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토이펠 대대, 티거 중전차 대대로 개편되다!
이 시각, 모스크바 인근에 한 도시에서는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소련군 장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게 연설을 시작했다.
"승리 이외에 죽음! 그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파시스트가 이 저지선을 돌파하는 순간 모스크바는 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시스트가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와와!!!"
지금 독일군은 양쪽에서 모스크바를 감싸는 포위망을 완성한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이 시가지 또한 독일군에게 거의 점령 당하고 있었다. 소련군은 묵묵히 마지막 마호르카 담배를 피웠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독일군의 야포 소리, 박격포 소리, 총알 소리가 들렸다.
쿠르릉!! 쿠릉!!
쉿! 펑!! 쉿! 펑!!
이 야포 소리와 박격포 소리가 고약한 것이, 이젠 포격이 끝났겠지 싶어서 휴식을 취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리가 들린다. 한 달 정도 이런 포격 소리에 시달리고 나면 그 때부터는 어디 포탄이 떨어지던 익숙하게 담배도 피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모스크바에서는 혁명 기념식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크세니야가 류드밀라, 그 외 동료들과 혁명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말했다.
"혁명 기념식 때 까지만 버티면 이길 수 있어!"
모스크바의 민간인들이 이들에게 캔디와 쿠키를 나눠주었다. 크세니야가 나타샤에게 외쳤다.
"나타샤! 너도 먹어!!"
나타샤는 동료들 틈에서 쿠키를 먹었다. 다들 웃으면서 혁명 기념식을 기대하는게 웃기지도 않았다. 나타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혁명 기념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왜 이렇게 다들 멍청해? 설령 우리가 이긴다 치더라도 내가 뒤지면 그게 뭔 소용이야?'
나타샤는 자기 몫의 캔디를 먹는척 하다가 주머니에 넣고는 대피소로 돌아갔다. 혹시 독일군이 뿌린 삐라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위를 잘 살폈다.
'모스크바까지 독일군이 침투하면 나 혼자서라도 항복해야 한다!!'
나타샤는 며칠 전부터 하수구나 지하도 쪽에 숨기 좋은 곳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곳에서 모아둔 음식을 먹으며 버티던지, 아니면 삐라를 구해서 독일군에 항복하던지 살 수 있는 방법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나타샤는 커다란 광장에 가보았다.
'어마어마하네...'
독일군 폭격기의 1000kg의 폭탄은 광장에 어마어마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놓았다. 중대 전체가 넉넉하게 여기 들어갈 수 있을 것 이었다. 마치 소행성이라도 충돌할 것 같았다.
'크렘린 궁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타샤가 길을 걸어가는데 NKVD가 큰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해놓고는 통행을 막고 있었다.
'망할 NKVD...'
나타샤는 대피소쪽으로 돌아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건물은 항공기 눈에 띄지 않도록 어두운 페인트가 칠해져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 벽면에는 커다란 스탈린의 거대한 초상화가 붙어있었다. 나타샤는 그 초상화를 칼로 짓이기고 싶었다.
'저 시발 새끼...'
그 날 밤, 나타샤는 몰래 건물 위로 올라간 다음, 스탈린의 초상화에 검은 먹물을 부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1층으로 내려간 다음 대피소로 도망쳤다.
'헉...허억...'
다음 날, NKVD는 스탈린의 초상화에 먹물을 부은 것이 누구인지 찾겠다고 난리가 났다. 그 날 류드밀라 파블리첸코가 여군들에게 외쳤다.
"파시스트 특수 부대가 현재 침투해서 아군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어! 절대 혼자서 다니지 말고 꼭 셋 이상 같이 다녀!"
작은 류드밀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파시스트 특수 부대가 첩보전을 하는거겠지?"
"파시스트 놈들이 스탈린의 초상화에 잉크를 뿌렸대!"
"나쁜 파시스트놈들!!"
나타샤는 흑빵을 먹으며 딴청을 피웠다. 크세니야가 외쳤다.
"나타샤! 너도 조심해!"
