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9.01 23:20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11,379
추천수 :
32
글자수 :
1,131,441

작성
22.01.03 08:00
조회
33
추천
0
글자
11쪽

장백(1)

DUMMY

저기 있는 금발머리는 어린 시절부터 단련된 킬러일까요?

외모는 가냘프게 보이지만, 몸 전체 잔근육이 총과 칼을 잡고 사용하기 적합하게 발달되어 있잖아요. 좀 봐요. 표정 또한 20대의 그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걸요.

마치 소녀시절 끔찍한 내전을 경험했을 법한,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어두침침한 눈동자를 지녔으니까요.

왜 이렇게 외국 용병까지 이 땅에 출몰해야 하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겠어요.


다시 우린 사라예보란 도시에 주목해보자고요.

과거 냉전시대 한국인들은 그곳을 동토(凍土)의 땅이라고 불렀대요.

소위 꼰대나 ‘틀딱’들은 다들 기억하고 있지요. 무엇을? ‘사라예보의 승전보’를···. 1973년 4월 9일 李 에리사 선수를 비롯한 한국 여자 탁구팀이 일본을 꺾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던 스포츠 역사의 현장을.

심지어 여기서 1984년에 제14회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했다는데···. 그랬던 곳이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변했다니! 이럴 수가!


1914년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들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를 이곳에서 암살함으로써 1차 대전을 발발시킨 원죄가 있어서일까요?

현재 무슬림 사원과 기독교 교회가 서로 섞여 있고, 15세기 터키제국의 총독관저가 있었던 그곳···. 참고로 서울 용산에도 조선 총독관저(總督官邸)가 존재했답니다.


우린 반만년 역사 중 고작 일제 강점기 35년을 핑계로 투사, 열사, 의사들의 후예라고 자찬하는가하면 반대파를 친일파도 모자라 ‘토착왜구’라고 비난하고 난리도 아닌데, 이곳 분들은 터키 점령 하에 무려 500년 간 노예생활을 했지요.

한국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발칸반도의 끔찍한 내전의 역사를 굳이 떠올리려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요사이 대한민국의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무슬림 출신의 다문화가정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중동지역 뿐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의 마지막에 ‘탄’이 붙는 나라들을 일컫는 것이랍니다.

동남아시아의 일부 이슬람계도 마찬가지고요. 이들 자녀들이 외모가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사회에 적응치 못하고 불만을 키웠을 경우, 외로운 늑대인 자생적 IS(Islamic State)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언제부터인가 한국국적이 남발되고 있다는 데도? “오로지 득표만 계산하다간 너희 후손 중에서 자살폭탄테러에 표적이 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하니라!”


옛 유고연방의 내전이 바로 민족별, 종교적(러시아정교, 가톨릭, 이슬람교) 갈등에다 배후에는 구체제의 사상적 갈등까지 종합된 것이기에 남의 나라 얘기라고 흘릴 수 없다는 것도. 이 또한 한국 교회에 내려진 어려운 숙제일 텐데요. 영원히 풀지 못할 수도 있는 과제일 테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이러한 각종 불안한 갈등요소가 짬뽕되어 버린 것이 오늘날 한반도랍니다. 내전은 같은 나라 안에서 서로 총을 쏘는 것이 아니고말고!

해묵은 원망 속에서 상대편을 향해 혀 도끼를 날리는 것도 똑같다 할 수 있겠어요. 나 다니엘을 이런 식으로 연설조 혼잣말을 짓거리고 있네요.

여기 제가 입원한 병원의 환자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여무명이 듣고 있을 것이고, 많게는 어딘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나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분들이 들으시라고 오늘도 애써 이 연사는 외치고 싶어라.



-장백(長白, Changbai)-


나 여무명이 비몽사몽간에 또 환상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희뿌연 공간에서 유영(遊泳)하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요즘 들어서 이런 현상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마는···. 내 눈앞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반딧불 같기도 하고, 바람을 타고 있는 흰 씨 같기도 하다.

필시(必是) 지금은 대낮이기에 흰 씨가 맞을 것이다. 반딧불로 착각한 것은 요사이 지겹게 보아온 것과 비슷해서였을까?

솜털 옷을 입고 비상하는 저 물체는 한반도의 늦봄을 지배하는 버드나무 씨란다. ‘그러하온즉 그것들 역시 ‘백의민족’이니이다.’라는 환청이 들리기까지도···.

