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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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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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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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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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3화

DUMMY



어쩌다 보니 정우는 오늘도 저녁을 먹고 가게 됐다.

마침 김장을 한 김에 수육도 삶았다며 유희나가 발길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저녁상을 차리는 동안 최지아가 정우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엄마 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요.”

“뭘...... 아, 아까 하신 말씀요?”

“어휴, 왜 자꾸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평생 한 번도 안 그러다가 유독 정우 씨한테만 왜 그러는 건지. 저도 엄마 저런 모습은 진짜 처음 본다니까요?”


그 말에 정우가 웃으며 물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아예 남자를 안 만나고 지내셨다던데. 그럼 당연한 일 아닌가요?”

“무, 무슨요! 제가 남자를 왜 안 만나요? 널린 게 남잔데.”

“그럼 연애도 하고 그러셨어요?”

“연애의 기준이 뭔데요? 실생활이요, 아니면 작품이요?”

“네? 그게 무슨.”

“전 연기에 진심이거든요. 아무리 작품이래도 진짜로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해요. 적어도 그 작품에 임하는 동안은.”

“...... 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전 연애 고수라고 할 수 있죠. 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그만큼 이론 공부도 많이 하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정우가 물었다.


“그러니까 작품 외엔 연애를 안 해보셨다는 거죠?”

“...... 네.”

“그럼 어머님 말씀이 맞네요.”


대꾸는 못 하고 조용히 엉덩이를 옆으로 돌리는 최지아.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잔뜩 흘기고 있었다.


“한 서방! 밥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어.”

“아, 네. 어머님.”


어느 순간부터 그 호칭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유희나는 말할 것도 없고 정우와 최지아도 아무 대꾸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이동했다.


“여기 배추에 고기 올리고 장이랑 찍어서 먹어 봐. 고기 빼고는 전부 다 집에서 직접 한 것들이야.”

“김장을 엄청 많이 하셨네요? 원래 이렇게 많이 하시는 편이세요?”

“배추가 남아도니까 많이 했지. 이제 한 서방도 들어올 거고. 앞으로 반찬 걱정은 하지 마. 밥은 항상 우리 집에서 먹일 거니까.”


자신보다 정우를 더 챙기는 엄마의 모습에 최지아는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김장은 어제 했는데 이 사람이 이 집에서 살지 안 살지 어떻게 미리 알았단 말인가.

누가 보면 진짜 사위라도 되는 줄 알겠다.


“그나저나 생각은 해 봤어? 아까 내가 얘기한 거 말이야.”


정우의 밥공기에 갓 담근 김치를 올려주며 유희나가 지그시 쳐다봤다.

이제 막 쌈을 입안에 넣으려던 때라 정우는 다시 쏙 빼고 입맛을 다셨다.


“가족 여행 말씀이시죠? 해외로 가고 싶다고 하셨던 거.”

“으응. 그게 부담스러우면 다른 것도 괜찮지? 난 어느 쪽이든 다 좋으니까.”

“아...... 네.”


아까 월세 얘기의 연장선이었다.

매달 얼마씩 드리면 되겠냐는 말에 유희나는 손사래를 쳤다.

월세는 무슨 월세냐고, 가족끼리 돈 받는 거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대신 다른 걸 해달라고 했는데. 그녀가 꺼낸 선택지 두 개가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보고 싶다는 게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가 셋이서 가족 여행을 한번 다녀오고 싶다는 거였으니까.

그러니까 사실상 후자밖엔 선택지가 없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엄마는 진짜. 정우 씨가 우리 가족도 아닌데 왜 가족 여행을 같이 가? 차라리 돈을 받아, 돈을. 사람 부담스럽게 하지 말고.”

“얘는? 이제 한집에서 사니까 가족이지? 주소지가 똑같은데.”

“아직 전입 신고 전이거든요? 여행은 나랑 질리도록 다녔으면서 무슨 또 해외여행이야. 나랑 가, 나랑. 이번 작품만 끝내고.”


딸의 말을 무시하고 유희나가 다시 정우를 지그시 바라봤다.


“여자 둘이서 여행을 가니까 위험한 게 한둘이 아니더라고.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좋은 국가도 없어서. 그래서 내가 마음 편히 여행을 못 간다니까?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아, 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맨날 호텔 방에만 있다 오니 재미가 있겠어? 그럴 거면 그냥 집에서 전이나 부쳐 먹지.”

“으음.”

“내 평생소원이라 그래. 우리 한 서방이 들어주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데.”


어이없다는 표정의 최지아와 그런 최지아를 말없이 바라보는 정우.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러시죠. 저도 마지막으로 여행 가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날 정도라.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정우 씨?”

“어머님 소원이라잖아요. 저도 해외여행은 재밌을 것 같은데요? 워낙 안 가본 나라가 많아서.”


그 말에 얼굴 위로 활짝 꽃이 피는 유희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정우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이고, 고마워 한 서방! 내가 이 집에 사는 동안은 필요한 건 뭐든 다 해줄게! 빨래고 음식이고 손 하나 까딱하지 마.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아, 그건 제가.”

“으응! 아니야. 사위 사랑 장모 사랑이라고 결국 이게 다 돌아오는 법이거든. 호호호. 어여 먹어, 어여.”


이상하게 그 호칭에 자꾸만 적응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서방이란 말도 장모라는 말도.

이미 지난 생에 한 번 들어봤던 말들이라 그런가?


‘그러기엔 이렇게 따뜻하진 않았었지. 그마저도 몇 번 없었고.’


이세련의 부모는 정우를 탐탁지 않아 했었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그녀가 톱스타 반열에 오른 뒤로는 자꾸만 딸을 아까워했다.

