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76화-시공(時空)(5)(634화)
검은 검기에 닿은 것은 그대로 소멸 시켜 버리는 기술. 그것은 일찍이 제로와 제온이 사용했었던 기술이었다.
'그렇다면 저 제로의 뒤에 있는 것이 제온이라거나..'
"괜찮은거냐? 제로! 하이츠!"
벤하르트의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는 제로와 더불어 다른 한쪽의 소년의 이름도 말해버렸다.
'하기사 머리색부터 다르니 그럴리는 없겠지.'
"제로 상처가.."
"괜찮습니다. 꿰뚫리지는 않았습니다. 움직임에는 약간의 지장을 주지만 생각보다는 가벼운 상처입니다."
제로는 자신의 상처를 보이며 말했다. 벤하르트정도라면 모를까 어린아이에게는 꽤 큰 상처가 아니라 할 수 없었는데, 제로의 표정은 태연자약할 따름이었다.
"정말 혼날각오들 하고 있어라."
남자의 기술 만월참에 맞아버린 마수는 검은 검기가 미치지 않은 발목을 제외하고는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일전에도 본 적이 있는 기술이지만, 정말로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맞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 소멸 시켜 버리는 검기. 그리고 남자의 실력은 벤하르트조차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불투명한 것이었다. 남자는 벤하르트에게 다가갔다.
"흐음?"
그는 벤하르트가 얼굴을 가린 것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내색하지 않은채 말했다.
"이거 정말로 고맙게 되었네. 나 혼자였다면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니 마땅히 해야할 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전에 신수였던 마수. 그런 마수를 상대로 부탁한 것은 자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나, 그것이 자네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벤하르트는 괜찮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 말을 가로채듯 말했다.
"그런고로 우리집에 초대를 조금 하고 싶네만,"
"아니 괜찮습니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써 당연하게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셔도,,"
"사양할 필요는 없네. 아 그러고보니 통성명을 하지도 않았군. 이 무슨 실례를.. 내 이름은 카실러스 브레이커라고 하네. 자네는. 아까.."
"잠깐 이름을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벤하르트는 즉각 카실러스를 만류했다.
"제가 이 아이들을 구한 것에 은혜를 느끼고 있다면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 원하는게 있다면 제 이름을 제 정체를 묻지 않는 것. 그것만 해주신다면 따로 사례나 감사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런가.."
벤하르트의 눈을 보고 카실러스는 벤하르트가 결코 장난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네. 그렇다면 역으로 그것들만 묻지 않는다면 우리집으로 초대를 해도 상관은 없다는 이야기겠지?"
"예?"
"지금 거절하려고 했던 것은 '그것'이 이유일터, 그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킬테니 초대에 응해주겠나?"
"하 하지만,"
벤하르트는 흘끗 어린 제로의 모습을 보았다. 어린 제로는 그의 눈 돌리는 것 조차도 놓치지 않았다.
"뭡니까?"
"아니.."
"정히 오지 않겠다면, 나도 말리지 않겠네. 그때에는 자네의 이름을 낭송하면서라도 내려가도록 하지."
"아 알겠습니다. 알겠다구요. 초대에 응하겠습니다."
"좋네. 그럼 일단 편의상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벤하르트는 살짝 생각하다가 말했다.
"에르니아... 라고 불러 주십시오."
"에르니아? 왠지 여자 같은 느낌이로구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즉흥적으로 지어내기는 했지만, 벤하르트 조차도 어째서 자신이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니아라는 것은 레니아에서 따오기는 했었지만, 흐음.'
"자네가 찾는다는 사람또한 우리 마을에 있을터이니, 오늘은 우리 집으로 와주게나."
"네. 그럼 감사히.."
내려오는 내내 벤하르트는 묘하게 자신을 신경쓰고 있는 제로가 엄청날 정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나한테 뭔가 할말이라도..?"
"많습니다만, 그만 두도록 하죠. 아무래도 제대로 대답을 해줄것 같지도 않고,, 다만 신경 쓰이는게 있는데, 실력은 그렇다 치고 얼굴은 왜 숨기는 겁니까?"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저와 뭔가 관련이 있는 사람입니까?"
순간 벤하르트는 제로에게서 느끼는 살기에 반응해 저절로 검집에 손을 얹었다.
"관련이라니..?"
벤하르트의 반응을 보고 제로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이 제로. 에르니아씨는 그쪽 사람이 아니야. 그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무언가 사정은 있는 모양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도록 하자고,"
카실러스는 벤하르트를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카실러스님 대단하시군요. 그정도의 마수를 순식간에 쓰러트리고는 다시 이곳으로 오다니,,"
"글세. 그정도야 자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아.. 그건가? 나는 그 마수를 당해내지 못하지는 않을까 했다거나.."
"아니 그런건 아닙니다만,"
"농담이네 농담. 어쨋든 별로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야. 여기 있는 두놈은 마을에 도착하면 호되게 혼을 내야 되기도 하고,"
"예?"
"이곳은 본래 신역이네. 아까도 말했듯이 그 마수는 본디 신수거든. 아마 그 이야기를 듣고 신수를 보러 온 모양이다만, 후우.. 보시다시피 이런 꼴이지. 이곳은 원래가 출입할 수 없는 곳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는건.."
