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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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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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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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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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7화

DUMMY


오재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정우.

지금 그가 놀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오재식의 입에서 잠입 수사라는 말이 나온 것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잠입 수사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시다시피 제가 탐정 일을 하고 있잖습니까. 의뢰가 들어왔어요. 엠블럼 엔터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다고.”

“아니, 그런 일도 하세요? 불륜 전문 아니었나요?”


훗날엔 꽤 잘나가는 탐정 사무실이 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까진 탐정업이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을뿐더러, 이 당시만 해도 흥신소라는 이름으로만 운영이 되었으니까.

의뢰하는 사건의 대부분이 배우자의 뒷조사이던 때.

그런데 뜬금없이 연예 기획사를 조사하고 있다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요새 경기가 워낙 안 좋잖습니까. 경기가 안 좋을 땐 불륜도 잠잠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네? 경기랑 불륜이 무슨 상관이 있어서요?”

“있죠. 내연남, 내연녀랑 살려면 기존 배우자와 이혼을 해야 하는데 위자료를 물어줘야 하잖습니까. 그래서 경기가 안 좋을 땐 이혼 요구를 안 해요. 덩달아 불륜 의뢰도 확 줄어들고.”

“에? 사실입니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것저것 가려서 받을 처지가 아닌 거죠. 저희도 먹고 살려면.”

“아.”


참, 다들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든다.

불륜도 때와 상황을 가려서 하다니.

그럼 경기가 좋을 땐 왕성해진다는 건가?

막 두 명, 세 명, 이 남자 저 여자 다 걸쳐가면서?


“그런데 연예 기획사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는 건 무슨 말이죠? 이거 혹시 기업 의뢰입니까?”


한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이런 의뢰를 할 것 같지는 않아 물은 것이었다.

대게 이런 건 경쟁 업체가 약점을 캐기 위해 의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자 오재식이 부정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우선 그 전에, 한정우 씨는 여기에 왜 계셨던 겁니까? 혹시 이 회사에 아는 사람이라도.”

“아뇨, 저도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겁니다. 당연히 탐정님인 줄은 몰랐고요.”

“일단 오늘 여기서 저를 본 건 절대 비밀입니다. 아시겠죠? 아직은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라.”

“대체 무슨 의뢰이길래.”


주변을 쓱 훑고는 오재식이 입을 열었다.


“한정우 씨 정도 되는 또래의 남성에게 들어온 의뢰였습니다. 여자친구 가방에서 구승학이란 사람의 명함이 나왔는데, 그 사람을 한번 알아보고 싶다고요.”

“구승학이요? 여기 대표잖아요?”

“예. 그래서 잠입 수사를 하게 된 겁니다. 일단은 안에 들어가야 정보든 뭐든 캘 수 있는 거니까.”

“취업을 했다는 말씀이세요? 엠블럼 엔터에?”

“다행히 매니저 채용은 상시인 데다가 면접도 전혀 까다롭지가 않더군요. 워낙 퇴사율이 많은 직업이라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그냥 합격시켜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3D 업종 중에 하나가 바로 매니저기에 오래 버티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박봉에 잠은 못 자고, 온갖 뒤치다꺼리까지 다 해야 하니까.

일주일도 못 버티고 잠수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곳이었다.


“그런데 명함 하나만 가지고 뒷조사를 의뢰한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 정도면 의심이 과한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지만 분명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데이팅 앱에 달라진 씀씀이까지, 여자친구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겁니다.”

“변화요?”

“원래는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히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친구였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더니 연락이 잘 안될 때가 많았다더군요.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갑자기 못 보던 명품이 생겼다거나 데이트 비용도 자기가 먼저 내겠다 하고.”

“흐음.”

“아시다시피 취업 준비생이 돈이 어딨겠습니까?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명품은 무리죠. 그러다 여자친구 휴대폰에서 데이팅 앱을 발견한 겁니다. 그리고 구승학 대표의 명함을 보게 된 거고요.”


황당하다는 듯 정우가 물었다.


“남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데이팅 앱은 뭐 하러 깔았을까요? 그거 이성 만나는 게 목적인 어플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의뢰를 한 거죠.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조사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흐음.”


여대생과 연예 기획사 대표의 조합이라.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그림이었다.


‘잠깐만. 데이팅 앱?’


그런데 그때, 정우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번뜩하고 스쳐 갔다.

정확히는 지난 생에 보았던 어떠한 기사의 내용이었는데, 그것도 데이팅 앱과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더기로 체포가 됐었지 아마? 성매매에 마약까지, 온통 불법 천지였으니까.’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그런 유의 사건이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성매매를 한 사람들이 잡혔는데, 발각된 현장에선 마약도 함께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엄청났다는 것.

데이팅 앱이 아니라 마치 범죄 알선 도구로 쓰이는 듯, 그 안에선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구승학 대표 명함은 뜬금없이 왜 나온 거지?’


만약 이번 의뢰 사건도 그런 유의 일이라면 구승학과는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졌다.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무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그런 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데이팅 앱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고.

술자리 한 번에 수천씩 써대는 인간이 굳이 그렇게까지 성매매를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만, 이거 혹시.’


