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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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9.07 21:5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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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8
글자수 :
1,753,096

작성
19.03.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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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6
추천
36
글자
8쪽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DUMMY

수많은 인파를 뚫고 길드까지 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 정도로 환영해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한 내 계산 실패겠지.


“소, 소문은 들었지만... 저, 저 저 저 정말로?”


시이나와 친한 접수원은 저번과 다르게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할 짓 없이 길드에서 노닥거리는 모험자 놈들도 이젠 조용했다.


아까의 왕국민들과는 다르다. 드래곤의 목을 가져올 정도의 팀이 이곳에 있다는 건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쪽에서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전원을 몰살시킬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한 마리로도 국가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드래곤의 머리를 당당히 들고 왔으니.


괜히 신경에 거슬리는 짓을 하고 싶지 않은지 모험자들 중 일부는 슬며시 나가는 놈들도 있었다.


남은 놈들도 입 뻥긋 하지 못하고 우리를 관찰했다.


아인과 신원 미상의 인간 둘(?). 그만한 능력이 있으면서 왜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궁금하겠지. 마냥 좋은 일반 시민들이야 둘째 치고 모험자 길드, 그리고 왕국은 우리들의 의중을 알고 싶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리사.”


시이나가 어색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길드 내 침묵이 풀렸다.


신인모험자의 드래곤 퇴치.


말뿐이었다면 믿어주지 않았겠지만 이쪽은 증거가 있다. 잠깐 얼어붙어 있었지만 곧 프로정신을 발휘해 길드 앞에 세워둔 수레를 확인한 리사는 우리들을 2층 의 사실로 안내했다. 능력치를 검증받은 방과는 다른, 호화로운 방이다.


VIP 전용 특실같은 거겠지. 소파나 테이블을 비롯해 모든 가구들이 그런 분위기를 냈다.


“여러분, 일단 앉아주세요. 보통은 이 정도 건이면 길드장이 직접 맞이해야 하겠지만...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길드장께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웬만하면 이 시간대에 계시는데...”


리사는 문을 닫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아키넬 후작가 도련님이 행방불명돼서요. 아, 그 건은 비밀에 부쳐주세요. 원래는 새어나가면 안 되는 건이라...”


시키지도 않은 설명에서 나온 이름에 시이나가 조금 움찔했지만 이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한편, 나는 내가 죽인 사람의 이름에 그 꼴사나운 최후를 기억했다.


“하지만 조속히 길드장과의 면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ㅡ”

“그런 것보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내가 리사의 말을 끊어버렸다.


“보상금이다. 이쪽은 바쁘다고.”

“그, 그러시겠죠...! 지금 막 돌아오시는 길이니 피곤하시겠죠!”


내 기세에 눌린 리사가 다급하게 방을 나가더니 5분쯤 뒤에 돌아왔다.


“보상금은 밑에 대기시켜두었습니다. ”

“대기요?”


시이나가 의문을 표했지만 곧 그 의문은 해결되었다. 길드의 입구에 우리가 끌고 온 수레보다 작은 게 세워져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수레에 담겨 있는 건 크고 작은 주머니들이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주머니 크기를 통일시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금액은 확실히 맞췄습니다.”

“이... 이게 전부 보상금이라고요?”


시이나가 가죽 주머니 하나를 열자 그 안은 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네. 전부 금화예요. 총 2850개입니다. 많이 무거우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말을 준비하겠습니다.”


이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시이나, 그리고 우리를 경계 반 호기심 반으로 보는 모험자들은 달랐다. 평생 만지지 못하는 돈을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이다.


“많은 건가?”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짐짓 모른 척 내가 시이나에게 물었다.


“류셀... 이 정도면 웬만한 귀족에 버금가는 호화생활을 대대로 누릴 수 있다구? 비공식 퀘스트여서 나도 보상금이 얼만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멤버별 보상금의 분배는 팀 자체적으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시이나.


“흠... 이게 보상인가요. 괜찮은 양? 이겠죠. 그런데 계속 기다리는 건 싫은데 수레는 시이나 씨가 끌고 가실 거죠?”


