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만이 아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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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시아
작품등록일 :
2016.04.04 14:41
최근연재일 :
2016.04.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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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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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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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4)

DUMMY

(4)


사냥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5급 6급의 몬스터를 맞상대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도 있었지만, 적어도 힐러의 능력만큼은 발군인 것이 확실했다.


방금 전에 7급의 오크 놈들에게 몇 대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힐이 내게 들어왔다. 이런 힐링 샤워도 처음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8급 딜러인 내 주제에 언제 이렇게 힐로 샤워 하듯이 지원을 받아봤겠냐.


반대로 탱커는 별로 시원찮았다. 전체적인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어그로를 제대로 끌지 못하는 것이 내가 봐도 영 아니올시다 라고 할 만 했다. 내가 다른 놈들 쥐어 패 잡고 있는데 뒤쪽에 다른 탱커가 잡고 있는 오크의 어그로가 튀어서 나를 바라본다 던지, 내가 치고 있던 놈이 갑자기 탱커 바라보다 말고 날 보고 공격한다 던지. 뭐랄까 좀 무서운 상황이다.


이런 세상에서 버티고 있다는 걸 보면 진짜 힐러라도 괜찮은 세상이어야지 버티는 게 가능하지 힐러마저 아닌 세상이었다면 끔찍했을 거 같다.


“어그로 좀 잘 잡아봐요!”

“이게 평소대로 하고는 있는데. 대체 왜 자꾸 이러지···.”


내 참나 지금 저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이 세계의 탱커 놈들은 제대로 된 실력을 가진 놈들이 없는 건가. 허접 같은 실력과 거짓말만 하는 놈들을 내가 만나는 건가. 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 거야?


“자꾸 그렇게 어설프게 어그로 잡지 말고. 팍팍 기합 넣어가면서 세게 세게 때리라고요! 또 또 몹이 이쪽 본다!”


아 진짜 손발이 안 맞아서 못해먹겠네. 대체 뭔 어그로를 이렇게 못 잡는 거야? 이런 식으로 레이드가 흘러가면 진짜 모두 죽는 수밖에 없잖아? 탱커가 어그로를 못 잡아서 딜러 진이 잡히고 딜러 진이 없으면 힐러들 정신력이 끝나는 순간 모든 게 다 죽는 건데···.. 이 세계는 일단 힐러들 정신력이 다 끝날 일은 없어서 지금까지 버텼던 건가. 진짜 필요는 발전의 어머니인가. 저 허접한 탱커들과 딜러가 없는 상황이 되니까 힐러 진들이 이렇게까지 강인해 질 수 있구나.


뭔가 깨달음을 얻은 거 같다.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힐러의 숫자도 떨어지고 능력도 떨어지니 모든 역량이 탱커의 능력과 힐러가 탱커를 살릴 수 있는 시간 내에 딜을 넣어야만 하는 딜러진의 딜링 능력에 모든 것이 걸려 있었는데. 물론 딜러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그만큼 내부의 경쟁도 치열했고 발전하는 속도도 빨랐다고 할 수 있을지 몰랐겠지만. 이런 정 반대 되는 세상에 떨어져 보니, 원래 있던 세계의 딜러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겠네.


적어도 원래 있던 딜러들은 엔간해서는 어그로 관리 능력이 뛰어났고, 실수로 어그로를 탱커 놓쳤다고 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 한두 개쯤은 최후의 수단으로 익혀두곤 했다. 근데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방법을 쓰기도 전에 너무나도 많은 어그로가 튀어대니 뭘 어찌 할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다.


변명이라고 하면 변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적어도 알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잖냐. 진짜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그로 못 잡는 탱커라니 존재 의의가 뭔데 어그로를 못 잡고 있냐. 슬프다 슬퍼.


“조금씩만 더 힘내봅시다. 탱커님들 어그로 더 잘 유지해주세요. 안 그러면 제가 제대로 딜을 넣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힐러 분들은 제 체력관리도 좀 잘 해주시고요.”


이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만일의 상황에는 대비를 해 놔야겠지. 진짜 만약에 내가 있던 세계였다면 이런 말을 했다면 바로 공개 처형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평생토록 레이더 게시판에 올라가서 모든 공대에 가입조차도 못하게 되었을 게 분명한 말인데, 이 세계에선 이런 말을 해야만 한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해서 그런지 조금은 탱커진의 어그로가 견고해지기는 했기에 난 바로 바로 다음 몹 들을 하나씩 처리해 가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7급과 8급의 대부분은 처리가 되어 가고 있었고 이제 남은 건 미노타우르스와 리자드맨 정도였는데 이게 진짜 메인 디쉬나 다름없는 거겠지.


