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세리즌
작품등록일 :
2024.09.02 03:20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7,674
추천수 :
1,669
글자수 :
102,321

작성
24.09.17 18:13
조회
3,089
추천
72
글자
12쪽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7화

DUMMY


데이트란 말에 정우는 잠깐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그 말을 들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저랑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요?”

“왜요? 별로예요?”

“그렇다기보단.”

“제가 여배우라서요? 여배우는 뭐 사람 아닌가? 데이트도 하고 살 수 있지.”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연애 목격담은 심심찮게 올라오니까.

다만 정우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건 두 사람이 그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우에게 최지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부담 느낄 필요 없어요. 말 그대로 그냥 뮤지컬 한 편 보고 오자는 거니까.”

“평소에도 즐겨 보시는 편인가요? 뮤지컬을?”

“연극, 뮤지컬, 영화 다 골고루 보는 편이기는 한데, 내일은 특별히 초대를 받은 거라 꼭 가야 해요. 근데 초대권을 두 장 받아서 누구 하나는 데리고 가야 해서.”

“아, 초대권요.”

“제 친한 동생이 하는 공연이니까 가서 사진도 찍고 응원도 하고 와야죠. 어때요? 시간 돼요 정우 씨?”


시간이야 내려면 못 낼 것도 없었다.

어차피 공연은 저녁에 할 거고 그 시간엔 퇴근을 해 있을 거니까.

그게 아니라도 최지아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회사에선 얼마든 보내줄 거고.


‘잠깐만. 뮤지컬?’


그때, 순간 다른 생각이 든 정우가 최지아를 바라봤다.


“혹시 공연 장소가 어디죠? 대학로인가요?”

“맞아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대학로가 공연의 메카니까. 공연 시간은 저녁 7시고요.”


안 그래도 캐스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이세련을 내쫓았으니 수습도 스스로가 해야 하는 상황.

물론 회사는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지만 그래도 책임감이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대학로라면 뭐가 보일지도 모르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연의 빛.

어쩌면 그게 이번에도 도움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로엔 매일 수많은 공연들이 열리고 그만큼 연기자들 또한 많이 모여 있으니까.

그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혹시라도 인연의 빛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내일은 제가 좀 일찍 퇴근해 보도록 할게요. 7시면 빠듯할 수도 있으니까.”

“정말요? 가능해요?”

“지아 씨 이름 좀 팔면 되죠. 그것만 한 치트키도 없으니까.”


입을 벌리며 최지아가 웃음을 지었다.


“아~ 굿! 그럼 얼마든 쓰세요 제 이름. 정우 씨한텐 특별히 허락할 테니까!”

“마치는 대로 데리러 올게요.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가 같이 가요.”

“아뇨,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제가 정우 씨 데리러 갈게요. 회사 앞으로.”

“지아 씨가요? 직접 운전을 해서?”

“왜요, 불안해요? 저 면허는 있다니까요?”

“으음......”


최지아의 운전 실력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엔 없었다.

특히 ‘면허는 있다’라는 그 말이 더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설마 장롱 면허는 아니겠지?


“그래요, 그럼. 꼭 안전 운전해서 오세요. 절대 사고 나지 않도록.”


그렇게 말하면서도 못내 불안한 마음의 정우였다.



*


“와, 정말로 왔네요? 여기까지?”


다음날, 자신의 외제 차를 몰고 정말로 최지아가 정우를 데리러 왔다.

인사를 하면서도 정우의 눈은 차 곳곳을 훑고 있었다.

혹시나 여기저기 긁힌 건 아닌지, 범퍼는 멀쩡히 살아있는지.

다행히 깔끔한 상태로 네 개의 타이어까지 잘 붙어있었다.


“말했잖아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훗, 얼른 타요.”


타라는 말에 정우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통 그런 말은 운전석에서 해야 하는데 이미 보조석에 앉아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전벨트까지 멘 상태로.

운전석에 올라타며 정우가 최지아를 쳐다봤다.


“아주 자연스럽네요? 조수석에서 타라는 말이?”

“여기까지 오느라 제 모든 집중력과 에너지를 다 써버렸거든요. 더 이상은 무리에요, 무리.”

“오다 위기는 없었고요?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규정 속도 딱딱 지켜서 잘 왔어요. 1, 2차선 절대 안 타고 3, 4차로 위주로만. 그게 매너라던데요?”

