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만이 아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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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시아
작품등록일 :
2016.04.04 14:41
최근연재일 :
2016.04.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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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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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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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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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3)

DUMMY

(3)


“그건 그렇고 배고픈데 밥은 언제 줄 거야?”

“식충이 같은 말은 좀 하지 마라.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마. 그리고 대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이 녀석은 대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아니 만난 지 몇 분이나 됐다고, 아무리 자기가 서리안이라곤 해도 내가 아는 서리안은 내 방에 가만히 모셔져 있는 검일 뿐이지 이렇게 서서 나한테 밥 달라고 하는 식충이가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방금 까지 내가 하려던 일을 엿 먹인 게 바로 자기 자신이면서 정말 너무하다. 진짜 저 당당함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올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좀 당해봐야 알 것 같다.


“야! 내가 니 식모도 아니고 왜 밥을 나한테 달라고 하는 건데! 난 이 세계에 떨어져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사람한테 그러는 건데? 도움은 못 줄 망정 훼방은 놓질 말아야지!”


난 말이야 사람에게 있어서 양심이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말이지. 근데 아무리 봐도 쟨 양심 따윈 없는 거 같다. 양심이란 게 있으면 방금 전에 내가 획책하던 일을 그렇게 망쳐버리고 바로 뒤에 내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없지.


“뭐야! 주인이 밥을 안 챙겨 주면 어떻게 해! 밥 한끼 챙겨 주는 게 그렇게도 힘드냐 이 나쁜 놈아!”


여러분, 제가 언제 저놈의 정식 주인장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의 양도 계약서라도 있었나. 아니면 노예 계약서라도 받았나. 대체 자기 혼자만의 상상만으로 저러는 건가. 설령 자기가 내 것이었던 검 서리안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대체 자기가 유리할 때문 주인주인 부르는 건 또 뭔 심보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거.


“아···. 진짜 됐다 됐어. 너랑 말을 계속하면 나만 피곤해지는 것 같다. 유연희씨,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잠시 동안이라도 생활할 수 있는 숙소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저 녀석이랑 같이 있으면 제 머리가 터져 버릴 거 같아서 쉬기라도 해야겠네요.”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는 쉬는 게 제일이라고 했다. 잠시 그 고단한 일로부터 멀어져서 머리를 깔끔하게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면 저게 어떻게든···.. 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머리 속은 깨끗해지겠지 젠장 할.


“아, 그렇군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곳에 기거할 수 있는 방은 꽤 많은 편이니 상관없을 겁니다. 혹시 원하시는 집은 있으십니까?”


어이쿠, 무슨 집의 취향까지 물어봐 주시지, 그냥 지붕 달려있고, 난방 되고 이불 있고 전기 들어오면 되는데. 정말 저 서리안이란 놈, 아니 년을 보다가 이 사람을 보니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된다.


“어딜 가는 거야! 아직 밥 안 줬잖아 이 나쁜 주인 놈아!”


밥, 밥 시끄럽다 식충이 녀석아. 니가 뭐라고 하던 난 가서 쉬련다.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서 양쪽 세계에서 레이드 한 번씩 해서 총2번이나 뛰어서 굉장히 피곤하단 말이다. 니가 뭐라고 하든 이젠 안 들을 거다.


“아 몰라. 니가 뭐라고 하던 이젠 좀 쉴 거다. 집은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단지 좀 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바로 쉴 수 있게.”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뒤에서 방방 뛰고 있는 서리안을 뒤로하고 난 날 안내해주는 사람을 따라서 바로 이동했다. 저 꼴을 더 봐봐야 머리만 더 아파올게 확실하니 빨리 이동해서 쉬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또 내가 이동하자 방방 뛰면서도 내 뒤를 쫒아오는 게 아닌가. 아니 넌 저기서 계속 방방 뛰던가, 아니면 자기가 쉴 장소로 이동하라고.


“야! 도망가지 말고 밥 달라고!”


