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만이 아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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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시아
작품등록일 :
2016.04.04 14:41
최근연재일 :
2016.04.21 21:37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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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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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68

작성
16.04.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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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2)

DUMMY

(2)


“그래 내 주제에 운이 좋을 리가 없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난 분명 해보자는 의욕이 충만해 있었다. 아니 의욕이고 나발이고 그래도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가득했었다고!


근데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그런 내 의욕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그럼 그렇지 재수 좋은 놈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런 숲 속에 떨어져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을 리가 없었고, 그렇게 겪은 상황에서 몬스터를 만날 일도 없을 거고, 그 만난 몬스터가 8급씩이나 되서 내 생존권에 무시무시한 위협을 받지도 않을 거다.


“어째서 8급 고블린이 어기 있는 거냐!”


그래 나올 거면 변종 다람쥐나 멍멍이나 고양이 같은 놈들이나 나오지 왜 하필이면 고블린이야. 다들 모를 거 같아서 설명해주겠다. 이놈의 등급은 대부분의 몬스터들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와 다름없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잡는데 드는 노력이랄까 난이도랄까, 어찌됐든 그런 척도다.


그리고 8급이라고 하면 8급 능력자들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이긴 하다. 그렇다면 나도 잡을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는 당신! 그래 너 말이야. 이 세상이 무슨 펜대만 굴리는 학자들이 말한 것이 절대 진리처럼 자리 잡는 게 아니라고!


혹자들은 말한다. 8급 몬스터들은 그저 아무 레이더 라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몬스터 사냥을 나서려면 탱커와 딜러와 힐러가 있어야 한다. 물론 게임처럼 내가 무진장 세다면 그냥 혼자서 다 때려잡고 모든 몬스터 부산물들을 독식 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긴 힘드니까 말이다.


즉 9급의 몬스터가 있다면 9급의 탱커 딜러 힐러의 인원이 최소 5명. 8급의 몬스터라면 8급의 탱커 딜러 힐러, 이런 식으로 인원이 다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나 혼자. 그것도 8급의 딜러뿐.


적은? 8급의 고블린 10마리. 이건 그냥 절망뿐인 거다. 9급이라면 어찌어찌 운을 노려서라도 해볼 만 했겠지만 8급, 그것도 탱커도 아닌 딜러인 나는 그저 죽을 날만 받아 놨다고 보면 되는 거다.


뭐 사실 8급 탱커라도 해도 나보다 더 버티는 것 뿐 어찌할 방법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시끄럽게 싸우다 보면 혹시 근처의 누구라도 알아보고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있을 테니 지금의 나보단 나았을지도 모른다.



“씨바아아알!”


이렇게 된 이상 조용히 있어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최대한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빠를 거다. 물론 이 자리를 벗어 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난 최대한 큰 목소리로 주변을 울렸고 이제 만약 누군가라도 이 근처에 있다면 나를 가여이 여겨 와줬으면 한다. 안 그러면 진짜 난 끝나는 거다.


“그래 내 인생이 쉽게 흘러가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지. 덤벼 덤비라고 이 고블린 새끼들아.”


고블린들은 내 소리를 듣고는 이게 왠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이게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바로 죽는 건 아니잖아? 어떻게든 시간을 끌며 다른 사람들이 여길 와주길 빌어보자.


이건 레이드가 아니다, 그저 생존일 뿐이다. 그렇게 난 되뇌면서 앞의 고블린들과의 거리를 잡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서 내가 바로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한다면 그건 최악의 한 수가 될 거다. 아무리 내가 8급 레이더 딜러 찌끄레기라곤 해도 이런 고블린들의 습성까지 모를 리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해야겠지.


