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가치관의 차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보통 귀족들은 기사를 한 명만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래서 란스도 기사가 한 명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보통이라면 한 명이겠지만 란스는 황제의 아들이니까 기사가 여러 명이려나? 궁금하다.'

란스가 신음소리를 내더니 입을 열었어요.

"일단은 두 명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일단 두 명이긴 한데 한 명은 내 기사라고 부르기 애매하거든. 로니만 내 기사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나머지 한 명은 누군데?"

"이름은 설리라고 하는데 신경 쓰지 마. 평소에는 떨어져서 지내고 있거든. 만날 일은 없을 거야."

"기사는 주인을 옆에서 지켜주는 게 일이잖아. 다른 기사로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일은 잘하고 있어. 그 대상이 내가 아닐 뿐이야."

"그게 문제인 거 아니야? 지킬 대상을 착각하는 기사가 어디에 있어? 기사 실격이잖아."

"설리는 예외야.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는 기사거든. 그러니까 설리를 욕하는 건 그만해줄래?"

"알았어, 그만 말할게."

'사정은 모르겠지만 란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친구를 힘들 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고 보니 말하는 걸 까먹었네. 내가 전에 로니와 일어난 문제 때문에 성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었지? 저번에는 소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라 어영부영 넘어가버렸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말을 하며 란스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답니다.

"강호가 너무 부담 갖는 것 같아서 가벼운 선물을 준비했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과자인데 친해지고 싶은 파이트에게 선물하면 좋을 거야. 구하기 힘든 과자니까 받으면 분명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 잘 받을게."

그렇게 란스와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든 강호는 내일이 되자 언제나처럼 훈련장으로 향하는군요.

루칼의 지옥 같은 훈련이 끝나자 강호는 주변을 둘러보네요.

'오늘도 대부분의 파이트들이 훈련에 지쳐 쓰러져 버렸지만 나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다른 파이트와 대련이나 해볼까나. 오늘은 누구랑 할지 고민되네. 홍글이랑 해볼까? 도와준 적은 많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고. 이 기회에 친해져보자.'

"홍글, 나랑 같이 대련할래?"

"좋지. 네가 먼저 말을 걸어줄 줄은 몰랐는데."

"이 기회에 친해져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여러 가지 도와줘서 고마워."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나래랑 이야기는 어떻게 됐어? 잘 됐어? 무기를 만들어 주겠데?"

"만들어 주지 않겠데."

"그런가. 나래는 장인 정신이 강하니까 쉽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패해버렸구나."

"그런데 홍글은 나래가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나래랑 친해져서 무기를 만들어 주고 싶게 만들 생각이거든."

"나래가 좋아하는 거라. 나는 잘 모르겠네. 나래는 무기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내 예상이지만 무기를 칭찬해주면 기뻐하지 않을까?"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면 슬슬 몸을 움직여볼까?"

"좋아. 검을 맞댐으로써 깊어지는 우정! 이것 또한 청춘이지. 즐거운 마음으로 움직여볼까. 오리가 얼면? 언덕, 크하하!"

"나는 검이 아니라 창을 사용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자고."

그렇게 홍글과 대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 어느새 방과 후가 돼버렸답니다.

방과 후가 되자 강호는 소미와 함께 훈련을 하는군요.

"나랑 같이 하는 훈련은 주말에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무슨 일이라도 있어? 몸 상태가 나빠진 거야?"

"나는 건강하다고. 약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병자 취급하면 곤란해. 내가 훈련을 주말에만 하자는 이유는 강호를 위해서라고."

"무슨 의미야?"

"지금은 괜찮아도 너무 훈련을 많이 하면 몸에 피로가 쌓이잖아. 나는 몸이 적응해서 괜찮지만 이대로라면 강호는 나중에 쓰러져 버릴 거야. 그러니까 당분간은 그만두자. 시간이 지나서 강호의 몸이 적응하면 그때 같이 훈련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몸이 적응했는지는 어떻게 알아?"

"하다 보니까 왠지 모르게 알겠더라고. 그때가 되면 내가 알려줄게."

"알았어.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낼까?"

"그러자. 몸이 튼튼하다고 해도 무리하면 안 되니까."

"조금 아쉽네. 빨리 강해지고 싶은데."

"네 성장 속도는 지금도 충분히 굉장해. 욕심부리면 탈 난다."

"그렇게 말해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성장하는 게 아니라 잊어먹었던 기술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고.'

"자신감을 가져.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학교 축제에서 상위권에 들 수 있을 거라고."

"학교에서 축제를 열어?"

"미코 선생님에게 들었는데 학교에서 토너먼트를 연다고 하셨거든. 이 도시에 있던 콜로세움이 사라져서 불만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매년 토너먼트를 연다고 했어."

"소미는 토너먼트에 참가할 생각이야?"

"물론 참가해야지. 우승자에게는 상금도 있다고."

"괜찮을까? 위험한 경기라고 들었는데."

"위험하면 선생님들이 나설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안심하고 참가하라고."

"생각해볼게."

'다른 파이트들도 많이 참가하려나?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네.'

소미와 이야기를 나누다 강호는 작은 낙원에 갔답니다.

오늘 온 손님은 요카군요.

"카페에 있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여기는 정말로 한가하네요."

"가게 위치가 안 좋으니까 말이야. 여기까지 오는 파이트는 별로 없겠지."

"취미라고는 하지만 루크는 어째서 이런 장소에 카페를 차린 걸까요?"

"못 들었어? 여기는 특이체질을 위해 루크가 취미로 만든 카페야. 오히려 평범한 파이트들이 오면 곤란한 장소라고. 그래서 일부러 이런 장소에 카페를 만든 거야."

"특이체질을 위한 장소라고요? 왜 그런 장소를 만든 건가요?"

"강호는 기억을 잃어버려서 모르려나. 파이트들이 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지?"

"어느 정도라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질 나쁜 파이트들은 특이체질을 비웃거든. 스스로 무기도 만들 수 없는 나약한 녀석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특히 능력이 전투와 관련되지 않은 파이트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쉬워. 그래서 나도 예전에는 다른 파이트들이 무시하거나 괴롭힘당했었어."

'이럴 때는 뭐라고 위로해야 하는 거지?'

강호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자 요카가 웃었어요.

"신경 쓰지 마.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전부 옛날 일이니까 말이야."

"정말로 괜찮으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