한창 잘 나갈 시기에 결혼을 한 것도, 남편이 너무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도.

사실은 그 기회를 만들어준 게 정우라는 것도 모른 채.

그래서인지 지금의 상황들이 싫지는 않았다.

어쨌든 누군가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거니까.


“나왔네요, 드디어. 구 대표 관련 뉴스가.”


그때 켜놓은 TV를 보며 최지아가 말했다.

구 대표라는 말에 정우의 시선도 곧장 화면으로 향했다.

그러자 포승줄을 맨 채 모자이크도 안 된 구승학의 얼굴이 송출되고 있었다.


-마약, 폭행, 성매매 알선, 해외 불법 도박 등의 혐의로 구승학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고 있습니다. 구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심사 결과에 따라 구속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구 씨는 오늘 서울 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며, 결과는 이르면 저녁 중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터지나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단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죄목에 폭행이 포함된 걸 보니 오재식도 한몫을 한 듯싶었다.

구승학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부위를 만지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었으니까.


“아무래도 구속은 피하지 못하겠죠? 죄목이 저렇게 많으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마약까지 껴 있는 사건이니까. 해외로 도주할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할 거고요.”

“꼴 좋네요.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굴더니 저렇게 포승줄에 묶여 있는 거 보니까. 꼭 죗값 받아야 할 텐데.”


아무리 좋은 변호사를 써도 실형은 면치 못할 것이다.

이미 증거가 차고 넘치니까.

사실상 엠블럼 엔터는 이제 끝이라고 봐야했다.


“...... 어?”


그런데, 그때.

구승학 소식을 알리던 뉴스에서 또 다른 연예계 관련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앵커의 입에서 나온 이름 세글자가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다음은 배우 송수아 씨에 대한 소식입니다. 오늘 오전 9호선 지하철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송수아 씨를 발견하고 역무원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소식입니다. 문제는 송 씨가 발견된 장소에서 여러 개의 주삿바늘이 같이 나왔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도 마약을 투약했다는 제보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소식 이철호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뉴스를 접한 정우와 최지아는 동시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최지아는 송수아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기 때문이고 정우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밖으로 나온 정우는 황재국에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저예요. 혹시 뉴스 보셨어요?”

-어, 나도 대표님 얘기 듣고 방금 봤는데 이거 뭐냐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대표님도 알고 계신 거예요? 사실 여부는 확인해 보셨대요?”

-말도 마라. 지금 온갖 매체들에서 어뷰징 기사들 미친 듯이 쏟아내고 있다. 사실이 아니면 그럴 수가 없잖아?

“하아. 미치겠네요. 하나 해결하니까 또 하나가 터져버리고.”

-대표님이 이 기사 최초로 보도한 기자랑 통화를 했는데 이미 진작에 기자들은 알고 있었다더라. 다만 구승학 대표가 돈으로 처발라서 입막음하고 있었던 거고.

“구승학 대표가요? 그럼.”

-그렇지. 이제 감옥에 갈 판이니 이때다 싶어서 그냥 터뜨려 버린 거야. 누가 먼저 내보내느냐에 따라 ‘단독’ 타이틀을 가져가는 거니까.

“후우.”


이 일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건 송수아가 이번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한재아 사건을 겨우 해결하니까 이번엔 다른 곳에서 터져버린 것.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엔 없었다.


-이건 빼박이라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인 건 주조연급 역할이라는 거지만.

“후보군은 있고요? 당장 다음 주부터 촬영인데.”

-일단 이건 최경수 감독이 알아서 하겠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쪽에서도 대비책은 마련해 두자고.

“우선 알겠습니다. 저도 생각을 좀 해볼게요.”

-오케이. 내일 회사에서 보자.


통화를 끊은 정우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원래 한 작품 들어가기 전엔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번처럼 크랭크인이 들어간 뒤에 사건이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재아를 대신해 최지아를 섭외하니 이젠 주조연급 배우인 송수아가 사고를 일으키고.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연예계라더니, 그게 딱 맞는표현이었다.


“...... 설마 이것도 내가 쏘아 올린 공인 건가?”


*


같은 시각, 서울의 모 호텔.

욕실에선 샤워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침대 위에선 한 여성이 가운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잇따른 연예계 사건 소식을 접하며 이세련이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단 말이지.”


분명 깔끔하게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생각이 나서 안 되겠다.

그게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미련인 건지.

어쨌든 중요한 건 이대로는 그냥 못 넘어가겠다는 거였다.


“응? 어디가? 나 이제 씻고 나왔는데?”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 이세련에게 김성태가 물었다.

온 지 30분도 안 됐는데 벗었던 옷을 다시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가긴. 집에 가지.”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나 이제 씻고 나왔다니까?”

“씻었으면 잠도 푹 자고 가. 배고프면 룸서비스도 시켜 먹고.”

“뭐?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속옷 위로 블라우스를 걸치며 이세련이 가방을 집었다.

그런 뒤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김성태에게 툭 던졌다.


“우리도 이제 그만 보자. 슬슬 재미가 없어지려고 하네. 매니저는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 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는 김성태.

남은 옷들을 마저 입으며 이세련이 차키를 집었다.


“차는 내가 들고 간다. 그동안 내 차 가지고 딴 년들 앞에서 자랑 많이 했을 텐데 이젠 네 돈으로 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마.”


그렇게 호텔 방을 나온 이세련은 휴대폰을 꺼냈다.

잠시 뒤 통화가 연결된 상대에게 입을 열고 말했다.


“방금 기사 봤어요. 좀 뵐 수 있을까요?”






작가의말

드디어 연휴의 시작이네요!

긴 연휴 동안 에너지 충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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