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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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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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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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3)

DUMMY



나는 염 아무개일세. 오늘 중대 결정을 내렸다네. 여무명이란 놈이 국제 미아(迷兒)라는 자기 출신성분도 모르고 까불고 있다니 이를 어이하랴.


관련 보고를 비탈리로부터 받았다네. 그런데다가 그놈이 나를 미행하다가 외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온 용병마저 못 쓰게 만들었다고 하니,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바에, 한 가지 털어놓을 비밀이 있다네. 내 측근이자 비서인 비탈리에게도 그간 비밀이었지.

우리 그룹 차원에서 작전명 ‘왕의 귀환’을 전개할 당시였지 아마?

‘∼킹’이란 작자를 잡기 위해 여무명을 감옥에 들여보낸 것도 나 염소의 고견이었지만서도 이미 들어가 있던 한국 조폭을 용병 삼아 여무명을 없애려 한 것 역시 바로 나!


‘꿩 먹고, 알 먹고’를 노렸는데···. 암튼 결과는? 젠장 ‘도로 아미타불’이로구나! 말짱 도루묵이었단 게지.

그렇다고 내가 여러 세포조직을 관리한다고 해서 디테일한 측면에 있어서 대충 또는 설렁설렁 할까 보냐!


모든 조직 내에는 북한의 ‘5호 담당관제’와 비슷하게 빨대를 하나씩 꼽아놓았거늘, 스트로우 말이야. 요주의 대상 조직원들에 대한 감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자랑이니라.


그러니 여무명이 미 제국주의 정보기관 요원과 친하게 지낸다는 첩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일세.

분명히 이중스파이 짓을 할 수 있으므로 미리 제거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한 거였지. 물론 CIA 소속 검은머리 외국인도 제거를 지시했다네. 다니엘이라고 했던가? 몹시도 기분 나쁜 이름이구려!


백사(白蛇) 식구 중에서 재일교포 출신 얼라, 백악(白嶽)이라고 있잖아? 아직 어리고 서툴러서였는지 실패하더군.

바이크 타고 다니면서 까불더니 지금 서울구치소에 있다지?

이 정신 나간 놈이 부업으로 마약밀매까지 했다는 거야. 백사는 얘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기둘려. 내 이것들을 싹 다 손볼 테니까.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내가 판단하기로는 한국 조폭들이 예전만 못하던데?

난 비탈리에게 한국 조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네.


“비탈리, 예전엔 말이야. 남조선 깡패들 깡다구 하나는 끝내줬거든. 과거 헐벗고 못 살던 시절엔 정신력이라는 게 있었지, 헝그리 정신 말이야. 그걸로 뭐든지 해치웠걸랑. ‘그마 해라, 마이 묵었다’라고 해도 열나게 찌르는 무대뽀 정신, 그거 있잖아?”


비탈리도 내 말에 동조하더군. “예! 보스. 이제 한국 애들, ‘스포츠토토’에다 각종 벤처기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직접 경영하고 있어서 건달로서 투철한 자세가 안 나옵니다. 써먹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난 비탈리에게 푸념 겸, 화풀이 겸, 남한 조직에 대한 불만을 겸사겸사 내뱉었던 게야.

“그래, 그래. 비탈리. 물론 나에게도 잘못이 전혀 없었다는 건 아니야. 중소규모 조폭에게 마약 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이 있어서 대신 청부살인을 부탁했던 것이 실수였단 말이지.

그들 동네 깡패들이 그런 식으로 어설프게 할 줄은 나도 몰랐던 것이야.

이 새끼들이 식구 중에서 가장 어린아이에게 무명을 해치우라고 했으니, 그것이 전문킬러인 무명에게 통하겠어?

이것들이 머리 써서 자기들이 직접 하지 않고 나이 어린 것들은 칼받이로 썼단 게 말이 되냐? 왜, 총알받이 있잖니? ‘스볼러치(나쁜 놈)!

요즘 한국 정치권에서 자주 하는 짓 있잖아? 모질이들 앞세우는 거.”


비탈리는 한국 상황에 대해 보다 소상하게 보고하기 시작했다네.

“보스. 그런데 말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해외용병들 몸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예전엔 개발도상국 출신들은 껌 값만 줘도 알아서 다 뒤처리까지 솔선수범했다 아닙니까?

