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고생하는 오토
또 다시 롬멜 사단은 소련군과 치열한 전투를 했다. 현재 독일 제국군은 모스크바 인근에서 대체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오토, 스테판, 좀머는 구형 T-34를 타고 소련군의 전차와 대전차포를 격파하는 전공을 세웠다. 스테판이 투덜거렸다.
"이 망할 놈의 미키마우스는 고장도 안 나나..."
좀머가 말했다.
"아무리 집행유예 부대라지만 이 정도 전공 세웠는데 구형 T-34는 너무한거 아냐?"
참고로 좀머는 여태까지 소련군의 전차 8대, 대전차포 9문을 격파하는 전공을 세웠다. 오토와 스테판은 부대에 복귀하면 좀머도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오토가 말했다.
"이 T-34 잘 관리하는게 좋을걸세! 이거 고장나면 새 전차를 주는게 아니라 지뢰 설치 임무를 하게 될걸세!"
티거가 제일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T-34는 장점도 많았다. 지금 집행유예 부대에서는 정비 소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T-34는 정비가 쉬웠고, 부품이 고장났을때는 기동불가된 소련군의 T-34에서 부품을 긴빠이쳐서 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티아스 등 조종수들은 T-34를 싫어했지만 전차장 입장에서는 확실히 T-34가 편했다.
'아무래도 소련처럼 생산성에 집중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군..티거, 판터는 정비가 너무 까다롭다.'
그 때 좀머가 외쳤다.
"밥이다!!"
제빵 부대와 취사병들의 밥차가 오고 있었다. 제빵 부대와 밥차들이 쭉 늘어섰고, 잠시 뒤 밥차에서는 맛있는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부대 녀석들은 반합에 스프를 배급 받고는 커다란 흑빵과 함께 천막에 가서 먹기 시작했다.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다른 부대 배식이 완료되기를 기다렸다.
"배고파 죽겠다!!"
"우리도 좀 먹자!!"
다른 부대가 모두 배식을 받고 나서 오토와 동료들은 밥차에 가서 흑빵과 함께 우유 스프를 배급 받기 시작했다. 참고로 집행유예 부대는 맨 마지막에 배급을 받는다. 먼저 배급을 받은 고사포 대대 녀석들은 다들 식욕이 없는 듯 했다. 고사포 대대의 신병은 우유 스프를 억지로 먹다가 위가 뒤틀린건지 구역질을 했다.
"우웩!!"
고사포 대대 녀석들은 전투를 하다보면 코피가 나고 고막이 울리고 소화기관이 다 뒤틀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는 했었다.
여전히 신경증 때문에 왼쪽 얼굴에 근육 경련이 있는 좀머가 외쳤다.
"난 포병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마티아스가 말했다.
"맞아! 먹는게 제일 중요한데 말일세!"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흑빵과 우유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어제 잠시 비가 오는 바람에 상당히 땅이 질퍽거렸다. 다행히 아직 장마는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알프레트가 말했다.
"비 땜에 식량 보급 안될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장마는 언제 시작입니까?"
"10월 둘째주에 시작할걸세."
부상자가 많았기에 독일군은 학교로 쓰이던 커다란 건물을 임시 치료소로 만들어둔 상태였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음식을 갖고 다리 부상을 입은 집행유예 부대 동료에게 전달해주러 갔다.
"고맙네."
오토가 위생병에게 말했다.
"이 친구에게 모르핀 좀 놔주게."
방금 전 장교에게 모르핀을 놔준 위생병이 말했다.
"모르핀은 다 떨어졌네!"
좀머가 외쳤다.
"그 약병들은 뭔가? 집행유예 부대원이라고 모르핀도 안 놔주는건가?"
위생병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건 모르핀이 아닐세! 그리고 어지간하면 모르핀은 안 맞는게 좋네!"
임시 치료소에는 피 냄새가 진동을 했다. 벽 여기저기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오토와 동료들은 치료소 밖으로 나간 다음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배정된 건물에 들어가서 다시 아궁이에 불을 피웠다.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서로의 군화를 벗겨준 다음 질퍽해진 군화를 아궁에 근처에 놓고 말리기 시작했다. 젖은 군화를 말리지 않으면 군화가 썩기 때문에 군화 관리는 중요했다. 위생 문제로 새 군복과 속옷을 배급해줄 때도 군화는 새로 배급하지 않을 정도로 군화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하물며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새 군화를 배급할리는 없었다.
잠시 휴식 이후에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화장실을 만드는 작업에 동원되었다.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땅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병 베크 대대장이 아리따운 러시아 아가씨와 시시덕거리며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 러시아 아가씨는 독일어를 잘 했기 때문에 독일군 부대에서 통역을 도우면서 음식과 돈을 받고 있었던 것 이다. 이 아가씨는 포로들의 진술을 통역해주고는 했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무거운 통나무를 옮기며 열심히 화장실을 만들고 있었다. 러시아 아가씨가 베크 대대장에게 물었다.
"뭘 만드는건가요?"
베크 대대장이 말했다.
"숙녀분, 저 쪽으로는 가지 않는게 좋소! 군사 재판으로 처벌을 받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기 때문이오."
"어머나!"
"하지만 걱정마시오! 숙녀분이 저런 녀석들에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주겠소! 대대 지휘소에서 내 옆방을 쓰는 것은 어떻소?"
베크 대대장은 가오를 잡기 위해서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외쳤다.
"아직 이것밖에 못 만들었나!! 헤처모여! 차렷~!!"
완전히 진흙 투성이에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냄새나는 오토 일행은 모두 차렷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
베크 대대장은 그렇게 실컷 가오를 잡은 다음에야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다시 일을 시켰다. 오토와 스테판, 좀머는 다시 삽질을 했다. 사실 어느 부대나 최전선에서는 전투가 좆같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집행유예 부대원으로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 이었다.
