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0화-
그 뒤 벤하르트는 도시의 비밀 정보상인 시오우스를 만나러 갔다. 사실 처음부터 그의 목적은 시오우스 였지만, 평범한 술집에서 모을수 있는 정보를 모아 볼까도 생각해 잠시 샛길로 빠졌던 것이다.
그는 세상이란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라스펠을 가기 위해서 고심했던 사람은 라스펠에 갈 기회를 지금에나 잡을수 있었고, 그저 여행을 하던 자신은 천운에 힘입어 라스펠에 도달할수 있었다. 힘겹게 쌓아올린 것보다 가볍게 쌓은 성이 더 견고한 불합리스러운 일은 의외로 다방면에 걸쳐서 일어나는 법이었다.
'세상이란 참 어떤 의미에서는 잔혹하군.'
물론 그 잔혹함은 비단 그 남자 뿐만 아니라 벤하르트도 많은 쓴 맛을 보아 왔던 터였다. 아마 레니아에게 이런 마를 했다면 '그렇기에 인생이란 즐거운 것이잖아?'하면서 앙칼지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는 레니아처럼 머리가 좋은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에 오기 전 시오우스를 찾으로 가기 위해 미리 암호를 레니아에게 묻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암호를 말하고 인형을 따라 들어가 그는 곧 시오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벤하르트 하르크 도시에서는 상당히 재밌는 일을 벌인 모양이더군. 그것때문에 크래치씨가 여러번이나 찾아와서 곤란 했었지."
'우리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은 모양이군.'
꽤나 거금을 들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정도의 돈으로 확실하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틀어 막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정보상에게 있어 3 마크닐이라는 돈을 내는 것은 그다지 아깝다고만은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온거지? 도시의 일도 끝났을 테고 아마 라스펠도 찾아가 봤을텐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정보상에게 찾아왔다는 것은 무언가 필요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군. 이거 한방 먹었나.. 그래서 어떤 것을?"
"하이리루라는 도시를 알고 있습니까?"
"에린델 끝 쪽의 항구 도시 말인가?"
"네 그 도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시오우스는 엄청나게 실망한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다.
"나는 정보상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도시 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아는 사람이라서 이 도시 외의 일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 물론 이 도시에 들어온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숙성된 정보가 아니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어떤게 진실이고 어떤게 거짓인지 알지 못하는 정보는 정보로써의 가치가 없는 법이거든. 특히나 인간같은 주관적인 존재들은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서.."
"그런 정보라도 저는 상관 없는데,"
"이쪽이 불만이란 말이다."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정보를 취급하는 것은 시오우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라스펠도 사실 소문으로는 정확하다고 할수 없는것 아니었습니까."
"라스펠의 경우는 '그 소문'이 전부였으니까, 아무런 사족도 달리지 않고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갔다고 해도 '정보'가 그것 하나를 기점이라고 한다면 그 정보는 뜬소문일지라도 정보로써의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지. 그 판단의 유무를 이쪽에서 내릴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알고 있는게 있다면 뭐든지 좋으니까 알고 싶군요."
시오우스는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돈을 적게 받거나 하지는 않을거다. 나중에 잘못된 정보라고 따지고 오려고 해도 소용 없다는걸 미리 말해두지."
"상관 없습니다."
"하이리루는 항구 도시지. 에린델에서 유일하게 룬델과 연결되는 항로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간다면 음 벤하르트 네 걸음이라면 약 한 두달 정도 걸리려나. 다른 사람이라면 반년은 기본적으로 걸리겠지만, 서둘러 간다고 한다면 너나 레니아 정도라면 한달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
에린델은 굉장히 큰 대륙이다.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부르달도시 에린델의 최북부에서 동쪽의 끝으로 향하는데 한달이라는 시간은 정말로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벤하르트나 레니아의 여행 속도는 일반인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하이리루가 룬델과 통하는 해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물었다.
"룬델과 말입니까?"
"그래 룬델의 샤이한으로 향하는 뱃길이 있다고 하더군. 그런 항구도시라는게 유명하지만 그것보다도 하이리루가 정말 유명한 이유는 흑마의 섬 때문이지."
"샤이 한이라구요?"
잠시 벤하르트는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려 보았다. 샤이 한도 라군델에게 밀려 동쪽의 끝자락에 구축하고 있는 국가였으니 하이리루에서 해로를 잇는다고 한다면 가장 가까운 곳은 다름 아닌 샤이 한이 될 것이라는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하이리루를 통해 샤이 한으로 돌아오게 되면 어니스 대륙을 한바퀴 돈게 되어 버리는 건가?'
"무슨 일이지?"
"아뇨 그곳과는 조금 인연이 있는지라, 그나저나 흑마의 숲이라는건..?"
벤하르트는 레니아에게도 흑마의 섬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괜시리 샤이 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대충 말을 돌렸다.
"이곳의 주마의 숲과 비견되는 에린델의 또하나의 마수소굴이지. 하지만 그쪽은 주마의 숲보다 순도가 훨씬 높다고 한다."
