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2화-엔도픽(1)
마을은 그들이 지금껏 보아왔던 마을중 가장 이질적인 마을이었다. 에린델의 마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마력석을 사용해 마을을 지켰다. 그나마 예외가 있다고 한다면, 루루투 루루토 형제가 있었던 마을정도가 퀘이소 무리와 함께 할때 마력석을 치지 않는 다는 것 정도가 속할수 있을 것이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알지 못했지만, 사실 퀘이소와 지낼때 조차도 다소 강경하게 퀘이소들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력석을 설치하기도 했을 정도였는데, 그들이 도착한 이 마을은 마력석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수 없는 마을이었다.
낯선 외지인이 오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이 그들에게 접근했다. 후덕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는데, 한눈에 벤하르트는 꽤나 실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타지인이 이곳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 굉장히 놀랍군요."
남자는 자연스럽게 벤하르트에게 말을 걸어 왔다.
"저기.. 실례지만 이곳은 무슨 마을입니까?"
"무슨 의미로 묻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아.. 이곳은 지도상에는 나와 있지 않은 마을이라 무슨 마을인가 싶어서 여쭈어 본 것입니다."
"그런 것이었군요. 이곳은 엔도픽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입니다. 그나저나 이곳까지 오는 길에 마수들이 꽤나 많았을텐데 어떻게 이곳까지."
남자는 상대적으로 강해보이지 않은 벤하르트와 전투와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레니아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일단 싸워서 오긴 했습니다만,"
"대단 하시군요."
"그런데 이곳에서 무엇을 하시고 계신 겁니까?"
"저는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혹여 마을에 해를 끼칠수 있는 사람을 여기서 배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해서 묻는데 무슨 목적으로 이 마을에 오신건지요?"
"질문 한번 웃기네요. 나쁜짓을 하려고 왔다면 사실대로 악행을 하러 왔다고 고발할리가 없잖아요?"
레니아의 말에 남자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게 가능하기에 제가 파수꾼으로 선택 된 것 아니겠습니까? '센져!'"
남자의 말에 공중에서 강맹한 바람이 한 차례 몰아 닥쳤다.
"으읏."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별다른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바람이 그치고 서서히 시야는 서서히 복구되어갔다.
남자의 팔에는 무언가 거대한 것이 있었다. 곧 잠잠해지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것을 확인할수 있었는데, 그의 팔 위에 있는것은 거대한 새 마수였다. 푸른 깃을 반짝이면서 노란 눈으로 그들을 내려보는 마수는 굉장히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개 하지요. 제가 기르는 마수인 센져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볼수 있지요. 그러니 아무쪼록 질문에 성심성의것 답해주시길."
"마수를 기른다니 그게 가능한겁니까?"
"그런 질문은 일단 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나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래 이곳에는 무슨 볼일로 오신겁니까?"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마주쳤다.
"무슨 볼일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냥 마을이 보였기에 잠시 들르기 위해 온 것이라.."
"그것을 위해서 저 마수들을 뚫고 오셨다는 겁니까?"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뭐지? 이녀석들.'
남자가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수의 반응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저 말이 진실이라면 그것조차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인들이었다면 몇번은 죽었을 정도로 이곳의 마수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규모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고작해야 둘. 하나는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남자였고, 한명은 아름답기만한 여자 하나였으니 저 마수들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상식에서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고작해야 마을에 들르기 위해서라니,
"사심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남자는 마수와 시선을 맞추고는 말했다.
"그런 모양이군요. 좋습니다. 오는 사람을 거절할 만큼 야박한 마을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할수는 없는 노릇이죠. 타지의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머물다 가셔도 좋습니다. 저는 이오로라고 합니다."
"저는 벤하르트 하르크 이쪽은 레니아라고 합니다."
"따라 오시지요. 센져! 다른 마수들은 못오도록 감시를 조금 부탁할게."
마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굉음을 내며 처음 나타났을때와 같이 굉장한 풍압과 함께 사라졌다.
엔도픽은 기존에 있었던 에린델과는 전혀 다른 마을이었다. 일단 첫째로 마력석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부터가 달랐지만, 그 안은 더더욱 놀라웠다.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 마수를 데리고 있었다. 귀엽게 생긴 마수부터 괴상하게 생긴 마수까지 여러 마수와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대단하다."
"그렇습니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놀란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런 모양이군요. 밖에서는 이렇게 살지 않는가 보군요."
"그거야, 마수와 공존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니까요."
"하하. 그렇다고 배우기는 배웠습니다. 공존한다는 생각을 놀라워 하시는 것 같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도리어 당신들이 더 놀랍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수년만에 찾아온 외지인인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보고 저마다 놀라워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진 레니아만이 시선을 독차지 했지만, 이번에는 벤하르트를 보고도 여러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수군수군 거렸다.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구나.'
"일단은 마을 촌장님에게 가겠습니다.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이오로를 따라 촌장의 집으로 갔다. 마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마을'이다 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문명은 거의 최소화 된 듯 싶었고, 규모도 참 작아서 시골마을이라는 분위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중에서 촌장의 집만은 꽤나 그럴싸 하게 커서 척 보기에도 높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럼 잠시.."
이오로가 사라지자 레니아가 말했다.
