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0화(594화)-
약속대로 캐뱃은 벤하르트를 철편수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이곳이 바로 철편수가 있는 곳이다. 철편수는 굉장히 강한 마수니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그런데 마수를 죽이지 않는 다는 것은 정말이겠지?"
"물론 뭣하면 감시하고 있어도 좋아."
"그럴 생각이지만,"
캐뱃은 벤하르트를 별로 의심하지는 않았다. 사실 철편수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구태어 이렇게 따라온 것은 조금이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쨋든 조심하는게 좋다. 철편수는 굉장히 단단한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그 방어력을 이용한 공격력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알았어."
철편수는 벤하르트를 보자마자 적의를 드러내며 곧장 달려들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네발로 서 있는 철편수는 거대한 몸집에 작은 얼굴을 하고 있는 멧돼지 같은 마수였다.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들고 철편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벤하르트는 시험삼아 자신의 검을 철편수에게 휘둘러 보았다.
무엇이든지 베어낸다는 벤하르트의 검으로도 철편수는 단번에 가를수는 없었다.
'과연 이것이 마계에서도 손을 꼽는다고 하는 철편수인가..?'
벤하르트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떨어지며 작은 틈새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철편수의 가죽은 단단하고 단단해서 검으로 바로 상처를 내는게 쉽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그 내부는 달랐다. 그것은 철편수의 이도 내부에 속하는지 가죽만큼 단단하지는 않았다. 철편수의 머리는 작은편이었기 때문에 입또한 굉장히 작았지만, 벤하르트의 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흐음.'
벤하르트는 떨어진 이를 주워 들었다. 철편수는 분에 못이겨 그에게 미칠듯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유려의 움직임을 익히고 있는 벤하르트가 그런 공격에 맞아 줄리 만무했다.
마치 소를 모는 것 같이 철편수를 데리고 놀던 벤하르트는 손바닥을 들어 그대로 철편수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철편수는 눈이 돌아가며 기절해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아! 죽이면 안된다니까,"
"죽이지 않았어. 기절한 것 뿐이지."
"정말이네,"
"가죽은 대단하고, 공격력도 좋아서, 위험한 마수기는 하지만, 내부는 상당히 약한 모양이군."
벤하르트가 너무도 쉽게 철편수를 사로잡아 버린 것을 보면서 캐뱃은 완전히 질린 얼굴을 했다. 철편수라고 한다면 마을에서 손을 꼽는 요정들이 아니라면, 보통 젊은 요정이 몇명이고 모여서 한마리를 사냥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마수였다. 홀몸으로 잡을수 있는 쉬에프들이라고 해봐야 호쉬르를 포함해 몇 안되었다.
'걱정한 내가 바보였지.'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철편수의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을 치료했다. 벤하르트의 치료는 재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철편수의 이 만큼은 치유해줄수 없었다. 도로 붙히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렇게 되면 벤하르트가 가져가야할 이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이만은 따로 치유하지 않은 것이다. 벤하르트의 치유를 받은 철편수는 벌떡 일어나 눈치를 보며 숲 안쪽으로 도망쳤다. 벤하르트는 철편수의 이를 품안에 넣었다.
"자 그럼 볼일도 끝났고, 슬슬 가볼까."
"어? 뭐야 그냥 가려고?"
"그럴 생각이다만,"
"아니,,"
캐뱃은 벤하르트가 철편수를 잡고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당황했다.
"나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런고로 여기서 헤어지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
캐뱃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지만 분명히 너는 호쉬르에게 가르침을 주겠다고 했었잖아."
"그래 그랬었지. 숲을 떠나기 전까지라고 했었지만 말야. 숲을 언제 떠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캐뱃은 입을 뻥긋뻥긋 거리며 당황해하다 말했다.
"저기 말야. 우리 호루탈 숲은 마계의 여러 구역으로 통하는 출구가 있다. 혹시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 방면으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
"출구?"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을 선택해서 갈 수 있다. 물론 아버지의 허락은 맡아야 하긴 하지만, 어때?"
"으음."
필요이상으로 연관이 되는 것이 싫기는 했지만, 정말 호루탈 숲이 마계의 여러 지역과 연결 되어 있다면, 벤하르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부탁좀 해도 될까? 겸사겸사로 호쉬르도 조금 봐주도록 하고,"
"물론이다. 우리 종족의 은인인걸."
