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세리즌
작품등록일 :
2024.09.02 03:20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7,787
추천수 :
1,670
글자수 :
102,321

작성
24.09.09 18:50
조회
5,358
추천
104
글자
13쪽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9화

DUMMY


“한 서방?”


그 말에 정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방이란 말은 결혼한 상대의 부모가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난 생엔 이세련의 부모님으로부터 매일 같이 들었던 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난 생이다.

이번 생엔 자신을 그렇게 부를 만한 사람이 없는데.

게다가, 조금 전 그 목소리는 마치 자신의 성이 한 씨라는 걸 아는 상태에서 부른 것처럼 느껴졌다.


‘뭐가 잘못된 건가? 그렇다고 해도 그분들이 여기에 계실 리가 없는데?’


혹시나 회귀가 잘못된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분들이 사는 곳은 대전이고 여긴 경기도다.

더군다나 일단 목소리부터가 장모님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아, 물론. 이젠 그런 호칭도 써선 안 되는 거지만.

그때, 최지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엄마!”

“엄마?”

“아, 저희 엄마에요. 미쳤나 봐 진짜. 서방이라니!”

“아.”


밝은 곳으로 나오자 그녀의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역시나, 정우가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최지아의 모친이라고 하니 일단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한정우라고 합니다.”

“하아, 엄마는 진짜. 왜 나왔어? 금방 들어간다니까.”

“금방 들어오지를 않으니까 나왔지. 한 서방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 하고.”

“아 진짜! 무슨 서방이야 자꾸. 창피하게.”


미묘한 눈빛으로 정우의 위아래를 쓰윽 스캔하는 어머니.

그러더니 얼굴 전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인물이 훤하네요. 아주 훌륭한 유전자를 가졌어요.”

“네?”

“나 지아 엄마 유희나에요. 편하게 장모님이라고 불러요 앞으로는.”

“...... 아.”


못 말리겠다며 눈을 질끈 감는 최지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소개도 전에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었으며 대뜸 장모님이라 부르라니.

설명을 요구하는 정우의 눈빛에 최지아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직 식사 전이시죠? 안 드셨으면 드시고 갈래요?”



*


얼떨결에 최지아의 집까지 입성하게 된 정우.

예상치 못하게 여배우의 집에 들어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죄송해요.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 그랬나 봐요. 엄마가 워낙 짓궂어서.”

“제 전화를 받고 바로 나와서 그랬나 보네요.”

“네. 요즘 최대 관심사가 제 결혼이거든요. 결혼 적령긴데 언제 갈 거냐면서. 많이 놀라셨죠?”


가장 놀랐던 게 이름을 알고 있는 것 때문이었는데 그 의문은 해소가 됐다.

미소를 지으며 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선 그럴 수 있죠.”

“아휴,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왜 저렇게 보채시는지 모르겠어요. 어련히 때 되면 알아서 갈까.”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세우고 있었는지 유희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너 지금처럼 살면 절대 때 돼서 못 가. 결혼은 혼자서 한다니? 남자도 만나고 살아야 결혼도 하는 거지.”

“나 잘 만나고 다니거든? 아무것도 모르면서.”

“퍽이나 잘 만나겠다. 데뷔한 이래로 지금까지 허구한 날 집에서만 밥을 먹는데. 엄마한테 밥 차려달라 하지 말고 남자한테 사달라 해! 네가 사주든가.”

“아이, 진짜. 왜 저래 오늘? 가뜩이나 손님 있는 앞에서.”


그녀가 싱긋 웃으며 정우를 식탁으로 안내했다.


“어서 와 앉아요 한 서방. 이 시간에 우리 딸 보러 이 먼 곳까지 와 주고. 마음이 아주 갸륵하네?”

“아니라니까 엄마? 일 때문에 온 거야, 작품 섭외 때문에!”

“넌 가서 손이나 씻고 와. 고기 구워야 하니까.”

“씨이.”


꽤 신선했다.

밖에선 톱스타 중에 톱스타인데, 집에선 여느 집 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니까.

최지아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다니.

어렵게 생각했던 벽이 조금은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일은 잘 해결됐어요? 듣기론 대표가 구속이 됐다는 것 같던데.”


최지아가 욕실로 들어가자, 식탁에 반찬을 올리며 그녀가 정우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집앞에서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들으셨나 보네요. 불미스러운 일에 엮여서 아마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구속이 된 건 아니고.”