그래도 1팀의 탱커 진은 그나마 내가 같이 했던 탱커들과는 다르게 어그로를 잘 먹고 있는 것 같았고 힐러진의 문제도 없는 것 같아서 더 버틸 수는 있어 보였다. 그렇게 판단이 되자 난 바로 미노타우르스를 공략하는 것보다는 리자드 맨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일단 하급 몬스터들은 다 처리가 된 것 같으니. 빠르게 리자드맨을 잡아두고 있는 쪽의 지원을 가도록 하죠. 얼핏 보니 미노타우르스쪽은 아직 버틸 만 한 것 같으니, 빠르게 리자드맨을 처리하도록 합시다.”


그나저나 걱정은 걱정이다. 쉽게 쉽게 말이야 했지만, 내 능력으로는 저놈의 리자드맨은 잡아 본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레이드에 임해야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에 있던 각 몬스터들 공략법들이라도 좀 보고 왔어야 했나. 제기랄 내가 언제 이런 세계로 떨어질 줄 알았나 뭐.


“일단 정공법대로 가봅시다. 탱커들이 어그로를 확실하게 확보 할 때까지 전 잠시 상황을 두고 보고 있을 테니 모두들 힘내세요. 아까처럼 절대 어그로가 튀면 안됩니다.”


뭔가··· 뭔가 도움이 될만한 노하우가 없나. 제길 그래도 레이드 짬밥이 몇 년인데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냐. 아무리 내가 하위 레이드만 뛰고 다녔다고 해도 한 두 번 이상은 만나보긴 했었을 텐데 말이야. 직접 전투에 참여는 안 했어도 그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라도 나야···.


“그래! 맞아. 저놈들 파충류니 불에 약했었지! ······.”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각이야 났다. 근데 문제는 그 생각난 방법을 실천으로 옮길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지. 혹자들이야 횃불이라도 던지면 안 되겠냐 라고 하겠지만. 내가 누누이 말했다시피, 레이더들의 능력으로 생성된 딜이 아닌 이상 저 녀석들은 일말의 데미지도 안 받는다. 간에 기별도 안가는게 아니라. 진짜, 눈곱만큼도, 쥐 똥만큼도 안 들어간다고. 고로 이 아이디어는 폐기.


“아우 이럴 줄 알았으면 능력 개발 센터라도 꾸준히 다닐걸, 얼마 안 되는 능력 수치라서 높게 안 올라갈게 뻔해서 안 다녔던 게 이렇게까지 후회 될 줄이야.”


진짜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발화 능력을 알고 있었다면 약점을 공략하는 형식으로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되니 지금은 그냥 때려잡아야 한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난 내 손에 들려진 검을 다시 잡으며 앞에 서 있는 리자드맨들에게 다가갔다.


“슬슬 어그로도 잡혔겠지. 이제 진입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바람에 꽤 늦은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다행히 아직 전열이나 후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하면 잡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면 되겠지,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야.


5마리나 되는 리자드맨들은 내가 들어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탱커들과 열심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번쯤은 주변 상황도 살펴보고 어떻게 전황이 흘러가나 알아봐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놈의 몬스터들은 그런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않는다. 처음에 말했다시피 정말 일자무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들이 바로 이놈들 몬스터이다.


어쨌든 쉽게 이놈들의 뒤를 잡을 수 있는 난, 바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8급에 불과한 나로서는 한방에 한 놈씩 보내는 게 가능할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10번 베어내면 그래도 데미지가 박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 같은 놈들의 경우엔 대충 한 마리당 2~3분 정도가 걸렸으니, 이놈들이라면 10분쯤 걸리지 않을까 했다.


그리곤 난 또다시 아까와 똑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었지. 이런 빌어먹을. 진짜 어그로 제대로 안 잡네.


“씨발! 진짜 어그로좀 잡으라고! 탱커 뭐해? 한참을 어그로 쌓고 있었을 텐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진짜 엔간하면 화를 안내는 나인데, 오늘은 왠지 화를 참 내고 싶네. 이것 참 이상한 일이야, 정말로 이상한 일이고말고. 부처와 같은 나인데 오늘은 왜 이리 화마를 참을 수가 없어서 이러는 걸까. 는 개뿔, 몬스터란 놈들은 진짜 멍청한 놈들이라고! 동종 의식 때문에 같이 움직인다는 것만 제외하면 어그로를 잡는 것은 진짜 쉬운 일이나 다름없다고.


