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전투 시작
1940년 9월 이미 모스크바 전투는 시작된 상태였다. 지금 구데리안 기갑군은 소련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었다. 모스크바 상공에는 방공 기구들이 둥둥 떠 있었다.
하지만 오토가 소속된 집행유예 부대는 모스크바로부터 8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에밀이 말했다.
"스탈린이 모스크바에 남았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놈들은 10월 혁명 기념식도 준비하고 있다더군! 스탈린다운 허세야!"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가수, 배우들 또한 군 사기를 위하여 피난가지 않고 예정대로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러한 정보들은 소련군 포로를 심문해서 얻어낼 수 있었다. 지금 모스크바는 독일군에게 거의 포위가 된 상태였음에도 소련군은 모스크바로 무기, 식량 등이 보급되는 철도는 어떻게던 지켜내고 있었다. 만토이펠 대대는 이 철도 쪽에서 소련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편, 히틀러는 베를린 체육궁전에 수 많은 독일 대중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지금 동부전선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모스크바를 포위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이 전개되었으며 적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섬멸될 것 입니다!!"
많은 독일인들은 현재 담배가 부족했기에 담배 꽁초를 주워야 했고 제대로 된 커피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혹시 자신의 아들, 남편의 전사 소식이 들려온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해야했다. 우편물을 확인할때마다 이들은 눈을 질끈 감고는 했다. 그리고 우편물이 오지 않았으면 그제야 안심하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들과 남편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이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던 것 이다.
하지만 히틀러의 연설이 끝나자 모든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환호했다. 어떻게던 이 전쟁은 의미가 있어야 하고, 이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올 것 이라고 이들은 믿었다. 대다수는 이번 전쟁이 독일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줄 것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호소력을 지닌 히틀러의 연설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전쟁 이후에는 엄청난 호황기를 맞이할 것 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독일군은 강력한 모스크바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주요 건물들은 피격당했고, 민간인들은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계속 대피를 해야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짐꾸러기 마냥 널려 있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치료소로도 쓰이고 있었고 이 멋진 지하철역 여기저기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이들은 제발 라스푸티차와 추위가 빨리 와서 독일군을 몰아내주기를 기도했다.
한편, 롬멜 사단의 감청병들은 소련군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무전수의 통신을 감청하기 때문에 이들은 각자 감청하는 무전수의 리듬 스타일까지 잘 알고 있었다. 한 감청병은 통신을 감청하다가 의아해했다.
'무전수가 바뀌었나?'
점점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으나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다른 부대에 비해서 따뜻한 옷을 배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발싸개로 쓸 천 또한 보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토는 군화를 벗으려고 했지만 발이 퉁퉁 부어서 잘 벗겨지지 않았다. 결국 에밀이 오토의 군화를 벗겼다.
"살살 벗기게! 윽!!"
군화를 벗겨보니 발은 짓물러지고 피가 고인 커다란 물집에 발톱이 빠진 상태였다.
'시발...'
오토는 발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따가 다시 군화를 신는 일 또한 고역일 것 이었다. 그 때, 좀머는 죽어가는 소련군의 상의를 벗기고는 런닝을 찢어내서 발싸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토가 이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저..저거!!"
좀머가 외쳤다.
"시체 썩기 전에 자네들도 빨리 천 구하는게 좋을걸세!!"
결국 오토 또한 발싸개가 필요했기에 단도를 들고 소련군 포로들에게 걸어갔다. 오토는 가급적 피가 묻지 않은 발싸개를 구하고 싶었다.
'다리만 다친 녀석이 있으면 좋을텐데...'
다리 한 쪽이 날아가서 위생병한테 응급처치를 받은 소련군은 오토가 칼을 들고 다가오자 휘둥그레한 눈으로 이를 쳐다보았다.
"으...으아아..."
오토가 외쳤다.
"바...발싸개만 가져가는걸세!!"
그렇게 오토는 칼로 두 소련군의 런닝을 찢어내고 발싸개를 만들어서 발에 감기 시작했다. 전차병으로 있을때는 발싸개가 필요없었는데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있을때는 온갖 임무를 도맡아하기 때문에 발싸개가 필수였다. 오토를 포함한 집행유예 부대원들도 이렇게 발싸개를 만든 다음, 엿 같은 표정으로 천막 안에 모여서 휴식을 취했다. 기분이 좆 같았다. 알프레트가 말했다.