그 순간 강기찬 대표와 최지아가 했던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강기찬은 그가 로비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했고, 최지아는 자신이 벌어다준 돈이 더러운 곳에 쓰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 더러운 곳이라는 게 로비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는데.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거였다면.’


모 연예인의 성매매 알선 사건이 터진 적이 있었다.

상당히 인기가 있는 연예인이었는데 사업적으로도 꽤 좋은 수완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친한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가 됐었는데, 그 안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이번에 해외에서 중요한 바이어가 오는데 업소에서 일하는 접객부 말고 일반인들로 구해달라고.

그 구해달라는 의미가 성매매 알선을 의미했고, 추후에 바이어와의 계약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해당 여성에게 명품 가방까지 선물한 내역이 드러났다.

어쩌면 이번 일도 그것과 맥락이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 것이다.

본인의 비즈니스를 위해 일반인 여성을 고용하는.


“그런데 얼굴은 왜 그런 겁니까? 꼭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정우의 물음에 오재식이 뺨을 문지르며 이를 갈았다.


“대표라는 인간이 아주 쓰레기더군요. 직원한테 폭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폭행이요? 그럼 정말로 맞았다는 겁니까?”

“출근한 지 2주나 지났는데 대표 얼굴도 못 보고 있으니 제가 오죽 답답했겠습니까. 그래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얘기했죠. 제가 대표님을 보좌하면 안 되겠냐고.”

“보좌요?”

“항상 개인 비서를 대동시키더군요. 근데 밤낮없이 술 퍼마시는 인간이라 한 명으론 부족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얘기했죠. 혹시라도 음주 사고나 졸음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한 명을 더 배치하면 어떻겠냐고.”

“아.”

“그랬더니 대뜸 주먹부터 날리지 뭡니까? 어디 신입 나부랭이가 대표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냐고. 내 살다 살다 그런 미친놈은 처음 봤습니다. 이번 의뢰만 끝나면 바로 고소부터 넣어버릴 생각입니다.”


맞은 부위를 만지며 씩씩거리는 오재식.

하긴. 직업이 탐정인데 증거는 진작에 확보해 두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건데.


“저, 탐정님? 혹시 저랑 같이 공조 수사해 볼 생각 없으십니까?”


오재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공조 수사요?”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된 거 함께 힘을 합쳐보면 어떻겠냐는 얘깁니다. 탐정님은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고 저는 제 목적을 달성하고. 어쨌거나 추구하는 방향은 같은 것 같은데.”

“방향요? 하지만 무슨 수로......?”

“방금 저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거든요. 어쩌면 한 방에 두 가지 일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정우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팍 떠올랐다.


*


이틀 뒤, 역삼동에 위치한 한 프라이빗 술집 앞에 온 정우.

차량 안에서 몇 시간째 대기를 하며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편의점에 갔던 오재식이 빵과 우유를 사서는 정우에게 건넸다.


“벌써 네 시간 째네요. 괜찮겠습니까? 안에 있는 여성분은.”

“괜찮을 겁니다. 저래 봬도 싸움은 저보다 더 잘해요. 초등학교 때 쟤한테 맞고 코피 터진 적도 있거든요.”

“예? 코피를요? 한정우 씨가?”

“네. 뚱뚱하다고 놀렸더니 대뜸 주먹을 날리더라고요? 수업 시간이었는데.”

“아이고, 선생님한텐 안 혼났습니까?”

“혼났죠. 저만. 그러니까 친구를 왜 놀리냐고 반성문까지 썼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맞을 짓 했죠 뭐.”

“하하. 아니 그런데, 상당히 미인이시던데요? 먼저 소개를 안 해주셨으면 이쪽 일을 한다고는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전혀 체형도 그렇지가 않고.”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자극이 됐는지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살을 다 뺐더라고요. 그 뒤로는 180도 달라졌죠 뭐. 인기도 엄청 많았고.”

“이야, 본인의 희생으로 남을 바꾼 거네요? 코피와 맞바꾼 다이어트니까?”

“그 얘기 하면 지금도 발끈해요. 또 얻어터지고 싶냐면서. 얼굴만 예쁘지 성격은 무시무시하답니다. 으으.”

“하하, 그래도 그런 인맥이 있으니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부디 결과까지 좋아야 할 텐데요.”


지금 두 사람이 얘기하는 상대는 정우의 오랜 친구 서정아였다.

부모님 두 분 다 검사 출신으로 본인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경찰이 되어 현재는 마약 수사팀의 막내로 근무하고 있다.

여자가 어떻게 마약 수사팀에서 일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정아를 잘 아는 정우로선 조금의 걱정도 없었다.

유도, 합기도, 복싱까지 이미 학창 시절부터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니까.

그래서 코피 사건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놀려본 적이 없기도 했고.

이번 일 또한 그래서 부탁할 수 있었던 거다.

마약 수사팀의 기본이 바로 잠입수사, 함정수사니까.


“어? 무슨 일이 생겼나 본데요? 혹시 일이 잘못된 거 아닙니까?”


그때, 두 사람이 지키고 있던 술집 앞으로 한 여자가 뛰쳐나왔다.

한쪽 하이힐이 벗겨진 걸 보니 급하게 도망쳐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자.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정우는 고갤 내젓고 말했다.


“아뇨.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제 예상이 적중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미소를 띠는 정우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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