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세리즌
작품등록일 :
2024.09.02 03:20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7,699
추천수 :
1,669
글자수 :
102,321

작성
24.09.15 18:23
조회
3,951
추천
82
글자
12쪽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5화

DUMMY


“잠깐만요.”


시동이 켜져 있는 벤 앞에서 정우가 누군가를 불렀다.

운전석에 올라타려던 걸 멈추고 그가 고개를 돌렸다.


“네?”

“이세련 씨와 잠깐만 얘기 좀 나누겠습니다. 10분 정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 말에 이세련의 매니저가 뒤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커피 좀 사러 다녀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니저가 멀어지고 난 뒤에 정우가 벤에 올라탔다.

그녀와 마주 본 상태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러는 의도가 뭐야?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응? 내가 뭘 어쨌다고? 난 그냥 좋은 작품에 참여하려는 것뿐인데?”

“이미 들어가기로 한 다른 작품이 있잖아. 계약까지 마쳤고. 그런데 왜.”

“아~ 작품 비중을 보니까 충분히 스케줄 조율이 될 것 같더라고. 내 입장에선 필모 하나 더 추가하면 좋은 거니까. 가뜩이나 이쪽으로는 데뷔도 늦었는데.”


말없이 이세련과 눈을 마주하는 정우.

아까는 몰랐지만 이젠 그녀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작품이면 이제라도 네 입으로 안 하겠다고 해. 다른 후보군은 얼마든 있으니까.”

“내가 왜? 나 이거 하고 싶다니까? 진심을 너무 몰라주네.”

“그럼 얘기해 봐. 네가 맡은 배역이 뭐고 어떤 캐릭터인지. 시나리오를 봤으면 그 정돈 알 거 아냐?”

“으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무작정 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주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차한 자리를?”


대표실에서 미팅을 할 때만 해도 정우는 이게 공과 사의 문제라 생각했다.

그녀는 배우고 자신은 제작사 소속이며, 얼마든 작품으로 엮일 수 있는 관계라고.

더군다나 이미 첫 작품을 통해 양쪽 모두 큰 이익을 본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세련의 투입은 공적으로만 따지면 환영할 일이었다.

자신과의 관계는 관계고, 영화 전체로 봤을 땐 분명 구세주인 것만은 확실했으니까.


그러나, 미팅 내내 자신을 바라보는 이세련의 눈빛을 보고 정우는 확신했다.

그녀는 지금 전혀 다른 의도로 이 작품에 참여하려고 한다는 걸.


“혹시나 자존심 때문이면 더 망가지기 전에 여기서 그만해. 그럼 본전은 찾을 거니까.”

“뭐? 자존심?”

“네가 가진 건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그 소유욕, 나랑 결혼하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 아니었어?”


지난 생을 끝내며 가장 답을 알고 싶던 거였다.

대체 왜 자신과 결혼을 하려고 했던 건지.

결혼과 동시에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결혼 생활 내내 부부로서의 의무는 내팽개쳤다.

그리고, 끝까지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땐 이유를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저 성공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라는 걸.


“나한테 프로포즈를 하면서 그랬지? 내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까지 못 올라갔을 거라고. 평생 네 옆에 두고 꽉 끼고 살아야겠다고. 그 말을 듣는데 난 정이 떨어지더라고.”

“...... 뭐?”

“네 실체를 몰랐을 땐 그 말을 듣고 좋아했겠지만 네가 어떤 여잔지를 알고 나니까 역겹더라고. 그런 여자랑 평생을 살았을 걸 생각하면.”

“지금......”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둬. 그래도 한 때는 연인이었던 사람의 치부를 내 입으로 터뜨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내가 없어도 그 생활은 계속하고 싶을 거 아냐?”


그녀로선 처음 보는 모습일 거다.

항상 배려있고 친절했으며, 모든 부분에 있어서 늘 져주기만 했던 사람이니까.

아마도 그래서 쉽게 보고 뒤로는 계속 딴짓을 해왔을 터.

의심, 불신,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을 테니까.


“한정우 씨.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을 하시죠? 내가 지금 우리 관계 때문에 이러는 것처럼 보여?!”

“나도 관계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오로지 작품만 보고 이러는 거지. 너 하나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물거품이 될까 봐.”

“...... 뭐?”

“돌려서 말하면 또 똑같은 짓을 할까 봐 확실히 얘기해줄게. 네 문란한 사생활이 내가 하는 작품에 조금의 누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아주 티끌만한 흠집조차도.”

“무슨......”

