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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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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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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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백(2)

DUMMY

‘크라바트(KRABAT)’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여기서 죽은 사람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까맣게 잊혀가야 한다.

그래야만 남은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였다.


지금까지 이 땅에서 은밀히 사라져야 했던 사례들과 놀랍도록 일치하다니! 우리 식구들도 갑작스러운 명령에 강제 구인되거나, 어느 날 문뜩 시체로 변해 강남 아지트의 작업대에 누워있더라도,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면 안 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작업당한 이들도 매한가지였다. 그래저래 내 운명의 시간도 한강물처럼 흘러가는 동안에 나 여무명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면서 닥치는 대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세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지.

그까짓 인터넷 검색이 놀랍게도 나에게 많은 것을 선사하다니, 얼마나 경이롭던지. 식구들이 나에게 질리도록 교육하던 경애하는 태양의 나라가 실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란 사실도 독학으로 깨우치게 되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얼마 전부터 이 땅이 요동치고 천지가 개벽을 하더라. 아! 이럴 수가, 두더지들이 기어 나오더니 날개까지 자라나다니!

어쩜, 갈까마귀로 변신하는 게 아닌가. 갈까마귀는 한국의 까마귀와 생김새부터가 다르다. 목과 배가 흰색이어서 까치와 디자인이 비슷하지만 거기까지. 텃새인 까마귀나 까치와 달리 한반도에 잠시 머무는 철새로 분류된다.

대신에 농작물에 큰 해를 끼치는 놈들이다. 그것들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더라! 관 뚜껑을 박차고 나온 강시(僵尸)들도 사방을 나돌아다니고 있는 꼴이라니.

내 고향 중국의 강시들을 여기서 만나다니! 한국 토종 귀신과는 근본이 다른, ‘마대 인 차이나(Made in China)’다. 이건 마치 인류의 종말을 암시하는 어떤 계시록이나 지옥의 묵시록에나 등장하는 장면일 텐데? ‘말세다. 말세.’


마침내 깨달았다. 이런 급변사태로 인해 내가 오래전부터 면밀하게 구상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걸. 즉, 자수하여 이 모든 사실을 밝혀서 내가 한 짓을 회심(回心) 하려던 것을···. 철없던 어릴 적 신부님에게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려 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벌하신다면 저 벌 받을게요.’


“정말 큰일 날 뻔했군. 다 장악을 하고 있었어. ‘고해성사실’까지도···. 이를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죄인 된 내가 정신적, 사상적 자유를 찾는 것은 까마귀의 머리가 흰색으로 바뀔 수 없듯이 정녕 불가능하단 말인가! 이왕지사 어쩔 수 없지만, 새로 진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절대자에 온전히 의지함으로써 자유를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난 염소가 쓰고 버려버린 카드란 것을 알고 말았다. 서울구치소 목욕실에서 날 공격한 자는 분명히 염소의 명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암살자로 평가하기에는 어설픈 구석이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나에겐 피격당할 이유가 없으나, 그들에게는 공격할 이유가 있었으리라!

예전에 호텔에서 다니엘의 최면요법에 걸렸던 푸시킨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염소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그놈 역시 나에게 개인적 감정이 있었단다.

그 이유는 조금 길지만 이러하다. 놀랍게도 나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오래전 이야기였노라. 어머니 백사의 개인 심부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때는 2006년 경! 대치동 학원가에서 원장으로 있는 사람을 만났다. 아마도. 빌딩까지 직접 소유하고 있는 거부였다. 그때 이미 학원은 전시용이었고, 게임 산업에 투자하여 재미를 제법 보고 있더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머니와는 오랜 인연이 있었던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 원장은 당연히 나도 그들과 같은 결코 부끄럽지 않은 운동권의 역사를 공유한 부류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지나 온 한국 참교육의 현장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시더라.


