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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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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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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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에델가르드 토벌

DUMMY

한때 어찌될지 몰랐지만 지금 확실히 류아의 머릿속에는 빨간 경고등이 켜져있었다.


“봉인이 벌써... 깨졌다고?”


류아의 눈에 비친 건 당혹감,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여러분, 빨리 대피해주세요! 저 마수가 깨어나면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어요! 일단 여기서는 물러나고 그 다음에 대책을 생각해야 해요!”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별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마수 에델가르드에 붙은 얼음이 깨져가는 걸 보며 류셀은 말했다. 류아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칼란츠에서는 전이마법이 막혀있으니 그러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류아는 류셀 앞에 섰다.


에델가르드의 얼음장 같은 눈동자가 번쩍 뜨이더니 자신보다 한참 작은 불청객들을 내려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아는 마음을 다잡고 물러서지 않았다.


“언젠가 이 마수가 깨어날 줄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하이엘프의 문제. 그러면 여러분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어요. 섬의 주민인 이상 저도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거예요.”


류아는 흔히 인간들이 마법을 쓸 때 사용하는 것처럼 나무 지팡이를 꺼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눈을 감고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을 뿐이다.


다섯 개의 빛이 류아의 몸을 휘감았다.


“다섯 가지 속성 마법을 전부 다룰 수 있다고...?”


놀란 건지 감탄하는 건지 다크엘프가 뒤에서 말하는 게 들렸다. 그도 그럴게, 인간이든 마족이든 간에 보통 다룰 수 있는 건 한 가지 속성의 마법뿐이고, 그마저도 숙달되기 위해서는 피 터지는 노력을 필요로 했으니까.


듣기로는 두 가지 속성을 다룬다고만 해도 평생 마법사로서의 지위가 보장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세기의 천재라고도 불리곤 했던 그녀지만 이 거대한 마수를 앞에 두고는 자신감이 전혀 생겨나지 않았다.


“시도해볼 수밖에 없어...”


혼잣말로 자신을 몰아붙인 류아를 감싼 형형색색의 빛은 친근하게 그녀를 돌고 있었다.


“부탁할게.”


그 중 흰 빛을 낚아채는 동작을 취한 류아에게서 빛의 입자들이 방출되어 에델가르드를 노렸다.


아까 그 천사가 쓴 원시마법과는 달리 관통력에 집중한 공격이었지만 검푸른 마수의 외피는 그 공격을 맞고도 멀쩡했다. 물론 류아는 그것만으로 공격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하늘색 빛이 그녀에게 흡수되는가 싶더니, 마수의 주위로 강풍이 몰아쳤다.


단순히 바람을 불게 하는 마법은 물론 아니다. 같은 이름의 섬의 방위마법인 칼란츠가 그렇듯 안에 갇힌 대상을 조각내버리는 마법이다. 보통이라면 그것에 갇힌 자는 다진 고기가 되었겠지만, 역사책에 등장할 정도로 강력한 이 괴물이 그렇게 간단하게 쓰러질 리가 없다.


마수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그녀의 앞에 소환된 건 수많은 화살들. 얼음뿐인 지대에서는 토 속성 마법으로 만들어낸 화살 정도밖에 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각각 내구력 증가, 관통력 강화 마법이 걸린 화살들은 강풍이 그치자마자 목표에 빗발쳤다.


상대의 피해를 확인하기도 전에 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


수 속성 마법의 차례다.


회전하는 얼음의 칼날들이 공중에 생겨나더니 마수를 절단하기 위해 빙글빙글 돌며 달려들었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튕겨버린다. 빙결의 마수인 이상 상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저 외피를 뚫을 수가 있기나 한 건지.


어두운 생각이 들었지만 류아는 바로 떨쳐버렸다.


얼음에 상성이라고 한다면 불밖에 없다. 아직 남아있던 빛의 구슬은 그녀의 손길이 닿자마자 큰 창으로 돌변했다. 류아는 속으로 자신에게 근력증가 마법을 걸며 그 불의 창을 에델가르드의 머리를 겨냥해 던졌다.


결과는 명중. 마수의 머리를 중심으로 화염이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좋아, 이걸로 조금은 데미지를 입었겠...지?”


류아의 말끝이 떨렸다.


전력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그녀의 공격을 받고도 멀쩡한 마수를 본 것이다. 류아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약간의 화상과 생채기가 나있었지만 에델가르드는 이제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몸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하품을 하려는 것처럼 입을 벌린 에델가르드를 본 류아는 다급하게 외쳤다.


“브레스예요! 피하세요!”


모두가 류아의 경고를 곧이곧대로 듣고 양옆으로 피했지만 단 한 명, 가만히 서있는 소년이 있었다.


마왕이었다.


저래서야 마수의 브레스를 그대로 맞아버린다.


“마왕님!”


류아가 애타게 외친 직후, 에델가르드가 크게 벌린 입에서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방어마법을 펼친 기색도 없으니 직격으로 맞은 게 분명하다. 모든 마족 위에 군림한다는 마왕을 이렇게 어이없게 잃어서는 하이엘프의 수치다.


류아는 그가 서있던 곳에 달려가려했지만 발을 띠기도 전에 팔을 붙잡혔다.


“괜히 나서봤자 방해만 될 뿐이야.”


카니앗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녀의 주인이 위기에 처했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반박하려던 류아였지만 곧 충격에 입을 열 수 없었다.


