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공동묘지
그렇게 오토 일행과 닐스는 집행유예 부대원으로서 과분한 퀴벨바겐과 사이드카 오토바이를 타고 특수 임무를 하게 되었다. 다른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퀴벨바겐을 보고 감탄했다.
"집행유예 부대도 실력만 좋으면 퀴벨바겐 타는구나!!"
퀴벨바겐은 고위 장교들도 자주 애용하고 티거 중전차 대대에나 연락용으로 한 두대씩 배치된다. 오토는 뿌듯함을 느끼고 의기양양해졌다.
'내가 네 놈들처럼 지뢰 제거나 하는 집행유예 부대원인줄 아냐...'
에밀이 말했다.
"여덟 명이 여기 어떻게 탈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을 허락받아도 될지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오토는 머리를 굴렸다. 퀴벨바겐에는 최대 4명, 오토바이에는 2명까지 탈 수 있었다. 결국 6명이 퀴벨바겐에 어떻게던 몸을 우겨넣어서 탑승해보았다.
"악!! 비좁아!!"
"내가 오토바이 타면 안 되냐?"
오토바이 운전병이었던 닐스 다음으로 오토바이 운전은 스테판이 능했기에, 닐스와 스테판을 제외하고 오토, 좀머,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 에밀은 퀴벨바겐에 6명이 몸을 구겨서 우겨타야했다. 오토 또한 퀴벨바겐 뒷좌석에서 낑겨 있었다.
'이런 시발!!'
헤어만 중대장이 이들에게 외쳤다.
"오늘 귀관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대단히 중요하다! 귀관들의 임무에 앞으로 벌어질 중요한 전투가 달려있다!!"
다른 집행유예 부대원들 또한 도대체 어떤 임무인지 궁금해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오토 일행은 야간을 틈타 소련군의 지뢰 매설 구역을 찾아내는 임무를 하게 되었다. 마티아스가 퀴벨바겐을 운전하였고 오토 일행은 모두 퀴벨바겐에서 덜컹거렸다. 공간이 비좁았기에 지뢰 탐지기와 각종 도구를 들고 있어야 했다. 알프레트가 울부짖었다.
"무슨 특수 임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냥 지뢰 탐지 임무였네요!"
오토가 외쳤다.
"이건 아주 중요한 특수 임무다! 소련군은 강력한 화공망으로 아군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혼란에 빠트리고 지뢰 지대로 몰아낸다! 그렇게 대규모 기갑부대가 한번 지뢰 지대에 잘못 유인되면 탈출도 힘들어진다! 지뢰를 제거하는 공병들과 기동불가된 기갑부대에 로스케들이 집중 포격을 퍼붓는다!"
오토의 말대로 소련군은 점점 발전된 전술을 쓰고 있었다. 에밀이 외쳤다.
"그냥 부대 복귀 안하고 계속 집행유예 부대에서 화장실이나 건설하는게 어떨...악!!"
오토가 에밀의 대가리를 쳤다.
"반드시 모스크바 전투가 끝나기 전에 부대 복귀해야한다!! 모두 훈장을 받아서 자랑스럽게 고향에 돌아간다!"
잠시 뒤 오토 일행은 지뢰 탐지기를 갖고 드넓은 땅을 속속들이 지뢰 탐지하기 시작했다. 지뢰 탐지기로 훑어본 결과 아무 지뢰가 탐지되지 않은 지역은 모두 지도에 표시했다. 좀머가 투덜거렸다.
"근데 이게 소용있는건가? 어차피 소련놈들은 3시간이면 멀쩡했던 땅도 지뢰밭으로 만들지 않나?"
그 때 오토가 지뢰탐지기로 훑다가 좀머랑 가까운 곳에서 지뢰탐지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삐이이 삐이이익
좀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시...시발!!!"
스테판 또한 한 발자국도 더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팔을 뻗어 북동쪽으로 지뢰탐지기를 뻗어보았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익
"여기 다 지뢰밭이군."
좀머, 오토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뒤로 물러났다. 좀머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으아아아아...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삐이이이이이
오토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자네 발 밑에 있는데..."
"으아악!! 아아아악!!!"
"대전차지뢰 같네. 잠시만."
오토와 동료들은 모두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좀머가 울부짖었다.
"이봐!! 기다려!! 나만 냅두고 가지마!!"
오토가 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외쳤다.
"대전차지뢰인 것 같으니 그냥 천천히 걸어나오게!!"