“우리끼리라서 말인데, 난 참 운이 좋았어요. 군사 독재정권이 내 취업을 막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되었죠. 우리들조차 학원이 혁명전쟁을 위한 진지(陣地)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니까. 김영삼이 ‘세계화’를 떠들자 다들 곧 영어가 곧바로 공용어가 되는 줄 알면서, 외국어학원이 ‘노났다’ 이거지. DJ 선생께서 전교조를 위해 쉴드(shield) 치면서 공교육이 개판되었잖아요. 이로 인해서 학생들이 다들 우리 학원으로 몰려왔지 뭐야. 학생은 물론 선생들까지도 말입니다. 돈 많은 학생들은 학원 덕에 SKY에 들어가고. 퇴직교사들은? 그들 다 스타강사가 되었잖아. 이로써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대한민국에서 사라졌다니까. 하하하. 대치동 인근 양재천에서만 용이 나오게 된 거야. 그래 지금도 용과 같은 장관과 국장들이 이곳에서 산책한다잖아. 내게 무지무지 고마워해야 해. 하지만 아직도 난 전교조 출신은 학원강사로 채용 안 해. 알잖아! 실력이 조금 딸려. 게다가 ‘노 통’께서는 입시를 해골 복잡하게 바꿔놓으셔서 입시컨설팅으로 부업까지 가능하게 되었지. 조선인들이 교육열이 대단하잖아요. 민간은 물론이고 공무원들도 국가에서 받은 돈을 다 우리에게 가져다 받쳤지. 자식 위한답시고 말이지. 우리 학원에 판검사에다 경찰, 국정원 직원 자식들까지 많이 다닌다니까. 알고 보면 그 새끼들 다 불쌍한 호구여! 하, 하.”


이어서 과거 정권 공안 관련자들에 대해서까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엄정 평가하신다.

“그것들 말이지. 학생운동으로 끗발 날리던 우리가 보습학원이나 하고, 영세 출판사에서 쭈그리고 있을 때, 아마 과거를 뉘우치고 생활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을걸? 병신 새끼들···. 안기부나 경찰이나 기관원들 시야가 딱 그 수준에 불과했지. 쯔. 쯔.”


일장 연설이 끝나자 본론으로 들어간다. 방금 전 거만하게 잘난 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심지어 울먹이면서 고충을 털어놓더라.


“그런데요, 제가 협박을 받고 있어요. 청와대 공무원들도 몰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게임회사에 투자했는데요. 하물며 대통령 친척도 근무 중이라는 최고로 안전한 회사거든요. 세상에나! 이 자들이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나 몰라라 하는 겁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난 그때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아니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바로 부산에 내려가 관계자들이 있는 장소를 급습했는데···.

글쎄. 이건 회사가 아니라 부산지역 조폭 아지트였더라. 마침 회의 중. 어, 그런데 서양인들이 보인다. 일단 모조리 제압하고 다시는 대치동 원장님을 협박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알고 보니, 협박 건에 관해서는, 원장님께서 이들과 사업추진 과정에서 약간 불미스러운 일이 있더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잠시 배 타고 내려온 아가씨들과 놀다가 촬영을 당한 것이었다. 난 그 필름을 회수했고, 한 번만 더 원장을 괴롭히면 다음엔 죽을 수 있다는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곤 잊고 있었는데. 정권이 바뀌었고 그 사행성 게임에 대한 광풍이 잠시 일다 지나가면서 ‘그 누구의 죽음’과 ‘미친 소 파동’으로 그 사건은 이미 집단망각의 늪에 빠져 있었거늘···.

나도 국민도 관계기관도 다 매한가지였을 터. 이쯤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때 손본 서양인들이 과거 푸시킨이 직접 거느렸던 조직이었던 것.

한국 사행성 게임에 러시아 조폭의 손길이 미쳤다는 사실을 세상은 알고 있었을까? 큰 조직의 거물로 성장한 푸시킨으로서는 개인적 감정보다는 보스로서 체면을 되찾기 위해 나를 손보려 했던 것일 테지.

“그럼 그간 풀리지 않은 숙제 중 한 가지는 해결이 되었군.”

당시 광풍이 불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던 그 게임의 이름이 갑자기 뒷머리를 친다.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던 다곤(Dagon)이 연상된다.

