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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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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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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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백(4)

DUMMY

2018년 초 무슨 바람이 불어서였는지 런던에 있던 미사엘로부터 전화가 왔었죠.

작년부터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로 지켜보고 있었대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는 다소 걱정스럽다는 투로 나에게 한 마디 하네요.

“그 나라말이야. 그런 것들을 글자 그대로 ‘돈류(呑龍)’라고 해야겠지.

전직 대통령들과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몽땅 잡혀갔으므니다. 맞지?

용들을 삼켜버렸잖아. 그것도 두 마리나···. 태평양전쟁 때 일본 폭격기 이름이 바로 ‘돈류’야. 대통령들뿐만이 아니잖아. 함께 일했던 측근 관료들도 죄다 철창 안에 순장되어 있어요. 이건 왕조가 교체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무니까?

이전 것과는 다른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다는 개념이야. 너희 나라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니야. 혹시 들어는 봤어?

미국이 2017년부터 북한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남한은 지금 너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아냐?

한반도에 전쟁이나 변란(變亂) 같은 것이 70년 이상 없었던 적이 그렇게 많이 있었나?”


나 역시 처음엔 역사학도였던 그의 말에 공감을 했거늘.

한데 잠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니, 동의할 수 없더군요.

해서, 한 마디로 응수했죠.

“비록 왕들은 포로가 되었지만, 하물며 성전도 일부 파괴되었지만, 그럼에도 성전의 뼈대라도 남아 있으면 다르게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한국인들은 워낙 남북 간 갈등이 오래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무감각해진 측면도 있다고 봐.

그런데 말이지. 만약에 ‘설마’라는 근거 없는 안도감마저 없으면 집단 정신병에 걸릴 것이기에 이제는 뇌가 미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작동한다는 것이라니까.”


“ハハ(하하)···” 미사엘은 내 답변을 듣더니 크게 웃으면서 그 말엔 약간은 인정하겠대요. 어라 동시에 뼈아픈 곳을 찌르는 게 아니겠어요?

“아⁓, 그 나라말이에요.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알아? 사람을 키우지 않는 아주 고약한 풍습이 있지.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다 혹시 키워 놓으면 자기를 뛰어넘을 것을 겁내하는 소인배들의 고질병을 말하는 것이야. 그것이 그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므니다.”


부끄럽지만 정답이었죠. 하나같이 옳더군요. 그 일본인은 한국의 역사에 너무나 정통했으니. 이승만 대통령이 후계자로 이기붕을 잘못 선택한 일을 필두로, 박정희 대통령이 아예 사람을 키우지 않고 서로 충성경쟁만 시킨 점, 김영삼 대통령이 실질적인 후계자와 매일 싸웠던 일화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사람은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독특한 인재관(人才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다음 대통령이 된 분에게 안 주려 하다가 달리 방법이 없어서 준 것이라는 설 등, 유사한 사례는 차고 넘치더라고요. 왜, 아니라고요? 글쎄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긴 데···.


그 다음 분은 스스로 후계자를 육성할 상황 자체가 아니었지요. 강력한 후계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옥에 계신 분은요? 역시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후계자는 생각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왜, 절대 그렇지 않다고요? 그럼 진즉에 제대로 생각했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텐데요? 후계자가 힘을 받는다면 날뛰는 자들을 쉽사리 견제할 수 있고, 위기상황에서 힘을 결집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한국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여호수아의 관계를 꼭 봐야 해요.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모세는 일찍이 후계자로 여호수아를 키운 결과, 그가 죽은 후에도 가나안 땅에 이스라엘 백성을 안착시킬 수 있었거든요.

이에 반해서 여호수아는 차세대 리더 선정에 소홀한 측면이 있으니 정말 아쉬워요. 결과적으로 여호수아 이후에 이스라엘 민족은 혼란에 휩싸였잖아요.


그런 예들을 찾으러 멀리 갈 것도 없지요. 하나냐의 고국이자 한국인들이 뼈 속 깊이 싫어하는 일본의 경우를 짚어보자고요.

‘오다 노부나가’가 없었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상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 한민족에겐 매우 슬픈 일이었지만 말이죠.


저는 왜 일본 사람인 미사엘이 한국인인 나는 물론이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이다지도 동정심과 관심이 많은 건지 몰랐어요. 재일동포도 아니라면서 왜?


그런데 그가 자신의 조상에 대해 해준 집안역사를 듣고 이해가 되더군요. 그의 조상은 한때 일본 최고 가문 중 하나였던 오우치가(大內家)래요.

대대로 주고쿠 지역 서부(야마구치 현)를 장악해 온 다이묘라네요. 고려의 요청을 받아 왜구를 토벌하는데 일조하는가 하면 조선과의 무역을 통해 크게 성장했대요. 이후엔 여차여차하다가, 1557년 모리 모토나리와의 전투에서 패배해 멸족 당하고 말았지만···.


일본 다이묘가 왜구를 토벌해요? 이해가 되나요? 그랬나 봐요.

여기서 반전은 오우치 가문의 시조가 백제 성왕의 셋째 아들 ‘임성(琳聖) 태자’였다니!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서 조상들은 대대로 서쪽 고향 한반도 땅을 잊지 않고 살았대요.

이에 대해, 저 다니엘은 문뜩 의문이 들었죠. 혹시 한국을 잊지 못했다는 오우치 가문 중 누군가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한반도에 조총을 들고 건너오지 않았을까, 아니면 1910년 일제 식민지 시대를 맞아 헌병이나 순사의 신분으로 한국인들에게 해를 끼친 인물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바였어요.

이런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잖아요.


그대, 나의 좋은 짝이여! 하나냐 선배님도 한반도에 머무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미국에서 전화를 했대요. ‘펜실베이니아’에서 걸려온 목소리였죠.

