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66화(624화)-격외(格外)
"그게 정말인가?"
"거짓을 보탤 필요가 어디에 있지? 보는 대로의 결과다."
"...."
어둠속에서 두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제온과 지러스였다.
"원의 흡혈귀의 힘을 붙잡아 파견한 대행자 넷. 그리고 성좌 후보인 아젤까지 그 '벤하르트'에게 당했다고?"
"그래."
"원의 흡혈귀가 개입한 것은 아닌가?"
"원의 흡혈귀는 본연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력외였다고 보는게 옳겠지."
"그녀석의 실력은 어느정도지?"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한다면 '규격외'라고 표현해야 옳겠군."
"규격외?"
"이미 그녀석은 아오이스의 세력으로도 잡는것을 확신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지러스는 연신 띄우고 있었던 미소를 지우고 제온에게 물었다.
"그녀석이 대행자를 상대로 이겼다는건 알겠다. 하지만 아오이스가 그녀석을 당해내지 못한다니, 진심으로 하는 이야긴가?""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굳이 따지자면 '목적'의 문제겠지. 벤하르트정도의 실력자라면 이쪽에도 없는건 아냐."
"그렇다면?"
"하지만 일대일로 그녀석은 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라 다수를 투자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지. 이 경우 아오이스는 '벤하르트'라는 위험분자의 제거를 위해 몇명이나 되는 대행자를 잃어야 하는가의 문제인 거다."
"....."
"그런 연유로 벤하르트는 언제라도 아오이스를 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쪽은 집단과 개인의 차이 때문에 벤하르트를 물지 못해. 그녀석의 기술은 그런 기술이다. 한사람을 상대할때도 단체를 상대할때도 어떤 의미에서 '그 순간' 만큼은 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 능력은 십중 팔구 '로쿠라스트'에서 기인 되었을 것이다.."
"로쿠라스트.. 외법인가.."
"이미 벤하르트는 유려의 움직임도 익히고 있었지만, 그 기술은 유려의 움직임과는 격이 다른 기술이다."
"무슨 기술이었지?"
제온은 눈을 감고 벤하르트의 기술을 떠올렸다. 그의 눈은 상대의 기술의 본질을 꿰뚫는 눈이었기에 벤하르트의 기술의 실상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제온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운명역전."
"운명역전?"
"아마도 자신이 처하고 있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돌려 버리는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의 성좌가 운명을 자신의 '시간대에서' 개변시킬수 있다면, 그녀석의 경우는 처한 상황의 역전 대하고 있는 상대와 운명의 상황을 교환하는 것이다. 죽을 운명이라면 그 죽을 운명을 전가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전가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은 대상의 운을 빼앗아 오는 것이겠지. 그 기술은 일반적인 상식의 범주를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다."
제온은 너무 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판단은 어지간해서는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을 바꾸는 기술이라면 분명 그에 따른 대가를 필요로 할텐데.."
"아마.. 어떤 것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그렇다고 한다면, 일대일이라고 한다면 그녀석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건가?"
"경우에 따라서는.. 하지만 그 기술을 논외로 쳐놓고 본다면, 대행자중에서 대적할만한 자들은 많아. 이번에는 당하기는 했지만, 제스톤의 경우도 딱히 벤하르트에게 밀리지는 않겠지."
"제스톤? 그녀석도 갔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지러스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제스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건가."
"그래."
"벤하르트는 아오이스에 대해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군. 아오이스의 '규격외'에 해당하는 것은 그녀석을 제외한다면 '제로' 뿐이었던가?"
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규격외라.. 그렇군.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겠어. 한사람이 가면 한사람이 당할 뿐이다. 여럿이 가면 여럿이 당할 뿐이다. 벤하르트는 이쪽을 노려도 이쪽은 벤하르트를 확실하게 노릴 '수단'이 없다. 설사 확실하게 싸울 수단이 있다고 해도, 고작해야 한명에게 대행자가 몇명이고 당해 버린다면, 그것만으로 '아오이스'에게는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손실이고, 결과적으로는 패배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정도라면 아오이스의 입장에서는 '무시'하는게 상책이겠군."
"그 말대로.. 규격외인 것은 분명 사실이나, 파훼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애초에 대행자 정도가 된다면 그녀석에게 질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대행자들은 '이길'생각만 없다면, 그녀석에게 당하지도 않는다. '운명 역전'이라는 것은 불리할때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스스로가 유리할때 사용하지는 않겠지. '호각지세'의 싸움이나 혹은 싸워주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기도 하지. 다만, 벤하르트를 '죽이려' 한다면 그때의 위험을 아오이스로써 감당하기에는 너무 손해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격외'라는 말을 붙히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지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는 언제나와 같은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제온을 슬쩍 떠보았다.
"그런데 제온. 너와 비교한다면 어떻지? 당해낼 수 없는가?"
"글세. 예측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지. 대답이 되었다면 나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도발에 가까운 지러스의 말에도 제온은 웃으면서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제온이 사라진 것을 보고 지러스는 작게 중얼 거렸다.
"벤하르트 하르크.. 후후.. 그래.. 그 응석쟁이인 녀석이 말야. '격외'인가.."
"여어. 제온."
