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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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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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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2)

DUMMY

다시 장백 삼촌 족보로 돌아와. 일찍이 중국 땅으로 담비 털 밀무역을 위해 건너간 장백의 조부께서는 얼떨결에 중국 팔로군(八路軍)에 편입된데 이어서 한국전쟁까지 끌려 나와 모택동 주석님의 아들과 함께 전사하는 운명이 되었단다.


이때 사망한 중공군 사상자가 95만 명(전사자 14만 8,600명)에 달한 가운데, 그중 상당수는 조선족 출신들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후손들이 가지고 있을 한국군과 미군에 대한 감정의 찌꺼기가 어떨지 짐작은 간다.


문헌을 참조하니, 내 옛 조국 중국은 자신들이 참전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른단다.

나아가 침략자 미군을 400km 이상 밀어낸 승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단다.

그래서 미군과 남한군을 기습 공격해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전쟁 기념일’로 제정해 성대한 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저간의 배경에서 장백은 북한 대남공작 파트의 눈에 들어왔고, 암살조로 육성되었던 게 아니더냐!

굳이 작은 삼촌의 정치적 계보를 따지자면 중국공산당 비밀요원이었던 ‘성시백’까지 올라간다더라.


성시백은 원래 모택동 국가주석을 위해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를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하던 분이셨다.

그러다 김일성 주석께서 그의 활약상을 알게 됨에 따라, 당시 중국 공산당 이인자 주은래에게 성시백 동지를 공화국에 넘겨줄 것을 요청하셨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다.


성시백의 활약은 남한 내 언론사 창간 및 군 장성 포섭공작 등 너무 포괄적이어서 지면이 부족할 정도라는데. 당시 김일성 부인 ‘김정숙 여사’께서 손수 식사 준비를 하셨다고 하니, 그의 미친 존재감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대단한 성시백이 포섭한 인물이 안중근 의사의 조카이자 김 구 선생의 비서였던 ‘안우생’인 데, 바로 안우생이 홍콩에서 공작활동을 하다가 만난 것이 장백 삼촌이겠구나!

장백이 잠시 중국과 홍콩 간의 밀무역에 종사한 덕분이었고. 아쉬운 대로 쓸 만한 인재인 장백의 경우, 명포수들이었던 조상의 피를 물려받아 명사수이지만 남한에서는 그리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으니···.


그래도 자칭 영춘권을 비롯한 중국의 여러 무술을 익힌 실력파 킬러이건만. 여기 강남 아지트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배정된 체력 단련 시간에는 항상 중국 전통종합무술을 선보인다.

그는 일찍이 중국 고향 땅으로 가끔 출장을 나가기도 했는데, 요새 와서는 아예 1년이면 4-5개월씩 살다시피 한다. 중국 지리와 언어에 정통하기에 당연한 법.

그의 어학실력은 중국어뿐만이 아니다, 자기를 공작원으로 받아 준 안우생이 노동당 대남공작부서인 연락부에서 어학강사로 있었던 관계로 그로부터 영어와 스페인어까지 직접 하사받았다고 자랑하곤 한다.

이 외에도 장백은 중국사회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빨리빨리 내지는 날래날래를 외치는 남북한 사람들과는 다르다더라. 냄비근성이 없는데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수룩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식구들 몰래 다른 짓을 많이 한다. 얼마 전 강남 아파트 중국인 갭 투자 명단에 당당히 올라 식구들을 경악하게 했으니!

스무 채에 달할 것이라는 소리도 있다던데. 이에 어머니 백사께서는 개거품을 물고 화를 냈다.

“야! 니 뭐이라니. 내 즈쯤(지금) 니 땜에 골이 나서 죽겠다. 진짜 내⁓, 니 집겟구 빤지고름(소꿉놀이) 하니? 그 집 퍼뜩 팽개처라(버려라).”


그러자 삼촌은 당당히 거부의사를 밝힌다.

“머이란가? 왜, 내 그리 해야 되니? 버리기는 왜 버림둥? 둥글쇠(황소) 눈하고 가르보재(째려보다) 마시쇼. 남조선 대다이 잘나가는 사람들은 어떰스까? 비서실장이가 팔라 해도 다들 부동산 쎄게(무지무지) 사랑해서 안 팔고 있단 말임다. 알아 들어씀까?”