"순도가 높다는건 무슨 뜻입니까?"
"주마의 숲은 어떤 마수라도 받아 들이지. 약한 마수부터 강한 마수까지 그 안에서 먹이사슬을 형성할지언정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흑마의 섬 같은 경우는 강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아남지 못하지. 마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그래서 항상 마수들과의 전쟁을 하는 도시라는 모양이다."
"전쟁?"
"이곳이 천국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활 자체가 전쟁에 찌들어진 도시라고 한다. 물론 사회는 형성 되어 있고 부르달 도시 못지 않게 거대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져 있는 사회라는것은 아마 에린델에서 이룰수 있는 극한의 무력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소문이다. 지금 부르달에 모여 있는 여러 용병들이 우습게 생각 될정도의 실력자들도 많다는군."
"마수들이 그저 본능에 휩싸여 날뛰는 존재였다면 그정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곳의 마수들은 아주 영리하지. 한달에 몇명씩 죽어나가는게 예삿일이라 할 정도니까,"
"그거 참 위험하군요. 그런데 그 흑마의 섬을 가본 사람이 있습니까?"
"이봐 내가 하이리루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걸 내가 알리가 없잖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시오우스는 살짝 뜸을 들이고 말했다.
"그런 소문도 있었지. 잘 들어 둬. 주마의 숲은 내가 알기로 들어갔다고 해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많았고 실제로 너도 겪어 봤지?"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실력자라면 운이 좋으면 충분히 살아 돌아올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겠지. 하지만 흑마의 섬은 달라. 지금까지 흑마의 섬으로 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도시규모의 전력 그것도 마수들과 싸워서 피해를 입을 지언정 승리를 할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도 그들은 마수 박멸만은 하지 못하지. 흑마의 섬이란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마수들에게 있어서는 불가침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지. 설마 그 섬에도 볼일이 있으신건가?"
"뭐 그냥 물어본 겁니다. 궁금하잖아요. 주마의 숲 수준의 마수 소굴이라는 건."
"그냥 궁금하기만 한건 아닌 것 같지만, 정보상은 기본적으로 의뢰인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게 원칙이지. 얻어간 정보로 무슨 일을 하든 이쪽에서는 관여하지 않는게 규칙이지. 필요한 정보는 다 줬다고 생각하는데, 더 물어 본다고 해도 내쪽에서는 더 대답해 줄만한게 없으니까, 더 알고 싶은게 있다면 직접 경험하면서 알아가는게 좋을거다."
"네 요금은 얼마 입니까."
"1마크닐이면 되겠지. 별로 시덥잖은 이야기였지만, 아까도 말했지. 정보값은 확실하게 받는다고 기분만 따지면 3마크닐이라도 받아내고 싶지만, 이런 저질 정보에 그런 요금을 받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평상시의 벤하르트라면 아마 조금은 더 싸게 가보기 위해 말이라도 걸어 보거나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벤하르트의 지갑은 굉장히 빵빵했기에 그런 빈곤한 모습을 보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시원스럽게 1마크닐을 시오우스에게 주었다.
마지막으로 본 시오우스는 땅딸막하게 어둠속에 앉아 벤하르트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순간 오싹해졌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장소에서 홀로 앉아 정보를 끌어 모으는 그 행동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하고도 쓸쓸해 보이는 눈을 보고 그는 너무나도 이질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시오우스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게 생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자신과는 다른 듯한 감성을 느낄수 있었다.
시오우스의 방을 나서며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뒷 정보의 지배자라. 나로서는 전혀 상상도 가지 않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재미 같은 것은 있겠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저런 일은 절대 할수 없을 테니까,'
시오우스에게 정보를 듣고 벤하르트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벤. 다녀왔어?"
"그래. 조금은 알아가지고 왔지만, 뭐 대부분은 레니아 네가 알아왔던 그대로였어."
"뭐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어."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짝 기쁜 얼굴을 해 보였다.
"그나저나 여행준비는 다 해둔거야? 내가 정보를 알아 보는 동안 너는 여행 준비를 하기로 했었잖아."
"물론이지. 그런 면에서는 내가 백번은 더 착실하잖아. 이미 저쪽에 다 정리를 해뒀어."
여관의 귀퉁이에 가방을 포함해 전부 정돈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니아는 능숙하게 마법을 사용해서 그 짐들을 공간속에 넣고 말했다.
"준비 완료지?"
"그럼 출발할까?"
그렇게 그들은 부르달 도시를 뒤로 했다.
- 작가의말
사실은 시오우스와의 끝과 여행 초반부를 쓰려고 했지만, 그건 내일로 미뤄야 겠군요.
그나저나 알바를 하지 않고 스펙을 쌓으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알바를 구해 버리게 되었네요. 이로써 소설 쓸 시간이 더더욱 줄어 들게 되어 버렸습니다. 연참대전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요.
모두들 날씨가 무더운데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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