“곧 되겠죠 뭐.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거니까. 소? 돼지?”

“네?”

“소고기, 돼지고기 중에 뭘 더 좋아하냐고요. 둘 다 있으니까.”

“아, 전 다 좋습니다.”

“그럼 소고기로?”


냉장고로 향하는 모친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이런 얘기를 들으면 놀라거나 걱정을 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싶었다.

곧 계약이 만료된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최지아에게도 전혀 영향이 없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런데 마치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너무나도 태연한 모친의 반응이었다.


‘내가 아니라 저분이 인생 2회차이신 것 같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시니까.’


“저도 그럼 손 좀 씻고 오겠습니다.”


최지아가 나오자 정우가 바톤터치를 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고 나오자, 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다.


“어머님은요? 같이 안 드시나요?”

“채소랑 장 담근 거 퍼오신다고 나가셨어요. 집에서 직접 다 재배하시거든요. 그래야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아, 그래서 마당 있는 집을.”

“근데 웃긴 건 뭔지 아세요? 채소가 있으니까 고기를 맨날 먹어야 한다는 거예요. 아침, 점심, 저녁. 매 식단이 고기라니까요?”

“와, 그건 부러운데요? 누구나 다 꿈꾸는 삶 아닌가요?”

“저는 여배우잖아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맨날 집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봐요. 살이 빠지나. 엄마 때문에 화보를 못 찍는다니까요?”

“하하. 그런 고충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무튼 이왕 이렇게 된 거 맛있게 먹어요. 일부러 소식 알려주려고 먼 곳까지 오셨으니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럼.”


어차피 목적은 그녀의 캐스팅이었기에 오히려 잘된 일이다 싶었다.

아직 노란빛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얽혀 있던 가장 큰 문제는 해결을 한 셈이니까.

이제 그녀가 활동을 중단해야 할 그 어떠한 이유도 없어진 것이었다.


“아까 했던 얘기 마저 해주세요. 한정우 씨는 그 소식을 어디서, 어떻게 듣게 된 건지. 소속 아티스트인 저보다도 더 빨리요.”


아까 듣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최지아가 물었다.

정우는 있었던 일들을 조금은 다르게 각색해 설명했다.


“네? 흥신소에서 구 대표를 조사하고 있었다고요?”

“네. 정말로 우연이었죠. 저도 그 앞에서 아는 탐정님을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아니, 한정우 씨는 그럼 거길 왜 갔던 거예요? 우리 회사 앞을?”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어서요. 그때도 얘기했지만 저희는 최지아 씨 외에 다른 여배우는 염두에 두지를 않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최지아 씨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없었던 거죠.”

“아.”

“그러다 일이 그렇게까지 흘러가게 된 겁니다. 제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었으니까요.”


놀라움 반, 황당함 반으로 최지아가 정우를 빤히 쳐다봤다.


“어떻게 그 얘기만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가 있는 거죠? 마약 수사팀에 제보를 해야겠다고?”

“말 그대로 제보니까요. 혹시나 아닌 걸로 밝혀지더라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 거니까. 하지만 정황상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마약 수사팀에 아는 지인까지 있었던 거고요?”

“네. 모든 게 다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었죠. 그 과정에서 구승학 대표가 뭘 쥐고 있었는지까지 알게 된 거니까. 개인적으론 그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흐음.”


정우를 바라보는 최지아의 눈빛이 묘하게 일렁였다.

그의 말대로 그 사실을 미리 안 게 그의 체포 소식보다 훨씬 더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고 몇 달만 지났으면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추락했을 테니까.

어떻게든 다시 회복하더라도 그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거고.


“이렇게 되면 얘기를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예정된 차기작도 없고 일부러 활동을 쉬어야 할 이유도 이젠 없어진 거니까. 긍정적으로 다시 검토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최지아 씨.”


때를 놓치지 않고 정우가 본론을 꺼냈다.

그녀에게 답을 듣고 나면 이 식사 자리가 훨씬 더 즐겁게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종일 뛰어다니느라 여태껏 먹은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만약 그녀의 대답 이후 직접 구워준 고기를 먹는다면 며칠 간의 고생이 한방에 씻겨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아요,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볼게요.”

“정말입니까?”

“네, 일단은 검토를 해보겠다는 거예요. 아직 시나리오를 읽어본 건 아니니까. 읽어본 뒤에 답변드리도록 할게요.”

“시나리오는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시나리오만 가지고도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니까요. 최지아 씨의 커리어에 절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감독님은요? 누구예요?”

