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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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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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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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울려퍼진 총성

DUMMY

아수라장이 된 건 제국의 여타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제도로부터 연락은?”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되지 않습니다.”

“음...”


베르아 소령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가 지휘하는 대대는 군단사령부 직속이었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기다리기도 곤란해진 참이었다. 사령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으니까.


제국 전역을 덮친 폭격이었지만, 비교적 외진 곳에 있었던 그의 부대는 무사했다. 병력 면에서도 큰 손실이 있는 건 아니다. 날아간 건 어디까지나 사령부처럼 주요 군사시설 뿐인 것이다.


하지만 명령을 하달해야 할 머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몸 또한 무용지물. 일단 폭격이 멈춘 지금은 제도로 통신을 시도하며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적의 정체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멀쩡한 병력들끼리도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데, 어쩌면 좋단 말이냐.”


마법통신 대신 급한 대로 사람을 보내는 것으로 어떻게든 근처 부대의 지휘관과는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군사작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당연시했던 마법통신의 부재가 이렇게 치명적일 줄이야.


이런 비상사태가 생길 줄 알았으면 좀 더 투박하고 통신의 질이 떨어지지만, 통신소 없이도 연락이 가능한 하급 통신석을 준비해뒀을 텐데.


옆에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훑어보던 부관이 몸을 돌렸다.


“소령님, 멀리서 소속 불명의 부대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소속 불명? 깃발은 확인했나?”

“그게... 검은 배경에 붉은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 깃발을 가진 국가는 대륙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디 줘봐.”


보초의 망원경을 뺏어든 베르아 소령은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사이로 대열을 갖춰 진군하는 병사들을 발견했다.


부하가 말한대로 특이한 깃발을 들고 있다. 검은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자세한 면모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중위. 우선 원거리 부대로 타격하고 요격 부대를 보내둬라.”

“소령님?”


베르아 소령은 뇌까렸다.


“내 생각이 맞다면, 저건 제국의 적이다.”



◆ ◆ ◆ ◆ ◆ ◆ ◆ ◆ ◆ ◆ ◆ ◆ ◆ ◆ ◆ ◆ ◆



“고블린5중대, 적의 위치를 확인. 전투에 들어갑니다.”


중대장은 지휘부와 연결되어 있는 통신석을 향해 짧게 보고하고 전투 준비 지시를 내렸다.


보병단 전원이 무장하고 있는 권총의 유효 사거리는 약 90미터. 활에 비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대장장이들은 더 장거리에 적합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전투에 써먹지는 못한다.


다행히 그 사거리의 차이를 메꾸는 건 키루아 일등공학자의 손에 의해 탄생한 개틀링건이라는 물건이다. 운이 좋게도 그걸 하사받은 건 중대장의 행운이라고 해야겠지.


“적 마도병들과 궁병들을 먼저 노려라. 개틀링건을 앞으로. 마도3중대에게 방어 마법을 미리 펼치도록 전해둬라.”


끼릭끼릭.


두 바퀴가 달린 기관총을 고블린 둘이 끌고, 미리 지정된 사수가 따라갔다. 머리 위에는 요청한 대로 희푸른 방어막이 드리워진다. 작전에서의 범용성이 높은 귀중한 신무기인 만큼 사용에는 신중을 가할 생각이었다.


“방향 90에 표적 확인. 표적, 적 마도병 및 궁병입니다.”


중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구시대적 전술에 의존하고 있는 적에게 압도적인 힘의 행사를 보여줄 시간이다.


“준비된 사수는 발사하라.”

“발사!”


복창한 사수가 크랭크를 돌리며 사격이 시작되었다.


타타타타타타ㅡ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방어 대열을 짠 적 부대에게 총알이 아낌없이 퍼부어진다.


원거리 공격을 위해 잠시 선두로 나선 적 마도병 및 궁병들은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몸에 구멍이 뚫려 쓰러졌다. 설령 실드를 쓸 수 있었다고 해도 그런 저위 마법으로 막아내진 못했겠지.


“끄악ㅡ!”


타타타타타타타ㅡ


“으아악! 내 팔이! 팔이!”


비명소리와 격발소리의 합주다.


몇 명이 죽어 나가든 신경 쓰지 않고, 사수는 조금씩 에임을 조절하며 계속 크랭크를 돌릴 뿐이다.


탄창을 갈 때가 되니 적의 원거리 대응 능력은 완전히 무력화돼있었다.


중대장은 처참하게 죽어가는 적병들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 있었다.


“2차 사격 준비. 방향 135, 적 기마부대.”


적은 화살과 마법을 먼저 퍼붓고 나서 와해된 병사들을 기마병들로 치려 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작전은 뻔히 읽히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훈련해온 거라고 생각하냔 말이다.


개틀링건은 총구를 틀어 옆을 치려 달려오는 적의 요격부대를 향한다.


타타타타타타ㅡ


중갑을 착용하고 용맹하게 달려오는 기마병들이 말에서 떨어지고, 주인을 잃은 말들이 흥분해 날뛴다. 어느 적을 앞에 두고도 절대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제국의 기마부대가 총탄 앞에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감상은 고블린 중대와 함께 행동하던 마도3중대를 이끄는 소녀도 갖고 있었다.


너무나도 쉽게 농락당하는 제국병들을 보며, 류아는 숨을 삼켰다.


총탄이 아무런 자비 없이 적병을 꿰뚫고 있다. 이게 진짜배기 전쟁이라는 건가. 경고도, 대화도 없다. 존재하는 건 오로지 살육 뿐. 저만한 시체를 단 하급마족 셋이서 만들었다니.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광경이다.