벤하르트는 다시 쉬에프종족의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호쉬르와의 결투와 벤하르트가 져서 요양을 한 이야기는 이미 이 마을 뿐아니라 숲의 여러 쉬에프들에게도 퍼져 있었다. 입에서 입으로 와전된 이야기를 호쉬르는 부랴부랴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수정했지만, 많은 요정들은 호쉬르가 벤하르트를 이겼다고 알고 있었다. 보이는 것만 보고 싶다고 했던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요정들은 쉬에프 최강의 요정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호쉬르가 강하다는 사실쪽을 더 믿고 싶어 했다. 사실이 벤하르트가 봐주었다고 해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호쉬르가 강한 쪽이 더 기억하고 싶은 사례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상반된 의견이 대립해 쉬에프들은 벤하르트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딱히 벤하르트를 비하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벤하르트는 그들의 쑥덕거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베누.."
멀리서 어눌한 발음으로 아는 척을 하는 장신의 사내가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다름아닌 호쉬르였는데, 그는 벤하르트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아는척했다.
"음?"
호쉬르는 열심히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손짓 발짓을 해가며 말하는 호쉬르의 마를 벤하르트는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캐뱃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뭐라고 하는거야?"
"숲 내에 요정들이 호쉬르가 벤하르트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자신은 그 오해를 풀기위해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가르침을 좀 줄수 있냐고 하는데?"
"시간..."
벤하르트는 흘끗 캐뱃을 흘겨 보았다.
"그럼 일단 호쉬르를 데리고 가르쳐 주고 있도록 해. 나는 아버지에게 이 일을 보고 하고 있을테니까,"
"아니 잠깐만,"
캐뱃은 호쉬르에게 뭐라 말한 뒤에 재빨리 발을 놀려 집으로 향했다.
"어이 캐뱃! 하아."
벤하르트는 호쉬르와 눈이 마주치고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처럼이나 곤욕스러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쩔수 없지.'
벤하르트는 통역사로 이니프를 쓰기 위해서 이니프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호쉬르는 그를 잡아 고개를 젓고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가자고 권했다. 거절을 하기 전에 거절하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벤하르트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가 가리킨 곳으로 갔다. 탁 트인 공간에서 호쉬르는 몸을 격하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 같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벤하르트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니프."
그리고 그는 입을 뻥끗 거리며 호쉬르와 자신을 가리키며 통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호쉬르는 뭔가 석여치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니프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건가.'
이니프의 집에 호쉬르가 찾아 왔을때 조차도 호쉬르와 이니프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고 그는 이니프를 부르는 것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벤하르트는 가볍게 검을 뽑아 들어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호쉬르는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어디에서 꺼냈는지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재능이 뛰어나고 숲의 축복을 받고 있으며, 신체조건은 벤하르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호쉬르는 이해력이 아주 좋았다. 단순한 손짓 발짓만으로도 벤하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호쉬르를 가르치는 도중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남자요정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명으로 들어나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명도 더 되는 요정들과 여자 요정들마저도 나타나서 벤하르트에게 가르침을 요청했다.
다행인점은 그 과정에서 통역을 할 수 있는 요정이 몇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는 그렇게 하는것 보다 이렇게 움직이면 훨씬 절약하면서 상대방의 공격에 반응하기 편하지."
"아!"
벤하르트의 친절한 설명에 요정들은 다들 좋아라 하며 그의 강의에 심취했다.
"아 벤하르트! 뭐하고 있는거냐?"
캐뱃은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르치고 있지. 그나저나 캐뱃 간 일은 어떻게 되었지?"
"허락은 받아 뒀어! 하지만 이틀 정도는 걸릴 모양인데,"
"이틀이라, 그렇다면 좋아."
"저기저기 벤하르트씨. 이런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여인 요정이 벤하르트에게 작은 나무가지를 휘둘러 보이며 말했다.
"음 좀더 어깨를 붙이고 휘둘러야 하지 않을까,,"
"잠깐잠깐! 라피아즈!"
캐뱃은 라피아즈라고 부른 여인을 붙잡고 데려가 말했다.
"무슨 짓거리를 하는거야!"
"뭐? 보시다시피 검을 배우고 있잖아."
"검따위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주제에,"
"뭐? 그거야 모를 일이지, 내 변덕이야 알아주던 것 아니었어? 흥 정말이었나보네, 캐뱃이 인간을 좋아했다는건,"
"무 무슨 헛소리야."