“네 매니저 김성태, 그리고 그 외 다수의 남자들. 내 입으로 직접 기자들한테 알려줄까? 뒤로는 딴 남자들한테 몸을 굴려가면서 한 남자 인생은 끝장내려 했다고?”


그 말과 동시에 정우의 시선이 앞쪽으로 향했다.

운전석 앞으론 캐리어에 커피를 담은 매니저가 다시 차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고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라는 건 없어. 꼬리가 길지 않아도 잡히기 마련이고.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앞으로 나하고는 엮이지 말자. 제발.”


할 말을 모두 끝낸 정우는 등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재차 그녀에게 경고했다.


“티 나지 않게 다시 최 감독한테 전화해서 얘기해. 회사와 다시 얘기해 봤는데 스케줄 조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만약 오늘 중으로 정리가 안 되면 그땐 나도 내 방식으로 해결할 테니까.”

“......”

“그날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 잊지 마. 다시는 엮이지 말자고 했던 거. 그거 진심이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정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갔다.

첫 이별 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두 쏟아내고 나자, 이제야 진짜로 후련해진 기분이었다.



*


“어머나, 짐이 이렇게나 많아요? 이걸 다 언제 정리한대?”


그날 오후, 정우는 회사에 얘기를 하고 반차를 썼다.

촬영이 시작되면 진짜로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번 주에 이사를 모두 끝낼 생각이었다.

이삿짐센터에서 내려준 짐들을 보며 최지아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15년 가까이를 한집에서만 살았으니까요. 나름 버릴 건 다 버리고 왔는데도 제법 되네요.”

“여기에 아버지 유품들도 다 있는 거죠? 안 버리고?”

“네. 저도 뭐가 있는지는 몰라서 정리하면서 한번 보려고요. 돌아가신 뒤로 다 그대로 놔두기만 해서.”


목장갑을 끼는 정우에게 최지아가 손을 척 내밀었다.


“저도 주세요.”

“뭘요?”

“뭐겠어요. 장갑이지. 혼자보다야 둘이 하는 게 더 빠르지 않겠어요? 그래도 해 지기 전에 다 끝내려면.”


팔까지 걷어부치고 목장갑을 양손에 척척 끼는 최지아.

커터칼과 가위를 들고 포장박스에 붙은 테이프들을 빠르게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포장 이사 아르바이트한 적 있으세요? 거의 전문가 수준인데?”

“푸하하. 아르바이트는요. 고등학생 때부터 쭉 배우 일만 해왔는데. 저도 이사라면 남들 못지않게 해봤거든요. 그때마다 엄마랑 둘이서 다 해냈고.”

“아.”

“연예인으로 산다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남의 손을 빌리고 싶어도 고민이 될 수밖엔 없으니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그 말의 의미를 정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괜히 잘못했다가 갑질이니 뭐니 하는 문제들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혹은 사생이니 스토커니 하는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일로 고통받는 연예인들은 많으니까.


“실제로 겪은 적도 있으세요? 그런 일을?”


정우의 물음에 최지아가 한숨을 쉬며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제가 연예계 생활이 몇 년인데요. 수도 없이 많았죠. 그것 때문에 바꾼 번호만 해도 수십 개는 될걸요?”

“번호를요?”

“어떻게 알고 낮이고 새벽이고 계속 전화를 해오는 거예요. 제 팬이라면서 한 번만 같이 밥을 먹어주면 안 되겠냐고. 전화를 안 받으면 문자고 톡이고 계속 보내오고.”

“번호를 어떻게 알고요?”

“나중에 안 사실로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부러 번호를 파는 경우들이 있다더라고요. 아니면 당사자가 대리점에서 일하는 직원이거나. 그래서 아무리 번호를 바꿔도, 바꿔도 연락을 해오는 거죠. 그쪽 전산에는 다 뜨니까.”

“와, 그건 좀 충격인데요?”

“그렇죠? 그것 말고도 무궁무진해요. 별의별 일들이 다 벌어지는 곳이니까 여기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최지아가 신기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멘탈이 나가서 정신적으로까지 고통을 호소할 법도 한데.

이미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 너무나도 초연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오늘 도와줬으니까 이사 빨리 끝내고 제가 밥 사드릴게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오, 좋죠. 이삿날은 뭐니 뭐니 해도 짜장면 아니겠어요? 거기다 탕수육까지!”

“일반? 아니면 간짜장?”

“아, 둘 다 좋은데. 어떡하죠?”

“그럼 둘 다 먹어요. 다 사드릴 테니까.”

“에이, 저 다음 주부터 촬영 들어가거든요? 과식하면 안 돼요. 아!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다.”