벤하르트가 이곳에 있는 것은 실상 굉장히 의심쩍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심해야겠군.'
카실러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굉장히 수상하다는 것을 벤하르트는 알아차렸다.
'금지된 신역에서 이정도의 실력자가 숲을 배회하고 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정말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도 나름대로 어떤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벤하르트는 경각심을 가지고 카실러스를 따라갔다.
"으으.. 스승님."
"지금은 손님이 있으니 참겠지만, 각오하고 있는게 좋을거야. 내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말이지."
그 말을 듣고 하이츠라고 불리운 소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그나저나 제로 너마저도 이런 허무맹랑한 일에 동참할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 여차하면 제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녀석아 너도 혼날 준비를 하고 있어. 네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던 너는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내가 몇번을.."
카실러스는 그렇게 말하다가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아 그런건가? 어린아이의 모험심이라도 일어나서 이 허무맹랑한 작전에 동참했다거나 하는..?"
"당연히 아닙니다."
"바보 녀석! 여기서는 맞다고 해야 추후에 벌을 덜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
"어쨋든 오늘은 무사해서 다행이다. 베.. 에르니아씨도 에르니아씨지만, 네가 없었다면, 그정도로 버티지도 못했겠지."
"죄송합니다."
"혼날 준비는 나중에나 해둬. 지금은 이 생환에 감사할 때라고 저녀석 같이 말야."
훌쩍거리면서 카실러스의 뒤를 따르는 하이츠를 제로는 무뚝뚝하게 바라보았다.
30분쯤 내려가자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카실러스님.."
"님자는 빼는게 어때? 존대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 없네만, 역시 님이라는 말은 듣기 뭣해서 말이지."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하지. 나도 에르니아님이라거나 아니면 자네의 이름에 님을 붙히거나 하는 식으로..."
"알겠습니다. 카실러스."
벤하르트는 카실러스의 말을 잘랐다.
"그럼 나도 에르니아라고 말을 놓아도 되겠지?"
"마음대로 하십쇼."
카실러스의 넉살좋은 언변에 벤하르트는 반쯤 포기한 채로 말했다.
"헌데 저는 일단 제 일행을 찾았으면 하는데요."
"아 그러는게 좋겠군. 일행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같이 찾다가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카실러스는 제로와 하이츠를 보며 말했다.
'엄청나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구나.'
"일단 일행을 찾기 전에 우리 집에 한번 가보도록 하지. 그래야 일행을 데리고 올 수 있을테니까,"
"아.. 예.."
'이미 가는건 기정사실인건가..'
벤하르트는 카실러스를 따라 그의 집으로 향했다. 마을의 외곽쪽에 꽤나 멋지게 잘 지어놓은 집이 한채 보이기 시작했다.
"저 집이 바로 우리 집이네. 일행을 찾거든 사양하지 말고 오도록 하게나. 내 입은 무거운 편이네만, 혹시라도 안오게 된다면 어떻게 입을 열게 될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고,,"
"가겠습니다. 간다구요."
"그럼 기다리도록 하지. 자 하이츠?"
"저.. 감사했습니다."
하이츠라고 불리운 소년은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자.. 그럼 하이츠를 데려다 주고 올테니 제로 너는 들어가 있거라."
"네."
제로는 마치 상처가 없는 것만 같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곧 카실러스의 집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했지만, 벤하르트는 신경쓰지 않고 케이슨을 찾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이 끝나버렸습니다.
후우.. 뭔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아직 제가 상경하는게 아닌지라, 한두편 정도는 더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이제 약 1년간은 진짜로 소설을 못쓰게 될테니까요..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에 힘입어 여기까지 써 올 수 있었던 것에 정말 큰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10화 정도를 약간 뒤숭숭한 기분으로 써서 정말 연참대전을 그만둘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제 성격상 그만두게 되면 진짜 흐지부지 될 것 같아 꾸역꾸역 써내려가 봤습니다.
추후 수정의 기회를 꼭 가지고 싶네요.
그간 저에게 댓글로 힘을 보태어 주신 심생종기님 L에일리님 anypi님 꼬매네요님 혼연무객님 엘리시르님 엔큐님 우끼끼랑님 내사랑제제님 사비님 더기남편님 항상 교정을 도와주시는 봄돌님(적어주신것 다 못 고쳐서 죄송합니다. 꼭 수정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月詠님 ACHT.W님을 더불어 제 소설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빼먹은 사람이 없기를..) 600화를 넘길수 있었던 것은 전부 독자님들 덕입니다.
정말로 부족한 글 이제까지 보아 주셔서 감사하고, 빠른 시일내에 찾아 뵐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 한 두화 정도는 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거대한 연중겸 연참대전 종료 소감을 이만 끝내겠습니다. 완결도 짓지 않고 연중모드에 들어가게 되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ㅠㅠ..
참고로 이미 지나 버렸지만, 꼬매네요님 생일 축하드립니다.(30일이라서 말일인줄 알고 오늘인줄 알았더니 어제네요.. 시간 감각도 완전 죽어 버렸습니다. ㅠㅠ)
연참대전 끝!! ㅠㅠ ㅠㅠ... 슬픈 연참대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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