“누가요?”

“유튜브가요. 괜히 빵빵거리고 욕먹으면 기분 나쁘잖아요. 다행히 그런 건 없었어요. 양보도 잘 해주고.”


하긴. 아마 1차로로 갔어도 그냥 조용히 추월해 가고 말았을 거다.

차 가격만 무려 3억이 넘는데.

오히려 3, 4차로를 타던 사람들이 더 부담스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지금 시각 오후 3시.

회사에 있었으면 가장 따분하고 지루할 시간인데 이렇게 나오니 정우도 리프레쉬가 되는 기분이었다.

최지아는 데이트라고 했지만 본인은 본인 나름대로 해결해야 숙제가 있기도 했으니까.

일종의 외근이라 보면 되겠다.


“7시까지는 시간이 좀 비는데 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나온 김에 볼일을 봐도 되고.”

“안 그래도 리스트를 좀 짜봤어요. 이 중에 가능한 것부터 골라서 하면 될 것 같아요.”


휴대폰 메모장을 켜 정우에게 보여주는 최지아.

화면 전체가 글자로 빼곡히 박혀 있어 운전을 하면서 읽기에는 무리였다.


“뭘 적어놓으신 거예요? 수십 가지는 되는 것 같은데.”

“아, 운전 중이니까 제가 읽어줄까요? 첫째! 스티커 사진 찍기. 둘째, 커피 테이크 아웃 해서 공원 산책하며 마시기. 셋째, 길거리 음식 먹기. 넷째, 진짜, 진짜 맛집으로 소문난 곳 웨이팅 없이 먹기.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방송에 나오지 않은 곳이어야 함! 다섯째......”

“잠깐, 잠깐만요. 그걸 다 하고 싶다고요? 오늘 하루 만에?”

“아뇨, 앞으로 하나씩 하고 싶은 것들요.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나가면 되니까. 왜요, 안 내켜요?”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우는 순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말한 것들이 전부 연인 사이에서나 하는 것들 같은데, 진짜로 이걸 데이트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입술을 달싹이던 정우가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그러니까 그걸 다 저랑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그렇죠? 정우 씨랑 할 것들을 짜온 거니까?”

“그런 건 연인 사이에서나 하는 데이트 코스 같은데......”

“우린 부부잖아요. 부부도 연인 아닌가?”

“네? 우리가요?”

“한집에 살고 제가 빨래랑 다림질도 해주고 또, 엄마가 아침저녁으로 밥도 차려주고. 사실상 부부라 봐도 무방하지 않아요? 게다가 엄마는 아예 한 서방이라고 부르는데?”

“......”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지?

그거야 다 그럴만한 상황들이 있었던 건데.

그걸 다 부부라고 하면 하숙집에 사는 사람들은......


“혹시 저 좋아하세요?”


미친 소리 같겠지만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최지아가 뭐가 아쉬워서 그러겠냐만 어쨌든 확실히 짚고 넘어가긴 해야 했으니까.

안 그러면 나중에 가서 괜히 혼자만 오해하고 이상한 그림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곧이어 나온 최지아의 대답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호감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번 알아보고자 하는 거고요.”

“...... 네?”

“호감이 있다고요. 한정우 씨한테. 우리 집에 처음 찾아왔을 때. 그날부터 제 마음에 쏙 들어왔다는 말이에요. 봉숭아 물들이듯 천천히 스며들면서.”

“......”

“왜요? 정우 씨는 제가 별로예요? 여자로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지아를 어떻게 별로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톱 여배우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면 외모 인성이면 인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정우가 당황스러운 건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제가 표현했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뭐 만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그, 말이 앞뒤가 안 맞지 않나요? 일단은 만난다는 게 전제인 것 같은데.”

“어쩌겠어요, 이미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는데. 좋든싫든 앞으로 6개월은 붙어있어야 하잖아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의식의 흐름이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일종의 고백이라는 건가?


“제가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혹시?”

“아, 여자친구 있어요? 지금?”

“아뇨, 없기는 한데.”

“그럴 것 같았어요. 그럼 됐네요?”


뭐지? 방금까지 좋았다가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하는 건?

그럴 것 같다니. 그럴 것 같다니!


“아무튼 얼른 가요. 적어도 두 가지는 클리어하려면 빠듯하니까. 렛츠 고!”