세상물정 모르는 이스는 보상금보다는 다른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수 시간 뒤, 우리의 거처는 시이나가 살던 빈민촌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마당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정원을 지나면 큰 철제문이 나온다. 왕국 내 대장장이를 통해 철로 지어진 문을 달려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니 사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보안을 위해 한 필요한 조치였다.


그 견고한 문을 연 방문객을 맞이하는 건 5성급 호텔의 로비의 크기만 줄어놓은 것 같은 현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길게 이어지는 양옆의 복도 사이에 2층으로 이어지는 원형 계단이 호화롭게 빛나고 있다.


물론 계단만 있는 건 아니다. 계단 뒤가 뻥 뚫려있어 계단을 오르지 않고 비켜 가면 작은 축구장만한 거실이 나온다. 모험자 길드에서 본 VIP전용 특실 이상으로 고가의 가구들이 적절히 배치됐다. 그림이나 장식품 같은 것들도 군데군데 전시되어 있다.


응접실도 있고, 손님용 방도 한 둘이 아니다. 식당은 따로 분리되어 있어 2분을 빠르게 걸어야 나왔다.


“우리, 정말 오늘 부터 여기에서 사는 거야?”


아까부터 행여나 뭔가 넘어뜨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던 시이나가 물었다.


“그만한 보상금을 손에 넣었다. 삼분할을 한다 해도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않나.”


무려 4층짜리 저택이다. 셋이서 살기엔 좀 많이 크다 싶었지만 리사가 알아봐준 현재 매물ㅡ그 중 내 기준에 속하는 곳은 이 곳을 포함해 두 곳밖에 없었다.


“어라, 저는 딱히 포함 안 해주셔도 되는데요?”


이스의 말은 못들은 척했다.


“시이나 네가 살던 빈민촌은 너무 보안에 취약해. 우리 셋은 이제 얼굴이 알려졌으니 보상금을 노리는 침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건 이해하는데...”

“아니면 매물을 더 살펴보고 구매하는 게 나았던 건가? 다른 쪽이 크기는 조금 넓긴 하다만.”

“그게 아니라!”


시이나는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을 가져버린 사람처럼 찔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했어. 기껏해야 수레를 끌고 하급 마물을 처리한 것뿐이지, 드래곤을 쓰러뜨린 건 류셀이잖아? 그러니 보상금도 류셀이 가지는 게 옳잖아.”


과연. 시이나는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받은 보상 아니면 받기 꺼려하는 정직한 사람ㅡ아차, 마족이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그걸 세명 이서 나누면 류셀이 억울하잖아.”


오랫동안 빈민가에서 생활해온 시이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마족이든 인간이든 물욕 앞에선 추잡해지겠지.


하지만 그 추잡함을 시이나는 보이지 않았다.


“뭘. 어차피 돈이야 모이기 마련이다. 잠자코 받아라.”

“류셀은ㅡ”

“나와한 계약을 잊었나?”


나는 시이나의 눈을 보았다.


“빚을 지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재화 따위 내게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

“류셀 씨, 부자였나요?”

“방금 전전까진 무일푼이었다.”

“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시이나가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 류셀 너라는 사람은... 일단 알았어. 나도 오늘부터 여기에서 같이 살게.”

“챙겨올 짐은 정말 그것밖에 없었던 건가?”


내가 시이나의 자그마한 가방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너도 살아봐서 알잖아. 그 집에 처음부터 돈이 될 만한 건 없었어.”

“그래도 그 대검은 소중히 챙기시는 군요. 가보 같은 건가요?”

“그건...”


시이나가 대답하기 꺼려하자 이스가 웃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라도 방금 만난 사람은 안 믿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방금 만난 사람들끼리 모험자 팀을 짜고, 한 집에 살기까지 한다는 말이냐?”


나는 이스에게 태클을 걸었다.


“류셀과 시이나 씨는 조금 특별한 케이스라고나 할까요. 자자, 여기 서있지만 마시고 방구경도 좀 해요.”


이스가 룰루랄라 2층을 올라가는 것을 보며 시이나가 기기 막힌다는 듯 물었다.


“쟤, 제국의 어디 출신이길래 저래? 너무 익숙한데.”

“알고 싶으면 본인이 물어라.”


작가의말

오늘 쉬는 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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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80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16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77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14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56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74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42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22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14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74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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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77 3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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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38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45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76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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