"전차병은 발싸개 필요없을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스테판이 말했다.
"추워지면 전차병도 발싸개가 필요할걸세. 혹시 모르니 지푸라기 같은거 챙겨두게나. 군화 속에 넣어두면 좋다는군."
오토가 말했다.
"걱정 말게! 11월 전에 전쟁은 끝날걸세!"
하지만 오토는 지푸라기를 챙겨두기로 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확실히 점점 찬바람이 부네요."
"9월인데 이렇게 쌀쌀하다니..."
좀머가 말했다.
"러시아 놈들은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수도를 세운건지 모르겠군!! 얼어 뒤지고 싶나?"
에밀이 불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행유예 부대라고 동계 피복도 안 주는건 아니겠죠?"
오토가 말했다.
"독일 제국군은 한참 전부터 동계 피복을 징발했네! 동계 피복은 넘칠테니 분명 집행유예 부대에도 보급될걸세!"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이들에게 외쳤다.
"다들 불편한거 없지? 우리 부대만큼 생활하기 좋은 집행유예 부대는 어디에도 없을거다!"
그 때 에밀이 외쳤다.
"중대장님! 질문을 해도될지 궁금해하는 것을 허락받아도 될지 여부를 여쭈어도 괜찮습니까!"
"물어보게!"
"집행유예 부대원도 사람입니까?"
헤어만 중대장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에밀을 쳐다보았다.
"다시 한 번 물어보게."
에밀은 억지 웃음을 지었다.
"집행유예 부대원도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봐도 될지 여쭈는 것을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
"아쎄이 주제에 질문을? 새끼...기열!!!"
결국 에밀은 기합을 받았지만 오토를 포함한 동료들은 모두 속시원해했다. 실력이 좋은 집행유예 부대원이라는 이유로 다른 부대가 해야하는 임무의 2~3배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습니다."
좀머가 말했다.
"라드 물에 넣고 끓여먹으면 고기 향이라도 느낄 수 있네!"
최근에 소련군에게서 라드(돼지 기름)를 노획했는데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이걸 야채 통조림과 같이 반합에 넣고 끓여서 그나마 고기를 맛볼 수 있었던 것 이다. 진짜 비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오토 일행은 다들 머리 속으로 맛있는 고기를 먹는 상상을 했다.
"라드가 아니라 진짜 돼지 고기를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냥을 하거나 마을에서 가축을 구입해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지금은 요원한 일이었다.
잠시 뒤, 오토 일행은 최근에 전투가 벌어졌다고 하는 구역에 가서 정찰 임무를 맡게 되었다. 듣기로는 독일군 전차 소대가 소련군을 섬멸하고는 급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오토 일행은 소련군의 시체에서 당원증과 군인 신분증을 노획해야 했다.
오토 일행이 도착해보니, 소련군의 시체와 격파된 장갑차, 그리고 방금 전에 기관총을 맞고 죽은 말의 시체가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 시체들은 부풀어오르면서 그 특유의 발효 음식 냄새를 풍길 것 이었다. 시체들은 부패되기 시작하면 발효 치즈가 들어있는 파스타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오토는 소련군의 군복에서 당원증과 군인 신분증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 좀머가 외쳤다.
"고기다!!"
"서..설마 그걸 먹겠다고?"
좀머는 칼을 꺼낸 다음 말을 해체할 준비를 했다. 스테판이 외쳤다.
"이봐!! 여기서 그걸 해체하고 구워서 요리할 시간이 없다고!"
좀머 또한 고기를 해체해본 적은 없어서 망설이는 듯 했다.
"내가 들었는데 썩기 전에는 고기를 익히지 않아도 먹을만 하다고 들었네!"
오토가 말했다.
"여기 고기 해체해본 사람 있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고기만 생각하면 입맛이 돋궈지기는 했지만 굳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던 것 이다. 잠시 뒤, 오토 일행은 옷소매를 걷고는 칼을 이용해서 싱싱한 말의 고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숨을 쉬던 생명체의 고기는 살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피투성이의 살점들은 여전히 재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오토는 이마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의 뇌가 파괴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망설이던 좀머는 적당히 잘라낸 말의 생살을 입 안으로 넣어보았다.