브레스가 그치고 난 자리에 마왕은 상처 없이 서있던 것이다. 깔끔한 검은 코트에는 빙결 브레스를 맞은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 에델가르드의 숨결은 살아있는 것, 살아있지 않은 것을 영원히 얼려버려. 용족이 쓰는 브레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어떻게? 방어마법을 두르지도 않았는데?”


혼란에 빠진 류아의 귀에 바람의 정령의 말이 들렸다.


“잘 보아두도록 하세요. 저게 우리의 주인이자 마족의 정점에 선 위대하신 분의 힘입니다.”


하찮다는 것처럼 에델가르드를 슬쩍 본 검은 옷의 소년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않는 류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시시한 것에 시간을 쓸 생각은 없어. 고대의 마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리하지.”


그가 무심히 뻗은 검지에서 폭발하듯 검은 빛이 터져 나왔다. 류아가 쓴 어느 공격 마법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마수의 외피에 구멍이 생기고 붉은 살점이 드러났다.


몸이 움푹 파인 에델가르드가 괴성을 내었다.


홀로 이 정도로 피해를 입히다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경이로운 광경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하지 않는지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전부 관통하지 못했다고? 거참 더럽게 단단한 짐승이군.”


소년의 오른손에 검은 입자들이 모이더니 검이 형성되었다. 그는 검사들이 흔히 잡는 검법의 자세도 없이 그냥 막대기를 휘두르는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에델가르드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류아가 자세히 보니 무척이나 예리한 날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마수에 나있었다. 물리적으로 닿지 않은 거리를 베는 참격이라니. 동화책에서도 본 적이 없다.


검은 옷의 소년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판단했겠지. 에델가르드는 울부짖으며 위로 크게 도약했다.


물론 큼지막한 신전의 지붕까지 부수며 말이다. 차원이 다른 강자의 싸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류아는 지붕의 얼음 파편들 중 하나가 자신에게 쇄도하고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웬만한 사람을 깔아뭉개고도 남을 얼음덩어리를 마지막 순간에 겨우 발견하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보랏빛 광채가 류아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얼음덩어리를 산산조각 내며 말이다.


“너무 넋 놓고 있으면 죽는다고.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간수해.”


활을 내린 다크엘프가 류아에게 쏘아붙였다. 그녀가 쏜 건 평범한 화살은 아니었다. 마법의 얼음을 부숴버렸으니.


그 짧은 찰나에 쏜 화살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카니앗에게 감사인사를 하기도 전에, 이번엔 마왕이 모두에게 경고했다.


“충격에 준비해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재빨리 알아차린 류아는 몸을 웅크리고 얼음기둥에 붙였다.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에델가르드가 같은 위치로 낙하하고 있었다.


푸콰콰쾅.


뭔가 부서지고 파열되는 폭음이 귀를 울렸다.


에델가르드는 바닥을 아예 조각내버리며 착지.


냉기를 담은 칼바람이 무섭게 퍼져나가는 바람에 류아는 고개를 숙인 채 감싸야했다. 하지만 이어 들리는 포효에 역시 걱정이 된 그녀는 방패로 삼았던 반파된 얼음 기둥 사이로 머리를 내밀었다.


마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마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가. 너는 네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려는 것이군.”


그는 말했다. 마치 저 마수와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사념을 이용한 대화인가? 설마 에델가르드를 상대로?


류아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는지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죽일 수밖에.”


그가 손을 올리자 검은 불꽃들이 에델가르드 주위에 나타났다. 먹잇감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불꽃은 점점 거리를 좁혔고, 크기 또한 커지고 있었다.


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푸른 마법진이 소년의 발밑에 생겨났다. 그 이명답게 빙결마법에도 능한 마수니 당하기 전에 상대를 통째로 얼려버리려는 것이겠지.


탁.


발동 직전의 마법진은 그가 발을 한번 구르는 것으로 맥 빠지게 흩어져 사라졌다.


“발악해도 소용없다.”


뻔한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뻥 뚫린 지붕 사이로 하늘에서 빙창이 쏟아져 내린다. 방어마법을 몇 겹을 쳐도 강력한 마력이 담긴 빙창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할 텐데.


“슬슬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여라.”


마왕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드는 수많은 빙창들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얼음의 창들은 마치 꿰뚫어야 할 대상을 스스로 피하는 것처럼, 마왕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궤도를 벗어나 애꿎은 지면에 박힌 것이다.


“영구히 타오르는 불꽃은 그 자신마저 삼켜버린다.”


그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서서히 접근하던 검은 불꽃들이 에델가르드의 몸에 붙어 성대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서있는 것만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던 마수는 울부짖으며 냉기발산을 다시 발동시켰지만, 아무리 냉기를 불어넣어도 한 번 몸에 붙은 검은 불꽃이 꺼질 기미는 없었다.


이윽고 불에 완전히 뒤덮인 에델가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태우고자 하는 대상을 재도 남기지 않고 태워버린 이후에야 불은 꺼졌다.


흔한 마물이 아니다. 세계에 위기를 불러온다는 마수를 일방적으로 유린한 것이다.


류아는 넋을 놓은 채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저게 바로 칠흑의 마왕. 말도 안 되는 힘이다.


그라면 어쩌면 아무 도움 없이도 혼자서 인류를 절멸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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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간부 회의 +3 19.12.26 331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22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10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21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6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5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42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8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97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50 9 10쪽
87 난투 +2 19.11.21 34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5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44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8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55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9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8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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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19.10.24 397 13 10쪽
78 바르포르도 +1 19.10.20 395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14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93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27 12 11쪽
»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8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6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44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74 11 11쪽
70 서로의 요구 +2 19.09.22 460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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