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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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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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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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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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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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언더독(2)

DUMMY

퉁퉁퉁퉁-.


초록색 형광 줄이 매어져 있는 초록색 라켓, 그 아래로 테니스공이 튀겨진다.

바닥에 튀겨지는 공은 빠르게 지면과 라켓을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마지막 지면 반동을 한 뒤 허리 높이까지 올라온다.

올라온 공을 영도가 왼손으로 잡는다. 그리곤 상대편 선수, 전하늘을 본다.

하늘 뒤편에 적힌 점수판에는 2:0이란 점수가 적혀있다.


‘생각해. 김영도.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변태 같은 놈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재능이 없는 내가 저놈의 바짓가랑이를 어떻게 붙들어야 하는지. 생각해.’


하늘은 찰랑거리는 파란 머리를 멋지게 묶은 뒤, 자신을 응원하는 관중석 여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플랜카드를 든 여학생들은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댄다.

영도는 인상을 쓰며 소리가 나는 방향을 노려본다.


“네. 감사합니다. 정숙 부탁드립니다.”


차민이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한다.

소란스러워진 장내가 차민의 목소리에 다시 고요해진다.

영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다시 집중한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하늘을 관찰한다.

리턴 자세도 제대로 잡지 않고 라켓을 땅에 지팡이처럼 기대어 서 있는 하늘.

영도는 서브를 위해 토스를 던진다.


“변칙적인 플레이를 할 시간을 안 주면 돼.”


영도는 와이드로 빠지는 깊숙한 슬라이스 서브를 넣는다. 서브가 지면에 닿고 튀어 오르자마자 영도는 네트 앞으로 달려나간다.

서브앤발리.


우리는 때로 집중해서 보는 것 외에 주변이 더 넓게 보이는 현상을 경험한다. 우리는 이 시야를 ‘주변시’라고 부른다.

하늘은 주변시가 좋은 편이다. 어쩌면 그가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시 덕분이다.

그렇기에 하늘은 바운드 되어 사이드로 빠져나가는 공에 집중하고 있지만, 달려 나오는 영도의 모습도 인지할 수 있다.

하늘은 영도의 키를 넘기기 위해 로브샷을 친다.


투웅-.


애매하게 뜬 볼.

영도는 그 자리에서 뛰어오른다. 스매시를 하기 위한 자세를 취하고 힘껏 내리친다.

하늘은 스매시에 대처하기 위해 뒤로 스텝을 무른다.


틱-.


살짝 키가 모자란 영도의 라켓 끝, 프레임에 공이 닿는다. 공은 맥없이 네트 앞에 굴러떨어진다.

영도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스매시를 때리려 했지만 잘못 맞아 발생한 해프닝.

스포츠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런 재밌는 변수일 뿐이다. 그러나 영도만큼은 자신이 노린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


“그렇지! 나이스! 가자. 김영도!”


하늘은 그런 영도를 보며 혀를 찬다.


“보통 이럴 땐 사과를 하지 않아? 테니스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차민은 한 포인트를 얻고 들떠 날뛰는 영도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는다. 그리곤 반대편에서 카메라를 들고 모든 상황을 담고 있는 매니저 가을을 향해 손을 든다.

가을은 차민을 본다.

차민은 영도를 클로즈업하라는 듯 두 손가락을 길게 쭉 편다.

가을은 고개를 끄덕인다.

차민은 다시 영도를 보며 중얼거린다.


“크크. 품위 없는 놈. 역시 드라마는 막장이지.”


영도는 다시 한번 서브앤발리를 시도한다.

하늘은 이번엔 정석적인 플레이로 다운더라인을 때린다. 그러나 조금은 가운데로 몰리는 애매한 코스.

영도는 발 빠르게 발리를 시도해 포인트를 얻어간다.

이어지는 영도의 서브. 그리고 다시 대쉬. 영도는 끝없이 변칙적인 플레이를 억제하기 위해 네트로 달려든다.

네트 앞을 꽉 막는 영도의 플레이에 확실히 하늘의 변칙플레이는 나오지 않는다.

꾸준히 영도의 양옆으로 정석적인 패싱샷을 노리는 하늘, 그러나 계속해서 애매한 코스로 간 공은 번번이 영도의 발리에 막힌다.


“게임 오버. 2:1. 서브 하늘.”

“아자! 할 수 있다!”


영도는 서브앤발리라는 전략으로 더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지 않고 지켜냈다. 하늘은 이번 게임에서 단 한 포인트도 가져가지 못했음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코트체인지를 한다.

영도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곤 상대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하늘의 모습을 보며 무거운 발을 떼지 못한다.

서브앤발리를 시도하며 갉아 먹은 체력적인 부분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영도다.


‘이 짓을 앞으로 몇 번을 더 해야 이길 수 있는 거지? 저 녀석은 서브앤발리에도 금방 적응하겠지? 재능이 있는 놈이니까.’


