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파이퍼 사임하다 - 발할라의 전사들
한스는 중상을 입은 부상병들을 모두 격려했다.
'대충하고 빨리 돌아가야지!!'
한스를 취재하는 기사들 중에는 로버트 카파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크라우제는 한스가 부상병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촬영했지만, 로버트 카파는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상병들을 촬영했다. 그리고 한스는 한 병사에게 걸어갔다. 그 병사는 다른 부상병들과는 달리 붕대를 감고 있지도 않았고 사지가 멀쩡했다.
'장티푸스에 걸린건가?'
한스는 그 병사가 혹시나 장티푸스에 걸렸을까봐 최대한 거리를 두고 말했다.
"혹시 장염에 걸린건가? 나와 다른 장성들 또한 자네 나이 때 장염에 걸려서 포탄 구덩이를 돌아다니곤 했네!!"
세계대전때 한스 또한 장염에 걸려서 여러 포탄 구덩이를 돌아다니면서 똥을 싸고는 했던 것 이었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죽고 싶겠지만 2주면 멀끔하게 나아서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울 수 있을걸세! 철십자 훈장을 받고 용맹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세!"
그 병사가 질질 짜며 말했다.
"자..장염이 아닙니다. 모...못 싸우겠습니다."
한스는 혹시나 자신이 말 실수를 했나 싶었다.
'모...못 고치는 병인가? 혹시 다른 전염병이 유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무슨 병인가?"
"포...포격이 너무 무섭습니다. 총을 쏘려고 했는데 총알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하!"
한스는 그 병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포격이 두렵고 총을 쏘려고 했는데 총알이 발사되지 않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일세! 나도 이등병 시절에 총을 쐈다고 생각했는데 발사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걸세!"
'이 얼간이 같은 녀석이 부상도 안 입으면서 치료소 자리만 차지하고 있군!!!'
한스는 당장에라도 이 새끼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고 싶었다. 한스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지금 모스크바가 눈 앞에 있네. 독일 제국 전체의 운명이 앞으로 한달간의 전투에 달려있네. 저 친구들을 보게나. 저들은 싸우고 싶어도 다시 싸울 수 없네! 일주일만 최전선에서 버티면 포격이 들리는 와중에도 똥을 싸면서 담배를 피울걸세! 자, 싸울 수 있겠지?"
지금 치료소에 부상을 입은 병사들 모두 식은 땀을 흘리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눈치 없는 기열 찐빠 새끼!!'
'그냥 싸울 수 있다고 하란 말이야!!'
'아오 저 폐급!'
하지만 그 병사가 울부짖었다.
"못하겠습니다!!"
퍼억!!!
한스는 그 병사의 싸대기를 갈겼다.
"이런 병신같은 놈!!!"
위생병들이 달려왔고 한스는 계속해서 그 병사의 싸대기를 쳤다.
퍽!! 퍼억!!
"이런 겁쟁이들 때문에 공포가 전염되는거다!! 당장 끌어내서 최전방에 배치시켜!! 군기가 개판이군. 20년 전에 저런 새끼는 총살이었어!!"
부상병들은 모두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좆됐다!!'
10분 뒤, 한스는 치료소 밖으로 나왔다. 한스는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벼..별로 세게 안 때렸으니까...'
다그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의 표정은 말 잘못했다간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한스의 부관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왜 후회할 짓을 하셔서...'
그로부터 얼마 뒤, 한스가 이등병의 싸대기를 갈긴 것은 전세계 신문에 보도되었다. 현재 미국에 있는 패튼이 이 신문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파이퍼 이 얼간이 같은 놈..."
한스는 세계대전 전쟁 영웅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진급은 히틀러의 비호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군 내부에서는 융커 세력이 한스에게 이를 갈고 있었던 것 이다. 뿐만 아니라 히틀러는 군 부조리 척결을 자신의 주요 개혁 정책 중에 하나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스는 현재 히틀러가 있는 최전선의 늑대굴로 호출을 받았다.