화장실을 다 만들고 오토, 스테판, 좀머는 손을 씻기 위해 우물로 걸어갔다. 우물 옆에 있던 병사들이 수근거렸다.
"저 녀석들이 지난 번 전투에 소련군 전차 20대를 격파했다는군!"
"전공을 세우면 뭘 하나?"
"고약한 냄새가 나는군..."
"뭔 짓거리를 했기에 전차 부대 출신이 집행유예 부대에 온거냐?"
"강간? 약탈? 민간인 살해?"
"저런 녀석들은 전차를 운전할 자격도 없네! 지뢰 제거나 시켜야지!"
오토, 스테판, 좀머는 우물에서 손을 씻을 때도 다른 병사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저 새끼들이!!'
참지 못하고 오토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오토 일행을 경멸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토 일행이 숙소로 돌아왔고 좀머가 투덜거렸다.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 여기 잡혀왔다고!! 정말 억울하네!"
스테판이 말했다.
"군사 재판이란거 자체가 엉터리지."
"맞아! 진짜 나쁜 놈들은 절대 처벌 안 받는데 말이야!"
오토는 군 부조리에 대해 열불이 터지기 시작했다.
"목숨 바쳐가며 싸웠는데 어떻게 독일 제국이 나한테 이럴 수 있냐..."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호통을 쳤다.
"아까 화장실 건설한 놈들 나와!!"
오토, 스테판, 좀머가 나왔다.
"따라오게!!"
가보니 아까 전에 건설했던 화장실은 무너져내려서 그야말로 처참한 꼴이 되었다. 다들 코를 틀어막았다.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화장실을 건설할때는 가능하면 건물 벽에 붙여야 하고 천막을 씌워야 한다!! 다시 건설하게!!"
그렇게 오토, 스테판, 좀머는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헛간과 풀밭 사이에 화장실을 다시 건설해야했다. 다들 여기서 볼일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전선 신문을 읽었다. 오토 또한 전선 신문을 들고는 자신이 만든 화장실로 갔다. 몇 페이지 펼치다보니, 앙뚜완, 비트만, 카리우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특히 앙뚜완 같은 경우는 고아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한스 파이퍼의 후원을 받아서 훌륭한 기갑부대 장교가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오토는 신경질적으로 신문을 찢어서 뒷처리하는데 썼다.
쿠르릉 쿠릉
쿠과광!!
불과 수 km 떨어진 곳에서 포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토의 동기들, 그리고 앙뚜완, 비트만, 카리우스처럼 새로 떠오르는 전차 장교들은 지금 계속해서 전공을 세우고 있을 것 이었다. 하지만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감자를 깎는 일에 동원되었다. 에밀이 투덜거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티거의 주포를 발사했는데 감자나 깎다니 너무 억울합니다."
포수 에밀, 조종수 마티아스 녀석은 조만간 전차장이 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집행유예 부대에 들어가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이었다. 오토가 말했다.
"조만간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 것 이다."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오토와 전차병 일행들을 지목하며 외쳤다.
"자네들 차량 정비 할 수 있나?"
그렇게 오토 일행은 부대의 차량을 정비하는 일에 동원되었다. 정비 소대는 오토 일행이 상당히 정비를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갑 병과는 군사 학교 때부터 모든 차량의 정비를 교육받으니 당연히 정비에 능했던 것 이다. 덕분에 오토는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정비 일을 해야했다.
잠시 뒤, 정비를 마친 장갑차, 전차가 쭉 늘어서 있었다.
"모두 차량으로!!"
독일군이 우르르 각자의 차량으로 달려갔다.
"착석!! 시동!!!"
병사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 앉았고 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모든 차량들은 무사히 시동이 걸렸다.
트드등 트드드등 트드등
오토, 스테판,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부러운 표정으로 티거, 판터에 탑승한 전차병들을 바라보았다.
"출발!!"
그렇게 차량들은 덜컹거리며 앞으로 출발하였다. 뿌연 먼지 구름 속에서 전차와 장갑차들은 작아져갔다.
오토 일행은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숙소는 다른 공병 부대가 차지한 상황이었다. 결국 오토를 포함한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4명 정도가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천막을 곳곳에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막 설치를 마치고 오토는 이제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들 잘 있을까?'
집행유예 부대에서는 우편물을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금지였다. 지금쯤 집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 이었다. 만토이펠 대대장은 백엽 기사 철십자 훈장을 받았고 계속 전공을 세우는 중이었다. 오토는 만토이펠 대대에서도 가장 높은 전공을 세우고 있었으나 이미 다 역전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전원 집합!!"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모두 천막에서 나와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이번 특수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면 명예와 직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 이다! 자원 받는다!!"
하지만 집행유예 부대원들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래봤자 고작 일주일 감면이겠지...'
"이번 임무에 성공하면 한 달 감면해주겠다!!"
결국 오토 일행은 이번 특수 임무에 자원하기로 했다. 다른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오토 일행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저 새끼들은 어떻게 맨날 속냐?'
그리고 오토 일행은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오토바이병 닐스는 전투 도중 오토바이를 분실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헤어만의 집행유예 부대에 최근 들어온 것 이었다. 이렇게 오토, 스테판, 좀머,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 에밀은 닐스와 함께 특수 임무병으로 배치되었다. 뿐만 아니라 퀴벨바겐 한 대와 사이드카 달린 오토바이까지 한 대 받았다. 퀴벨바겐은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었다.
'퀴...퀴벨바겐까지?'
'도대체 무슨 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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