항상 상위의 레이더들이 목표로 한 몬스터들을 잡을 때에는 그 해당 주변의 몬스터들을 어떻게든 없애놓거나 최대한 거리를 떨어뜨려놓곤 하는데, 그럴 때에는 나 같은 하위 레이더들, 흔히 말하는 찌꺼기 청소부들의 청소가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청소부의 역할은 지겹게도 많이 해왔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고블린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최대한 몰아 다니면서 탱커에게 어그로를 인계해주면 광역 딜링기를 퍼부어서 잡으면 되니까 말이다. 앞에선 힐러까지 총 10명이 필요하다곤 했지만, 상위 레이드를 가는 그런 파티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6급 7급 딜러들의 공격 한 두 번이면 다 사라지니까 말이다. 그마저도 나 같은 청소부가 필요한 이유는 몬스터들이 널리 떨어져 있으면 많이 공격해야 되니 시간과 정신력을 낭비 할 수 없어서 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적어도 근접 딜러인 나는 최소한의 몰이꾼 역할을 해본 적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고. 정신을 조금만이라도 놓으면 바로 황천길로 떠나는 거다.


“덤벼! 개새끼들아. 어디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님에게 대드는 거야. 쓰레기 같은 인생을 길게라도 이어가고 싶으면 얼른 도망치렴.”


넵, 어차피 막다른 길에 몰린거 그냥 세게 나가봤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만점에 가까웠다. 몬스터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능력은 없었지만 내 얼굴과 말투로 알았을까, 그 놈들은 갑자기 열을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래서 단세포들이란 쉽다니까.


이렇게 되면 나로서는 좀 더 쉬워지는 거다. 열이 오른 녀석들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바로 달려들 거였으니 말이다.


“엿 차!”


바로 그 놈들은 나에게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화살도 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내가 8급의 허접 딜러라곤 해도 이렇게까지 허접한 화살 공격에 맞을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일단 초능력자란 이름을 달고 있는 난 꽤나 육체적인 능력이 좋았는데, 이건 거의 대부분의 딜러가 마찬가지였다.


만약 상위의 레이더였다면 이런 공격쯤은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다. 힐러라면 조금 문제야 있었겠지만, 탱커나 상위 등급의 딜러에겐 코웃음도 안 나올 공격이란 거지.


“엄마 찌찌나 더 먹고 오시지 멍청이들!”


그 말과 동시에 들어온 고블린의 공격을 받아낸 난 바로 그 녀석의 가슴팍을 발로 밀어서 뒤이어 오는 놈들에게 날려버렸다. 조금 무겁긴 했지만 이렇게 해서 시간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억울하면 엉겨봐 이 놈들아.”


사실 말이야 이렇게 말했지만 진짜로 오시면 곤란합니다. 조금 시간만 끌게 해주세요.

무기라도 있으면 방금 발로 찬 녀석에게 칼이라도 한번 휘둘렀었겠지만, 아쉽게도 무기가 없는 이상 이게 최선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젠 조금이라도 녀석들에게 협공 당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이렇게 몹을 몰고다니다가 탱커에게 인계를 해주는 순간 능력자들중에서 상위 딜러들이 모여서 한방에 정리를 해야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으니 이렇게 외줄 타듯 상황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러고보니 아까 있었던 레이드가 또 생각나네, 차라리 그때도 늑대인간이 아니라 이런 고블린이었다면 공대장이 말했던 10분을 버틸수 있었을텐데.... 덕분에 욕을 한바가지 퍼먹고 배가 불러버리고 말았지. 일당이 반으로 깎인건 서비스고 말이야.


어쨌든 지금 당장이야 버틸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당장 버티는 것 뿐이다. 내가 무한히 움직이면서 녀석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간 결국 힘이 빠져서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온다. 오늘 있었던 레이드에서 그 늑대 녀석들에게서 도망쳤던 그때처럼 말이지.


“이렇게 견디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거냐! 진짜 여긴 아무도 없는 곳인 거냐!”


무릴 한다면 시간이야 조금 더 끌 수 있겠지만 외줄을 타는 게 언제까지 계속 될 수는 없는 거다. 아마도 10분, 그 이상은 내 체력이 떨어져서 저놈들의 한 끼 식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내 치킨··· 못 먹었는데 말이지.”