좀머는 눈을 질끈 감고는 벌벌 떨었다.
"으아아...으아아아아..."
솔직히 말해서 오토 일행은 좀머를 내버려두고 그냥 튀고 싶었다. 하지만 좀머는 상당히 뛰어난 전차장이었기에 오토는 좀머를 격려했다.
"괜찮네! 그냥 걸어나오게!!"
좀머는 눈을 질끈 감고는 냅다 지뢰밭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우와와와!!!"
그렇게 오토 일행은 다시 퀴벨바겐을 타고는 본부로 복귀했다. 좀머는 다시 신경증이 도져서 계속해서 얼굴이랑 왼쪽팔 근육이 경련하는 증세가 생겨났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이렇게 오토 일행이 지뢰 탐지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헤어만 중대장은 지뢰 지대가 표시된 지도를 받고는 오토를 다음 임무에 투입했다. 이번 임무는 공동묘지에서 보초를 서는 것 이었다. 수 많은 묘지석이 있는 공동묘지에서 보초를 서는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어쨋거나 오토는 에밀, 요하네스와 함께 묘지 근처에 있는 호에서 보초를 서야했다.
야간에 보초를 설 때는 담배도 피우지 못하고 사소한 잡담도 하지 말아야하고,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도 내면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했다간 다 졸아서 적한테 목이 베일 수도 있었기에 오토는 묘안을 냈다.
이 공동묘지에는 커다란 십자가 모양으로 땅을 판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제각기 동,서,남,북 네 방향에 사람이 엎드려서 보초를 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십자가의 중앙으로 서로의 발이 교차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의 발을 툭툭치셔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20분에 한 번씩 시계 반대 방향에 있는 동료를 깨우고 한칸씩 이동한다!"
그렇게 오토, 에밀, 요하네스는 어둠 속에서 집중하면서 경계를 섰다. 오토는 졸음을 떨치기 위해 머리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황야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있는데, 그 꽃은 에리카라고 하네. 10만 마리의 자그마한 꿀벌들로부터 열렬하게 모여드는 것은 에리카라네. 기갑척탄병이여, 승리를 향해 전진하라! 장갑척탄병이여, 전진하라, 공격하라! 나에게는 전우가 있었네, 한 명의 절친한 친구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장에...나는 병사라네,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군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묻지도 않았네...프리드리히 대왕이시여, 우리의 국왕이자 주군이시여,폭풍우가 불어도, 눈보라가 휘날려도, 태양이 우릴 향해 웃어도, 독일을 위해 죽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높은 영예이다! 귀신잡는 용사 전차병 우리는 기갑군 젊은 피가 끓는 정열 어느누가 막으랴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사랑에는 약한 전차병 대지의 사나이 꿈속에서 보는 처녀 나는 너를 좋아해 싸워서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 헤이빠빠리빠 헤이빠빠리빠 부라보! 부라보!'
갑자기 오토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 노랜 도대체 뭔 노래지?'
하지만 멜로디가 좋았기에 오토는 계속해서 머리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우크라이라이라이...'
오토는 졸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오토는 황제에게 직접 백엽 기사십자 철십자장을 수여받고 있었다. 티거 중전차 대대로 어마어마한 공을 세운 것 이었다. 그 때, 누군가 오토의 오른쪽 발을 툭툭 건드렸고 오토는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군...'
오토는 왼쪽발로 시계 반대방향에 있는 에밀을 건드렸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칸 옮겼다. 그렇게 20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겼고 어느 새 새벽 3시 55분이 되었다. 오토는 머리 속으로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어떻게던 버텼다. 조금만 있으면 뜨뜻한 스프와 함께 쉴 수 있을 것 이다. 그 때, 스테판, 좀머, 알프레트, 마티아스가 와서는 교대를 했다.
오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몸이 뻐근했다.
'드디어 끝이다!!!'
헤어만 중대장도 와서 이들을 격려했다.
"아주 훌륭하네! 조만간 자네들은 직위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걸세!"
에밀이 자랑스럽게 어떻게 한 번도 안 졸았는지 설명했다.
"20분에 한 번씩 시계 반대방향에 있는 동료를 깨워줘서 졸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좋은 방법이군!"
그 때, 스테판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20분에 한 번씩 시계 반대방향에 동료를 깨워줬다고?"
"그렇네! 왼쪽 발로 툭툭 쳐서 깨우면 되네!"