도시가 온통 흰 털로 뒤덮이다니. 세상에나! 엄청난 흰색의 향연 때문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징그러움조차 느낄 정도라네!

지금 비행 중인 모든 씨들이 정상 착륙해 싹을 내는 데에 성공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 그러하다더라.

음! 이들 중에서 수목으로 성장하는 숫자는 일부에 불과할 터인데. 그럼에도 그 모든 씨앗에는 각자 살아갈 청사진이 그려져 있고, 스토리도 담고 있단다.

창조주는 씨에 그런 자격과 능력을 부여하셨더라! 꽃으로 필지, 못 필지는 씨앗의 자유의지이자 운명인 것이거늘! 아스팔트나 하천에 떨어질지, 아니면 산과 숲이나 또는 옥토에 정착할지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앞의 이익만 쫓듯이 그럴싸한 옥토를 탐하다 곧 뿌리째 뽑힐 수도 있겠구나. 이러한 씨들 중에는 ‘밀알’이란 것이 있다.

자기를 죽여서 희생해야 하는 운명임에도 희생을 거부한 밀알들이 새 생명의 탄생마저 기피하고 있어 어찌할꼬(哀哉)!.


【설왕설래】


옛날부터 산은 한민족에게 신령함의 대상이었습니다. 단군이 죽어 산으로 가서 산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좀 더 세부적으로 진입하자면, 제일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산신령인 단군과 함께, 그 밑에는 전국의 명산에 존재한다는‘일반 산신’과 집안 조상이 묻혀있는‘본향 산신’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어요.

말할 것도 없이, 한민족에게만 이런 것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대민족에게도 시온(Zion) 산이 있고, 힌두교와 불교에다 자이나교의 중심지라는 수메루(Sumeru) 산이 있습니다. 수미산(須彌山)이라고 하죠?


한반도에는 흰색 산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건 일본 후지산과 같은 白雪(백설)의 설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흰 바위산이 많다는 뜻이겠죠.

이러한 백산(白山)들을 꼽으라면, 중국에선 장백산이라고 불리는 백두산이 그렇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태백산과 소백산을 비롯하여 서울 백악산과 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산 등이 그것입니다.


내친김에 조금 더 서남쪽으로 내려와 보시죠. 전북 부안군 지역에 있는 백산(白山)입니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곳에 봉화대를 쌓게 했다는 전설적인 곳입니다.

동학농민운동이 고부에서 시작해 이곳 백산에 집합한 뒤, 1차 농민봉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혹여 이들 농민군도 흰옷을 입고 관군과 싸우지 않았을까요?


언제부터인가 이 땅엔 농민들이 들고 싸웠다는‘죽창’을 찬미하는 노래가 자랑스럽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과 부동산깨나 갖고 있다는 분들이 어울리지 않게 양복 입고 죽창 든 꼴이잖아요.

제발 까불지 말고, 당시 조선 관군과 일본군 연합군에 의해 숨진 농민군들에겐 명복을 비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자, 그럼 입장을 바꿔 생각하겠습니다. 농민군 죽창에 찔려 고통을 받다 죽어간 분들에 대해선 지금 이 시대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아무 생각 없이 죽창가를 부르거나 동조하는 분들 중에서는 조상이 관군이었던 분은 1도 없을까요?

동학 농민회가 봉기해 활약했던, 같은 호남지역 중에서 전남 강진군에서는 오래전부터 병영(兵營)이 있었답니다.

이 지역에서는 농민군에 의해 개죽음 당한 아버지와 아들을 둔 군인가족들이 동학을 다르게 생각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요?

또, 또, 세월이 많이 흘러 비극의 가족사를 전혀 알지 못하는 관군의 후손이 죽창을 들고 그 누군가를 향해‘반동 새끼’라고 부르며 힘차게 찔렀을 수도 있겠네요. ‘찔러! 찔러! 길게 찔러!’이렇게요. 이러한 것들이 다 아이러니컬한 역사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나라, 이 민족과 아무 연관성도 없는 제3자 입장인 나 여무명이 식구들의 잡담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이랬다.

그날도 엿들은 이야기가 내 뇌를 자극하여 기묘한 꿈을 꾸게 하는 건, 어째서일까? 환상 속 장면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소가 밭에 풀을 모조리 뜯어먹는 게 아닌가! 그놈들이 70여 년간 가꾼 밭의 소산을 주인인 양 다 차지하고 있는 걸 어찌 참을 수 있으랴!

“그래 그들은 먹성이 좋은 황소라고 할 수 있어. 고대 근동지역에 있던 황소를 숭배하는 자들의 후예들이 아닐까?”

