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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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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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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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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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와이프가 바뀌었다 016화

DUMMY


심각해진 표정의 최지아를 보며 정우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혹시 저희 아버지를 아시는지.”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어쩐지 낯이 익은 느낌이라.”

“낯이 익다고요? 저희 아버지 얼굴이?”

“모르겠어요. 분명 저와 인연이 있었던 분은 아닌데 자꾸만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생각이 나지는 않네요.”

“으음.”

“제가 착각하는 거겠죠? 정우 씨 아버지를 제가 뵀을 리가 없으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가 이제 5년이 다 되어 가니까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어쩌다 우연이 봤을 수도 있고 그게 꽤 기억에 남는 이벤트였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죠. 어쩌다 봤을 수도. 혹시 골프 좋아하세요?”

“골프요?”

“저희 아버지가 골프광이셨거든요. 식사 자리에서도 항상 골프 얘기만 하실 정도로. 모임도 꾸준히 나가셨고.”

“음, 아뇨. 몇 번 친 적은 있지만 그 정도로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 모임은 더더욱 나간 적이 없고.”


들고 있던 액자를 정우에게 건네며 최지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제가 착각했나 봐요. 사진만 보고 알 정도였으면 바로 기억이 났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요. 그럴 수도 있죠.”


액자를 받아 옷으로 한번 닦고는 도로 내려놓는 정우.

최지아의 시선이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거두어졌다.


“이제 얼추 다 푼 것 같은데 밥부터 먹을까요? 면 불기 전에.”


박스에 있는 짐을 모두 꺼낸 뒤 정우가 바닥에 신문지를 깔며 말했다.

혼자선 꽤 걸렸을 텐데 도와준 덕분에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었다.


“밥 먹고 정리도 도와줄게요. 제가 또 한 정리 하는 사람이라.”

“아니에요. 촬영 준비로도 바쁠 텐데 남은 건 제가 혼자서 할게요. 급한 것도 아니라.”

“왜요. 아! 좀 그런가? 보면 안 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보면 안 되는 것들요? 어떤?”

“그냥 남이 보면 민망한 것들 있잖아요. 이를테면 과거 사진이라든가 전 여자 친구와의 추억이라든가. 짐 사이에 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작게 웃음을 짓는 정우.


“은근히 상상력이 많은 것 같단 말이죠? 역시 배우라 그런가?”

“아니에요? 보통 그런 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던데?”

“그럼 지아 씨도 보관하고 있어요? 과거 연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나 추억들?”


그렇게 말하고 정우는 아차 싶었다.

바로 어제 나누었던 얘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참. 연애 안 해보셨댔지?”

“일부러 그랬죠? 알면서 물어보기. 분명 어제 다 얘기했는데.”

“그럴 리가요. 잠깐 깜빡했어요. 충분히 그럴만 하지 않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지아 씨가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다니. 믿기 힘든 얘기죠.”

“왜요? 여배우는 꼭 연애를 해봐야 하나?”

“그렇다기보단. 그동안 대시한 남자들도 많았을 거 아니에요. 제가 잘은 몰라도 연예인들끼리 연락도 주고받고 서로 몰래, 몰래 사귀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연락이야 많이 왔죠. 좋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하나도 이성으로 안 느껴지는 거 있죠? 뭐랄까, 그냥 직장 동료의 느낌이랄까?”

“직장 동료?”

“왜, 사람들이 사내 연애는 절대 하지 말라고 그러잖아요. 그런 느낌인 거죠.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언젠가 또 만나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괜히 불편한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뭐.”

“음, 그렇구나.”


자장면의 비닐랩을 벗겨 최지아의 앞에 놓으며 정우가 물었다.


“그럼 지아 씨는 일반인을 만나야겠네요?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들로?”

“그냥 같은 연예계 종사자만 아니면 돼요. 배우든 가수든.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무조건 직진할 거예요. 다른 거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오, 그런 면도 있어요? 의왼데요?”