그녀는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답니다. 그 여인의 한풀이나 들어보죠.

“화나고 억울하다 해도 울면 안 되는 게 바로 그 나라, 한민족 아니었나? 물론 난 거기서의 기억을 다 잊어버려서 그 감정이 무엇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울고 있는 순간 지는 거야. 강대국에 먹히는 거지. 그러니까 그 나라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기류를 잘 관찰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해.

하늘을 나는 새처럼 말이지. 상승기류를 잘만 타면 쉽게 멀리, 그리고 더 높이 갈수 있지만. 잘못 타면 단번에 추락이지. 태풍이 지나간 후에 바닥에 널려있는 새들 흔하게 볼 수 있잖아.

역사적으로 잘못 판단한 왕들의 사례를 봤잖아? 이마를 돌바닥에 찧어야 했던 잔혹사. 비록 비속어지만 대가리가 깨졌다는 뜻이지.

내가 요즘 나라꼴을 볼라치면 앞으로 진짜 대가리 깨질 놈들 많아. 왕은 어떻고? 구중궁궐에 갇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으면서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이다, 혼자서만 대가리가 깨진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어.

얼마나 많은 힘없는 여성들이 먼 타국으로 끌려갔고, 나중에 귀국해 화냥년이란 소리까지 들어야 했으니···.

여성들에게 잔인한 역사였지. 한국인들은 냄비 근성이 있어서 무엇이나 빨리 잊어버리지. 모르지, 뭐.

그게 반도 땅에서 사는 힘없는 백성으로서 정신건강을 위해 유리한 것인지도···.”


4명의 의형제 중에서도 하나냐는 유일한 여자랍니다. 그리고 나이 차이도 좀 있지만, 나와는 베프(best friend)랄까요. 아메리카는 그 정도 연령 차이는 촌스럽게 따지지 않아요. ‘여사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죠.

그런 그녀가 예전에 나에게 고백한 스토리가 기억나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답니다.


“에라, 모르겠다. 다니엘, 한 번 내 얘기 좀 들어나 볼래? 옛날 한국에 살던, 그때 그 시절. 큰 이모가 계셨고, 독신이셨던 그분이 나를 양딸 삼아 키워주셨어.

요즘 한국 돌아가는 걸 보면, 내 악몽 같은 가족사가 떠올라. 다 잊고 있었는데, 정말로. 너무 어린 나이여서 그땐 몰랐어.

부유했던 이모님이 갑자기 가게를 정리하고 날 서둘러 미국에 보내셨지. 그 후 이모님은 절로 들어가셨다는 소문도 있는데, 소식이 끊긴지 오래야.

이모님에게는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남자가 있었어. 그분이 이모님 뒤를 봐주고 계셨다는 건, 어린 나도 감으로 짐작하고 있었지.

내가 모른 척하고 있었던 또 한 가지는 이모가 요정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지. 그래도 이모님은 기품이 있었어. 명문대 출신이었단 말이야.

난 미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던 어느 날인가, 잡지를 보다가 충격에 빠졌어. 잡지 속 사진의 인물이 그분이 아니겠어?

사실 나는 이모님 요정에 자주 놀러 갔었거든. 이모님 요정은 외부에서 보면 그냥 큰 저택이었지. 다른 점이 있다면 미모가 출중한 언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는 것뿐이었고. 그곳에서 이모님의 남자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니까!

그분은 나에게 각별히 대해주셨지. 그런데 미국에서 기사를 숙독해 들어가자, 놀랍게도 자기가 모셨던 대통령을 시해하신 분이셨어.

나에겐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이상한 점은 그분에 관한 한국에서의 평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안중근 의사의 반열에 올랐기에 그래. 왜 정권은 이제 와서 대통령 암살자를 성웅으로 미화시키려 하는 걸까?

거기다 정작 중요한 사실이 있지. 항상 왜 내가 먼 미국 땅으로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는데, 퍼즐이 풀리는 순간이었지.

그럭저럭 낯선 타향에서 별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이유도 CIA가 뒤에서 소리 없이 지원해 준 덕분이었지.

혹시 미국이 나와 나의 가족에게 어떤 부채가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라 나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던 배경에도 그런 사연이 개입한 건 아닐까?

내가 CIA에 입사해서 조심스럽게 알아본 바로는, 남한에서 이모님 남자분이 저지른 사건 당시에는 CIA 거점장이 한국과 일본을 함께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지. 한국은 독립거점은 아니었던 것 같던데? 이모의 남자가 대통령을 시해하기 이미 전부터 CIA 요원들이 남한에 대거 출몰했었지.

왜? 알잖아. 박 대통령이 미국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을 개발하려 고집했잖아. 이제 대충 감이 오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너에게 처음으로 해본. 그리고 남들은 잘 모르는 오래된 개인 사생활이자 한 국가의 비사(祕史), 나아가 어떤 거대한 조직의 비밀 중 하나가 아니겠어?


언젠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CIA 비밀파일이 열리면 모든 걸 다 알게 되겠지. 왜 동독이나 폴란드라든지 구소련 위성국가들의 비밀파일은 이미 확 열렸잖아.

독일통일 이후 비로소 알게 된 사실! 왜, 잘 알잖아! 서독 고위직 중에서 동독 스파이로 암약했던 사례들이 짠하고 드러났어요.

폴란드 민주화의 상징 바웬사는 또 어떻고? 과거 프락치였다는 설이 돌고 있잖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인물이야.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

만일 그가 프락치였다는 것이 진실일 경우, 더 웃겨지는 사실이 있었대요.

‘양철북’의 저자 ‘권터 그라스’가 과거 ‘나치 친위대 근무’에 대해 고백하자, 바웬사께서는 권터 그라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고 하잖아. 서양판 ‘내로남불’이라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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