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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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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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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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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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9.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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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글자
7쪽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3)

DUMMY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은 더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안소니 꼬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커피잔을 들고 눈알을 굴리는 것뿐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김홍준은 기적을 보았다.

앓고 있던 병자들이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훈련장에서 뜀뛰기를 했고 누군가는 훈련장을 전력질주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 까지 했다.

다만 공을 30분 이상 차면 눈에 물이 찬다는 희귀 질병 때문에 그들은 친선경기에는 참여 할 수 없었다.

2주면 완쾌된다는 그들의 병명은 코어페슈크니크에 라고 했다.

선수들 앞에 선 팀닥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실제로 존재하는 병명이라 단언하기 까지 했다.

당연히 누구도 믿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음충맞게 웃고 있는 수석코치 때문에 반문 할 수는 없었다.

모두 그냥 그런 질병이 있구나 하며 억지로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희귀 질병의 희한한 증상이 밝혀진 후 스톰포겔스 텔스타 선수들은 팀내 고참들이 빠진 첫 번째 친선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기존에 볼 수 없는 라인업이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새로 영입되었거나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 안에는 이제까지 후반 교체로만 투입되어 왔던 김홍준도 끼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랜만에 기회를 부여 받은 선수들은 의욕에 차있었다.

불타는 의욕에 대기실이 녹아내리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였다.

그 의욕에 걸맞게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거칠게 상대를 압박하고 골을 넣기 위해 온몸을 날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모두가 새로운 계약과 주전으로의 도약을 위해 의욕 넘치는 플레이를 했다.

결과는 7:1

이제까지 세 번의 친선경기를 치룬 스톰포겔스 텔스타 프리시즌 사상 최다 득점 기록이었다.

“최고였습니다.”

“훌륭했어요.”

“언제 다시 붙고 싶습니다.”

원정팀 선수들의 악수를 받으며 김홍준은 쓸개즙이라도 원샷한 듯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들은 밝게 웃으며 스톰포겔스 텔스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7부 리그 클럽 선수들의 밝은 웃음을 보며 네덜란드 2부 리그 클럽 소속 선수들은 모두 뭐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홍준은 마지못해 악수를 나누며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스코어는 7:1,

처절한 패배였다.

경기가 끝나고 모두가 음울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모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경기 시작 전에 대기실을 불태울 것 같던 열기도 이제는 꺼지기 직전의 화톳불처럼 약해진 상태였다.

그런 선수들 속으로 감독인 알빈이 들어왔다.

“너희는 쓰레기다. 사형장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안하는 쓰레기들이야.”

물을 부어도 되고 흙을 덮어도 되는데 꼭 발로 밟아서 불을 끄는 사람이 있다.

사방으로 불티가 날리고 재가 날려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 말이다.

김홍준은 지금 모닥불에 앉아 기타를 치다 불티를 맞고 재를 뒤집어 쓴 사람이었다.

멍청한 표정이 자신을 향하자 알빈은 김홍준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를 높였다.

“3개월 시한부 인생인 주제에 저렇게 넋 빠진 얼굴을 한 놈도 있다! 모두 고향이 그립나!? 자네 고향은 어디야? 오스트리아? 거기서는 그렇게 바보 같은 플레이를 해도 허용이 되나!?”

알빈의 손가락은 선수단 모두를 향했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팀내 고참들만이 저 헤어드라이기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편안함을 즐기고 있을게 분명했다.

장장 30분에 걸친 고성이 지나고 대기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알빈과 수석코치가 빠져나간 문을 멀뚱히 바라보다 김홍준도 짐을 쌓다.

가방을 들고 타타 스틸 스타디움을 뒤로 한 김홍준은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 결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 스코어가 나올 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했나?

아니 그렇지는 않다.

상대는 아마추어 클럽이었고 이쪽은 프로팀이다. 모인 선수의 질이 다르고 훈련에 집중하는 시간도 달랐다.

상식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었다.

조직력? 전술 이해도?

번잡하게 흘러가는 상념들이 김홍준의 머릿속을 끊임없어 어지럽혔다.