먼저 시야에 인식 된 상황에서 그대로 전투를 벌이면서 조금만 버텨내면 이놈들은 죽어라고 그 사람을 공격한다. 자신의 시야 밖으로 벗어 날 때까지. 이건 내가 있던 세계나 이놈의 세계나 똑같을 텐데 대체 왜 이리 어그로를 놓쳐 대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진짜.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그래 니들은 니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 그런데 현실은 아닌 거 같은 게 문제다 이 바보들아. 노력만 한다고 세상 누가 알아 주냐. 이놈의 세상은 노력보단 결과다. 제길 우리나라의 성과 제일주의에 나도 물들어 버렸나 이런 생각을 하게.


“힐러!”


힐러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골백번은 더 죽었을 거다. 방금 내 가슴팍을 강력하게 한방 갈겨준 저 리자드 선생님. 덕분에 내가 뒤로 한참을 날아갔지만 힐러의 즉각적인 힐 덕분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진짜 골병드는 거 아닐는지 모르겠다.


탱커라면 엔간한 데미지는 누적된다 하더라도 생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하는데 딜러의 경우는 그런 실험을 할 사람도 없고 연구를 진행할 사람도 없으니 이런 식으로 계속 데미지를 입고 회복하고 또다시 데미지를 입는 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즉, 바로 내가 본의 아니게 퍼스트 몰모트가 되어버렸다 이말 인거지!


슬프네. 진짜 엔간하면 슬퍼하지 않는 나인데, 오늘은 왠지 눈물이 나는 것 같네. 이것 참 이상한 일이야, 근데 이 말도 어째 아까 했던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아오······


근데 저 리자드 선생은 내가 맞고 뒤로 날아갔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또 나를 바라보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야 이 멍청한 탱커 놈아, 내가 날라갈 정도로 당했으면 그 사이 어떻게든 몬스터를 떼어 가보려고 노력을 했어야 할 거 아냐. 진짜 이 다음 일격을 맞으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피해요!”


옆에서 다른 힐러들이 안절부절 하고 있긴 했지만, 그런 건 내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 사람들아. 차라리 힐이나 계속 넣어 달라고. 내가 진짜 빡 쳐서 저놈의 탱커들을 믿을 수가 없으니 그냥 내가 혼자서 잡아 버리고 말지.


그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지. 더러운 탱커 놈들, 차라리 내가 우물을 파주마, 그것도 아주 커다란 우물을 말이야.


작가의말

모두들 즐거웅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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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9. 짧막한 그녀의 이야기 (2) +1 16.04.21 155 4 14쪽
30 9. 짧막한 그녀의 이야기 (1) +1 16.04.21 145 3 12쪽
29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4) +1 16.04.18 175 3 15쪽
28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3) +1 16.04.18 143 3 13쪽
27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2) +1 16.04.17 165 3 15쪽
26 8.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난 그저 평범한 딜러일 뿐인데… (1) +1 16.04.17 174 3 13쪽
25 1-7. 고삐 풀린 망아지. (3) +1 16.04.15 161 3 11쪽
24 1-7. 고삐 풀린 망아지. (2) +1 16.04.15 156 3 12쪽
23 1-7. 고삐 풀린 망아지. (1) +1 16.04.15 168 3 11쪽
22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4) +1 16.04.14 160 3 12쪽
21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3) +1 16.04.14 146 4 18쪽
20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2) +1 16.04.12 173 3 9쪽
19 1-6. 내 인생에 봄날은 없다. (1) +1 16.04.12 201 3 14쪽
18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3) +1 16.04.11 196 4 14쪽
17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2) +1 16.04.11 190 4 13쪽
16 1-5. 나혼자 딜러면 잘나갈줄 알았지... (1) +1 16.04.09 201 3 12쪽
15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4) +1 16.04.08 262 5 13쪽
14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3) +1 16.04.08 226 5 11쪽
13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2) +1 16.04.07 234 6 11쪽
12 1-4. 그녀의 이름은 서리안 (1) +1 16.04.07 243 5 11쪽
11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3) +1 16.04.06 249 9 11쪽
10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2) +1 16.04.06 234 6 10쪽
9 1-3. 이젠 잘나갈거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싫다. (1) +1 16.04.05 268 8 11쪽
»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4) +1 16.04.05 263 7 11쪽
7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3) +1 16.04.04 334 9 13쪽
6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2) +1 16.04.04 333 8 11쪽
5 1-2. 나홀로 집에, 아니 나홀로 딜러. (1) +2 16.04.04 344 8 11쪽
4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3) +1 16.04.04 347 8 11쪽
3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2) +1 16.04.04 381 9 10쪽
2 1-1 안녕하세요 허접 8급 딜러입니다. (1) +1 16.04.04 332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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