귀만 하면 모든 게 다 원하는 대로 흘러갈 줄 알았다.

이미 미래를 알고 있으니 그걸 이용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뭐가 자꾸만 하나씩 어긋나는 기분이다.

마치 자신 외에도 회귀자가 있어서 사건의 흐름을 뒤바꿔놓는 느낌이랄까.

이세련의 이런 결정도 전생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잘해봐요 우리. 좋든 싫든 앞으로 작품이 끝날 때까진 쭉 봐야 하니까.”


웃는 얼굴로 정우를 바라보는 이세련.

그 눈빛엔 분명하고도 확실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한 번 가졌던 건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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