“제가 안 해서 그렇지 한 번 마음 먹으면 장난 아니에요. 완전 올인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하하. 안 해봤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해봐야 올인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 있는 건데. 연애 자체를 안 해보셨잖아요?”

“자꾸 그 얘기 할래요? 궁금하면 직접 겪어보시든가요. 내가 올인을 하나, 안 하나.”

“제가요? 뭘.”

“저를요. 이미 이 집 안에선 부부나 다름없잖아요 우리? 이왕 역할극 하는 거 제대로 해봐요. 내가 맞춰줄 테니까. 어때요?”

“아.”

“그럼 오늘부터 시작해 볼까요? 오늘을 결혼기념일로 지정하는걸로?”


훅 들어오는 최지아의 멘트에 말없이 눈만 깜빡이는 정우.

자신이 할 땐 그냥 농담이었는데 상대에게 들으니 괜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뭐랄까, 아주, 아주 잠깐이지만 심장이 쿵 하는 느낌?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그때, 마침 화제 전환용으로 정우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 손으론 자장면을 비비며 어깨에 끼고 정우가 통화를 연결했다.


“네, 대표님.”

-야, 정우야. 난리 났다. 이세련이 갑자기 못 하겠다고 했단다. 아침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사인할 것처럼 굴더니.


대표 강기찬의 다급한 목소리.

그 순간 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바로 철회를 한 걸 보니.

하긴, 지금은 자존심 부릴 때가 아니니까.

자신이 한 짓들이 있는데 고작 작품 하나로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모르는 척 정우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새로 알아봐야겠네요.”

-진짜 이번 작품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뭐 하나 순탄한 게 없어요. 난생처음으로 투자까지 한 작품인데.

“언제는 쉬웠나요. 저번 작품도 상황은 비슷했죠. 그래도 그때보단 지금이 낫지 않나 싶은데.”


그 말과 함께 앞에 있는 최지아를 바라보는 정우.

그녀의 존재가 오늘따라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긴. 지금은 최지아가 있으니까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하지. 주연 문제랑 조연 문제는 아예 차원이 다르니까.

“네, 그렇죠.”

-후. 아무튼 그래서 우리도 물색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최 감독만 믿고 있다간 진짜로 촬영 날까지도 못 구할 것 같아. 뜬금없이 오디션 얘기를 하고 있으니.

“오디션요? 이런 상황에서요?”

-그러니까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최대한 쉬쉬하며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판을 벌리면 어쩌자는 건지. 다 좋은데 가끔 이렇게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굴 때가 있다니까?

“으음.”

-일단 내부 회의 통해서 추려볼 테니까 너도 괜찮은 배우 있으면 추천해 봐. 인지도 이런 거 따지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저도 한 번 고민해 볼게요.”

-아참. 이사는 다 끝냈고? 언제 한 번 집들이 해야지?


집들이란 말에 순간 멈칫했다.

집들이를 하게 되면 회사 직원들을 초대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난감했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전혀 모르니까.

여기가 최지아의 집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눈에 훤한 느낌이었다.


“네, 언제 한번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대표님.”

-오케이. 쉬어, 정우.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정우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최지아가 물어왔다.


“이세련 씨요? 이세련 씨가 출연하기로 했었어요?”

“아, 통화 소리가 들렸나요?”

“들리죠 그럼. 바로 앞에 있는데. 근데 갑자기 안 하기로 한 거예요?”

“네. 원래 출연할 작품이 있었는데 스케줄 조정이 어렵게 됐나 봐요.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죠.”

“으음. 그래서 다시 알아봐야 되는 상황인 거고요?”

“네, 오디션 얘기도 나왔다는데 아무래도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최대한 스케줄 되는 배우로 한번 알아봐야죠. 당장 다음 주가 촬영 재개니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최지아.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정우를 빤히 쳐다봤다.