다곤은 물고기 신이라지 않나! 바다를 지배하는 또 다른 태양신인 것을. 고대인들은 태양이 저녁이 되면 바닷속으로 들어가 있다고 믿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태양이 바다까지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는가! 낮과 밤이 다른 이 앙큼한 절대 권력자들 같은이라고···.


내가 암흑세계의 학교에 관해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지점에서 미친놈의 혼잣말을 통해 파일럿에게 암시해 준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그의 조력을 받아 ‘출애굽’을 할 작정이므로 그렇다는 거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인도에 의해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떠난다는 것에 착안해 멋진 계획을 세웠지.

난 파일럿을 처음 본 순간 본능적으로 눈치를 챘거든. 나와 같은 부류라는 것을···. 방앗간 주인만 다를 뿐. 난 그가 어느 방앗간에서 일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대략 다섯 알의 눈을 굴려 세상을 지켜보는 제분(製粉) 공장 사장 나리에게 충성하는 정식 직공일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파일럿은 필시 아주 먼 곳으로부터 전투기를 몰고 왔으리라. 그가 몰고 온 기종이 한국전쟁 당시 북한 땅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B-29 폭격기가 아닐까? 아니란다. 곧 생각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

지금은 21세기이기에 한반도에 한 번 출격 시마다 60억 원이나 들어간다는 B2 스텔스기 조종사가 아니겠는가.

그 옛날 이 땅의 꼰대들을 광분시켰던 미드(美 drama)의 주인공인 ‘600만 불의 사나이’가 틀림없이 동양인인 그로 환생했다고 밖엔···.

필연코 그를 통하면 서방세계로의 망명이 가능할 것이리라. 그런 다음에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다시 한 번 신분을 세탁해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이 땅에는 우리가 이미 확인해 본 바와 같이 어느 사이에 인간 수호이 전투기들마저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지금쯤 중동지역에 있어야 할 ‘수호이’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이들 러시아산 수호이 전투기들의 국적을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다.

중국을 비롯하여 수호이 기종을 도입해 운용 중인 붉은 국가들이 너무 많은 탓이리라.


우리 식구 중에서 러시아어에 정통한 삼촌이 알려준 붉은 군대 노래가 떠오른다.


‘볠라야 아르미야 초르늬 바론 스노바 가또뱟 남 차르스키 뜨론, 노 앗 따이기 다 브리딴스키흐 마례이 끄라쓰나야 아르미야 아르미야 브쎼흐 씰르녜이!(백군과 검은 남작이 차르의 옥좌를 다시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타이가에서 영국의 바다까지 붉은 군대는 가장 강력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땅의 붉은 군대는 무엇이며 이들이 옥좌를 빼앗길까봐 우려하는 백군과 검은 남작은 과연 누구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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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이백(3) 22.01.08 42 0 12쪽
65 이백(2) 22.01.08 34 0 11쪽
64 이백(1) 22.01.08 36 0 11쪽
63 청백(5) 22.01.07 39 0 11쪽
62 청백(4) 22.01.07 37 0 12쪽
61 청백(3) 22.01.07 40 0 11쪽
60 청백(2) 22.01.06 36 0 12쪽
59 청백(1) 22.01.06 37 0 11쪽
58 월백(5) 22.01.06 40 0 12쪽
57 월백(4) 22.01.05 38 0 11쪽
56 월백(3) 22.01.05 38 0 11쪽
55 월백(2) 22.01.05 39 0 11쪽
54 월백(1) 22.01.04 37 0 11쪽
53 장백(5) 22.01.04 39 0 12쪽
52 장백(4) 22.01.04 40 0 11쪽
51 장백(3) 22.01.03 37 0 11쪽
50 장백(2) 22.01.03 33 0 12쪽
49 장백(1) 22.01.03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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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아두백(4) 22.01.02 40 0 12쪽
46 아두백(3) 22.01.02 38 0 10쪽
» 아두백(2) 22.01.01 43 0 11쪽
44 아두백(1) 22.01.01 44 0 12쪽
43 결백(5) 22.01.01 41 0 11쪽
42 결백(4) 21.12.31 39 0 11쪽
41 결백(3) 21.12.31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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