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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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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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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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적발

DUMMY

스키잔은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제 감시를 알아차리다니. 생각보다 감이 좋은 인간이군요.”


입구 부근까지는 상인의 마차에 숨어 접근하는 등 저쪽은 나름 들키지 않도록 행동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 여럿이 광맥지대에 숨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간파된지 오래였다.


바람의 정령의 특성상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곳은 전부 스키잔의 앞마당인 것이다.


광맥지대의 구석구석 그녀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관측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 거리 정도면 반신인 '바람'과 시야를 공유하는 건 간단. 나름 상위 개체인 하이드 어쌔신을 포함해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당해버리는 것도 전부 보고 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기술로 미루어보아 역시 쳐들어 온 건 황국의 앞잡이들이다.


“이대로 놔둘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할까요...”


스키잔이 있는 곳은 지휘통제실.


작전명령서나 안내문을 포함한 서류들이 오고 가는 이 곳은 광맥지대 내 마족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모니터링하는 제어탑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군이 침공 준비로 바쁜 와중에 터진 침입자 건을 해결하는 건 순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일반 병사를 아무리 보내봤자 상대가 되지 않을테니 간부 중 하나를 보내야 할텐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마침 지휘통제실에 와있던 카니앗이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으며 딱딱하게 물었다.


“마왕님께서 일전에 일러주신 대로 침입이 있었습니다. 보초들이 전부 당했어요. 저들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더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누구를 보내 막아야할지...”

“제가 가는 건 어떻습니까.”


카니앗은 바로 제안했다.


“카니앗 씨가, 말인가요?”


스키잔은 당장 승낙하지 않고 말을 흐렸다.


“상대는 마족사냥이라면 이골이 난 황국의 개들. 원거리 공격이 메인인 카니앗 씨를 근접전에 몰고 가면...”

“그런 핸디캡은 이미 상정해두었습니다.”


스키잔은 카니앗의 얼굴을 보았다. 허세를 부리고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


“마도궁병의 훈련도 다 끝난 참입니다. 침입자의 처리는 맡겨주세요.”

“확실히 카니앗 씨는 하이엘프 섬을 다녀온 뒤로 새로운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가 없었죠...”


세계수를 사용해서 마력이 대폭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국 이야기일 뿐. 다크엘프의 몸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스키잔도 도통 알 방법이 없었다. 실전에서의 데이터를 얻어두면 침공 총지휘관으로서 꽤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


“그럼 이 건은 카니앗 씨에게 부탁드리도록 하죠.”


잠시 고민하던 스키잔은 불청객의 접대 역할을 어린 다크엘프에게 맡긴 것이었다.



“이야, 끝내주게 꾸며줬구만. 저 목재 건물들은 숙소로 쓰이는 건가?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저건 목욕탕처럼 보이는데? 지붕에서 연기가 저만큼이나 나고 있어.”


랭겔은 관광이라도 온 것처럼 연신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근처를 순회하는 마족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먼저 로지스트가 탐색하고, 투명화 마법을 쓸 수 없는 둘은 그걸 따라 걷고 있었다.


비록 지하지만 적당히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있는 마법 조명들 덕에 앞이 안 보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각각 다른 용도로 지어졌을 저층 건물들은 황국 수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으며, 검은 군복을 입은 마족들은 열을 맞추어 걸었다.


오크에서 고블린, 언데드에서 아인. 원래라면 함께 살지도 않는 다양한 종족의 마족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곳이었지만 무질서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족의 소굴이 아닌, 규율이 확실하게 잡힌 군대였다.


“이 정도의 군은 전대미문이구만. 마왕군은 씻지 못한 마족들이 떼로 몰려온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솔직히 문화 충격이야. 허리에 달고 다니는 은색 철덩이는 뭔데 또?”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다섯 번째.”


리우의 지적에 랭겔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소년의 신분을 확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군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큰 곳입니다.”“그러면 바로 철수한다는 소리?”

“제2목표, 마왕군으로 추정되는 적의 규모를 확인합니다.”


랭겔의 말에 대답하는 것도 아까운지 리우는 바로 통신용 마석을 꺼냈다.


“일곱 번째. 이 곳이 몇 계층까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ㅡ확실하지는 않지만 층당 높이로 봐서 8이나 9계층까지 있을 겁니다, 부단장님.』

“부단장. 아무리 로지스트가 잘 안내해준다고 해도 역시 계층 전부를 확인하는 건 무리 같은데.”


활을 들고 어디론가 부리나케 가고 있는 남성 다크엘프와 맞닥뜨리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멈춘 랭겔이 속삭였다.


“놈들도 바보는 아니야. 보초들이 죽어 자빠진 건 금방 알아차리겠지. 이쯤에서 슬슬 나가는 건 어때?”

“랭겔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4계층까지는 봐두지 않으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가 선제타격을 해야 할 목표일 지도 모르니.”


교회들을 통해 대륙에 폭넓게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황국이었지만, 이 정도로 크기를 불린 군이 광맥지대 바깥에서 포착된 정보는 없었다. 이들은 여태껏 광맥지대에 틀어박혀있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곳이 본거지라고 봐야했다. 위로 올라가다보면 훈련 장소가, 무기를 조달하는 대장간이, 식량을 모아둔 창고가 나올 것이다.


