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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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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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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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도시

DUMMY

“군단사령부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군사거점만 해도 전부 타격당했습니다!”

“와이번들에 탄 적병들은 하이엘프로 추정되는 모양입니다. 하나 현재 군에는 지상에서 요격할 수단이 없습니다.”


받아들일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들어오는 암담한 소식에 데네브는 이를 꽉 깨물었다.


“제도방위군은 뭘 하고 있는 거야? 판테온이 아직 회복 중이긴 하지만 사령관 대행은 따로 뽑았을 텐데. 폭격마법을 막기 위해 필요한 마도병들은 죄다 방위군에 있을 거라고!”


황제의 검, 데네브는 우수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주로 쓰는 건 애용하는 단검을 매개로 한 지점 발동 마법이다. 높은 상공을 날고 있는 엘프들을 추락시키는 것도, 넓은 제도를 지키는 방어막을 펼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와이번은 절대 길들일 수 없다는게 정설인데... 놈들은 누구지? 하이엘프? 저들끼리 숨어있던 놈들이 갑자기 기어 나와 우리를 습격하고 있다고?”


상공의 적에 대한 대처가 원래 없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 하나가 심심했는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유유히 날아간 뒤로는 철저하게 그를 위한 마도부대가 여럿 창설되었다.


장거리 저격 및 주요시설 보호가 주 임무인 그들은 타 도시에도 배치되어있긴 하나 주 부대는 제도에 몰려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소식이 없다는 건, 이미 앞서 들린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놈들은... 그 정도로 자세하게 우리군의 편성을 알고 있었다? 이래서야 제도가 무너지는 걸 구경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해, 데네브.”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지르던 데네브 앞에 모습을 보인 건 동료인 티아레트.


“티아? 국경에 있던 거 아니었어?”

“보고 때문에 제도에 돌아오는 길이었어.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외부와 완전히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선 제도 바깥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설마 이 폭격이 끝이라는 건 아니겠지. 군사시설의 무력화가 끝난 다음에는 분명 적의 주 부대가 쳐들어올 것이다.


“제도방위군이 연락이 안돼, 티아. 저 폭격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ㅡ”

“방위군은 전멸했어. 방금 눈으로 확인하고 오는 참이야.”

“전...멸?”


제도방위군은 제국의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최종 수단. 그게 없어졌다고?


“주둔지가 완전히 무너졌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격한 거겠지.”

“그런... 타지역 군단에 지원 요청을!”

“통신이 안되는데 그건 어떻게 하려고. 우리가 찬 이것들의 마법 신호는 전부 통신소를 통하는 거잖아.”


티아가 이제는 무용지물이 된 통신용 팔찌를 던져버렸다.


“영원토록 굳건해야 할 제국일 텐데. 왜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뀌어버린 걸까.”

“티아...?”


티아레트는 머리끈을 풀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머리가 흐트러졌지만 상관 않고 굳게 쥔 머리끈에 달린 붉은 보석은 영롱하게 빛났다.


“내가 출진할테니 너는 어서 황제의 곁으로 가봐.”

“설마, 직접 나가려는 거야?”


데네브가 기겁한다.


“너무 위험해, 티아! 아무리 너라고 해도 무리야! 그건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둬야지. 너까지 사라지면 제국이 어떻게 되는데?!”

“이미 전쟁은 시작됐어, 데네브. 성이 불탄 그날, 제국은 이미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데네브는 천천히 걸어나가는 티아레트를 차마 말리지 못하고, 뒷모습을 비통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신이시여... 어째서 제국을 버리셨나이까.”




“적의 원군은 없음. 통신망을 공략한 게 핵심이었네요.”


폭격을 마친 마도중대가 물러나는 걸 보며 린이 말했다.


날개도 없이 공중에 떠있는 그녀의 모습은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합쳐져 더 몽환적이었다. 푸른 머리칼이 살짝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직접 전선엔 나서지 않는 겁니까?”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스키잔이 물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제가 나서면 보스의 ‘최대한 온전한 제국 강화’ 작전에 재를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건 그러네요.”


펜리르의 힘을 알고 있는 스키잔이 수긍했다. 제국 전역이 푸른 화염으로 휩싸이는 건 대열을 갖추어 진군해온 마왕군으로서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상 사태가 발생한다면 모를까, 저는 첩보부를 대표해서 전장의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것 뿐이에요.”

“있어 주시는 걸로도 든든합니다... 응?”


스키잔의 눈에 추락하는 와이번이 하나 들어왔다.


“저 위치는... HE-1. 방금 추락한 개체는 어떻게 된 거죠?”


바로 마도중대장 중 하나에게 연락을 넣으니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상에서 날아온 공격에 맞았습니다! 방금 것 말고도 계속 추가공격이 오고 있습니다!”

“제도방위군은 반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텐데...?”


스키잔은 ‘눈’으로 지상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홀로 마도중대에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여자가 포착되었다.


시미터를 만들어내 상공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단지 그뿐이지만 워낙 시미터의 수가 많은 바람에 와이번들은 제대로 회피기동을 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었다.


마물을 다루는 것에 특화된 하이엘프도 패닉 상태에 빠진 와이번은 어쩔 수가 없다.

“황제의 검, 티아레트네요. 배치는 국경 근처였을 텐데.”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스키잔은 고개를 틀었다.