밥순이다 밥순이. 예전에 했던 어느 모 사의 게임 캐릭터가 하나 생각난다. 적어도 그 게임의 캐릭터는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는 게 더 슬프다. 기왕 닮을 거면 성격도 닮아서 좀 내 속을 편안하게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자꾸 그런 식으로 나가면 여길 다 쓸어버릴 거다!”

“뭔 소릴 하는 거야!”


쉬려고 했던 내 머리 속이 다시 복잡해졌다. 갑자기 손에 있는 검을 들어올리면서 기운을 끌어올리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이 주변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의지가 아주, 너무나도 충만해 보였다. 제길 내가 저 녀석의 말을 들어줄 의리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쟤가 깽 판을 쳐 놓으면 나까지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원하는 바를 이뤄줘야 할 것 같았다.


대체 자기가 밥이 먹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되지, 자꾸 나에게만 보채는 이유는 대체 뭐야. 자기도 입이 있고 손이 있고 발이 있잖아! 날 좀 내버려 달라고.


“후우··· 죄송한데 집으로 안내 해 주시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 더 죄송한 거긴 한데 전 돈이 거의 없어서 요금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나중에 연희씨에게 말씀 드려서 돈이라도 드릴 테니···.”


돈 앞에 작아지는 인간 한수만. 그래 난 예전부터 돈 앞에선 한 없이 작았던 사람이었지. 그게 이 세계 와서 바뀔 거라고 상상했던 잠시 전의 그 상상이 너무나도 행복했고 달콤했다. 하지만 꿈은 깨라고 있는 거지, 그 달콤했던 상상이 깬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끔찍하구나.


“그럼 저희들이 이용하는 공동 식당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리고 돈은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오, 날 안내해주는 양반, 당신은 복 받을 거야. 사실 내 지갑 안에 돈이 약간 들어있긴 하지만. 이건 내가 있던 세계에서 낼 공과금이라서 이거 못 내면 바로 집에서 쫓겨 날 수도 있다고. 젠장, 이젠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사소한 걸 신경 쓰고 있는 내 모습은 진짜 가난에 찌든 소시민적 모습이다.


하지만 어쩌겠냐, 당장 낼 공과금까지 쓰면 그 집에서 또 돈 안 냈다고 주인장이 날 열나게 갈굴 텐데 말이야. 비록 여기 와서 낼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세상만사 모르는 거라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여기 이 세상에 끌려올 줄 그 누가 알았겠냐. 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하는 거야.


“그럼 안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넌 이제 좀 그 검을 내려줘라. 주변 사람들이 다 불안한 눈빛으로 널 쳐다보고 있잖아. 힘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고 하지 말라고.”

“헹, 난 다른 사람들을 억압할 생각 따윈 없었어. 그냥 너만 괴롭힐 거라고!”


그래 어떤 의미에선 참 다행이긴 한데, 내게 있어선 그 말이 더 슬프구나. 대놓고 괴롭힌다는 말을 하다니. 니가 말하는 주인이라는 의미는 뭐랄까, 그냥 말로만 말하는 주인이라는 게 확실한 거 같다. 방금 까지 내가 생각했던 주인은 나보다 상위의 입장이어서 내가 설설 기며 공과금을 내야 하는,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존재였는데. 쟤한텐 그게 아니잖아. 오히려 주인이라고 불리는 내가 왜 쟤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거야? 진짜 불합리의 극치다. 아니 한국어 공부라도 다시 시켜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 앞에서 안내해주는 사람도 그녀의 그런 말에 실소를 참을 수 없었는지 웃고 있었다. 저런 사람마저 웃을 정도니 이 광경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별 다를 일이 없을 거란 게 거의 확실 하겠네.


“이쪽입니다.”


그가 안내해준 식당은 큼지막한 장소였다. 이미 반쯤은 가득 찬 사람들이 자신들의 식사를 하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고, 테이블도 절반쯤은 차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서리안이 들어서자 새로울 것도 없는 광경이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누구야! 오늘 전투의 영웅 아닌가!”

“고블린, 오크 그리고 리자드 맨 슬레이어!”

“저 사람 이름이 뭐였었지? 어쨌든 전투에서 수 많은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고! 내가 바로 눈 앞에서 직접 봤단 말이야.”


