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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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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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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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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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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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

DUMMY

월강 중학교.

월강 대학교 안에 붙어 있는 부속 학교이다. 그렇기에 학교 입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과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함께 등교한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 아이들은 대학교 정문에서 좌측 언덕으로 올라간다. 짧은 언덕 등반이 끝나면 앞에는 호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잔디 구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축구장, 그저 돌덩이가 아닌 고급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관중석. 그런 관중석을 덮는 수많은 파라솔.

누군가 본다면 이곳은 중학교가 아닌 유럽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드넓은 피크닉 장소로 생각할 것이다.

그 멋진 잔디 구장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는 학생들도 보인다.

그리고 그런 축구장이 한눈에 보이는 유럽풍 건축양식의 건물.

3층 교실 창문으로 파란 머리의 서원이 보인다.

서원은 아래 보이는 축구 경기를 하는 아이들을 넋 놓고 쳐다본다. 그때 누군가 서원의 목을 감싸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한서원! 돌아왔구나.”

“아 좀. 징그러워 새끼야.”


서원은 친구의 팔을 뿌리친다.


“이 새끼 쪽팔려서 괜히 그러는 거 보소?”

“뒤질래?”


서원이 노려보는 친구는 윤태진.

어릴 적부터 친구다. 서원이 유소년 축구선수로 발탁되어 아장거리던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 새까만 피부에 짧은 스포츠머리. 드넓은 어깨와 큰 키는 중학생답지 않은 면모다.

친구를 보고 해맑게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만이 그가 중학생임을 알게 한다.


“왔으면 형님한테 인사부터 해야지. 건방지게.”


태진은 서원의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서원은 장난치는 태진에게 화를 내려 했지만 어쩐지 그의 맑은 웃음에 실소를 터트린다.


“됐다. 새끼야. 말 걸지마. 쪽팔리니까.”

“어이 천재. 그냥 축구 하자니까. 넌 지금부터 다시 해도 에이스야. 무슨 테니스냐? 넌 축구가 어울려.”

“난 그냥 모든 운동에 재능이 있는 거야.”

“아 같이 뛰자고. 너만 오면 진짜 단박에 우리 학교 전국 1등 먹는다니까. 도대체 왜 테니스냐?”

“우리 학교가 1등 먹는 게 아니라, 내가 1등을 먹어야 의미가 있으니까.”

“욕심쟁이. 돼지 새끼.”


태진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서원의 옆자리에 앉아 엎드린다. 그리고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서원을 본다.

서원은 그런 태진이 고맙다.

한창 자신의 천재성을 의심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서원이다. 태진 덕분에 서원은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는다.


“근데 너 훈련 안가냐?”

“응. 너 꼬셔온다니까 감독님이 보내주던데?”

“하여간 늙은이 포기를 안 해.”

“너라면 하겠냐?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재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는데 갑자기 테니스라니. 얼마나 미련이 남겠냐?”

“미련 좀 버리라 해.”


서원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태진은 알아서 하란 듯 그대로 널브러져 버린다. 그러다 문득 무엇이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맞다. 한서원. 이거 봤냐?”


서원은 고개를 돌려 태진의 핸드폰을 본다.

유튜브 영상.

섬네일에는 차민의 얼굴이 걸려 있고 주니어 선수 4명이 보인다. [차세대 천재, 제2의 차민을 찾았다]라는 제목과 함께.

서원은 그 섬네일을 보며 관심 없단 듯 축구장만을 본다.


“차민 아카데미면 나원재 띄워주는 영상이겠네. 걔밖에 없잖아. 거기 아카데미에.”

“네가 좇밥이라 한 애? 걔는 뽑히지도 못했던데.”


그제야 서원은 관심이 간단 듯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뺏으며 태진에게 묻는다.


“뭘 뽑아?”

“아, 이게 이벤트 대회야. 차민이 2명 뽑아서 전담 코칭해준다던데? 근데 나원재 걔는 탈락했어.”

“나원재가 졌다고?”

“아니. 다 이겼지. 우승은 했는데 그 차민이 뭐라더라? 이미 완성된 한계보다는 뭐 보석이 더 좋다고 했나?”

“뭔 말이야?”

“그러니까 보석을 좋아한다는 거 같긴 했는데.”

“됐어. 내가 그냥 볼게.”


태진은 멍청한 표정으로 웃는다.

서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영상의 시작 버튼을 누른다.

태진은 자리에 엎드려 자면서 말한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깨워줘. 훈련가게.”


서원이 재생을 누른 영상에는 영도와 하늘이 보인다.


**


돌아가 하루 전.

영도의 뒤편에 적힌 점수판에는 6:6 / 0:3이란 숫자가 적혀있다.

테니스 시합은 6:6 동점이 되면 점수를 결정짓는 타이브레이크란 미니게임을 한다. 7점을 먼저 선취하는 방식이다. 즉 미니게임 7점을 먼저 선취하는 자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영도와 하늘은 피 터지는 경기를 마치고 미니게임에 들어섰다.