"벤 느껴져?"
"그래. 집 안에서 살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 말이지?"
"조심해 두는게 좋을 것 같아. 그나저나 이곳은 굉장히 신기한데, 마수와 인간이 공존할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야. 이런 곳이 있다니,"
"나도 놀랐어. 아까 그 마수도 굉장히 강해 보였는데 그런 것도 다룰수 있다니, 그런데 레니아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레니아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원래 얼굴색이 새하얀 그녀였긴 했지만, 벤하르트가 스쳐 보기에도 확실히 창백해 보였고, 평소의 불만스러운 얼굴이 아닌 명백하게 불쾌함이 서려 있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냥 갑자기 속이 울렁 거리는 것 같아서."
"빨리 면담하고 여관이라도 잡아서 쉬도록 하자고,"
"그래."
잠시 후 이오로는 밖으로 나와 그들을 촌장의 집 안으로 들였다. 촌장은 상당히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비범해보이지도 않았고, 나약하거나 약해보이지도 않은 그저 평범하게 늙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대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인가?"
"그렇습니다."
"마을에는 그냥 들러본 것이라고?"
"네."
"신기하군. 그런 이유로 이런 구석진 마을까지 찾아오다니 말야."
촌장은 그들의 반응이라도 살피듯 빤히 쳐다 보았지만, 벤하르트가 그 시선에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이상을 찾지는 못했다.
"그쪽의 여인은 왠지 표정이 어둡군."
"아 귀가 멍멍 거려서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조금 쉬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 그렇군. 보통 '쉬기 위해' 이 곳에 오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라, 완전히 잊고 있었네 그려. 사실 자네들을 보자고 한 것은 형식적으로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네. 아무래도 위험에 노출된 곳이다 보니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거든. 이런 곳까지 불러서 조금 불쾌했을지 몰라도, 양해해줬으면 좋겠군."
"아닙니다. 당연한 일인걸요."
"헌데 머물 곳은 찾았나?"
"아니요 딱히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이 마을은 보시다시피 너무나도 작은 마을이라 여관이라는게 없네. 거기에 자네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폐도 사용하지 않지. 교환이 있다면 물물 교환과 이 금조각으로 계산을 하거나 한다네, 때문에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조금 적응하기 힘들거나 하기도 해서, 아마도 나간다 해도 머물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걸세. 있다고 해도 들여 보낼지 알 수 없지. 그러니 이곳에서 지내는건 어떻겠나? 내 집은 상당히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수 있으니 말일세."
"그렇습니까. 으음."
벤하르트가 망설이는 것도 당연했다. 방금 들어오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살기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흉계라도 꾸미고 있는건가?'
의심해보면 한도 끝도 없이 의심스러웠고 의심을 하지 않으면 그저 인심좋은 촌장에 불과해서 그는 꽤나 혼란 스러워 했다.
"뭔가 걸리는 일이라도 있는건가? 너무 불편하다면 굳이 이곳에서 지내지는 않아도 좋네만, 밖으로 나가면 방을 구할수 있을지는.."
"아 그런건 아닙니다만, 너무 폐를 끼치는게 아닌가 해서,"
"그런 걱정은 말게.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썩어도 준치라고 나는 촌장이라 고작해야 여행객 두명 정도는 받아들일수 있는 재력 정도는 가지고 있지. 이거 마을이 너무 작으니 손님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심어 것 같은걸."
껄껄거리면서 촌장은 웃었다.
"헌데 여행은 어딜 가는 길이었나?"
"하이리루라는 곳에 가고 있습니다."
"아 항구도시를 말하는 것이군. 재밌는 곳이지. 이런걸 묻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만, 그래 여기서 머물텐가?"
"그런 호의를 거절할수는 없는 노릇이죠."
레니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그런가.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먼,"
벤하르트는 자신들을 소개했다.
"나는 이 마을 촌장을 하고 있는 치피 아카 라고 하네. 아무쪼록 즐기다 가게나."
환한 미소만 보면 아무 문제 없는 인자한 노인같은 모습이었지만, 벤하르트는 주변 곳곳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왠지 그 얼굴이 연기같이 느껴져서 섬뜩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럼 벤하르트씨 레니아씨 따라 오시지요."
이오로를 따라 그들은 방을 배정 받았다. 갈색의 바닥에 정갈하게 정리 되어 있는 이불등 어느 여관이상으로 깔끔한 곳이었다.
"저는 마저 순찰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뭔가 필요한게 있다면 거기 있는 종을 쳐서 시중 드는 아이를 부르도록 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십시오."
이오로는 밝게 웃으면서 인사한뒤 사라졌다. 왠지 그것도 만들어낸 미소 같은 느낌이라 벤하르트는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 작가의말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엔쿠라스를 빨리 다 써버리고 다른 소설을 쓰고 싶다... 입니다. 그리고 다음 소설을 쓸때는 벤하르트 같은 녀석은 주인공을 삼지 않을겁니다 ㅠㅠ;
처음이자 마지막?(은 잘 모르겠습니다만,)이 될지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빨리 다 써버리고 싶은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게 문제네요. 이렇게나 썼는데도 못쓴게 많다는건가.. 저도 참 답답한 녀석입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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