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12화-이물(異物)(6)
제노스라드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그 발전하는 속도는 상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섭다고 밖에는 말할수가 없었다. 바로 몇분전만 해도 구구단을 외우던 아이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버려서 자신을 위협할수 있게 된 정도로 비유할수 있을까,
하물며 그 발전하는 것이 자신을 죽이기 위한 병기라면 더더욱이 두려운 마음을 가질수밖에 없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두려움도 없었다. 유려의 움직임으로 종이 한 장 보다도 엷게 공격을 회피하면서 낼수 있는 극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나간다.
그리고 레니아의 보조는 그야말로 절묘한 것이었다. 벌써 다섯번째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제노스라드의 강함은 벤하르트의 검에 의해 산산히 부서졌다.
[대단하군요. 하지만,, 제노스라드는 불사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자 그럼 어느정도나 버틸수 있을까!]
인간에게의 적의에 벤하르트가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인간을 증오하는거지?"
[증오? 그렇군. 이게 증오라는 것인가. 아니 당신.. 아니 너는 착각을 하고 있다. 나는 인간을 증오하는게 아니다. 내가 증오하게 된 대상이 인간이었을뿐이다.]
"증오하게 된 것이 인간?"
[나라는 존재가 자아를 가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는 혼자였다. 나에게 정신이라는것이 생기고 나서 이곳의 시간으로 수십 수백년.. 수천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의 시간을 지내오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보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나와의 동류는 없었다. 나는 혼자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는 유일한 것이다.]
"좋잖아. 유일무이."
[좋다고? 네가 말하는 그 유일무이는, 굴레 속의 유일무이. 동류 속의 유일무이. 섞일수 있는 유일무이다.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답을 구해냈지. 혼자라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면 된다고, 세상이 나를 배척하는게 아냐. 내가 세상을 지배하는것이다. 그것으로 나는 너희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노스는 처음에 온순한 말투로 그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투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어느쪽이 진짜 제노스라고 할것도 없이 양쪽 전부가 제노스라는것을 벤하르트는 잘 알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느꼈던 답답한 분노에 대한 정체를 그는 이제서야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벤하르트는 답답했다. 한껏 분노를 표출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걸렸다. 뭐라 말하기 힘든 답답함이 전신을 짓눌렀다. 그것은 제노스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상대하기에 생기는 모순이었다.
제노스가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명령을 따른다. 그리고 자신도 이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두가지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인간에게는 가장 최악의 수단을 골랐다는 것이었을뿐. 결국 제노스는 스스로를 기계의 측으로 밀어 넣었다. 그것이 틀리다고 말할수 있는 이가 누가 있으랴. 개미는 스스로를 개미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들짐승들은 그런 개미를 자신들과 동류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들짐승들을 자신들과 동류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이물(異物)은? 동류로 생각할수 있을까? 기생해야 할 숙주인 자신들을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제노스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90점짜리 정답이었을 답안.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명백한 오답이었다.
제노스는 틀리지 않았다. 벤하르트도 틀리지 않았다. 둘의 논리는 틀리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틀렸다. 그것은 조금만 이해하면 서로를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평행선의 논리인 것이다.
인간은 동물을 먹을때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이기에 인간은 인간을 먹을수 있음에도 그들은 인간을 먹지는 않는다.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경계가 다른 것이다. 제노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실험 쥐에 대한 비유를 했지만, 사실 실험 쥐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악의 축이 아니었던가? 똑같은 것이다. 제노스는 무엇하나 인간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그는 인간과는 확실하게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틀리면서도 틀리지 않은 모순이 성립하게 된다. 제노스의 논리와 벤하르트의 논리는 자신들에게만 정답인 논리인 것이다.
"그래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지."
그것은 단순하고도 불변의 사실이었다. 단순하지만 좀처럼 이해 하기는 어려운 아니 싫은 불편한 사실이다. 인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그 안의 나라들도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어느 모임도 가족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세상의 중심에 놓여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스스로가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거야."
레니아는 벤하르트마냥 감상주의는 아니다. 그녀는 답을 내는 것도 그것을 이해하는 것도 이성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그녀는 벤하르트와 제노스와의 문답에서 느낀 것은 별로 없었다. 다만 벤하르트의 변화로서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읽어 내고 대답했다.
"제노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것이지? 용서라도 구할 셈인가? 아니면 구걸을 하기라도 할 생각인가?]
"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건 절대 잘못이라고 할수는 없는 이야기겠지. 나는 이기적이니까, 알수 있다."
제노스는 벤하르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본래 대화라고는 여왕과 정신적으로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벤하르트와 레니아와 해본 것이 전부였다. 그 짧은 시간에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아마 인간이었다고 해도 벤하르트의 말을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인간이니까, 이해하면서도 그 답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너는 옳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틀린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전력을 다해 너를 막겠다."
지금의 벤하르트에게는 어설픈 분노도 동정도 없었다. 흔들림 없이 제노스라는 이물을 동류로 생각했다. 다만 그들의 사이에는 결코 용납 될 수 없는 이념이 가로 막고 있을 뿐. 서로간의 대화는 이미 무력으로 밖에 풀수 없다.
