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상황
외전 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편(864회차 참조)에 등장했던 조선인 종수, 영환, 일본인 와타루는 무엇을 하고 있나 살펴보자.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는 히로시마 구레의 공장에서 열심히 공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휴일이 되어 모처럼 번화가로 놀러갔다. 신문 파는 소년이 종수 삼총사를 보고 외치고 있었다.
"독일 소련 전쟁에 대한 소식입니다! 특종이에요! 특종!"
종수 삼총사는 신문을 한 부 샀고 식당에 들어가서 돈까스를 기다리며 다 같이 독소전에 대한 소식을 읽었다. 소련의 대반격이 실패했다는 기사였다. 라스푸티차가 끝나면 다시 독일의 공세가 시작될거라는 분석이 있었다. 독일 측에서는 소련은 완전히 공세의 힘을 잃었으며 두 번째 공세는 2주 내로 승리를 거둘거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영환이 말했다.
"작년에도 독일이 3주 만에 모스크바 딸거라고 하지 않았나? 근데 못 땄잖아!"
"독일 놈들이 제대로 싸웠다면 우리도 이기는건데..."
지금 일본 소련은 휴전 중이었다. 와타루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일본이 많은 돈을 들이며 싸웠는데 자원 하나 나오지 않는 척박한 소련 땅만 얻고 휴전한 것에 분개하고 있었던 것 이다. 와타루가 투덜거렸다.
"이게 다 독일 탓이야!"
"과연 누가 이길까?"
식당에 뒷자리에 있던 40대 정도 나잇대로 보이는 다른 손님이 외쳤다.
"독일 놈들도 영 헛방이라니까!"
세계대전때 한스 파이퍼에게 일본 육군이 대패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여전히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 이다.
"한심한 독일 놈들."
"솔직히 극동 땅은 우리 쪽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어!"
"갈거면 남방으로 갔어야지! 아니면 중국을 아작을 내놓던가! 아마 히틀러가 우릴 속였을거야. 그래서 소련으로 가게 된거지!"
"맞아! 놈들은 소련군을 분산시키려고 우릴 소련전이라는 함정에 빠트린거야!"
"쓸모없는 전쟁 때문에 대일본 제국이 이등 국가로 전락하게 생겼군!"
식당 다른 손님이 말했다.
"독일이 동부전선에서 고전하고 있으니 영국과 프랑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을거야!"
종수가 말했다.
"설마 영프가 독일과 전쟁이라도 하겠습니까?"
"전쟁 하면 좋지! 그러면 우리가 그쪽에 물건을 팔아먹을 수 있다고! 세계대전때 우리 기업들이 제법 성장했다고!"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대로 보이는 한 손님이 말했다.
"우린 자원이 없고 땅도 좁잖아. 외국에서 전쟁이 발발해서 그 곳에 물건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방법 밖에 없어."
다른 테이블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공장 직원이 중얼거렸다.
"나는 농사 지을 작은 땅만 있으면 되는데..."
"본토와 반도까지 합쳐도 인구에 비해서 땅이 너무 작아! 자네가 공장에서 돈을 모아서 요만한 땅을 살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땅으로 자식 학교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나?"
다른 손님이 말했다.
"전쟁은 하지 않더라도 서유럽의 힘의 균형이 영국과 프랑스로 갈게 분명해. 우리도 독일과 친하게 지낼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쪽으로 붙는게 좋아!"
"일독 협력이 계속되는건 독일이 원하기 때문이야! 독일은 해군이 약하고 극동쪽 식민지가 없으니 말이야! 독일은 외교적으로도 고립되고 있다고! 앞으론 독일이 우리 쪽 눈치를 봐야지!"
종수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일본도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은...'
한 손님이 돈까스를 먹으며 말했다.
"소련하고 전쟁할 필요는 없었어! 우리한텐 만몽만 있으면 충분하네!"
한 지식인으로 보이는 손님이 그 말에 반발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련을 상대로 전쟁하는 것은 볼셰비즘으로부터 극동을 수호하고 아시아인을 구원한다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일부 지식인 계열은 일본이 중국에 대해 침략을 벌인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던 것 이다.
잠시 뒤, 돈까스가 나왔고 종수 삼총사는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다. 그 때, 라디오에서 극우쪽 방송이 나왔다.
[내각은 독일의 중재 하에 중국과 타협을 시도했으며~~]
대중국 교섭을 반대하는 극우 단체에서, 현 일본 내각이 독일 중재 하에 비밀리에 중국과 타협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이를 누설한 것 이었다. 이 극우 단체는 이미 이를 여러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서 각국 외무부에 뿌린 상황이었다.
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어떤 손님이 분노했다.
"뭐라고!!"
"이봐! 안 들리잖아!"
모든 손님들은 라디오에 집중했다.
[내각은 굴욕적으로 중국에 종전을 요청하고 있으며~~]
한 손님이 접시를 던졌다.
"이런 제기랄!!!"
"저 망할 매국노 녀석들이!!"
"독일 놈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게 분명해!"
"중국한테 고개를 숙이다니! 망할 정치인 놈들 때문에 대일본 제국이 삼등 국가로 전락하겠군!"
종수 삼총사는 헐레벌떡 돈까스를 먹고 식당 밖으로 나간 다음 인근 선술집에 들어갔다. 선술집에 라디오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흘러나왔다.
"중국과 타협을 시도한 적이 없으며 ~~ 이는 의도를 고의적으로 호도하는 술책으로 ~~"
선술집의 손님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우소!(거짓말!)"
"나약해빠진 정치인들이 뒤에서는 타협을 시도하면서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군!"
"독일 말만 듣고 중국에 만주까지 양보하겠군!"