그러다 이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최저임금 인상이니 뭐니 하면서 정책이라고 내놓은 게, 말이죠.

용병들 입장에선 같은 동족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받게 되자, 자기들도 살인청부 비용을 올려달라고 지랄들이랍니다.

중국 쪽 애들 얘기 들어 보니까, 조선족마저도 보이스피싱이 더 많이 번다면서 이미 그리로 많이들 갔어요.

이제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출신들도 자국에서 많이 벌 수 있다며 우리가 제시한 금액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 뭡니까!”


나 염소는 듣다 보니 화가 더 나는 걸 어쩌겠나.


“이봐! 그래, 결론이 뭐야? 무책임하게 문제점만 나열하지 말고 해결책을 내놔야 될 거 아냐. 너한테 괜히 비싼 월급 주겠어?”


아니! 김 비탈리가 씩 웃는 게 아닌가.


“그래서요. 보스. 결국에는 싸게 데려올 수 있는 곳은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이나 남미 아마존 밀림에 있다는 얘들 있잖아요? 입으로 독침 쏘는 부족이요. 얘들 빨리 특별채용 해야 할 판이라니까요.”


‘쑤낀씐(犬子)’가 정말···. 이젠 비서까지 날 함부로 대하다니!

나의 편견인가? 아니면 자격지심인가? 요즘 나도 불안 증세로 잠을 잘 수가 없다니까. 심신불안 증세를 넘어 심신상실 상태거든. 냉정했던 건 다 옛일일세.

그래서 사는 게 어려워지면 욕부터 나오나 봐.


“자크니스, 롯 자크로이!(시끄러워, 입 다물어)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뭐! 부시맨과 아마존이 뭐가 어떻다고? 내 말이 우스워?”


김 비탈리라는 비서 놈이 이제 나에게 조크까지 하다니. 난 그대로 김 비서 얼굴에 주먹을 꽂았지 뭔가.

“초르뜨!(짜증나) 또, 처맞기 전에 제대로 보고하라고!”

그제서 김 비서가 정색하며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더군.


“죄송합니다. 보스. 다시 제대로 보고하겠습니다. 저희 그룹 경영지원실 인사파트에서는 요즘 살인률 1위 국가인 엘살바도르에서 새로 용병을 물색 중입니다.

여긴 살인 경험자들이 길에 널려 있다길래 살펴봤죠. 교도소가 포화상태라 정부가 고민 중일 정도입니다.

다만, 너무 멀리 있어 왕복 티켓 비용만 해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래서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 땅에 이미 들어와 있는 해외 조폭들 중에서 고르시죠?

우선 검토 대상은 법적으로 총기소지가 허용된 국가인 필리핀의 ‘가디언스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권총사격에 아주 능숙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음 고려 대상으로는 깡다구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베트남 ‘하노이파’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이 엄청난 무기를 쏟아붓고도 끝내 굴복시키지 못한 나라, 중국마저 전쟁을 일으켰다가 ‘깜 놀’ 했을 만큼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 하는 민족!

유일하게 남조선 것들만이 요즘 함부로 대한다는데요. 남한 남자들이 베트남 여자들 데려다가 막 패고 그런 것 말입니다.

아무튼 이들 두 조직의 장점은 ‘매우 싸다’입니다.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나 염소가 보기에도 김 비서가 미주알고주알 건의한 의견이 그럴듯했다네.


아무리 그래도 CEO로서 확인 작업이 필수겠지.

“라즈비?(과연 그럴까) 싸기는 싸다마는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썩 꺼지렴.”


이어서 난 보고를 끝내고 황급히 돌아가는 김 비탈리의 뒷모습을 향해 혼잣말을 한다네.

“아무튼 조선놈들은 본토에 있는 놈이나, 타향살이하는 것들이나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

비탈리가 고려인 출신이어서 해본 소리라네. 가끔 이런 식으로 군기를 잡아야 하거든.


정말 이 장사도 요사이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단 말일세.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리 CEO 해먹기가 너무너무 너무⁓ 힘들어!


그건 그렇고, 백사가 과거 나보다 서열이 좀 높았다고 건방을 떠는 걸, 타고난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왔건만. 이뿐만이 아니라네. 자기가 실질적인 경영자랍시고 다른 선을 대고 장사하는 것도 모른 척해 주고 있었는데도 말일세.