[인간 주제에..]
그는 짦은 시간에 정보를 구성하고 모아 벤하르트의 말과 행동을 분석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수집한 여러 인간의 정보에 '저런 인간'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벤하르트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손을 꼽을 터, 라스펠의 정보로는 해석이 불가능했다.
[뭐냐.. 뭐냐!! 이.. 제노스라드!]
뭔가의 반응에 그는 다시한번 제노스라드를 불렀다. 다시 분해된 병기의 신체는 하나 둘씩 모여 부활했다.
"레니아."
"왜."
"저녀석을 맡겨도 될까?"
"오호.. 재밌는데, 그거 진심이야?"
벤하르트는 어지간해서는 레니아에게 위험을 맡기지 않았다. 지금의 제노스라드는 벤하르트가 상대한다고 해도 위험할 만큼 성장해 있었다. 쓸데 없다면 쓸데 없는 제노스와의 이야기 때문이다.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힘을 합친다면 아직은 그들이 더 강하겠지만, 그래도 장담하지 못할정도의 강함.
그런 병기를 레니아에게 맡긴다는 것은 평소의 벤하르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레니아 네가 나를 믿어 주듯이 나도 내 뒤는 너에게 맡길게. 부탁해도 되겠지?"
"부탁? 그건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은거였다고!"
레니아는 미소를 가득하게 띄웠다. 그녀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엄청난 양의 마력이 중심으로 모여 그녀를 휘감기 시작했다.
[죽일 생각인건가? 저 여자의 전투력은 이미 제노스라드에게 미치지 못할텐데.]
"그렇지 않아."
벤하르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따금씩 벤하르트에게 날아오는 아주 작은 공격조차도 레니아는 하나 넘겨주지 않았다. '같은 적'을 상대한다고 하면 레니아만큼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주로 사용하는 공격 상대의 역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어 수도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조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것은 어떤 의미로는 벤하르트의 유려의 움직임 이상이라 할수 있을 만큼의 '예상' 을 가능케 했다. 이미 제노스라드와 싸운 것도 벌써 여섯번째. 그 말은 제노스라드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연구했다고도 해석 할 수 있지만, 도리어 레니아도 제노스라드를 이해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도 가능했다. 이미 레니아는 제노스라드에 대해 아니 제노스라드가 성장한 부분까지도 포함해 대부분의 공격에 대한 이해를 끝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제노스는 지금까지의 레니아의 전투력만을 상정했기에 단순한 그녀의 전투력만을 계산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뭘 할 생각이지? 눈을 감은채로.. 아. 그건가? 인간이 한다는 포기라는 건가? 나는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하긴.. 이미 전력차는 명백하지. 위의 녀석들도 배반한 녀석들도 지금쯤은 후회 하고 있겠구나.]
"아니. 그렇지 않아."
[헛소리 하지 마라! 네가 어물렁 거릴수록 그녀석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 밖에 없어! 눈 앞에 둔 죽음은 곧 절망을 이끌어 낼 터! 지금쯤은 분명 후회하고 있을거다. 너를 원망해가면서 여기에 온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겠지!]
"아니... 네가 이런 행동을 후회 하지 않는 것처럼 어느 하나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지금이라도 명령하면 네 동료들은 전부 죽어 없어질 것이다.]
벤하르트는 대답이 없었다. 그것을 제노스는 자신의 말에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벤하르트는 굉장하다라는 말로 표현하는게 우스울 정도의 집중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너라 해도 본체는 있겠지."
[본체는 이곳에 없다.]
"아니 이곳에 있어. 확실하다."
논리보다는 직감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벤하르트는 확신하고 있었다.
[좋아. 그것은 인정해주지. 하지만 그것은 이 넓은 곳에 모래할 하나 정도의 크기다. 어떻게 노릴 생각이지?]
제노스는 스스로에게 약점이 될수 있는 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벤하르트를 몰아 넣고 싶어졌다. 이미 기계에게 생길리 없는 스스로의 여러가지 감정 변화조차 느끼지 못한채 그는 벤하르트와의 대치에 몰두하고 있었다.
제노스는 자신의 성을 파괴하지 않는 한 무적이었을 것이다. 무한하게 부활하는 병기들과 성장하는 제노스라드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 그리고 적의 전력. 무적의 성의 성주로써 그의 자신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질 확률을 생각해도 그것은 모래사장에서 금가루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 정도의 확률일 터였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검사를 가정했을 때의 일이다. 제노스는 스스로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도공, 제노스와 다르나 본질은 병기를 다루는 사람이다.
루크와 마찬가지로 검의 병기의 약점을 깨닫는 것은 초일류이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다. 아마도 '병기'라는 개념이라면 그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게 어떤 병기든간에 약점을 파악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론도 아니며 계산도 아니었다. '느낌'이라는 기계로서는 알수 없는 감각이었기에 겪어보지 못한 제노스가 그런것을 만에 하나라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섬 참도(斬刀)"
- 작가의말
요즘은 간당간당하게 올리는군요. 후기는 댓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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