"맛있어!!"
오토는 그 생살을 먹으려고 했지만 피 냄새가 너무 독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했던 오토 또한 결국 고기를 먹어보았다.
'!!!'
지금까지 구워서 먹은 고기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고기의 육즙, 피, 모든 날것의 단백질이 그대로 몸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잠시 뒤, 오토는 말의 갈비뼈 옆에 붙어있는 살점을 때서 먹어보았다. 뼈 옆에 있는 부위가 더 맛이 있었다. 오토 일행은 모두 손과 입에 피를 묻혀가면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때 스테판이 말했다.
"그냥 저쪽 관목림 들어가서 구워 먹는게 어떤가?"
'진작 좀 말할 것 이지...'
그렇게 오토 일행은 관목림 안에 들어가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토는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던 야만인(이 당시에는 인종차별적 의식이 만연했다)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불을 피워놓고 그 주위에서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일종의 종교적 의식에 심취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오토는 일렁이는 작은 모닥불 위에서 나무 꼬챙이에 꿴 말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태고적부터 인류가 불길 앞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시작했다. 좀머가 꼬챙이를 이리 저리 돌려가며 고기를 구웠고 맛 좋은 향이 나기 시작했다. 다 익은 고기에 소금을 뿌려서 다들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앗 뜨거!!"
전차병들은 허겁지겁 고기를 맛보았다. 스테판이 말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알프레트가 근처에 하천에서 수통에 물을 떠왔다. 그렇게 이들은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었다. 전차 부대에 있을때 죽은 말의 고기를 이용해서 만든 미트볼이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런 미트볼 따위는 야외에서 이렇게 직접 구워서 먹는 고기하고는 비교가 안 되었다.
"맛있다!"
요하네스는 고기를 먹으며 판처리트를 흥얼거렸다.
"먼지 투성이 얼굴을 하고도, 우리들은 행복하다! 그래, 행복하다! 우리의 전차는 폭풍 속에서 돌진한다!"
이렇게 같이 모닥풀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먹으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연대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알프레트가 말했다.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이렇게 사냥을 하고 같이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부족을 형성한 것 같습니다!"
"사냥을 할 때는 내 뒤를 동료에게 맡겨야 하니 당연하지!"
요하네스가 말했다.
"제가 취미로 인류학을 배웠는데 원시 시대에는 모든 남성 부족들이 이웃 부족을 몰살시키고 남자는 신생아까지 다 죽이고 여자는 죄다 강간하고 임산부까지 죽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쟁에서 살아남은 부족만이 현재 인류로 남아있는것이죠!"
좀머가 눈을 찌푸렸다.
"고약하군!"
오토와 스테판은 식은 땀이 줄줄 흘렀지만 요하네스가 계속 주절거렸다.
"십자군 전쟁 때도 명분은 신성한 종교 전쟁이었지만 수 많은 약탈과 강간을 저질렀죠! 어떤 학자들은 인간이 느끼는 유대감, 동료애에 대해서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원시 부족은 같이 고기를 사냥하고 여인을 강간하면서 유대감을 다졌다고 말입니다!"
좀머가 욕설을 퍼부었다.
"바비큐 파티 하는데 엿 같은 소리 좀 작작하게! 문명이 생기고 인류는 발전하고 있네. 뭐 지금도 전선에서 강간 같은 고약한 짓거리를 저리는 놈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점점 줄어들걸세."
마티아스가 말했다.
"내가 볼때는 소련놈들은 선천적으로 강간을 좋아하는 놈들이라 문명으로도 애네는 제어가 안 되는 녀석들이네! 그냥 다 말살해버려야지!"
"자네 그거 인종차별 금지법 위반인거 아냐?"
히틀러는 법적으로 인종 차별을 금지하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까지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던 것 이다.
오토 일행은 그렇게 계속 떠들면서 맛 좋은 고기를 먹었다.
"후추 있냐?"
사실 이렇게 오랜 기간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기를 먹는 것이 더 급했다.