영도의 머릿속에 잡생각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급격히 올라가던 텐션은 곤두박질친다.

그저 상대는 콧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그 작은 행동 하나에 나약한 주니어 선수는 무너진다. 영도는 고개를 처박고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코트체인지를 한다.

코트를 바꾸는 영도의 눈에 지나치는 하늘의 손이 보인다.

라켓의 목을 쥔 검지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영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눈을 본다.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치는 하늘. 그러나 하늘은 영도의 눈을 피하며 빠르게 걸어간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하늘의 뒷모습을 보는 영도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너 이 새끼. 지금 쫄리는구나?’


하늘은 반대편으로 넘어가 서브를 준비한다.

멀리서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는 전혀 미동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가까워진 2층 여학생 팬들을 향해 까불며 인사한다.

그렇게 여유가 있는 척, 절대 질 리가 없는 척, 열심히 연기한다.


“크크. 으하하.”


열심히 연기하는 하늘을 보며 영도는 웃는다.

영도의 웃음소리에 하늘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돌아본다. 영도와 하늘에 캐릭터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

영도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하늘은 어이가 없단 듯 실소를 터트린다.


“감히 웃어? 네깟 놈이.”

“너무 화려해서 착각했잖아. 너도 이쪽이구나?”

“그게 무슨?”

“너 지금 딱 걸렸다고. 버러지야. 얼른 서브 넣어. 같이 한번 뒹굴어 보자. 가진 것 없는 벌레들끼리.”

“뭐, 뭐라는 거야? 이 급도 안 되는 새끼가.”


하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언더암 서브를 넣는다.

영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당연하게 달려나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턴을 하늘의 발밑에 꽂아 넣는다.

하늘은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공에 반응도 못 한다.

경기를 보던 차민은 영도의 플레이를 보며 입을 틀어막고 웃는다.


“풉. 그래 영도야. 겁먹지 마. 우물 안 개구리들은 어차피 다 똑같은 개구리일 뿐이야. 지가 높이 뛰어봤자지.”


역전의 흐름은 조금씩 영도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다.


**


어두운 밤하늘.

달 하나만 덩그러니 떠 있다. 하늘에는 그 어떤 반짝이는 별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찬과 무룡이 걷고 있는 다리 위 도로에서 화려한 별들이 빠르게 지나친다.

나란히 걷는 비찬과 무룡.

시끄러운 무룡이가 어쩐지 말이 없다. 비찬은 무룡의 눈치를 슬쩍 본 뒤 묻는다.


“괜찮냐?”


무룡은 대꾸도 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비찬은 눈을 질끈 감고 멈춰서서 이야기한다.


“힘내라. 차무룡. 그래도 넌 차민 아카데미 가보기라도 했잖아. 가난해서 못 배우는 게 아니잖아. 다른 아카데미도 많고. 그러니까 또 다른 데 가면 되니까 너무 풀 죽어 있지 말라고!”


무룡은 멍하니 걷다가 고개를 돌려 비찬이를 본다.

주먹을 불끈, 눈을 질끈 감고 무룡을 위로하는 비찬.

무룡은 그런 비찬이 귀엽다. 정신이 돌아온 무룡은 비찬의 어깨동무를 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짜식. 형 걱정하기는. 근데 진짜 나 아무렇지도 않다.”

“그럼 왜 이렇게 말이 없는데.”

“응? 아, 그건 너 때문인데.”

“나?”

“응.”


어느새 다리 끝에 다다른 그들. 비찬은 무룡을 빤히 본다.

무룡은 어깨동무를 풀고 혼자 팔짱을 낀다. 그러곤 비찬을 보며 결심했단 표정을 짓는다.


“결정했어.”

“뭘?”

“나 테니스 프로의 꿈을 접는다.”


군암강 다리 위.

무룡의 무거운 말 한마디가 끝나자 거짓말처럼 도로 위를 달리던 별들이 사라진다. 그 모든 빛이 사라지고 남은 어둠.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무룡의 눈만이 별처럼 반짝인다.


“뭐라고? 갑자기 왜? 아니 아카데미 잘렸다고 무슨 프로의 꿈을 접어? 난 돈 없어서 다니지도 못하는데.”

“그러니까. 너 때문에 접는 거야. 이 괴물 자식아.”

“그게 무슨?”

“아카데미를 다녀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네가 아까 왼손으로 포핸드 갈기는 거 보고 결정했어. 세상 밖에 나가면 너 같은 괴물들이 득실댈 거 아니냐? 근데 그 안에서 어쭙잖은 운동신경으로 살아남는다? 불가능이야.”

“너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그리고 우린 더 커봐야 알지.”

“음. 난 이미 알고 있었어. 내가 원재나 너처럼 테니스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 몸이 왜 테니스부를 관두지 않았느냐? 그건 너희랑 노는 게 재밌어서야.”