"저 놈들은 조선까지 양보할거야!"
영환이 중얼거렸다.
"내각 또 사퇴하겠군."
"얼마 전에 사퇴하지 않았나?"
종수 삼총사가 선술집 밖으로 나가보니 길거리에는 여기저기 전단지가 뿌려져 있었다.
[무력으로 중국을 제압해야 함]
[중국은 만주와 조선을 노릴 것 이다]
[굴욕적인 외교에 반대한다!]
[독일은 중국과 남양군도를 노리고 있다!]
종수 삼총사는 전단지를 주워서 읽어보았다. 대충 읽어보니 소련과의 전쟁에서 휴전 협정을 체결하게 된 것은 독일군의 무능함과 더불어 정치인들의 나약함이 원인이라는 것 이다.
[중국에 굴욕적으로 협상을 간원할 경우 일어날 일은 다음과 같다. @$%#&^ 중국은 만주, 이어 조선 땅으로 침공하여 일본이 피를 흘려 얻은 영토와 경제적 권익을 탈취할 것 이다. 이는 일본 제국에 대한 생존의 위협이며 %@$#&]
종수는 이 전단지에 나온 설명이 상당히 과장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을 통해서 앞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에는 관심이 갔다. 시골 촌구석에서만 살던 종수는 동북아 전체의 지도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앞으로 산업이 얼마나 발달할까?'
비록 혼란스러운 시대였으나 종수는 스멀스멀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잘만 하면 이럴때 기회를 잡아 때부자가 될수도?"
영환이 말했다.
"사업한다면 자금은 얼마나 들까?"
와타루가 말했다.
"최소한 몇 년은 모아야 할걸?"
하지만 그래봤자 다음 날 다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종수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며 자신의 쥐꼬리만한 임금을 계산해보았다. 벼락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최소한 몇 년간은 계속해서 이러한 일상이 반복될 것 이었다. 그래봤자 아주 작은 시골 땅을 사는 것이 전부일 것 이었다.
그 날부터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는 먼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소식에 더욱 더 귀를 기울였다. 쥐꼬리만한 임금이지만 신문은 꼭 구입해서 직접 읽어 보았다. 전쟁에 대한 소식을 듣고 열띈 토론을 하다보면,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거국적인 변화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한편 빌헬름 3세와 루마니아의 국왕 카롤 2세의 회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당시 파견된 루마니아의 외무장관은, 자신의 임무를 명백히 알고 있었다.
'가능하면 도브루자 영토에 대한 확약을 받아야 한다!'
빌헬름 3세는 카롤 2세와의 회담이 끝나면 불가리아의 보리스 3세와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둘 다 도브루자 영토에 대해서 대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이권이 있었던 것 이다. 그리고 독일 첩보원들은 루마니아 외교 암호를 전부 도청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루마니아 외무장관이 어떤 목표를 갖고 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히틀러는 독일의 외무장관 리벤트로프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도브루자 영토에 대한 약속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양쪽에 해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리벤트로프는 루마니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최대한 말을 빙빙 돌리며 도브루자 영토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대신에 내년 공세에 대비해서 루마니아 군에게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 줄 것 이고, 무역에 있어서 루마니아에 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해주기로 약속했다.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도브루자 영토에 대하여 확답을 받지 못한 것이 답답했고 정곡을 찌르기로 했다.
"조만간 불가리아와의 회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가리아 측에도 도브루자 영토에 관하여 보장해주지 않을 것을 확답해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도브루자 영토가 불가리아 측에 할양될 경우, 현 왕실은 정치적으로 매우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전시 상황인데 그렇게 되는 것인 전쟁 수행에도 좋지 않겠지요."
리벤트로프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문서로 남길 수는 없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잠시 뒤,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리벤트로프와 기념 사진을 찍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루마니아, 독일 양측 의사록에는 이번 회담이 무척 화기애애하고 양국의 우애와 친선을 확인하는 매우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기록되었다. 그 날 카롤 2세가 루마니아 외무장관에게 도브루자 관련하여 성과가 있었냐 물었고,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전혀 성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때, 한스가 고용한 엉터리 첩보원 토마스는 또 다시 파일을 가지고 한스를 면회하러 갔다. 토마스는 한스와 악수를 하며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한스 라인을 타던 장성들 전부 한스를 외면했으나, 이 토마스라는 얼뜨기만은 절대로 한스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한스는 토마스, 페터, 헤르만 삼총사가 카나리스 관련 작전을 망쳤기 때문에 자신이 수감된 것을 생각하면 열 받았지만, 그래도 토마스의 충성심을 높게 평가했다.
'그래! 출소만 하면 네 녀석들한테는 출세길이고 뭐고 확실하게 보장한다!'
그렇게 토마스는 파일을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전혀 모르는 사내가 토마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
토마스는 혹시나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는지 재빨리 주머니 속을 확인했다. 그 쪽지에는 어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이건?'
다음 날, 토마스, 페터, 헤르만 삼총사는 권총과 나이프로 무장한 상태로 그 주소에 적힌 장소로 찾아갔다. 중절모를 쓴 사내가 자신을 소개했다.
"파이퍼 백작께서 여러분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위조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 여권, 미국으로 가는 티켓을 삼총사에게 건네주었다. 삼총사는 또 다시 해외에서 임무를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과 설레임에 억지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 사내는 토마스 삼총사에게 가짜 지갑만 3개씩 주었다.
"혹시 검문을 당하거나 소매치기를 당할 경우, 이 가짜 지갑을 건네주십시오. 부랑자가 칼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하면 싸우지 말고 이 지폐가 들어있는 지갑을 그냥 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신분은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토마스 삼총사는 상당한 금액의 첩보 자금을 받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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