난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잠시 깨어나 또 다른 상상도 해보다가 마침내 긴 잠에서 깨어난다.



이쯤 해서 여차여차(如此如此) 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지금이 바로 어머니 백사가 거느리고 있었던 중요인물이나 떨거지들에 대해 보충설명을 좀 해야 할 타이밍인지라.

아직 일부는 생존하고 있는 인물들이어서 개인 사생활 보장 차원에서 실명 대신 별명을 사용하겠다. 마지막으로 양해를 구해야 할 점은 식구들의 계보가 다소 복잡다단하단 것.

우리 회사에 오게 된 입사(入社) 경로와 출신성분이 다양하고, 계파에 따른 갈등이 상존해서 그렇다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먼저 작은 삼촌 장백(長白)이시다. 작은 삼촌을 제일 처음으로 소개한 이유는? 엄밀하게 따져서 첫째인 태백(太白) 삼촌보다 나이가 더 많고 근무경력도 오래된 까닭이다. 한때 잘나가셨을 땐 어머니 백사를 대신해 5년간이나 조직을 이끌었다.

이렇게 공로도 있고 나이가 더 먹었음에도 불구, 식구 서열에서 밀린 이유는 당 서열에서 낮은 위치 때문이라는데? 조선족이어서 그렇단다.

왜 하필 장백이냐고 묻는다면? 백두산 인근에서 태어났다 해서 붙여진 가명이다. 내 관점에서 볼 때에는 사실상 그를 조선족이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다.

장백의 조상은 산행포수(山行砲手)였노라. 백두산 호랑이 사냥꾼이었단 뜻이다. 중국과 청나라 경계를 넘나들던 솜씨 좋은 포수였단다.

그러던 중 이들 사냥꾼 가족의 최종 거주지가 중국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의 협상 결과, 중국 땅으로 확정되었다.


이 점을 놓고도 이 땅의 좌•우를 분별하는 한 가지 척도가 된다. 김일성 수령님께서 6.25 전쟁 당시 중공군 참전 대가로 백두산 절반을 넘겼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북한 외교의 빛나는 승리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중.

하지만 300여 년간 지속된 중화 집단과 한민족 간 국경분쟁을 자기들만의 이념으로만 판단하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일지니!

때문에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모르면 몰라도 고구려 광개토 대왕님까지 소환한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이런 장백은 물론이고 중국 땅으로 편입된 지린성(吉林省) 등 지역에서 아직까지 흩어져 사는 장백 삼촌의 친인척들은 진정 백두혈통으로 평가받아야 할 터이거늘.

그래서였을까? 장백 삼촌은 나름 자부심이 여느 식구들 못지않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룡신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상백(2) 22.01.10 41 0 11쪽
69 상백(1) 22.01.09 36 0 11쪽
68 이백(5) 22.01.09 36 0 12쪽
67 이백(4) 22.01.09 40 0 11쪽
66 이백(3) 22.01.08 42 0 12쪽
65 이백(2) 22.01.08 34 0 11쪽
64 이백(1) 22.01.08 36 0 11쪽
63 청백(5) 22.01.07 39 0 11쪽
62 청백(4) 22.01.07 37 0 12쪽
61 청백(3) 22.01.07 40 0 11쪽
60 청백(2) 22.01.06 36 0 12쪽
59 청백(1) 22.01.06 37 0 11쪽
58 월백(5) 22.01.06 39 0 12쪽
57 월백(4) 22.01.05 38 0 11쪽
56 월백(3) 22.01.05 38 0 11쪽
55 월백(2) 22.01.05 39 0 11쪽
54 월백(1) 22.01.04 37 0 11쪽
53 장백(5) 22.01.04 39 0 12쪽
52 장백(4) 22.01.04 40 0 11쪽
51 장백(3) 22.01.03 37 0 11쪽
50 장백(2) 22.01.03 33 0 12쪽
» 장백(1) 22.01.03 34 0 11쪽
48 아두백(5) 22.01.02 37 0 11쪽
47 아두백(4) 22.01.02 40 0 12쪽
46 아두백(3) 22.01.02 38 0 10쪽
45 아두백(2) 22.01.01 42 0 11쪽
44 아두백(1) 22.01.01 44 0 12쪽
43 결백(5) 22.01.01 41 0 11쪽
42 결백(4) 21.12.31 38 0 11쪽
41 결백(3) 21.12.31 41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