“내 이 새끼들을 콱 밟아버릴까부다.”

더군다나 내 심장을 거의 찢어놓은 사건이 있었지. 경남지역 자생조직을 박살 낸 것도 모자라, 내가 개인적으로 은밀히 밀고 있는 바이오회사까지 건든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마다. 왜, 하고많은 중에 어찌하여···.


그 회사는 푸시킨이 소개한 곳이거든. 푸시킨의 운동권 선후배들이 뱀처럼 얽히고설킨···.

다행스럽게 거래정지 당하기 전에 한몫 챙겼지만. 아마도 대표가 암도 낫게 한다는 ‘The Dentist’였다지. 이래서 하루 세 번 이상 양치질해야 한다니까.


백사는 킬러로서의 전성기가 한참 지나간 퇴물임에도 나름 쓸모가 있었다고 봐.

내 그래서 참아왔지만, 그녀는 벌써 선을 넘은지 오래라고 해야 맞을걸세.

난 엄청 치밀한 사람이거든! 백사 모르게 공화국에는 ‘그년이 이중간첩질을 하고 있다’라고 보고했지 뭔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지만, 뭔 상관이냐! 아니면 그만이지.


당신은 모르는가? 사회주의의 위대한 무대뽀 정신인 ‘아니면 그만’을?


예상대로 공화국으로부터 당장 현장에서 즉결 처형해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아둔 상태일세. 처단 시기와 처리 방법만 고심 중인 준전시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네.


왜! 한때 동지가 아니었냐고? 그간 함께 해온 시간이 얼마인데, 최소한의 의리도 없냐고? 개소리하고 있군.


이런 질문은 우릴 모르는 헛소리라네. 원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물을 먹은 사람들 간에는 기회를 보다가 먼저 치는 놈이 임자인 것일세. 아님 내가 뒈진다네.


왜! 레닌과 스탈린동지의 피의 숙청을 보지 못했느냔 말이다.


스탈린은 정적인 ‘레온 트로츠키’를 죽이기 위해 자객을 멀리 멕시코까지 원정을 보냈잖아?

소련 공산주의 3대 혁명가인 그는 그곳에서 멕시코 유명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와 인스턴트식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설이 있지.


왜, 프리다 칼로를 몰라? 갈매기 눈썹에 멕시코 전통 패션으로 치장한 묘한 분위기의 여성! 묘해요.


온몸이 해부된 채 철심이 박혀있는 자화상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아이콘을 정녕코 모른다고?

참고로 그녀는 늙은 트로츠키를 ‘염소 수염’이란 애칭으로 불렀다네. 믿기 어렵다면 그녀가 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돼.


나랑 상당히 닮았잖아?

프리다 칼로와 남편인 철저한 공산주의자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얘기는 나중에 할까해. 멕시코판 막장 드라마이자 이 또한 사랑과 전쟁이거든.


이들 부부는 각자 잘 썰어진 수박을 그렸지. 특히 프리다 칼로는 자기 수박 그림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고 적어놓았더군.

조선에도 근자에 와서 이런 수박이 많다마는···. 겉은 푸르면서 속은 시뻘건···.


별안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 play)가 부른 ‘Viva La Vida’가 떠올라.

가사가 죽이지. 무슨 속뜻인지는 모르겠으나···.


‘I used to rule the world-나는 한때 세상을 지배했다네.———Now the old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늙은 왕이 죽었으니 새 왕이여 만세. ——Revolutionaries wait For my head is on a silver plate-혁명가들은 은쟁반 위에 올려진 내 머리만을 기다리지.’


앨범 재킷 디자인은 전에 푸시킨과 박물관에서 봤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아닌가?

헌데 가사 속 화자는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 목이 잘린 루이 16세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젠 드라크루와’의 그림은 ‘프랑스대혁명’이 아닌 ‘7월 혁명’을 기념하는 것 아니었어?


도무지 뜻을 알 길이 없도다. 허나 가사 속 상징과 은유가 무시무시한 미래를 표현한 건 아닐까?

‘Upon pillars of salt and pillars of sand-소금과 모래 기둥 위에 서있는···’

지금 그런 곳에 서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콜드플레이(Cold play)는 얼마 전인가 한국에서도 공연했다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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