“린 님, 죄송하지만 저것의 처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구잡이로 시미터를 쏘아대던 티아레트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뀐 걸 느꼈다. 비록 마법사로서는 수납마법밖에 쓰지 못하는 반푼이지만 대기 중의 마나가 요동치는 것쯤은 알 수 있다.


“그쯤 해두는 게 어떤가요.”


이런 상황에서 차분히 말을 걸어올 제국 시민은 없다. 티아레트는 경계심을 바짝 올렸다.


사뿐사뿐 걸어 티아레트의 앞에 선 건 감탄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어린 여성. 귀에 솟은 한 쌍의 귀는 인간이 아닌, 늑대의 것이다.


“그 군복...”


티아레트가 적의를 감추지 못했다. 왕국이 보낸 사절 중 마족 남자가 입었던 것과, 오늘 제도를 불바다로 만든 원흉과 동일한 것이다.


이 마족이 입은 군복의 색은 와이번의 엘프들이 입고 있는 것처럼 칠흑이었지만, 특이하게도 옷의 가장자리엔 붉은 선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무례한 마족이 입었던 것에도 비슷한 띠가 있었지. 간부용으로 별도 지급되는 군복이라고 추측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깨 견장에 붙은 계급표는 티아레트도 알아볼 수 있는, 중장의 것이었으니까.


바로 시미터를 불러내서 날릴 준비를 할 티아레트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공격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음이 꺾인 건 아니다.


날카로운 날붙이들이 대기하고 있는데도 ‘저것’ 앞에선 이쑤시개조차 되지 못한다는 원인불명의 느낌을 받은 것이다.


단지 서 있는 것 하나만으로, 정체불명의 마족은 티아레트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미 제도는 함락당했어요. 중추를 잃었으니 다른 도시들도 같은 운명이 될겁니다. 단념하세요.”


이 난장판 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도시 자체를 먼지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섵부른 저항은 오히려 피해를 늘려요.”


티아레트는 용기를 쥐어짜내 물었다.


“네가 우리를 침략한 군의 지휘관...?”


푸른 장발의 적장은 사무적인 얼굴을 유지했다.


“아뇨. 저는 린. 마왕군 첩보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쪽은 황제의 검 3인 중 하나, 티아레트겠죠?”

“마왕군...!!”


경악한 티아레트를 본 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너무 정보가 느리네요, 당신들은. 황제는 눈치챘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가 당신들에게까지 얘기하지 않았던 건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인가요?”

“마왕군이 어째서 여기에?!”

“데뷔 무대라는 거죠. 그를 위해서라도 제국은 화려하게 불타줘야겠습니다.”


상대는 마왕군 간부.


무슨 종인지는 헤아릴 수 없지만 적어도 아득히 강한 마족이라는 건 확실하다. 싸운다고 한다면 이길 확률은 조금이라도 있는 걸까.


티아레트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일단 접어두었다.


황제의 검이 이럴 때 뭘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던 것이다.


“너희들이 마왕군이라면 내가 해야 할 건 단 한 가지.”

마음을 다잡은 티아레트의 시미터가 스무 자루, 전부 린을 향해 사출되었다.


이 마족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더 이상 제국의 존망 같은 문제가 아니다. 마왕군이 이 정도로 힘을 키울 때까지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세계가 위험하다.


깡!


금속음을 내며 시미터들이 튕겨 나간다.


“아쉽네요. 하지만 여긴 전장이니 역시 그렇겠죠.”


탕!


티아레트는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이해하기도 전에 무릎을 꿇었다. 린이 기묘한 무기를 들고 있고, 자신의 배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으... 으으윽...!”


고통을 호소하는 티아레트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다.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 이건 보스의 자비라고 생각하시길.”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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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드리워지는 그림자 +1 20.03.12 431 7 8쪽
115 전장에 울려퍼진 총성 +1 20.03.08 295 5 9쪽
» 불타는 도시 +1 20.02.29 283 9 9쪽
113 마왕군의 침공 +1 20.02.26 305 7 10쪽
112 의외의 고백 +1 20.02.23 309 6 11쪽
111 온천 +1 20.02.20 292 7 10쪽
110 난입 +1 20.02.16 294 8 8쪽
109 분노 +3 20.02.13 313 8 9쪽
108 피바람 +1 20.02.09 310 8 9쪽
107 방아쇠 +1 20.02.06 286 10 9쪽
106 용족 소녀 +1 20.02.02 32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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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임무 실패 +1 20.01.23 302 9 9쪽
103 용의 이상향 +1 20.01.19 306 11 10쪽
102 꽃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1 20.01.16 301 8 12쪽
101 어쩔 수 없는 희생 +1 20.01.12 310 10 10쪽
10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1 20.01.09 311 8 9쪽
99 적발 +1 20.01.05 297 9 9쪽
98 잠입 +1 19.12.29 314 9 11쪽
97 간부 회의 +3 19.12.26 331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21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10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21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6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5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41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7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96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49 9 10쪽
87 난투 +2 19.11.21 341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5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42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8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55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8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85 11 11쪽
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92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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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바르포르도 +1 19.10.20 394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12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92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26 12 11쪽
74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7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5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43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74 11 11쪽
70 서로의 요구 +2 19.09.22 45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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