먹는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저 멀리 버려진 치킨이 생각난다. 제길 억울하네 차라리 저거라도 먹고 죽을걸. 아니 죽기엔 아직 이르지.


재차 나에게 공격을 하던 고블린 녀석들이 이제는 조금 머리가 식었는지 단순한 일자 공격 대신 날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길 도발은 1분도 못 버티는구먼. 하지만 이대로 놔둘 순 없으니 난 요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를 노려서 뭐라도 해봐야겠다.


공격이라곤 해도 맨 주먹으로 가하는 공격이라 그리 강력하진 않을 거였다. 만일 레이드 기본 장비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강한 데미지를 가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내 장비는 이미 보관소에 들어간 지 오래고 지금은 없는 무기를 아쉬워하기 보다는 지금 현 상황에 맞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순간이었다. 고블린의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치킨 냄새가 난다니깐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숲 속에 치킨이 있을 리가 없잖아. 뭔가 다른 냄새를 착각하는 거 아니야?”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이건 치킨 냄새에요, 제 코를 걸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뭐지? 아무래도 근처에 누구라도 있기를 바랬던 내 기도가 통한 거 같다. 오 신이시여 역시 당신은 잔혹하지만은 않았군요. 지금까지 불경했던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반대쪽에서 들린 소리는 아무래도 여성들의 목소리였던 것 같았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날 도울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몬스터가 활개치는 세상에서 이런 숲 속까지 들어올 사람들이라면 일반인은 아닐 게 확실했고 분명 레이더가 틀림없을 것이었다.


근데 치킨 냄새를 맡고 오다니, 저 치킨은 내 위장을 구해준 게 아니라 내 생명을 구해준 셈이 되는 거네. 신보다 더 위대한 치킨 신이랄까···.. 신은 역시 죽은 건가, 오직 치킨만이 유일신이 될 지어니.


“도와주세요! 사람 살려!”


생각은 둘째 치고 난 일단 그녀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헬프미! 헬프미라고!


작가의말

즐겁게 감상하셨다면 댓글 하나쯤은 어떨까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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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 짧막한 그녀의 이야기 (1) +1 16.04.21 144 3 12쪽
29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4) +1 16.04.18 174 3 15쪽
28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3) +1 16.04.18 143 3 13쪽
27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2) +1 16.04.17 165 3 15쪽
26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1) +1 16.04.17 173 3 13쪽
25 1-7. 고삐 풀린 망아지. (3) +1 16.04.15 160 3 11쪽
24 1-7. 고삐 풀린 망아지. (2) +1 16.04.15 155 3 12쪽
23 1-7. 고삐 풀린 망아지. (1) +1 16.04.15 167 3 11쪽
22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4) +1 16.04.14 160 3 12쪽
21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3) +1 16.04.14 146 4 18쪽
20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2) +1 16.04.12 172 3 9쪽
19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1) +1 16.04.12 200 3 14쪽
18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3) +1 16.04.11 196 4 14쪽
17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2) +1 16.04.11 190 4 13쪽
16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1) +1 16.04.09 201 3 12쪽
15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4) +1 16.04.08 261 5 13쪽
14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3) +1 16.04.08 225 5 11쪽
13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2) +1 16.04.07 234 6 11쪽
12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1) +1 16.04.07 243 5 11쪽
11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3) +1 16.04.06 248 9 11쪽
10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2) +1 16.04.06 234 6 10쪽
9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1) +1 16.04.05 268 8 11쪽
8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4) +1 16.04.05 262 7 11쪽
7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3) +1 16.04.04 334 9 13쪽
6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2) +1 16.04.04 333 8 11쪽
5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1) +2 16.04.04 343 8 11쪽
4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3) +1 16.04.04 346 8 11쪽
»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2) +1 16.04.04 381 9 10쪽
2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1) +1 16.04.04 33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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