그렇게 찝찝한 기분을 안으며 정우는 엑셀을 밟아나갔다.



*


대학로에 도착해 처음으로 한 일은 스티커 사진 찍기였다.

최지아의 메모장에 가장 첫 번째로 적혀있던 일.

사실 그건 정우도 난생처음 해보는 거였다.

전생에서도 그런 추억은 전혀 없었으니까.

처음엔 둘 다 쭈뼛대긴 했지만 타이머의 압박에 이내 포즈와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점점 사진들도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멀었던 거리는 가까워져 있고, 또 어떤 사진엔 둘이 팔짱을 낀 모습도 담겨 있었다.

누가 보면 정말로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6장의 사진을 고른 뒤 포토샵을 하며 최지아가 웃음을 지었다.


“정우 씨 혹시 로봇이에요? 표정이 다 똑같잖아요.”

“저는 일반인이잖아요. 이런 게 익숙할 리가 없죠.”

“응? 설마 스티커 사진 처음 찍어보는 거예요? 여자친구랑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요?”

“네, 저도 처음인데. 지아 씨처럼.”

“아...... 그렇구나?”


전생이든 과거든, 굳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이니까.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스스로가 보기에도 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비록 최지아는 로봇 같다고 했지만.


“와, 존나 예뻐. 미친!”

“실물 사람임? 와...... 주변을 다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네. 미쳤다 진짜.”


사진을 인화하고 칸막이를 나오는데 대충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안에 최지아가 있다는 걸 알고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우가 쳐다보자, 냉큼 다가와 정우의 옷자락을 잡았다.


“저, 매니저님!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언니가 너무, 너무 예뻐서요!”

“제발요! 저 진짜 연예인 실물로 보는 거 처음이란 말이에요. 제발요, 네?”


잠깐 빠져있던 환상에서 급히 돌아온 기분이다.

분명 칸막이에서 같이 나왔는데 아무런 의심조차 안 하다니.

정우가 여학생에게 물었다.


“방금 오징어라고 한 거 그거 나보고 한 얘기였지?”

“에? 에에?”

“주변을 다 오징어로 만든다며. 그 오징어가 여기엔 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에에......?”

“한국 사람이 아닌가 보네. 그냥 가야겠다.”

“죄송해요! 그건 그냥 언니가 너무 예뻐서! 절대 매니저님을 오징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진심!”


곧 죽어도 다른 관계일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모양이다.

정우가 실소를 짓고 있자, 최지아가 다가와 여학생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래, 찍자. 내가 잡아줄게.”

“대박! 언니 인성 무슨 일이래요? 저 진짜 팬할래요!”

“아까는 팬이라며? 아니었어?”

“원래도 팬이었는데 더, 더, 더 팬 할래요. 언니 사랑해요!”


에너지며 텐션이며 역시 그 나이대 또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입 가리고 눈 크게 뜨고, 온갖 예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올 수밖엔 없었다.

꼭 나중에 자신의 딸도 저러고 있을 것 같아서.


‘...... 어?’


그런데, 그때.

혼자 밖을 바라보고 있던 정우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팍 꽂혔다.

정확히는 먼발치에서 다가오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었는데,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엔 없었다.


‘빛이 두 개라고......?’


그들에게서 나오는 빛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색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9화 NEW +1 4시간 전 616 33 12쪽
1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8화 +2 24.09.18 2,288 72 11쪽
»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7화 +4 24.09.17 3,090 72 12쪽
1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6화 +8 24.09.16 3,660 77 12쪽
1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5화 +7 24.09.15 3,951 82 12쪽
1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4화 +7 24.09.14 4,220 72 11쪽
1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3화 +4 24.09.13 4,434 85 12쪽
1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2화 +9 24.09.12 4,959 97 12쪽
1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1화 +7 24.09.11 5,101 97 12쪽
10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0화 +4 24.09.10 5,304 96 11쪽
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9화 +7 24.09.09 5,348 104 13쪽
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8화 +3 24.09.08 5,537 87 12쪽
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7화 +6 24.09.07 5,999 82 12쪽
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6화 +6 24.09.06 6,283 89 11쪽
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5화 +1 24.09.05 6,611 102 12쪽
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4화 +2 24.09.04 7,012 99 11쪽
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4 24.09.03 7,490 110 12쪽
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2화 +8 24.09.02 7,680 118 12쪽
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1화 +5 24.09.02 8,092 9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