스테판은 땅에 십자가를 그리고는 담배 세 개피를 넣어두었다. 그리고 한 칸씩 담배 세 개피를 옮겨보았다.
"이렇게 한 칸씩 옮기면 결국 마지막엔 깨워줄 수 있는 동료가 없습니다."
스테판의 말대로 마지막 담배는 더 이상 깨워줄 수 있는 동료가 남지 않았다. 헤어만 중대장이 말했다.
"그런가? 확실히 이상하군."
에밀과 요하네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우...우리는 그럼 도대체 어떻게..."
오토는 애써 태연한척 했다.
"하하하...아하하하..."
하지만 오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오토 일행이 휴식을 취하는데, 소련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쿠르릉 쿠릉 쿠르르릉
오토와 친구들은 참호로 달려갔다.
"으아아악!!!"
쉬이이잇
별똥별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진지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에 대구경 포탄이 떨어졌다.
쿠과과광!!
오토 일행은 참호 속에 들어간 다음 덮개를 덮어두었다.
쿠과광!! 쿠과광!! 쉬이이익 쿠오오오오 구오오오오
소련군의 포병대가 있는 쪽에서 대구경포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는 계속 번쩍거리고 있었다.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쿠구궁!! 쿠과광!! 쿠구궁!!!
영원과도 같던 포격이 끝나고, 오토 일행은 참호 뚜껑을 열고는 고개를 내밀어보았다. 기껏 만들어둔 진지는 거의 뒤집힌 상태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건물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 때 누가 외쳤다.
"여기 묻혔어!!"
"빨리 파!!!"
오토 또한 손으로 허둥지둥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 묻혔다는건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땅이 조금씩 꿈틀거렸도 오토는 그 쪽을 파기 시작했다. 둥그런 슈탈헬름이 만져졌다.
"찾았다!!!"
곧이어 사람의 얼굴이 만져졌고 묻혀 있던 녀석이 입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흙을 뱉어냈다.
"크억...켁...켁..."
진지로 쓰던 오두막도 무너지고 야포도 망가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복구 작업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때, 기갑 척탄병 녀석들이 소련군 포로들을 잡은 채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이 소련군 포로들은 모두 머리 뒤로 양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헤어만 중대장이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에게 외쳤다.
"포로 무장해체시키게!!"
그렇게 오토는 소련군 포로들의 군복을 뒤지면서 당원증이나 군인 신분증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당원증이 있는 포로들은 따로 분류하고 심문을 해야했기에 이 작업은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소련군 포로 중에 많은 수는 군인 신분증도 없었다.
"군인 신분증은 어딨냐?"
"없습니다!"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계속 굴렀는데 그래도 포로 상대로는 이렇게 호통도 칠 수 있어서 오토는 오랜만에 권위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도 열심히 포로들의 군복을 뒤졌다. 그 때, 오토는 얼굴이 번지르르해보이는 녀석을 발견했다.
'이 녀석은 왠지 당원같은데...'
하지만 군복을 뒤져봐도 군인신분증은 나오지 않았다. 오토가 외쳤다.
"군인 신분증!!"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소련군이 군인 신분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최근까지도 잘 먹은 것이 분명했고 나름 수염까지 제대로 기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정치 장교인 것이 틀림없었다.
"군화 벗어!!"
군화를 벗어보니 그 안에 당원증과 군인 신분증이 나왔다. 오토는 그 당원증을 정치 장교 눈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이건 당원증이 아니고 뭔가?"
그 소련군 정치 장교는 당원증을 재빨리 입으로 물고 씹어먹기 시작했다. 오토가 외쳤다.
"당장 뱉어!!"
이 소련군 정치 장교는 당원증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는 얄미운 표정으로 오토를 보고 씨익 웃었다. 오토는 이 소련군 정치 장교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최근 들어서 군에서 포로에 대한 가혹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이 망할 놈이!!"
한편, 독일 측에서는 양면 전선 형성은 막아야 했기에 프랑스 의회가 사회당 중심으로 뭉치고, 프랑수아 드 라 로크가 총리, 페탱이 대통령이 되고 드골이 군부를 장악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물론 드골도 준장에 불과했고, 현 시점 드골보다는 가믈랭이 군부를 장악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 병사들과 백군이 러시아에서 민간인에게 보복 행위를 하지 않도록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이는 군 내부의 질서 유지와 사기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독일인, 오스트리아인, 헝가리군, 루마니아군들은 러시아 민간인들에게 도가 지나친 보복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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