배 터지게 먹고 나서 반합 속에 남은 고기들도 챙긴 다음에 이들은 근처 하천에서 손을 씻고는 부대로 복귀했다. 이 남은 고기들로 이따가 고기 스프를 끓여먹을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렇게 복귀한 다음 이들은 쉬지도 못하고 참호 건설을 해야 했다.
한편, 연대에서 세탁병 출신 소련 여군 포로들은 독일군 장교의 옷을 빠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렇게 세탁을 하면서 빵과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독일군들은 소련 여군 포로들을 세탁일에 써먹을 수 있어서 아주 기뻐했다.
이 세탁일이라는 것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군인들이 입고 있던 옷들은 엄청나게 더러웠고 이가 바글바글했다. 세탁을 하면서 계속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세탁을 하는데 쓰이는 비누 또한 부족했고 성분이 대단히 독했다. 시커멓고 조악한 비누를 이용해서 세탁을 하다보면 손의 피부는 다 벗겨지고 손톱도 손상되고 결국 손톱이 빠져버린다. 그리고 이 무거운 빨랫감을 운반하다가 여군 세탁병들은 탈장에 걸리기도 했던 것 이다.
소련 여군 세탁병들은 자발적으로 세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포로들은 아주 소량의 식량만 배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이다. 소련 여군 세탁병들은 독일군에게 이를 갈며 세탁을 해야 했다.
'망할 독일군들...'
한 소련 여군 세탁병은 독일군의 빨래에 침을 퉤퉤 뱉기도 했다. 장갑을 꼈음에도 불구하고 손의 피부가 벗겨지고 있었다. 소련 여군 세탁병들은 자신의 신세에 눈물이 났다.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러시아어로 노래를 불렀다가는 괜히 트집잡힐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불러야 했다.
"사과꽃 배꽃이 피었다네. 강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카추사는 강 기슭으로 갔지."
소련 여군 세탁병들이 빨래를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독일 놈들 냄새도 고약하네..."
"제빵 쪽으로 옮겨달라고 할까?"
"아냐..제빵 부대 친구한테 들었는데 빵 굽고 장작 패는게 더 힘들대."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세탁병들에게 대대장이 와서 외쳤다.
"지금 뭘 하고 있나!!! 자네들의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도록!!"
그렇게 소련 여군 세탁병들은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손 피부가 벗겨져가며 빨래를 해야 했다.
'좆같은 독일 놈들!!!'
한편, 독일 장교의 군복을 얻어서 장교를 사칭하며 후방에서 온갖 행패를 저지르고 있는 빌리 헤롤트는 현재 오스카 바르크만과 자신의 헤롤트 특임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쪽에서 환대를 받으며 놀고 먹고 있었다. 헤롤트는 우크라이나의 아가씨들이 준 맛 좋은 염소 젖과 독주를 섞어 만든 칵테일을 마셨다. 헤롤트는 베르너에게서 받은 위조 신분증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상황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헤롤트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헤롤트 특임대에서는 전투력이 뛰어난 오스카 바르크만이 점점 실권을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놈은 탈영병이라 현재 장교 군복을 입고 있고 장교 신분증이 있는 헤롤트의 도움이 필요할 것 이었다.
하지만 오스카 바르크만과 몇몇 특임대 녀석들이 후방에서 벌이는 짓거리는 점점 꼬리가 길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들은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워낙 환대를 받았기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다른 헤롤트 특임대 또한 우크라이나에서는 환대를 받고 있었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아가씨들이 이들을 반겨주었기에 그냥 편하게 일상을 즐기고 싶었다.
빌리 헤롤트가 염소젖을 마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바르크만 저런 쓰레기 녀석이야 어떻게 되던 알바 아니다...하지만 나는...'
빌리 헤롤트는 나이가 어렸기에 전쟁이 끝난 이후 인생이 더 중요했다. 일단 지금은 실컷 즐기고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 혹시나 여태까지 저지른 범죄가 발각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하지만 독일 본토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빌리 헤롤트는 오스카 바르크만이 필요했다. 어디서 파르티잔이 튀쳐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잠시 뒤, 빌리 헤롤트는 염소젖을 마시고는 우크라이나 아가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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