“저번에도 그렇고 대표님이 엄청 신뢰하는 직원이긴 한가 봐요? 유달리 총애하시는 것 같던데.”

“저번에요?”

“왜, 저랑 처음 만났을 때도 대표님이 빌려주신 차 타고 왔었잖아요. 그것도 수억이 넘는 차를. 세상에 그런 대표와 직원 간의 관계가 있을까요?”

“아.”


정우가 웃으며 답했다.


“대표님이 워낙 격이 없으세요. 그래서 가끔은 괴짜 같을 때도 있고. 확실히 일반적인 회사의 대표와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죠.”

“그게 아니라 실제로 정우 씨가 그만한 결과를 보였다고 하던데요? 영화 <타겟팅>에서도 이세련 씨를 캐스팅해 온 게 정우 씨라고 하던데. 그 덕에 다음 영화 투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그걸 최지아가 어떻게 아나 싶었다.

제작사 내부에서만 아는 사실을.


“미팅 갔을 때 대표님이 얘기해주셨어요. 정우 씨 잠깐 통화하러 나갔을 때. 사람 보는 안목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던데.”

“아, 대표님이요?”

“그래서 캐스팅에 있어서만큼은 전적으로 신뢰하신다더라고요. 그게 저를 섭외하는 걸로까지 이어졌던 거고. 들어 보니까 충분히 신뢰할 만하던데요?”


최지아가 웃음을 지으며 정우를 지그시 바라봤다.


“정우 씨, 제가 비밀 하나 얘기해줄까요?”

“비밀요? 갑자기?”

“우리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것도 아주, 아주 신기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렇게 눈을 빛내나 싶었다.

반짝반짝하는 게 꼭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어떤 건데요?”

“제가 지금까지 찍은 작품 중에 실패한 작품이 하나도 없는 거 알아요? 손익분기점은 물론이고, 천만 영화도 무려 두 작품이나 있거든요. 여배우로선 최초의 기록이죠.”

“와, 정말요?”

“거기에 칸 초청도 두 번이나 받고. 경력에 비해 말도 안 되는 필모를 가지고 있는 거죠. 이제 겨우 10년 차에 접어드는 배우인데.”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외모, 연기력, 거기에 티켓 파워까지. 모든 흥행의 요소를 고루 갖춘 배우라고만 생각했지 이전 작품들의 결과까지 꿰뚫고 있던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캐스팅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떤 게 비밀이라는 거죠?”

“제가 하는 모든 작품이 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거든요. 바로 제 뒤에 있는 든든한 후원자 덕분이죠.”

“후원자요?”

“저희 엄마요. 들어온 시나리오 수십 개 중에서도 엄마가 추천한 작품은 무조건 흥행에 성공해요. 지금껏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어머니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제 말이요. 선택은 제 몫이라고는 하는데, 한두 번 그게 들어맞고 나니까 저도 신뢰하게 되는 거 있죠? 엄마가 찍은 작품은 귀신같이 흥행에 성공을 하니까.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작품요? 제가 가져다드린 시나리오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최지아.


“그때 제가 보지도 않고 그냥 식탁에 올려뒀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그거 하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어쩌면 제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인생을 바꿔요? 왜 그런 말씀을......”

“모르겠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해주니까. 그러고 며칠 뒤에 정우 씨가 찾아온 거예요. 구 대표 얘기를 하면서.”

“아.”

“그때 진짜 얼마나 소름이 돋았는지 몰라요. 그 상황과 제 앞에 서 있는 정우 씨를 보면서. 이번에도 엄마 말이 맞았구나 싶어서.”

“......”

“그러고 확신을 했죠. 어쩌면 제 인생이 정말로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묘연한 표정의 정우를 바라보며 최지아가 미소를 띠었다.


“내일 저랑 뮤지컬 보러 갈래요? 정우 씨랑 데이트 한번 하고 싶은데.”




작가의말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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