한편, 만토이펠 대대의 전차 기동률은 현재 40프로로 처참한 상태였다. 소련군은 모든 곳에 대전차 지뢰를 이중, 삼중으로 깔아두었고, 아무리 공병이 지뢰 지대에 통로를 개척해도 결국 한 대씩 궤도가 터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슐레프 중대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자신들의 전차를 바라보았다. 티거 4대, 판터 3대가 전부였다. 게오르크가 외쳤다.
"이제 연료는 많이 안 먹겠군..."
그 때,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만토이펠 대대가 티거 중전차 대대로 개편된다는 것 이었다. 그렇게 만토이펠 대대는 구데리안 기갑군의 직할로 운용되게 되었다. 모두 기쁜 표정이었다.
"이..이럴 수가!!!"
슐레프 중대장 뿐만 아니라 마흐땅 2중대장 또한 몹시 기쁜 눈치였다. 프랑스 전쟁 고아 출신의 마르셀 마흐땅 2중대장은 22년 전에 한스한테 머리를 쥐어박힌 적이 있었다.(마지막 포성편 참조)그는 그 어린 시절부터 기갑 부대 장교를 꿈꿨던 것 이다.
티거 중전차 대대는 2개의 중전차 중대로 이루어진다. 또한 티거 중전차 중대의 편제는 티거 2대(지휘 전차), 티거 전차 2개 소대(각 소대 당 티거 4대), 3호 전차 2개 소대(각 소대당 3호 전차 4대)로 이루어진다.
또한 이 3호 전차들은 중대의 전방과 측면을 정찰하는 임무를 맡으며 티거를 엄호한다. 한스 파이퍼의 명령에 따라 만토이펠 대대는 기존 티거의 약점을 해결한 신형 티거를 추가로 받게 되었다. 기존에 티거는 주포 고정구 해체에 시간이 1분 가량 소요되었기 때문에, 부대가 기동하다가 갑작스러운 적의 매복에 주포 조정구를 해체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주포 조정구 해체의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소련군의 매복에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것 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상 탈출구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그리고 티거 중전차 대대로 편성되면 보급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가 된다. 철갑탄과 유탄도 모두 1:1 비율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이다.
또한 중대마다 정비 소대가 하나씩 있고, 각 중대마다 견인용 포차도 6대나 된다. 티거 한 대가 엄청난 군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 이었다.
처음으로 티거를 운용하게 된 전차장들은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티거 피벨에는 이 티거에 얼마나 많은 돈과 인력이 투자되었는지 적혀 있었다.
'내가 이 티거를 잘 운용할 수 있을까?'
'그냥 판터 정도면 적당한데!!'
그리고 티거를 받은 즉시, 만토이펠 대대는 모스크바 인근 시가지로 들어갔다. 소련군은 시가지 곳곳에 T-34의 포탑을 이용한 토치카를 만들어둔 상태였고, 이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전차 지원이 필수였다.
교차로마다 T-34의 포탑 토치카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포탄 탄피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포탑 토치카에 있는 소련군 포병에게 무선으로 독일군 전차가 도심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가 전달되었다.
"남서쪽 도로로 파시스트의 전차가 진행 중이다!!"
"알았다!!!"
그 소련군 포병은 포탑을 남서쪽으로 선회시켰다.
트으으 트드드드드
이 포탑 토치카는 교차로에 있는 모든 도로를 방어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포탄이 남아 있었다. 이 소련군 포병은 포탄 탄피에 오줌을 싸면서 이 곳에서 어제부터 계속 버티고 있었다.
"철갑탄 연속 장전!!!"
그리고 역시나 독일군의 전차가 모서리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인 상태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발사!!!"
티잉!!!
하지만 T-34가 발사한 티거에 도탄되었다.
'저건 티거다!!!'
그리고 티거의 88mm 주포가 토치카를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티잉!!! 쉬이잇!!!
티거가 발사한 88mm 철갑탄은 토치카를 넘어갔다. 소련군 포병은 티거의 주포를 노리고 다시 포탄을 발사했다.
티잉!!!