그렇게 복잡한 상념을 끌어안고 길을 걷고 있을 무렵 가까운 공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심결에 김홍준의 시선이 움직였다.

시선이 다다른 곳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30분 이상 공을 차면 눈에 물이 찬다는 희귀병 코어페슈크니크에에 걸린 팀의 부주장 안소니 꼬리아였다.

김홍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꼬리아는 공터에서 자신과 닮은 아이와 공을 차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손이 휴대폰으로 향했다.

카메라를 꼬리아에게 향한 김홍준은 녹화 버튼을 눌렀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꼬리아는 자식과 공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녹화를 시작하고 40분이 지났을 때, 김홍준은 녹화 정지 버튼을 눌렀다.

눈알에 물이 찼는지 확인 할 필요도 없었다.

김홍준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증거 보존 본능에 놀라면서도 그 본능에 감사했다.

그렇게 잘렸지만 경찰 생활이 아주 무의미 한 것만은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김홍준은 골목 깊숙이 자리한 공터로 들어가며 말했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안소니 꼬리아는 어쩌다 자기 신세가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봤다.

분명 처음 동기는 아주 순수한 의기에 의한 것 이었다. 거기에 사념은 없었고 외부의 영향도 없었다.

분명 그러 했을 텐데...

꼬리아는 뒷목을 잡았다.

갑자기 골이 띵했다.

프로 선수로 데뷔한지 어언 10년 단 한 번도 혈압 걱정과는 인연이 없는 건강한 삶을 보내왔다.

그런 그가 최근 처음으로 뒷골이 땡긴다는 말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자네 몸에 문제 있나?”

꼬리아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다.

알빈이 걱정하는 말과는 상반된 무덤덤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닙니다. 요즘 집에 바퀴벌레가 나와서 그거 잡느라 그렇습니다.”

“고민 같지도 않은 고민이군. 그걸로 혈압이 오른다면 언제 병원 가보게. 쓰러져도 시즌 끝나고 쓰러져야지.”

알빈의 무심한 말에 욱 하는 걸 참으며 꼬리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를 쳐다보다 책상에 놓인 서류로 시선을 옮긴 알빈이 지나가듯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 온 건가? 얘기는 이미 끝났을 텐데?”

알빈의 말에 꼬리아는 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굴렸다. 어제 카메라를 들이밀며 협박하던 인간의 얼굴이 떠올랐다.

꼬리아는 그의 요구 사항을 떠올리며 알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아야겠습니다.”

“뭘 말인가?”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시는 이유를요.”

알빈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꼬리아를 바라봤다. 날카로운 시선에 꼬리아는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껴야 했다.

“알고 싶나?”

“예? 아, 예!”

알빈은 꼬리아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고 싶으면 내 이력을 찾아보게. 행동의 원인은 언제나 과거에 존재하는 법이니 말이야.”


작가의말

 오타 및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인물 표기에 대해 지적해 주신 두 분 감사합니다.

 평소 저도 문장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문제인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시니 한시름 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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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장 장유유서는 없다. (5) +22 14.09.24 9,736 2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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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장 장유유서는 없다. (3) +10 14.09.22 9,807 248 10쪽
17 5장 장유유서는 없다. (2) +6 14.09.20 8,983 20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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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2) +5 14.09.16 10,169 260 9쪽
12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1) +7 14.09.15 10,211 256 9쪽
11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5) +9 14.09.14 9,146 232 7쪽
10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4) +5 14.09.13 9,274 241 7쪽
9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3) +4 14.09.12 9,871 223 9쪽
8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2) +5 14.09.11 10,271 250 8쪽
7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8 14.09.10 9,785 228 8쪽
6 2장 lul (4) +13 14.09.09 10,414 253 11쪽
5 2장 lul (3) +6 14.09.08 12,134 276 10쪽
4 2장 lul (2) +8 14.09.07 11,866 262 7쪽
3 2장 lul (1) +7 14.09.06 12,396 276 6쪽
2 1장 사연 +16 14.09.06 13,158 292 16쪽
1 서장 +11 14.09.06 13,816 29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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