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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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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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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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백(1)

DUMMY

-월백(月白, Moon light blue)-


【여담 한 마디】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그 물은 폭포를 지나 강으로 도도히 흐른답니다.

예를 들자면, 서울의 백련사(白蓮寺) 계곡이나, 강원도 인제군을 비롯하여 전국에 널려있는 백운(白雲) 폭포 같은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상 만물에 있어 음양의 조화는 당연한 것이죠. 산은 남성을 상징하고, 계곡과 물은 여성을 의미한다는 주장은 언뜻 보기에도 일리가 있어요.

또한, 산이나 들에 피는 꽃들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 비유되거든요.


추측컨대, 거대한 흰 산 밑에 있던 부족들은 그렇게 계곡을 따라 내려와 강을 옆에 끼고 남동쪽으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최종 종착지인 반도에서 매우 오랜 시간 후손들이 갇혀버릴 운명인 것도 모른 채 그랬답니다.

반도는 드넓은 광야를 달리던 기질을 물려받은 후예들에게는 빠져나오기 힘든 좁은 프레임과 같은 장소였겠죠? 아마도?

비교적 작은 산과 숲이 빽빽한 곳이었고요. 그래도 떠나온 곳에서 봤던 거대한 산과 강의 이름을 잊지 않고, 이 땅 곳곳에 붙여주었다고 하네요.


그런 반도의 산과 계곡이 잊을 만하면 시체가 산을 덮고 계곡을 메우는 병란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각종 호란과 왜란을 제외한 나라 안의 변란(變亂)도 여기에 포함되거든요.


아직까지도 이 나라 사람들은 자랑삼아 외치고 있습니다. 한 번도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침범한 적이 없을뿐더러 국제관계에 있어 평화를 사랑하기까지 하는 도덕적인 민족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민족끼리만 피 터지게 싸운 것은 괜찮다는 주장인가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어필입니다.

솔직히 제대로 역사를 공부하자면, 남의 땅을 넘보던 시절도 제법 있었어요. 말할 것도 없이 아주 오래되어 잊힌 역사이지만···.

혹자는 이렇게 강조합디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불쌍한 것은 여자들이라고요.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죠.

그럼!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에서 극한의 공포심 속에 비명횡사(非命橫死) 당해야 하는 남자들은 1도 안 불쌍하다는 목소리인가요?


이 땅엔 요사이 여성표만 염두에 둔 섬뜩한 주장들이 국가의 철저한 보호 속에 난무하고 있어 해본 이야기랍니다.

그러다 보니 반대편에서도 우리도 여기 낄 데 좀 없나, 하고 기웃거린다죠?


이러니 이 땅에 공평(公平-JUSTICE)이 후퇴하고, 공의(公義-RIGHTEOUSNESS)가 멀리 섰으며 성실(誠實-TRUTH)이 거리에 엎드러지고 정직(正直-HONESTY)이 들어서지 못 하는 게 아닌가요?


나 여무명이 지난번 소개한 삼촌을 비롯한 남자식구들에 이어 이번에는 이모를 포함한 여자 식구들을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 한다.


어머니와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큰 이모는 조직 내에서 사상학습 담당이었다. 쉽게 문화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화군관이란? 북한군 창설 시기부터 군내 반당반역 행위와 군사규율 위반 행위에 대해 노동당에 직보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자리란다.

해당 군사조직 내 최고 지휘자보다 일계급 아래에 위치해 정치적 보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옛 유고 연방 종신대통령 ‘TiTo’ 가 과거 빨치산 활동 때 창설한 ‘파르티잔 부대’에도 정치국요원을 두었는데, 이런 건 다 소련 공산당 조직을 모방한 것이란다.

그래서 북한과 어느 정도 연계된 조직들은 대부분 이런 조직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모는 매주 식구들에게 사상 학습을 독려하고 자아비판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미안하게도 실력은 형편없었지 뭔가. 공산주의사상은 물론 주체사상에도 해박하지 못하더라.

북한에도 낙하산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 준 분이셨다.