무룡은 비찬을 보며 씩 웃는다.

비찬은 어쩐지 자신 때문에 테니스를 그만둔다는 무룡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안함에 고개를 숙인다.

무룡은 비찬의 마음을 읽는 듯 묻는다.


“미안하냐?”

“나 때문이라니까.”

“미안해해라. 이 괴물아.”


무룡의 직설적인 대답에 비찬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무룡은 그런 비찬을 부른다.


“야 강비찬.”


비찬은 고개를 든다.


“나 새로운 꿈이 생겼어. 미안하면 네가 도와줘야 해.”


비찬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룡을 본다.

무룡은 밝게 웃으며 답한다.


“나는 지금부터 네가 세계 최고 선수가 되는 길을 함께 하고 싶다. 오늘 확실히 느꼈어. 너라면 정말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윔블던, US오픈 모두 제패할 수 있을 거야. 앞으로 내가 너의 매니저다.”


평소 장난기 많은 무룡의 농담 같은 말에 비찬은 장난치지 말라며 웃어버린다.

무룡은 따라 웃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비찬을 본다.

다만 여전히 밝게 빛나는 눈으로.

비찬은 웃음을 멈추고 무룡에게 묻는다.


“진심이야?”

“당연하지. 그래서 지금부터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너와 함께 할 거야.”


비찬은 징그럽다는 듯 인상을 쓰며 본인의 몸을 감싼다.


“그건 너무 싫은데?”

“이 새끼가. 어디 매니저님 말씀하시는데.”


무룡은 비찬에게 헤드록을 걸며 장난친다.

비찬은 무룡의 팔에 탭을 치며 항복한다.


“알았어. 알았다고. 너 해. 매니저.”

“짜식이. 진작 그럴 것이지. 어라?”


무룡의 헤드록을 건 팔의 힘이 풀린다.

비찬은 캑캑대며 고개를 든다.

무룡이 어느 한 곳을 응시한다.

비찬도 고개를 들어 그곳을 본다.


다리 건너편, 작은 빌라 앞 대로변.

대로변에는 차가 한 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서 있다. 차 앞에는 어느 노인과 영만이 서 있다.

무룡을 그곳을 보고 실눈을 뜨며 말한다.


“너희 아버지랑 김영도네 아버지 아니냐?”

“응? 우리 아빠는 맞는데 저 할아버지가 영도형 아버지야?”

“응. 김영도 그 새끼가 광영건설 늦둥이 막내잖아. 가진 것도 많은 새끼가 왜 그렇게 원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근데 왜 너희 아버지랑 같이 계시지?”

“아, 우리 아빠가 광영건설 다니셔서 그런 거 아닐까?”

“헐. 아버지 다니신다는 회사가 광영건설?”

“응.”

“홀리 쓋. 김영도 그 자식 모르게 하자.”

“응.”

“그래. 오늘은 얼른 아버지랑 들어가라.”

“응. 너도. 내일 보자!”


비찬은 무룡에게 인사를 건네고 뛰어간다.

광영은 영만과 악수하고 차 뒷좌석에 올라탄다.

차가 지나가고 비찬이 도착한다. 비찬은 떠나가는 차를 보며 영만에게 걸어온다.


“아빠!”

“어, 비찬이 지금 오니?”


비찬을 대하는 영만의 태도가 어쩐지 낯설다. 자상하고 따뜻하게 늘 웃어주던 영만의 표정에 당황과 어색함이 묻어난다.

비찬은 어색한 영만의 웃음에 발걸음이 툭 멈춰선다.


“같이 계시던 분은···. 누구예요?”

“아아, 그냥 초행길이신가 봐. 길을 물어보시더라고. 하하. 엄마 기다리시겠다. 얼른 들어가자.”


거짓말을 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영만을 비찬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차를 바라본다.


“비찬아!”

“네 아빠. 가요!”


비찬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밝게 웃는 영만을 본다.

비찬은 친아빠보다 더 아빠처럼 자신을 아껴준 그의 웃음을 믿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아빠의 온씨 성이 아닌, 늘 곁을 지켜주는 강씨 성을 따르기로 했을 때부터 비찬은 결심했다.

아빠를 믿겠노라고.

비찬은 평생 이날을 후회한다.

아빠라 부르던 자가 하는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았던 그 날을.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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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첫 세트 : 높은 벽 24.09.14 23 2 13쪽
12 게임의 시작 : 서브 24.09.13 23 2 13쪽
11 동상이몽 24.09.12 24 2 13쪽
10 부러진 라켓 24.09.11 22 2 13쪽
9 경계 24.09.10 24 2 12쪽
8 친구 24.09.09 23 3 12쪽
7 함정 24.09.08 29 2 11쪽
6 스탠스 24.09.07 30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5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40 2 13쪽
3 나원재 24.09.04 5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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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서원 24.09.04 8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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