한스는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내가 먼저 사임하면 아돌프는 분명 이를 유보하겠지?'
지금 한스에 대한 여론이 장난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히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스는 자신이 먼저 히틀러에게 사임을 표명하고, 히틀러가 이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보전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같이 중요한 시기에 사임이 될리가 없다...이런 쓸데없는 일 때문에 시간 낭비할 수는 없다. 현재 사단의 위치를...'
그렇게 한스는 늑대굴로 들어갔다. 히틀러는 다른 참모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잠시 뒤, 다른 참모들이 모두 나갔고 한스는 히틀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히틀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내...내가 실수한건가?'
그 때 한 참모가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왔다. 히틀러가 말했다.
"10분 뒤에 다시 오게."
히틀러의 얼굴에서는 미세하게 경련이 있었다. 그리고 히틀러는 한스 파이퍼에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독일 제국의 명운이 달려있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사임한다고?"
한스는 식은 땀만 줄줄 흘렸다. 히틀러의 대노한 목소리는 회의실 밖에까지 다 퍼졌다. 장성들은 물론이고 요리사와 비서들도 모두 가까이 와서 히틀러의 말에 귀를 기울였따.
"이런 무책임하고 태만한 경우를 봤나!!!"
히틀러의 말에 한스는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
'내...내가 태만하다고? 내가?'
한스는 히틀러가 이렇게 대노한 것은 처음 보았다. 히틀러는 모형 지도 위에 놓여있는 사단을 표시하는 깃발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보게 파이퍼 백작!!! 자네는 이것이 체스 게임이라도 되는 줄 아는 것 인가? 이것은 자네의 체스 말이고?"
히틀러의 말에 한스는 순간 뜨끔했다. 히틀러는 물을 천천히 들이키고는 한스에게 말했다.
"잠시 쉬는 것도 괜찮겠군."
그렇게 한스 파이퍼는 해임되었다. 안 그래도 한스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장군들이 한스에게 말했다.
"자네가 부럽군!!"
"나도 휴가 가고 싶네!!"
한스는 억지로 이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장군들은 한스의 입꼬리가 경련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네 놈도 끈 떨어졌다!!!'
한스는 열차를 타고는 멍하니 집으로 돌아갔다. 다그마는 한스를 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가엾어...'
그렇게 한스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스의 부모님,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 등 모든 가족들이 한스를 위하여 파티를 열어둔 참이었다. 뮐러 씨가 한스에게 말했다.
"오히려 이게 잘된 일일지도 모르네."
엠마가 한스를 위하여 케이크를 구워둔 상태였다. 뮐러 부인도 한스를 격려했다.
"자네는 여태까지 독일 제국을 위하여 충분히 노력했네."
한스는 그 말에 여태까지 이등병 시절부터 자신이 겪어왔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토, 스테판에게 편지 못 받으셨습니까?"
그렇게 한스는 오토와 스테판이 저지른 추악한 일을 모두 앞에서 말했다. 뮐러 부인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아니야..."
요제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그럴 리가 없어...그 착한 녀석들이..."
한스가 테이블에 앉아서 자신의 크리스탈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원래 전쟁터에서는 누구나 살인을 하는 법이죠."
요제프와 뮐러 씨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세대였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 이었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별거 아닙니다! 십자군 전쟁 때도 나폴레옹 전쟁 때도 늘 흔하게 있던 일입니다. 오토와 스테판 그 녀석들이 죽인 자들이 몇 명인데 고작 그런걸로 놀라십니까?"
뮐러 씨가 한스에게 말했다.
"그...피해를 입은 여성은 어디 있는가? 어떻게던 보상을 해야하네!!! 내 손주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이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네!! 돈으로 보상해서 앞으로 평생동안 먹고 살 수 있도록..."
"끄윽...끅...우하하하!!!! 푸흡!!"