그런데 그 소란스러움은 나도 적응 할 수 없는 환대로 이어졌다. 내 장담컨대 살면서 이 정도의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칭찬을 받은 적도 없었지. 오직 레이드에 나가서 상위 딜러나 공대장의 차가운 반말이나, 냉소 또는 모욕에 가까운 말들을 들었던 기억만이 있었으니까.


“저 사람이 그 사람이란 말이야? 난 기지 내에서 상황 통제 중이어서 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꽤나 미인인데, 이 기지에 저런 사람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난 딜러였고, 이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딜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알고 있는 딜러는 나 혼자 뿐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난 그들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오늘 처음으로 시행한 사람이다. 이것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퍼질 일이 분명했다.


몬스터는 잡을 수 없다. 단지 막아내는 것에 불과하다 라는 의식만이 있는 이곳에서 그 몬스터를 잡아내고 생명을 끊어버리는 나의 모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만큼 무척이나 강렬할 것이었다.


그랬으니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당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은 진짜 이 세계에서 내가 이질 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자, 자 영웅이라고 불러도 될 사람이 밥을 먹으로 온 것 같은데 길이라도 열어주자고! 그게 우리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 아닌가?”

“킥킥, 평소에 새치기를 싫어하다 못해서 때려죽일 듯한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니 무척이나 이상한데 그래?”


그네들은 그리고 자신들의 배식을 미뤄서라도 나에게 앞자리를 양보해줬다. 거의 억지로 날 끌고 가서 줄의 앞자리에 세워줬는데. 이건 참 고맙긴 한데 부담스럽다고. 날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는데 모두가 동의해서 그런 막무가내 식 새치기에도 그런 그 사람을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허긴 새치기가 싫다곤 해도 이런 분위기에서까지 뭐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야, 근데 넌 저 사람하고 왜 같이 있는 거야?”


어디서 이런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이건 날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날 여기까지 안내해준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잘 보니 저 사람도 나 못지 않은 인파를 끌고 있었는데, 대충 그 내용을 들어보니 나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그저 동물원의 동물처럼 바라만 보는데. 이건 아무래도 나와는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고 저 사람은 이곳의 사람이다 보니 저 사람에게 질문이 몰려서 그런 거겠지, 뭐 나로서는 그 편이 훨씬 나은 거기도 하지. 괜히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으니까 말이야.


“자, 서리안 니가 그렇게 바라던 밥이다. 식판 들고 밥이나 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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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 짧막한 그녀의 이야기 (1) +1 16.04.21 1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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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3) +1 16.04.18 143 3 13쪽
27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2) +1 16.04.17 165 3 15쪽
26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1) +1 16.04.17 174 3 13쪽
25 1-7. 고삐 풀린 망아지. (3) +1 16.04.15 161 3 11쪽
24 1-7. 고삐 풀린 망아지. (2) +1 16.04.15 155 3 12쪽
23 1-7. 고삐 풀린 망아지. (1) +1 16.04.15 168 3 11쪽
22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4) +1 16.04.14 160 3 12쪽
21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3) +1 16.04.14 146 4 18쪽
20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2) +1 16.04.12 173 3 9쪽
19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1) +1 16.04.12 201 3 14쪽
18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3) +1 16.04.11 196 4 14쪽
17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2) +1 16.04.11 190 4 13쪽
16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1) +1 16.04.09 201 3 12쪽
15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4) +1 16.04.08 262 5 13쪽
»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3) +1 16.04.08 226 5 11쪽
13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2) +1 16.04.07 234 6 11쪽
12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1) +1 16.04.07 243 5 11쪽
11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3) +1 16.04.06 248 9 11쪽
10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2) +1 16.04.06 234 6 10쪽
9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1) +1 16.04.05 268 8 11쪽
8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4) +1 16.04.05 262 7 11쪽
7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3) +1 16.04.04 33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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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3) +1 16.04.04 347 8 11쪽
3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2) +1 16.04.04 381 9 10쪽
2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1) +1 16.04.04 332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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