장백 삼촌은 화가 나면 심지어 조직의 CEO인 어머니께도 반말을 섞어 쓰곤 한다. 결국 어머닌 결사적으로 반항하는 부하 때문에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으시곤 외쳤다.


“어디 가서 써거나저라(나가 죽어라) 이 개새끼야!”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아무리 갭 투자라 하지만 그 돈이 어디서 왔겠는가? 나 여무명은 알고 있다. 장백 삼촌이 중국 정보기관과도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을···.

중국 통일선전부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투잡을 뛰고 있는 게다. 무책임한 지레짐작이 아니다. 그가 강남 소재 유명한 중국어 학원의 원어민 강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중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그것도 세계적인 체인망을 구축한 곳이란다.

장백삼촌은 이러한 약점이자 강점을 동시에 지닌 ‘양날의 검’을 통해 회사 내 비교적 높은 서열을 유지하는 능력자라 해야 하나?

그가 2016년 병신년(丙申年), 이 땅에 일어난 촛불 대잔치를 보고, 한 마디 한 것이 생각난다.


“이 지금 무슨 상황임까? 야르 바라. 많타야 정말. 양쯔(모양)로 봐서 ‘주 후오(燭火-촛불)’가 아니지, 올소, 올소, ‘쮜 후오(炬火-횃불)’가 올타는(옳다는) 뜻임다. 어느 화석도(火石刀-부싯돌)가 저렇게 큰 불덩어리를 일으켬스까? 궁금함다. 물론 부싯깃(나뭇잎 등을 비벼서 만든 것으로 부싯돌에서 발생한 불을 옮겨 붙이는데 사용)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거이지 뭐. 그기다가(거기다) 원래 저 화석도가 진격과 적의 성을 탈취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름다. 화석도로 이스라엘 군사들의 표피를 싹둑 자르고 전진했다는 것 아니겟슴가? 개구(그러고) 있재 나도 중국에서 몰래 성경 좀 읽었다 말임다. 그것도 중국어로 예⁓. 한국에 와서 성경을 보았더니 중국 것과 단어와 표현방식이 그기서 그기재야. 조선 기독교인들이 미국에서 성경을 가져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말임다.”


삼촌은 다음 해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도 TV를 보면서 한 말씀하셨다,

“적폐라는 거 알아맞춤셔, 난 잘 몰라도 정치범 맞슴가? 중국에서는 저거이 다 돈 될 것 같지 안승가? 남한 사람들 소중한 목숨 살리는데도 큰일 한다 말임다.”


난 처음에 장백 삼촌의 횡설수설하는 말과 기묘한 어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중국 정치범 수용소에서 나온다는 인간장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중국처럼 남한 적폐들의 장기가 곧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했겠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이 삼촌이 혹시 작업 대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산물을 밀매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가기 시작한다. 그가 평소에도 다득(多得)을 그토록 사무치게 강조했기에···.

또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은 장백이 회사 CEO인 백사에 대해 속으로 미워하고 있다는 점.

나를 아껴주었던 회사 내 이모가 몰래 들려준 이야기로는 어머니 백사가 남로당 계열로 분류되는 이선실의 직계인데 반해, 둘째 삼촌 장백이 흠모하는 중국공산당 출신 성시백은 바로 박헌영 등 남로당이 남한 당국에 몰래 밀고함으로써 1950년 5월 15일에 체포된데 이어 6.25 발발 직후인 6.27 사형이 집행되었던 사연이 있었던 것.

북조선이 창립 시기에 각 계파 간 권력 다툼이 치열했기에 아직도 그 후손들과 후배들은 앞에서 더 큰 적을 위해 단결하지만 뒤에선 앙금이 남아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일 터···.


다음은 태백 삼촌이시다.

나이와 입사가 둘째인 장백 삼촌 보다 밑이지만, 실제 서열은 다르다. 첫째 삼촌께서는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온 무장공비 되시겠다.

원래 노동당 통전부 소속이었단다. 통전부가 1981-84년까지 남한 내 게릴라 부대 침투를 목적으로 양성한 100명의 정예요원 중 한 명이었을 테지.

그러나 태백도 남파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심했다고 들었다. 자신들을 육성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김중린 동지가 전격적으로 해임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단다.