한스가 웃음을 터트리다가 그만 와인을 입에서 뿜어내고 말았다.
"그 여자 죽었습니다."
뮐러 씨가 뒷목을 잡고는 비틀거렸다.
"이럴...수가..."
"으어엉!!! 으어어엉!!!!"
요제프가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다 내 잘못이야!!! 으아엉!!! 내가 한스 저 녀석을 때려서 이렇게 된 것이오!! 다 제 잘못입니다!!! 으아악!!!"
한스는 낄낄거리며 축음기로 걸어간 다음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튼 다음 의자에 앉아서 손으로 음악에 맞춰 지휘를 했다. 요제프는 계속 통곡을 하며 절규했다.
"으허억!! 오토와 스테판 그 멍청하고 불쌍한 녀석들이...끄윽...끅...평생 후회할텐데 어째서 그런 짓을..."
한스가 말했다.
"저보고 전쟁에 참전해서 독일 제국을 위해 싸워서 진정한 남자가 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뮐러 씨가 한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한스. 자네는 오랫동안 전쟁을 겪어서 피폐해진걸세. 나와 같이 성당에 가서 고해 성사를 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걸세."
한스가 말했다.
"제가 믿는 신은 오딘 뿐입니다. 저와 오토, 스테판 모두 발할라에 가게 될 것 입니다!"
요제프는 여전히 통곡하고 있었다. 뮐러 씨가 요제프에게 가서 말했다.
"나갑시다."
그렇게 뮐러 부부와 엠마, 요제프는 집을 떠났다. 한스는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감상하였다.
'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지?'
한스는 자신의 원수봉과 수 많은 훈장을 바라보았다. 한스는 눈을 감았다. 한스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세포 속에서 수 많은 선조들이 여러 번 전쟁을 겪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어느 시대에 한스는 무거운 사슬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달리며 커다란 검을 휘둘렀다.
어떤 시대에 한스는 바이킹으로서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했다.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는 한스는 배 갑판 위에서 눈을 감고는 조만간 있을 전투를 상상하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 한스는 검을 살 돈이 없어서 농사지을때 쓰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돈을 벌게 되면 기필코 좋은 검을 사고 말 것 이다.
다음 날, 한스의 나무로 된 방패에 화살이 꽂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앞에 있는 적군의 두개골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발할라!!!!!"
둥 둥 둥 둥 둥
어떤 시대에 한스는 엿 같은 머스킷 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초반 전투에서는 이 머스킷 총이 좆같았지만 어느새 이빨로 화약포를 찢을 때마다 조만간 적군의 허파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인간에게 이름이 없던 시절에 한스는 돌도끼를 가지고 다른 부족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그 날, 한스와 부족민들은 일렁이는 모닥불 앞에서 적군의 심장을 향해 돌도끼를 치켜들었다.
한스는 여태까지 수천 번 적군의 피가 자신의 얼굴에 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내가 독일 제국을 위해 싸워왔었나?'
한스는 거실에 걸린 철십자기를 바라보았다.
'나는 위대한 전사로서 싸워왔고 조만간 신들의 영토 발할라로 갈 것 이다. 그 곳에서 나폴레옹, 힌덴부르크, 프리드리히, 크누트 대왕 등과 함께 영웅담을 나눌 것 이다.'
잠시 뒤, 에밀라과 맛있는 빵과 과일을 들고 마야와 함께 돌아왔다. 이미 뮐러 부부, 요제프, 엠마는 보이지 않았고 한스 혼자서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듣고 있는 중 이었다.
그리고 이 시각, 오토 파이퍼는 소련군의 T-34를 향해서 철갑탄을 발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발사!!!"
퍼엉!!! 쉬이잇!! 쿠과광!!!!
오토는 페비틴을 끊은지 오래 되었고 술조차 마시지 않았음에도 온 몸에서 전율이 끌어올랐다.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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