생각하는 것도 잠시, 류아는 자신의 위치를 상기했다. 보병이 나서기 전에 미리 화력으로 적을 압도하는 것도 마도중대의 임무 중 하나다.


“폭격마법, 전방 발사!”


엘프들이 구령에 맞춰 손을 치켜든다. 크고 작은 화 속성 마법이 하늘을 뒤덮었다.


푸쾅!


콰콰콰쾅!


무차별적으로 발사한 폭격마법은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붉은 흔적으로 바꿔놓았다.


하나만 있어도 위협적인 하이엘프를 수십이나 모아두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던 중대장이 손을 휘둘렀다.


“적의 잔존 병력을 섬멸한다! 5중대는 전진하라!”


운 좋게 개틀링건과 폭격마법에도 살아남은 적병들이 어떻게든 뭉쳐 저항하려고 한다. 창병을 앞세워 진로를 막고 옆으로 검을 휘두르지만.


탕!

탕!


전장을 가득 메우는 총성은 그 노력이 전부 소용없다는 걸 의미한다.


방패를 들어도 몸에 구멍이 나는 건 매한가지. 고블린들이 방아쇠를 당겨댈 때마다 인간이 쓰러지고 있다.


무슨 무기에 당한 건지 알지도 못하고 고꾸라져 죽어가는 인간들의 아우성이 시끄럽다.


“인간보다 체구도 작고 신체 능력도 별 볼 일 없는 고블린이 이렇게까지 적을 압도할 수 있다니. 전부 위대하신 그 분 덕분이다.”


중대장이 열기에 취해 중얼거렸다.


“마왕님께 영광 있으라.”



◆ ◆ ◆ ◆ ◆ ◆ ◆ ◆ ◆ ◆ ◆ ◆ ◆ ◆ ◆ ◆ ◆



“뭐냐...!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이냐!!”


베르아 소령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궁병소대, 마도소대 전부 당했습니다! 이대로면 곧 기마중대도ㅡ”

“바보녀석! 그런 건 보고 있으면 안다!”


고지식하게 보고를 반복하는 부관을 꾸짖은 소령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제국의 군대는 언제나 강자였다.


잘 훈련된 정예들로 제국의 적을 압살하는 강자. 질 좋은 장비로 공격에도, 방어에도 특화된 군대.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입장이 뒤바뀌었다. 지금 그들은 덜덜 떨며 임박한 죽음을 기다리는 약자였다.


“마법? 아니, 마법진은 보이지 않았어. 화살을 쏜 것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이렇게 손쉽게 당한 거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 그게 연달아 들리며 그의 병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쓰러졌다.


중갑을 뚫을 파괴력을 가진 무언가를 쏘아대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하면 대응할 방법도 없다. 이런 무기가 존재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대륙 바깥에서 온 놈들인가?


“소령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대로 계속 교전할 것인가, 아니면 퇴각할 것인가. 생각해볼 것도 없다. 기마중대가 저리 꼴사납게 당한 것이다.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게 상책이었다. 뭘 더 하려고 해봤자 시체만 늘어날 뿐이다.


“전 부대에게 전해라. 퇴각을 최우선으로ㅡ”


콰쾅ㅡ!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치솟은 화염, 그리고 사방으로 날아가는 병사들.


“적의 폭격 마법입니다!”

“소산하라! 한꺼번에 당하지 않도록 흩어져!”


폭격이 드디어 끝나나 싶으면 바로 다음 폭격, 그리고 그 다음 폭격이 날아든다.


“우리를 아예 잿더미로 만들 셈인가...!”


너무나도 무력하게 부하들이 터져나가는 걸 보며 소령의 입에서 한탄이 나왔다.


“적의 보병 부대가 접근 중입니다!”


이젠 망원경에 의존할 필요도 없이 육안으로 적의 정체를 확인한 소령이 중얼거린다.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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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스카디 +1 20.03.22 283 11 9쪽
118 연극의 막을 올리다 +1 20.03.18 293 7 9쪽
117 함락 +1 20.03.15 293 8 8쪽
116 드리워지는 그림자 +1 20.03.12 432 7 8쪽
» 전장에 울려퍼진 총성 +1 20.03.08 296 5 9쪽
114 불타는 도시 +1 20.02.29 283 9 9쪽
113 마왕군의 침공 +1 20.02.26 306 7 10쪽
112 의외의 고백 +1 20.02.23 309 6 11쪽
111 온천 +1 20.02.20 292 7 10쪽
110 난입 +1 20.02.16 294 8 8쪽
109 분노 +3 20.02.13 314 8 9쪽
108 피바람 +1 20.02.09 310 8 9쪽
107 방아쇠 +1 20.02.06 286 10 9쪽
106 용족 소녀 +1 20.02.02 326 9 11쪽
105 현자 +1 20.01.31 288 12 8쪽
104 임무 실패 +1 20.01.23 303 9 9쪽
103 용의 이상향 +1 20.01.19 306 11 10쪽
102 꽃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1 20.01.16 302 8 12쪽
101 어쩔 수 없는 희생 +1 20.01.12 312 10 10쪽
10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1 20.01.09 311 8 9쪽
99 적발 +1 20.01.05 298 9 9쪽
98 잠입 +1 19.12.29 314 9 11쪽
97 간부 회의 +3 19.12.26 331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22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10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21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6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5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42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8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96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50 9 10쪽
87 난투 +2 19.11.21 34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5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44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8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55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9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85 11 11쪽
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92 11 11쪽
79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19.10.24 397 13 10쪽
78 바르포르도 +1 19.10.20 395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14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93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27 12 11쪽
74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7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6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44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74 11 11쪽
70 서로의 요구 +2 19.09.22 460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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