"K인가?"
"후후.. 벤하르트를 만나고 왔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K 네가 기대한 대로 그녀석의 실력은 만개했다."
"그런가.. 후후.. 하하하.."
K는 제온의 앞에서 미친듯이 웃었다.
"벤하르트의 기술에 대해서는 들었나?"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녀석이 있어서 말이지. 놀라워.. 정말로.. 기대했던대로다.."
"벤하르트와 싸울 것이라면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규격외라고? 조심하라고.. 후후 제온 '너라면' 알고 있을텐데? '그 것'이야 말로 이쪽이 가장 원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렇겠지."
제온은 아오이스 내에서도 K의 실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남자였다.
"무운을 빌도록 하지. 방심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쓸데없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입에서 그정도라니.. 벤하르트.. 최고의 먹이가 되었군."
"스승님."
"아젤인가?"
"네."
"임무는 실패 했다고 들었는데,"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뭐 상관 없어. '내게는' 말야. 애초에 성좌의 후보라고는 하나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터.."
아젤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렇게 실패를 쌓아간다면, 너는 '대행자'에도 '성좌'에도 오르지 못하고 추락해 떨어져 버릴 것이다. 그건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지. 안그런가?"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방임주의이니, 구태어 실패에 대한 보고를 할 필요도 없을텐데, 이곳에는 왜 온거지?"
"그곳에서 '스승님의 표식'을 보았습니다."
"음?"
그림자속에서 '총념의 성좌'는 흥미롭다는 듯 아젤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젤이 스승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그는 이미 성좌에게 제압 당했다. 아젤은 흰눈자위를 보이며 기절해 버렸고 그의 머릿속을 전부 뒤지고 총념의 성좌는 한차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녀석'이었나? 아직 살아있었다니, '재미있게 되었군.' 어이.. 아젤. 아아.. 망가져 버렸나? 상관 없지만,. 확실히 그쪽은 지러스가 맡고 있었더랬나.. 그러고 보니 동문상잔 아닌가.."
"크윽.. 으윽.."
몸을 뒤척이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까칠까칠한 느낌에 벤하르트는 손에 잡힌 나뭇가지를 들고 눈을 떴다.
"정신이 드나?"
그의 눈앞에는 덮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여기는..?"
"임시로 한번 만들어 본 집이다. 아무래도 편하지는 않겠지만, 이쪽은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네쪽의 경우는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말야."
"당신은 누굽니까?"
"어이 누구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데인. 나라고 나 케이슨이라고."
"케이슨? 데인? 저는 그런 사람은 모릅니다."
케이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벤하르트를 유심히 보고는 말했다.
"아무리 봐도 데인인 것 같은데, 지금 농담하는거지?"
"아닙니다. 제 이름은 벤하르트 하르크입니다. 데인이라는 사람이 아니고요."
"벤.. 하르트 라고? 네가 벤하르트란 말이냐!"
케이슨은 벤하르트의 멱살을 잡고 놀라며 물었다.
"그 그런데요.."
"그렇군 그래서 그정도로 닮은 건가.. 이야 정말 놀랐는데, 하기사 나도 네 얼굴은 본 적이 있었으니까 말야. 그 접점이 이어진 것인가... 그래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꽤 잘 성장했구나. 데인의 모습과 판박이라니 말이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케이슨은 벤하르트를 보고 위아래를 흝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데인을 모르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니 데인이 누굽니까? 그리고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잠깐 정말로 모르고 있는거냐? 어째서..."
그는 황급하게 팔에 차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하 하하하.. 뭐 뭐야.. 지금 어 어째서 만년..? 이게 무슨 일이야."
혼자서 멋대로 놀라고 절망하는 남자에게 벤하르트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저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알기 쉽게 설명을 조금 해주실수 없겠습니까?"
"혹시 지금이 어니스력 10005년인것 맞는거냐?"
"예.. 아마 그쯤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하하.. 그렇구만, 아니 그래도 이상한걸? 그게 맞다고 한다면 너는 왜 '그모습'인거지?"
"저기.."
"아 미안하군. 지금 정말로 머릿속이 혼란해서 말야. 후우.. 일단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케이슨 볼턴이라고 한다. 너는 벤하르트 하르크지?"
"예.. 그런데요."
"너 몇살이냐?"
케이슨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 벤하르트는 순간 당황해하며 그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졌다.
"잠깐 살기는 띄우지 마. 이쪽의 질문은 그저 질문일 뿐이라고,"
케이슨은 양손을 들고 저항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벤하르트도 주춤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 백은 넘었을 겁니다."
"그렇군. 그러면 맞아 떨어지는군. 드디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나 했더니만,"
그는 투덜거리다가 잠시 눈을 굴려 생각하고는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게 '원래의' 세계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굉장한 말로로구만,"
"저기..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벤하르트 데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때 느껴지는 것은 없더냐?"
"예.. 뭐.."
"흐음. 그렇군. 그렇다면 이쪽이 알려주지. 벤하르트 하르크. 지금 말한 데인이라는 이름은 말이다. 네 아버지의 이름이다. 그리고 나는 네 아버지의 친구이고,"
"예!!?"
- 작가의말
이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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