최지아가 묘한 눈빛을 보내며 정우를 바라봤다.


“제가 일반 짜장 시키고 정우 씨가 간짜장 시키면 어때요? 서로 나눠 먹는 거죠.”

“아, 저랑요?”

“왜요? 싫으세요?”

“아뇨, 그렇다기보단...... 음, 그냥 두 개 시켜서 남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음식 남기면 벌받아요. 그냥 서로 나눠 먹으면 되지. 어차피 앞으로도 그럴 일은 많지 않겠어요?”

“그럴 일요? 어떤?”

“같이 밥 먹는 일요. 집에서든 밖에서든, 앞으로 항상 둘이 먹게 될 텐데. 서로 맞춰가자구요. 음식 취향도 다른 것도 다.”

“...... 아.”


다른 건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우.

그녀의 말처럼 한동안은 서로 맞춰가야 할 사이임은 분명했다.


“어머님은 뭐 좋아하세요? 어머님 메뉴도 담아야 하는데.”

“아, 엄마는 지금 집에 안 계세요. 아까 나갔는데 늦게 들어올 것 같다고 연락 왔었어요.”

“어머님이 최지아 씨보다 더 바쁘신 것 같네요? 항상 보면 최지아 씨는 가만있고 어머님만 계속 움직이시는 것 같던데.”

“에? 그럼 뭐 제가 집에서 빈둥댄다는 얘기에요? 집안일은 하나도 안 하고?”

“그렇다기보단......”

“그런 거잖아요. 맞죠?”

“네. 일단 지금까지 제가 본 모습으로는.”

“참나. 아니거든요? 제가 정우 씨 빨래까지 직접 해왔는데!”


그 말과 함께 옆에 놓여있던 옷들을 건네는 최지아.

며칠 전 그녀의 집에 벗어둔 옷들이 깨끗하게 세탁된 상태로 포개져 있었다.


“제가 다림질까지 직접 다 해놨어요. 어때요, 이 정도면 일등 신부감이죠?”

“어머님이 하신 건 아니고요?”

“아이참, 제가 했다니까요? 진짜로?”

“하하. 고마워요. 이러니까 진짜 부부같네요 우리. 어머님 말씀처럼.”


정우의 얘기에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최지아.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쿵거리는 느낌이었다.


‘뭐야. 이게 말로만 듣던 플러팅이라는 건가? 이런 거였어?’


어제 ‘남자 꼬시는 법’을 검색하고 가장 많이 접한 단어가 바로 플러팅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겐 쉴 새 없이 플러팅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내내 고민이었는데.

되려 상대에게 먼저 당해버린 기분이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아, 아뇨. 갑자기 더워서. 얼른 일 끝내고 밥 먹죠 우리! 아, 배고프다!”


괜히 배를 만지며 다시 포장박스를 뜯기 시작하는 최지아.

테이프를 제거하고 상자 윗부분을 열어두는 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중간 박스 하나를 열었는데 웬 액자 하나가 맨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어? 이거......”


그런데, 사진 속 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선뜻 기억은 나지 않는.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떠올려보려다 실패한 최지아가 결국 액자를 들고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 씨, 혹시 이분 누구세요?”

“아, 저희 아버지에요. 잘 나와서 영정 사진으로 썼던 건데.”

“아버지라고요? 이분이?”

“네, 왜요?”


그 순간, 최지아는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말

지난 회차에서 제가 독자님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9화 NEW +1 4시간 전 618 33 12쪽
1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8화 +2 24.09.18 2,290 72 11쪽
1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7화 +4 24.09.17 3,091 72 12쪽
1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6화 +8 24.09.16 3,661 77 12쪽
»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5화 +7 24.09.15 3,952 82 12쪽
1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4화 +7 24.09.14 4,220 72 11쪽
1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3화 +4 24.09.13 4,434 85 12쪽
1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2화 +9 24.09.12 4,959 97 12쪽
1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1화 +7 24.09.11 5,102 97 12쪽
10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0화 +4 24.09.10 5,305 96 11쪽
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9화 +7 24.09.09 5,349 104 13쪽
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8화 +3 24.09.08 5,539 87 12쪽
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7화 +6 24.09.07 6,002 82 12쪽
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6화 +6 24.09.06 6,286 89 11쪽
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5화 +1 24.09.05 6,613 102 12쪽
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4화 +2 24.09.04 7,015 99 11쪽
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4 24.09.03 7,490 110 12쪽
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2화 +8 24.09.02 7,681 118 12쪽
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1화 +5 24.09.02 8,093 9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