“최경수 감독님입니다. 전작부터 저희와 계속 같이하고 계시고요.”

“아, 그 이세련 씨가 출연한 작품 맞죠? 저도 봤어요. 상당히 흥행했던데?”

“네. 그랬죠.”


다른 사람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으니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 이것도 앞으론 자주 있을 일이니 적응을 해야겠지만.


“엄마야, 저건 또 뭐래? 그건 또 왜 꺼내서 왔어?!”


그때, 최지아가 뒤쪽을 바라보며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선을 돌리자 짙은 붉은색 액체가 가득 담긴 통을 들고 유희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왜긴. 손님도 왔는데 이럴 때 꺼내 먹어야지. 언제 먹으려고?”

“아이참. 손님이 왔는데 그걸 왜 꺼내! 다시 집까지 또 가야 할 분한테.”

“먹다 보면 더 있다 갈 수도 있는 거지. 널린 게 방인데!”

“엄마!”


대체 왜 저러나 싶어 정우가 고갤 갸웃했다.

저 붉은색 액체가 뭐길래.

정우가 조심스럽게 최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게 뭔데 그러는 거죠?”

“아,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 복분자에요!”

“아?”



*


같은 시각, 마약 수사팀에선 체포해 온 범인들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담배를 태우고 온 서정아의 선임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래? 변호사 부를 거라지?”

“네, 그러네요. 변호사 오기 전까진 한마디도 안 할 거라고.”

“하여튼 죄지은 새끼들이 법은 제일 잘 알아요. 돈도 많겠다 또 빵빵한 로펌 섭외하겠네.”

“그래봤자 어쩌겠어요. 이렇게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만약 이거 집행유예 나오면 저 진짜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 아주 쌍욕을 퍼부을 거라고요.”

“크크큭. 그래, 꼭 그래라. 그래도 부모님 두 분 다 검사님이신 네가 해야 힘이 실리지. 우리 같은 형사 나부랭이들이 해봤자 씨알이나 먹히겠냐?”

“아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선배.”

“아무튼 변호사 올 때까지 우린 좀만 쉬고 있자고. 어차피 오늘 밤새도록 조서 써야 할 것 같으니까.”

“넵, 선배님!”


자리에 앉아 양말을 갈아신는 선배에게 서정아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제 얘기만 듣고 출동 허락해 주셔서. 그 덕에 저도 첫 실적을 낼 수 있게 됐네요.”

“아~ 그거? 네 얘기만 듣고 그런 거 아닌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얘기만 듣고 잠입 수사 나간 거 아니라고. 그전에 우리 쪽에 제보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었어. 연예 기획사 대표가 접대 자리에서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한번 조사해 달라고 말이야.”

“예? 오늘 체포해 온 구승학 대표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래. 그 와중에 네 얘기 듣고 신빙성이 있겠다 싶었던 거지.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막내 말만 듣고 출동을 했겠냐 우리가?”


그 말에 연신 눈만 깜빡이는 서정아.

자신의 친구 한정우가 그런 제보 전화를 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선임에게 물었다.


“혹시 제보자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모르지. 그냥 나이가 좀 있으신 여성분이셨어. 대략 50대 정도?”






작가의말

힘든 월요일 고생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9화 NEW +1 4시간 전 626 33 12쪽
1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8화 +2 24.09.18 2,294 72 11쪽
1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7화 +4 24.09.17 3,093 72 12쪽
1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6화 +8 24.09.16 3,662 77 12쪽
1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5화 +7 24.09.15 3,954 82 12쪽
1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4화 +7 24.09.14 4,222 72 11쪽
1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3화 +4 24.09.13 4,435 85 12쪽
1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2화 +9 24.09.12 4,964 97 12쪽
1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1화 +7 24.09.11 5,106 97 12쪽
10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0화 +4 24.09.10 5,312 96 11쪽
»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9화 +7 24.09.09 5,359 104 13쪽
8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8화 +3 24.09.08 5,545 88 12쪽
7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7화 +6 24.09.07 6,009 82 12쪽
6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6화 +6 24.09.06 6,293 89 11쪽
5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5화 +1 24.09.05 6,619 102 12쪽
4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4화 +2 24.09.04 7,018 99 11쪽
3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3화 +4 24.09.03 7,493 110 12쪽
2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2화 +8 24.09.02 7,684 118 12쪽
1 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01화 +5 24.09.02 8,100 9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