태백의 동기들은 대부분 남파되지 못한 채 101연락소 등 다른 기관으로 재배치되었다고 하니, 그 좌절감이 어떠했을까.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잔인무도함을 동시에 겸비한 관계로 무장공비에 선발될 수 있었다고 한다.

난 태백이 어머니보다도 나이가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알고 보니 한 살 어리더라.

어찌했든지 간에 그는 남파 과정 중 산속에서 조우(遭遇) 한 나물 캐는 아낙네 및 뱀 잡는 땅꾼, 가재 잡기 위해 도랑 치던 까까머리 아이 등을 닥치는 대로 처단한 후, 남한 군경과 총격전 끝에 무사히 도주에 성공했다더라.

그가 이처럼 양민을 학살한 데 대해 나름 변명이라고 주절대거늘, 들어나 보자.

“이보라우! 들어 보라우. 김신조 선배가···, 아니디, 그 반동이 청와대 습격을 기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나무꾼에게 못 봤다구만 글라고 하면서 순진하게 귀가시키지 않갔어? 기래 그놈이 냅다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실패하디 아니갓서, 어떻간 거기에 대한 교육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어쩔 수 없더랬단 말이디.”


한동안 죄인처럼 숨죽이고 살았던 그도 세상이 바뀌자 한마디 하신다.

“누님, 개나 소나 다 중용되고 있시요, 저거이 남조선 여당의 기둥선수(에이스)들···. 저래도 쟈네들 빨치산 후예들이야요. 고거 왜 유식한 말로 ‘파르티잔(partisan)’, 있잖습네까? 기러니끼니 내래 이제 한자리해야 하는 건 아니야요?”

그러자 어머니는 “쌍간나··· 지금 사람 놀리매? 저게 그렇게 좋아 보이매? 우린 우리만의 길을 묵묵히 가는 거이란 말이야.”라며 매몰차게 훈계조 욕설을 날린다.


나 여무명이 보기에는 태백 삼촌의 억울하다는 주장에도 나름 일리가 있다.

유고슬라비아의 종신대통령 ‘티토’ 역시 파르티잔 출신이기에 그렇다.

그의 파르티잔 부대는 나치 독일뿐만 아니라 알바니아인들까지 무자비하게 처단했다. 그래서인지 옛 유고연방 고위각료들은 대부분 민족자결주의자로 변신한 공산당원들이었다.


하여간 태백의 조상은 백정(白丁) 이었다. 왜 여기에도 흰 백(白) 자가 들어가는지는 잘 모른다. 솔직히 이젠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 데나 백(白) 자를 사용하고 있는 민족인 아닌가. 엄밀히 따지자면 태백은 한민족이 아니라더라. 조선시대 지배계급은 만주나 몽골 등에서 온 오랑캐 출신들에게 가축 도살을 전담시키고는 계속 하대(下待) 하고 무시했단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그 뿌리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눈동자 색깔을 지니고 있는 이들도 많았단다. 조선인들은 한족을 제외한 소위 오랑캐들에게 참 잔인하고 매몰찬 민족이었다.

한족들이 자신들을 동이(東夷, 동쪽 오랑캐)라고 불렀는데도 그랬다.

이런고로 태백의 조상은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옛날 유럽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타타르의 후손일 수도 있겠다.

이들은 한국인과 같은 우랄알타이어계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조선 사회 정착이 비교적 쉬웠을 테지.

요 근래 한국에 시집온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한국말을 잘하는 것과 터키인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을 보고 형제라는 뜬금없는 호칭을 쓰는 것과 같은 원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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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이백(2) 22.01.08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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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청백(4) 22.01.07 37 0 12쪽
61 청백(3) 22.01.07 40 0 11쪽
60 청백(2) 22.01.06 36 0 12쪽
59 청백(1) 22.01.06 37 0 11쪽
58 월백(5) 22.01.06 40 0 12쪽
57 월백(4) 22.01.05 38 0 11쪽
56 월백(3) 22.01.05 38 0 11쪽
55 월백(2) 22.01.05 39 0 11쪽
54 월백(1) 22.01.04 37 0 11쪽
53 장백(5) 22.01.04 39 0 12쪽
52 장백(4) 22.01.04 40 0 11쪽
51 장백(3) 22.01.03 37 0 11쪽
» 장백(2) 22.01.03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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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아두백(1) 22.01.01 44 0 12쪽
43 결백(5) 22.01.01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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