미니게임의 점수는 0:3으로 하늘이 앞서고 있다.

영도는 밀리고 있음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그런 영도의 표정을 보며 하늘은 더는 여유롭게 웃지 못한다. 죽일 듯이 영도를 노려볼 뿐이다.


“건방진 새끼가. 또 네트로 달려들어 봐. 얼굴에다 공을 박아주마.”


영도의 서브.

영도는 T존으로 강하게 공을 꽂아 넣고 뛰어든다.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영도를 보며 하늘은 공을 때린다. 공은 쭉 뻗어가 영도의 얼굴로 날아든다.

영도는 깜짝 놀라며 손바닥으로 공을 쳐 낸다. 그리곤 살짝 욱신거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본 뒤, 하늘을 무섭게 노려본다.


“이런 개새끼가.”


하늘은 영도를 보고 어깨를 으쓱한다.


“잘 피했어야지. 아웃 볼인데. 이로써 0:4.”


하늘은 영도를 비웃으며 자리로 돌아가 공을 받을 준비를 한다.

영도는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찬 서브를 넣고 네트 앞으로 달려나간다.

하늘은 또다시 있는 힘을 다해서 영도의 얼굴을 향해 공을 때린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영도는 라켓으로 막는다.

공은 천장으로 두웅 뜨며 하늘의 코트 위로 날아간다.

높고 짧은 공.

하늘은 스매시 자세를 잡는다.

영도는 방어하기 위해 몸을 돌려 달린다.

하늘은 씩 웃더니 그런 영도의 등짝에 냅다 공을 후려 버린다.


퍽-.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나며 영도는 등을 잡고 쓰러진다. 하지만 금세 벌떡 일어나 하늘을 째려본다.

하늘은 여전히 어깨를 으쓱한다.


“열 받으면 한 대 쳐보든가?”

“찌질한 새끼.”


영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쌓여있으나 그것을 하늘에게 표출하지 않는다.

영도는 테니스에 있어서만큼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그렇기에 참아낸다. 그 어느 순간에도 실격당할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경기만 끝나봐라. 발모가지를 부러뜨려주마.”


영도는 그렇게 내뱉고 끌어 오르는 화를 참아낸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이변은 없다.

타이까지는 잘 버텨냈으나 영도는 하늘과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부족했다. 영리한 전략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비벼내긴 했으나 실력이란 그런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뒤집을 수 없는 것.

우연히 뒤집었다면 말 그대로 그것은 우연일 뿐, 실력이 앞선 것은 아니다.

그렇게 영도는 패배했다는 수모와 하늘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네트 앞으로 걸어간다.

하늘 역시 쇼맨십이 언제나 중요한 친구이기에 네트 앞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한다.

서로에게 악한 감정은 없다는 듯 그 둘은 악수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맞잡은 두 손에서 서로를 얼마나 증오하는지가 느껴진다.

먼저 인사를 건넨 쪽은 하늘이다.


“멋진 승부였다. 좋아해도 돼. 나 같은 천재 상대로 비볐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천재? 저놈도 천재가 아닌데. 네깟놈이?”


영도의 시선은 하늘이 아닌 원재를 향하고 있다.

하늘은 어쩐지 질투가 난다.

코트 위에서 처절하고 찌질하게 싸운 자신이 아닌, 자신을 넘어 어딘가를 보고 있단 사실에 질투가 난다.

하늘은 악수를 뿌리치고 단언한다.


“기다려. 네가 보는 저놈, 이제 곧 내 발밑에서 무릎 꿇고 있을 거니까. 너처럼.”

“흥.”


영도는 콧방귀를 끼고 자리로 돌아간다.

하늘은 라켓을 어깨에 걸치고 남은 한 손으로 2층을 향해 손을 흔든다. 2층에서는 박수와 시끄러운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4강 두 번째 경기를 알리는 차민의 목소리와 함께 원재와 이민은 코트 위로 걸어 나온다.

원재와 이민은 서로 악수한다.

원재는 반갑다는 듯 밝게 웃어 보인다.

이민은 악수하는 순간 느껴진다. 거친 원재의 손바닥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거칠거칠한 굳은살이 이민을 긴장되게 만든다.


‘도대체 얼마나 라켓을 휘두르면 손바닥이 이 모양인 거야?’


이민은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깊게 눌러쓴 모자 속으로 표정을 감춘다.

차민은 그들에게 다가와 동전을 들며 묻는다.


“앞면 뒷면?”

“네가 골라. 난 뭐든 좋아.”


원재는 사람 좋은 얼굴로 이민에게 말한다.

이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앞면.”


차민은 사람 좋은 얼굴에 원재를 본다.


‘쯧. 역시 이놈은 재미없어.’


차민은 동전을 던진다.

동전은 앞뒷면을 번갈아 보이며 천장으로 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온다. 차민의 손등 위로 동전이 떨어지고 동전은 앞면.