캐뱃은 라피아즈의 직접적인 말에 동요했다.
"나는 단지 저 이방인이 춘 검무를 배우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런 과민반응이라니, 내가 저 인간에게 마음이라도 있는줄 알았어? 하하."
"으읏.."
벤하르트는 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렸음에도' 해석할 수는 없어 멀뚱멀뚱 서 있어야만 했다. 결국 축 늘어진채 패배한 것은 캐뱃이었다.
"어이 괜찮은거냐?"
"괜찮다."
"그래 이틀이면 숲을 통해 다른 구역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지?"
캐뱃은 무심하기 짝이 없는 벤하르트의 말에 더더욱 힘이 빠진 얼굴을 해보이며 말했다.
"그렇다.."
"고맙다. 캐뱃."
벤하르트의 그 한마디에 캐뱃은 기분이 단번에 다시 역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틀 뒤 벤하르트의 강의는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캐뱃의 마을에는 벤하르트가 이겼느니 호쉬르가 이겼느니 따지는 요정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는 호루탈 숲의 다른 요정들 조차도 벤하르트를 보기 위해 마을로 찾아 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남자요정들이었다. ㅇ
"이제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요정들을 보고 벤하르트는 정말로 필요 이상으로 많이도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졸지에 호루탈 숲을 구한 영웅이 되어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평범한 여행객이었다면,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런 취급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은건가? 아니면 나쁜걸까?'
사람들과 연관을 짓는다는 것 자체게 막연하게 거부하고자 하는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좋은 상황인지 나쁜 상황인지 애매하기 짝이없었다.
'그나저나,,'
요 이틀 사이 벤하르트는 이니프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물론 그에게 있어 이니프는 불쾌한 여인이었지만, 불쾌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요정이기도 했다.
'뭐 상관 없으려나, 어차피 만나 봐야 서먹하기만 할테고,'
벤하르트에게 배웠던 요정들중 정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열명 정도는 벤하르트가 떠난다는 것을 듣고 그를 배웅해주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벤하르트! 정말 고마웠다!"
"많이 아쉬울 겁니다."
"!@#!%"
'마지막은 뭐라 하는지 모르겟는데,'
그래도 나쁜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캐뱃의 아버지는 숲에 전령사로 마을에서는 부족장 다음가는 위치에 속해 있었는데, 숲과 직접적으로 의식을 교류하는 것이 가능했다. 때문에 숲을 통한 통로를 만드는 것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어..음.."
"고맙다고 말하고 계시는거다. 우리 호루탈숲을 도와준점에 대해서,"
"아 그럼 이쪽도 고맙다고 전해줘. 이번에는 거짓말은 안하겠지?"
"하지 않는다!"
캐뱃은 퉁명스레 말하고는 아버지에게 요정의 언어로 말했다. 캐뱃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딱딱하게 벤하르트를 바라보았다. 벤하르트가 떠난다고 하니 캐뱃은 침울해져 있었다.
"캐뱃 너는 나같은 녀석보다 훨씬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거야. 아니 이미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지."
"감정이라는건 그렇게 마음대로 변하는게 아니다."
"그말대로 이쪽도 마찬가지야. 시간이 지나면 나같은 건 점차 잊어질테니 걱정은 없어."
"으.. 잊지 않을거다."
"아 그리고 말이지. 네 공용어 말인데, 그렇게 말하면 남자보다 더 투박한 방식이거든? 혹시 몰랐다거나,"
캐뱃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분개했다. 벤하르트는 잘못 건드렸나 싶어 바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럼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아무쪼록 의심을 잘 해서 더 이상 타인의 침략에는 당하지 않을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아.."
캐뱃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벤하르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무정하네.. 끝까지 남자같은 말투만 듣다 가버리다니,, 정말 제멋대로의 남자야."
그녀의 말은 어딘지 여성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려주고 싶었던 남자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녀는 진한 아쉬움을 뒤로한채 마을로 돌아갔다.
- 작가의말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좀더 빨리 써 올리려 했습니다만, 뭔가 슬럼프에 빠져서 말이죠..
이래저래 개학이 다가오니 난잡하게 머리가 정리가 안되네요..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뭔가 여러가지 떠올린 ‘스토리’들은 많은데 글로 표현이 안되는 이 기분,, 지웠다 썼다를 한 세번 반복했는데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이 기분,,
하지만 더 늦기전에 하나 올리고 잡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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