하지만 역시나 철갑탄은 빗나갔다. 그리고 다시 티거의 88mm 주포가 불을 뿜었다.
티잉!!
카가강!! 쿠과광!!!!
티거가 발사한 철갑탄이 토치카를 관통했고, 유폭되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쿠과광!!! 콰과광!!!
그렇게 오토의 티거는 교차로를 점거하고 있던 소련군의 토치카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격파 완료!!"
보병들이 우르르 달려나와서 인근 검물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관측창을 보며 천천히 티거를 전진시켰다. 어떤 건물에서 수류탄을 티거로 던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전투가 끝나고, 오토의 티거 소대는 중대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미 모스크바 일부 구역에서는 소련군과 독일군 사이에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에밀이 말했다.
"이제 일주일이면 끝나겠습니다!"
"로스케 놈들도 그냥 빨리 항복할 것 이지..."
티거 중전차 대대로 개편된 이후에 몇 신병이 들어왔다. 이 녀석들은 장전수나 통신병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완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오토가 신병들에게 외쳤다.
"먹을 수 있을때 먹어두게! 항상 보급이 이렇게 잘 되는 것이 아니네!!"
오토의 말에 신병들은 억지로 흑빵을 씹었다. 하지만 포격이 들릴 때마다 신병들은 어깨를 움츠렸다.
쿠르릉 쿠릉
'으익!!!'
이제 슬슬 날씨가 추워졌기에 오토는 소대원들과 함께 민가에서 담요, 이불, 양말 등을 노획하고 전차에 보관해두도록 했다. 아직 10월 초 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제법 낮았던 것 이다. 그리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볼프강이 불길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며 말했다.
"우리 생각보다 시간 안 남은거 아니냐? 이미 모스크바까지 진격은 했지만 라스푸티차 시작되면 지금보다도 보급이 안될텐데..."
아무도 이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볼프강이 말을 이었다.
"그니까 라스푸티차 전까지 일주일 정도 밖에 시간이 안 남았는데 그 때까지 모스크바 점령은 무리란 말일세. 또 점령을 한다고 쳐도 식량이랑 탄약 연료 보급이 안되는데 어쩔건가? 혹시 우리도 나폴레옹처럼..."
'저 눈치 없는 새끼...'
오토는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가서 쌍안경으로 주위를 관찰했다.
쿠과광!! 콰광!!!
대구경 포탄에 의해 건물이 무너지며 엄청난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공기가 충격을 받은 것이 오토가 있는 곳까지 전달되었다. 지금 사방팔방에 건물이 무너져서 생긴 잔해 더미가 있었다. 보병들이 점거한 주요 건물마다 테라스 쪽에 병사들이 자세를 낮추고 숨어 있었다.
"탄이 부족하다!!"
잠시 뒤, 한 소련군이 원반형 탄창을 가득 들고 와서는 자세를 낮추고 테라스로 간 다음, 동료들에게 재빨리 탄창을 전달해주었다. 탄창을 받고 소련군은 재빨리 따발총에 원반형 탄창을 장전했다.
이렇게 주요 건물마다 테라스에는 소련군의 보병이 숨어있었기 때문에 전차들은 시가지에서 기동할때 매우 유의해야 했다. 계속된 포격으로 도시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보병들이 우르르 물결치듯이 길을 건너곤 했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진격하는 보병들 중에 일부는 총에 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도심 곳곳에서는 박격포병들이 박격포를 끌고 오고 있었다. 이 박격포들은 잔해 더미 뒤에 숨겨져서 효과적으로 진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포병들 또한 셋이 야포 한 대에 붙어서 바퀴 달린 야포를 운반하고는 했다.
독일군은 점령한 시가지에 철십자 깃발을 달았다. 바람에 의해 철십자 깃발이 모스크바 인근 도심에서 휘날렸다.
그리고 이때, 우랄 산맥에서 모스크바로 오는 기나긴 롤반에서 수 많은 소련군의 군용 트럭들이 롤반을 따라 야포를 운반하고 있었다.
Comment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