“제 예측이 맞는다면 주력 부대는 그쯤에 있을 겁니다. 철수는 그리고 나서 해도ㅡ”

“어디서 쥐새끼들이 숨어들었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있었네.”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리우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리우와 비슷한 키의 다크엘프 소녀가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화살을 걸고 있었다. 일종의 마법이 걸려있는 것인지, 화살의 촉은 어두운 보라색 빛을 내고 있다.


일개병사라고 보기에는 풍기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적어도 들어오며 쓰러뜨린 하이드 어쌔신보다는 격이 위인 상대였다.


“이거 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들켜 버렸구만.”


랭겔이 한탄하며 검을 뽑았다.


“이쁜 엘프 아가씨, 조용히 돌아갈 테니까 봐주지 않을래? 미인을 베는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다크엘프의 입가가 조금 일그러지나 싶더니, 보라색 빛에 휘감긴 화살이 랭겔에 쇄도했다.


키이잉ㅡ팡!


폭발이 일었다.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랭겔의 앞에 리우가 서있었다. 어느새 발동된 천검은 밝게 타올랐다. 리우는 마석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저와 다섯 번째는 전투에 들어갑니다, 일곱 번째.”

『정말인가요?! 그럼 저도ㅡ』

“전투 지원은 필요 없으니 철수를 우선하세요. 명령입니다.”


다크엘프가 다음 화살을 완전히 걸기 전에 리우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천검을 엘프의 머리 위에서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전이마법이라도 쓴 것 같은 모습이지만 이건 전부 순전히 리우의 신체능력이다.


“신벌, 그 첫 번째ㅡ유황과 불의 비.”


리우가 되뇌는 것과 동시에, 희게 타오르던 천검이 돌연 검붉은 색을 띄었다.


쉬이익, 소리를 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날이 바로 밑으로 내리쳐진다. 상대의 목숨을 뺏기 위한 공격에는 전혀 주저가 없었다.


굉장한 소리가 나며 땅이 부서졌다. 밑 계층으로 통하는 구멍이 날 정도다. 하지만 리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피했다?”


핑.


리우는 순간 몸을 낮췄다. 간발의 차로 머리 위를 지나간 화살이 애꿎은 벽에 박혀 폭발했다.


기습공격을 날린 다크엘프는 스무 걸음은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날이 닿기 직전까지만 해도 회피동작은 없었을 텐데. 어떻게 피한 건지 의문이었다.


“부단장! 열심히 싸우고 있는 건 알겠는데 이곳이 무너져버리면 우리들도 생매장인건 알고 있지?”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랭겔은 굉음을 듣고 몰려든 주위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놈들, 발포허가가 내려진 침입자다!”


상황을 파악한 마족 병사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허리에 차고 있던 철덩이를 치켜들었다.


탕! 타타타탕!


“뭐, 뭔데 이거!”


랭겔은 큰 소리에 당황하면서도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납작해진 탄환들이 그의 검격에 튕겨나간다.


“이 놈들, 기묘한 무기를 쓰고 있는데? 이래선 접근이 힘들어!”


리우도 마족들이 들고 있는 철제 장치를 슬쩍 보았다. 마법을 쓰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을 사용하는 무기임에 틀림없다.


“한눈을 팔 시간은 없을텐데, 인간.”


리우는 다크엘프를 감싸듯 초록빛이 모여들고 있는 걸 깨달았다. 주위의 마나가 빨려가듯 한 지점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건 상급 마법의 발동 징후다.


“비스비레스.”


다크엘프는 활을 앞으로 쳐든채 주문을 영창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불기둥이 난데없이 치솟더니 리우를 집어삼키려 쇄도한다. 압도적인 재해 앞에서 무력한 소녀가 사라지기 직전,


“신벌, 그 다섯 번째. 대홍수.”


리우의 천검이 푸르게 변하나 싶더니, 폭포와 같은 물이 폭발하듯 터져나와 주위를 범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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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전장에 울려퍼진 총성 +1 20.03.08 29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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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마왕군의 침공 +1 20.02.26 306 7 10쪽
112 의외의 고백 +1 20.02.23 309 6 11쪽
111 온천 +1 20.02.20 292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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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피바람 +1 20.02.09 310 8 9쪽
107 방아쇠 +1 20.02.06 286 10 9쪽
106 용족 소녀 +1 20.02.02 326 9 11쪽
105 현자 +1 20.01.31 288 12 8쪽
104 임무 실패 +1 20.01.23 303 9 9쪽
103 용의 이상향 +1 20.01.19 306 11 10쪽
102 꽃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1 20.01.16 302 8 12쪽
101 어쩔 수 없는 희생 +1 20.01.12 311 10 10쪽
10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1 20.01.09 311 8 9쪽
» 적발 +1 20.01.05 298 9 9쪽
98 잠입 +1 19.12.29 314 9 11쪽
97 간부 회의 +3 19.12.26 331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22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10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21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6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5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42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7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96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49 9 10쪽
87 난투 +2 19.11.21 34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5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44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8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55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9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85 11 11쪽
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92 11 11쪽
79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19.10.24 397 13 10쪽
78 바르포르도 +1 19.10.20 394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14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92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26 12 11쪽
74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7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6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43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74 11 11쪽
70 서로의 요구 +2 19.09.22 460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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