출신성분이 남달리 좋으셔서 다른 식구들과는 다르게 뭔가 여유가 있었다. 선천적으로도 착한 편이어서 나에게도 잘해 주셨다.


여타 식구에게도 살갑게 하셨지. 이렇게···.

“동지들 식사하셨시요? 동무들 밥 먹언? 오늘도 가티(같이) 힘내자.”


식구들은 이모 말투가 전형적인 앞쪽 사람(평안도와 황해도)들 말투로 깐드레하다(간들 간들하다)고 했다.

난 초창기에 큰 이모님께서 너무 현덕(賢德) 하셔서 남자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로서는 몰랐던 사실이 있었으니.

큰 이모가 아무리 출신성분이 좋더라도 현실적으로 실력이 중요한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었던 또 한 가지 비결은 어머니와 마주 보고 식사하는 대식(對食) 대상이었기 때문이란다.

대식은 옛날 궁궐에 거주하던 궁녀들이 은밀히 부부 사이처럼 밥상머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는 뜻이다. 남한식 점잖은 표현으로 성소수자다.


어디 그뿐이랴! 식구들 간에는 큰 이모가 퀴어 축제에도 참석할 정도라는 뒷다마까지도 있다니! 좋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식구들이 굳게 믿었던 그녀의 정체성에 혼란이 발생하는 사건을 소개하련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으나, 어느 날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단독임무를 수행했단다. 이모는 무의식적으로 표적을 추적하다가 하필이면 관광버스에 오른 것이 화근이어라!

그 남성은 다음날 관광지에서 실족사 상태로 발견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높은 절벽에서 추락한 사고임에도 왜 ‘묻지 마 관광’에 가신 중년남성이 힘들게 등산까지 했는지 아무도 의심치 않더라.

큰 이모의 관광버스 탑승은 그 이후에도 계속 고! 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구나! 매주 몇 차례씩 ‘묻지 마 관광’에 나서기까지 하다니요!

놀라움을 잠시 가라앉히자. 파트너들에게 이대 나온 여자로 통했단다. 그러기에 내가 지어준 별명도 ‘이화(梨花)에 월백(月白)’이렷다.


여기 월백의 백(白)은 흰색이 아니라 ‘밝게 빛이 난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가짜 이대생 출신 월백이모는 일지춘심(一枝春心)과 다정(多情)을 참지 못한 죄밖에 없었다.

월백 이모는 종국에는 허랑방탕한 취미생활이 문제가 되어 강제 소환되셨지만, 출신성분 덕분에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계신다고 들었다.

북한 당국에서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지 않나? 공작원은 프라이버시도 없나? 그랬다. 연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떤 어머니의 밀고(密告)로 발각이 된 것이다.


어머니 백사는 큰 이모의 출신성분과 혈통을 고려하여 당에 정식보고는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저러나 어머니는 가을 낙엽이 지는 저녁이면 이모를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애창곡이 있었나니.


왕년에 한창 유행하였던 일본 노래 ‘고이비또요(戀人ょ)’였노라. 어머니에겐 이모는 그 일본 노래 가사와 같이 월백(月白)이 아니라 밤의 유성(流星)인 ‘요이노 나가레보시(よいの流れ星)’ 였나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왜, 주요 임무가 정치군관 역할이었고, 특수작업 수행에 있어서도 항상 보조임무만 수행했던 이모가 그날은 단독으로 암살명령을 수행했을까?


다소 순진한 편인 큰 이모는 그날 과업달성을 자랑삼아 늘어놓는다.

“그 넝감(영감)이 오죽하면 죽는 줄도 모르고 날 졸졸 따라왓갓서? 요거디 바로 미모(美貌)···. 난 이케만 했더랬어요”

그 말의 요지는 자기에게 완전 반한 목표물이 정상까지 졸래졸래 따라 올라왔고, 절벽에 피어있는 에델바이스를 따오라는 요청에도 흔쾌히 승낙했다는 무용담.

그다음은 식은 죽 먹기였단 소리고. 심지어 그자는 술까지 한잔 하셨다는구나.