이민의 서브 게임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


이민의 서브는 구위도 구속도 평범하다. 그저 안정적으로 서비스라인에 안에만 넣는다.

원재는 쉽게 날아오는 공을 보며 고민한다.


‘세게 받아칠까? 함정인 거 같은데.’


원재는 공을 치기 전에 고개를 살짝 들어 이민의 포지션을 바라본다.

정중앙.

포지션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하던 대로.’


원재는 망설임 없이 세게 리턴한다.


탕-.


**


볼머신 앞에서 자세 연습하는 초등학생 원재가 있다.

무룡은 그 옆에 매트를 깔고 누워 자고 있다.

원재는 열심히 라켓을 여러 번 휘두른다. 그러다 준비가 됐는지 리모컨으로 볼머신을 켠다. 우웅 소리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한다.

원재는 볼머신을 향해 자세를 잡는다. 기계에서는 공이 튀어나온다.


투웅-.

탕-!


공이 터져나갈 듯한 소리가 들린다.

무룡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난다.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본다.

라켓을 휘두르는 원재가 보인다.


“와, 방금 뭔 소리냐? 천둥 치는 줄 알았다.”

“후. 드디어 됐다.”

“뭐가 돼?”

“세게 치는 거.”

“나도 보여줘 봐.”


원재는 다시 한번 볼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향해 스윙한다.

볼은 원재의 라켓 정중앙에 맞고 경쾌한 타구음을 내며 힘있게 날아간다.

무룡이는 반짝거리는 얼굴로 방방 뛰며 원재에게 말한다.


“어떻게 했어? 우와 우와! 이거 꼭 코치님이 치는 거 같아.”

“에이 그 정도는 아니야.”

“진짜로 진짜로. 나도 알려줘. 어떻게 했어?”


무룡의 질문에 원재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한다.

그런 원재에 표정에 어쩐지 치사하게 느껴진다. 무룡은 원재를 보며 눈을 흘긴다.


“치사한 놈. 지만 잘하려고.”

“아니야. 그런 거.”

“그럼 왜 안 말해주는데?”

“그게···. 그냥 될 때까지 한 건데···. 방법을 물어보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될 때까지···.”


무룡은 말하다 말고 원재의 손을 본다.

라켓을 든 원재의 손에서 굳은살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다.

무룡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5시 40분.

무룡은 다시 원재의 손을 살핀다. 피가 흐르는 손을 잡으며 펑펑 울기 시작한다.


“으허헝. 야 너 피나잖아. 바보냐? 5시간이 넘게 볼머신하는 또라이가 어딨어?”

“볼머신은 방금 시작한 거고, 그냥 빈스윙만 한 건데. 헤헤.”


무룡은 훌쩍거리며 원재를 본다.

오른손에 피가 나면서도 원재는 해맑게 웃는다.


**


탕-!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원재의 스윙이 끝까지 돌아간다.

머리 위로 라켓이 지나치며 신나서 어찌할 줄 몰라하는 원재의 얼굴. 원재의 스텝은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 경쾌하다.

그렇게 받아친 공은 빠르게 이민의 포핸드 쪽으로 깊숙하게 꽂히며 점수를 낸다.

리턴에이스.

엄청난 포핸드 리턴에 관중석에서도 환호와 박수가 나온다.

원재도 기분 좋은 샷에 들뜬다.

그러나 그 샷을 바라보는 이민만이 별다른 감정동요 없이 다시 서브를 준비한다.

이민은 원재가 아닌 볼이 떨어진 위치만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찬스라 생각이 들 땐 망설이지 않는 편인가? 그렇지만 코스는 그렇게 깊진 않아. 구속을 올리면 코스가 무너지는 편? 아니면 랭킹 1위라 해도 샷의 예리함은 좀 떨어지는 건가? 다시 한번 약한 서브를 줘보자. 어떻게 반응할지 한 구정도 더 희생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


이민의 중얼거리는 모습에 원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다.


“하하. 군화 형 같은 스타일이 좋은데, 머리 쓰는 스타일은 딱 질색인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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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주니어 넘버원 24.09.17 20 2 12쪽
15 리커버리 24.09.16 18 2 12쪽
14 이기기 위한 전략 : 로브 24.09.15 24 2 13쪽
13 첫 세트 : 높은 벽 24.09.14 23 2 13쪽
12 게임의 시작 : 서브 24.09.13 23 2 13쪽
11 동상이몽 24.09.12 24 2 13쪽
10 부러진 라켓 24.09.11 22 2 13쪽
9 경계 24.09.10 24 2 12쪽
8 친구 24.09.09 23 3 12쪽
7 함정 24.09.08 29 2 11쪽
6 스탠스 24.09.07 30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5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41 2 13쪽
3 나원재 24.09.04 51 3 13쪽
2 온비찬 24.09.04 61 3 13쪽
1 한서원 24.09.04 9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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