이어지는 이모의 설명에 다르면 자기는 절벽에서 칭찬받을 일을 상상하며 용쓰고 있는 타깃을 터치만 했단다.

그러자 그자는 HALO(고공낙하)하면서···.


그나저나 주산지가 유럽 알프스인 에델바이스가 어쩌다 동북아시아에서 분포한다고 하지만 좀 이상타.

해서 설악산 이북에만 핀다고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내가 보기엔 한반도 토종인 ‘솜다리’꽃 정도로 추정된다.

심심풀이로 분석한 결과, 에델바이스 역시 ‘고귀한 흰빛’이란 뜻을 가지고 있음을 참작할 때, 정체불명 중년은 흔하디흔한 흰 꽃에 목숨을 바쳤던 것이 아니던가!

이렇게 한민족은 쉽게 얻을 수 있는 흰색을 너무나 사랑한다마는.

중요한 포인트는 낭만적인 중년남성이 누구였는가, 이다.

염소가 어머니도 믿지 못해 이모에게 직접 하명한 주요사건으로 추정될 뿐이니라.

따라서 식구들은 이때부터 순혈(純血) 주의가 만연해 있는 북조선에서 이모가 염소와 혈연관계는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러하거나 저러하거나 간에 큰 이모 월백은 어머니 백사가 육성한 암살 전문회사의 원년 멤버다.

나 역시 큰 이모가 생각나면 ‘가레하치루 유구래와(枯葉散ゐ夕暮れは-낙엽이 지는 해질 녘은), 구루히노 사무사오 모노 가타리(來る日の 寒さを ものがたり-내일의 추위를 말해 주고)’를 뜻도 모른 채 흥얼거린다.


또 다른 이모도 계셨다. 우리 회사에는 뒤늦게 합류한 분이시다.

그분과 어머니를 볼 때마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더라. 그중에서도 이모는 명실상부한 옛 고구려 최고가인(最高佳人)이었을 뿐만 아니라, 삼한(三韓) 제일의 미녀가 아닐까?


내가 이북 출신 식구에게 듣기로는 북한에서도 미녀가 많이 있다는 량강도(兩江道) 출신이란다.

예로부터 원래 북쪽의 미녀는 자강도에 속하는 강계미인이 유명하다나?

강계지역은 량강도와도 근접해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이곳에서는 절세미인이었던 기생들과 유배 온 전직 관료들의 러브스토리가 많이 있단다.


예를 들자면, 가사문학으로 유명한데다, 기축옥사(己丑獄事) 당시 선비 천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송강 정철. 그가 사랑한 진옥이 있다.

이외에는 소설 김삿갓에 나오는 추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미녀의 본고장에서 태어난 작은 이모가 보여준 미(美)의 압권은 역시나 아지트에서 휴식시간에 손풍금을 연주하고 있는 장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투리가 식구 중에서도 제일 심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는 거지. 그녀의 매력적인 입술에서 ‘떼레비통로(텔레비전), 꽝포(거짓말), 겁뒤(겁쟁이)’라는 말들이 마구 튀어나올 땐 나조차 깰 수밖에···.


그럼에도 난 이모의 백옥(白玉)과도 같은 창백한 얼굴에서 영감을 얻어 그녀를 창백(蒼白)이라고 부르리라!


이런 이모의 용안(容顔)을 놓고 추정하자면, 한반도에 선착한 홍옥(紅玉)의 얼굴을 가진 종족들은 북방에서 온 백옥(白玉)의 얼굴을 접했을 때 느낀 놀라움이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그런 놀람도 잠시, 곧 그들 백옥의 약탈행위를 경험하고는 ‘경악’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이들 백안(白顔)들이 아마도 이런 식으로 이 땅에 흰옷 입는 풍습을 가져왔을 테고.


그리고 백옥(白玉)과 홍옥(紅玉)이 오랜 기간 섞이면서 대략 황옥(黃玉)이 되었겠지···.

아무튼 창백 이모는 과거 기쁨조였다가 큰 사고를 처, 죽다 살아났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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